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34)
334
8만석이 넘는 좌석을 가진 거대한 경기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는 관중들로 가득했다.
발디딜 틈 하나 찾아보기 어려운 만석의 관중석은 하얗고 붉게 물들어 있었는데, 홈팀 스페인의 붉은 유니폼이 원정팀 한국의 하얀 유니폼을 압도하고 있었다.
“노래하라 스페인의 분노를La Furia Española!!”
“한국 따위 밟아버려!!”
“호르헤! 네가 최고라는 것을 보여줘! 넌 최고야!!”
한국의 선전을 응원하기 위해 먼 한국에서 온 응원단의 수도 무시할 수 없지만, 역시 홈팀에는 비할수 없는 법.
압도적인 응원을 등에 얻은 스페인 대표팀은 초반부터 빠르게 템포를 끌러올렸다.
“반대쪽! 아니, 자기 마크맨을 놓치면 어쩌란거야!”
“돌아나가는거 잡아!!”
호르헤를 필두로 라울, 호드리구의 강력한 삼각편대에 안토니오 곤살레스와 로드리라는 패스 마스터의 조합은 한국의 조직력을 붕괴시켰고,
“마이볼!”
“황준수!! 자리 지켜— 이런 씨발!”
격렬한 템포에 시선을 빼앗긴 황준수가 뛰쳐나간 자리로 침투한 호르헤의 중거리슛이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뭐야 시발.”
“저새끼 오늘 미쳤는데…? 어쩌냐 이거.”
시작부터 선제골을 내주었다는 것보다 그 과정에서 스페인이 보여준 퍼포먼스에 선수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다. 다행히 좌절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안색이 썩 좋지 못한 것도 사실.
하지만 그보다 신경쓰이는건—
[호르헤, 호르헤, 호르헤에에에—!! 바모스, 바모스—!! 고오오오오오올—!! 뼤르끼도기르끼또꼬마르까네삐니 고르르르르를—!! 에스빠냐 비야삐야 비야 삐야 팔라비나 꼴꼴꼴꼴꼴— 꼬오오오오오올!!]스페인 특유의 저 지랄맞은 리액션이었다.
오두방정도 아주 지랄맞네.
호르헤의 골에 입에 거품을 물고 골을 외쳐되는데, 저러다 숨 넘어가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
[호르헤—]“가르시아!!”
[호르헤—!!]“가르시아—!!!”
장내 아나운서의 선창에 일제히 화답하는 스페인 응원단의 외침이 그라운드를 울린다.
“다들 모여봐.”
슬슬 빡치네.
유럽 대항전으로 유럽 내 다양한 국적의 팀들과 경기를 치룬데다 A매치도 80경기를 넘게 뛰며 수많은 국가를 상대했지만 골 먹히고 가장 열받는 건 단연코 스페인어권 국가나 팀들이다.
저 스페인 아나운서 특유의 오두방정은 아주 그냥… 하….
“들리지? 저 존나 짜증나는 오두방정 소리. 이대로 듣고 있을거야 다들?”
“미쳤냐. 듣고있으면 정신나갈 것 같다야. 제발 개짖는 소리 좀 안들리게 해줘라.”
설요한 선배의 너스레에 딱딱하게 굳어있던 어린 선수들이 푸흡 웃음을 터뜨린다.
“우리가 준비한거랑 다르게 나와서 살짝 당황했을 뿐이야. 다음엔 이렇게 쉽게 안 먹혀.”
“좀 빡세긴한데, 그렇다고 못 막을 건 아니잖아요. 걱정마세요 선배. 심장 터지도록 뛰어볼게요.”
윤혁 선배와 오세현의 결의에 모두가 목소리를 높였다.
좋아. 선제골로 멘탈이 흔들리는 일은 없겠고…
“우리가 막기 어려우면 쟤들은 우리 못 막아요. 가서 부숴버리죠.”
“가자!!”
“가즈아!”
“조져버리자!!”
이제 우리 턴이지?
* * *
“좋아, 준비한대로야. 쟤들은 우리 템포 못 따라와.”
“이래서 수준 낮은 리그에서 뛰면 안 된다니까. 템포가 다르잖아.”
준비한 플레이로 선제골을 성공시킨데다 압도적인 환호를 받은 스페인 선수들은 여유롭게 웃었다.
일본을 상대로 보여준 엄청난 화력과 감독의 강력한 경고에 잔뜩 긴장하던 것이 절로 풀어지는 기분.
“집중해. 애초에 한국은 수비가 뛰어난 팀이 아니야. 진짜 무서운 건 화력이지.”
“알고있어. 그래서 열심히 준비했잖아. 골도 넣었는데 좀 즐기라고 호르헤.”
“아냐… 호르헤의 말이 맞아. 한국놈들… 아니, 저새끼는 경계해야 돼. 방심을 풀면 안 된다고.”
핏발 선 눈으로 중얼거리는 페르난도의 모습에 스페인 선수들이 고개를 내저었다.
“헤이, 헤이! 이봐! 정신 좀 차려. 쟤한텐 털린 게 벌써 몇 년전인데.”
시드니 올림픽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바르셀로나의 역대급 참사인 뉴캐슬과의 챔스 8강전에서도 홍민준에게 탈탈 털리며 원흉으로 지목된 페르난도는 동료들의 말에도 이를 악 물뿐이었다.
“뭐… 집중하자고 친구들. 경기는 아직 한창 남았잖아?”
어깨를 으쓱이며 흩어지는 동료들을 보는 호르헤의 안색이 어두웠다.
* * *
한국은 월드컵에서 4-3-2-1, 일명 크리스마스 트리 포메이션을 주력으로 썼다. 그러나 직전 경기인 일본전에서 4-4-2로 쏠쏠하게… 아니, 역대급 승리를 일궈내며 스페인을 상대로 어떤 전술로 나올지 의견이 분분하던 가운데 박기영 감독의 선택은 그 무엇도 아니었으니.
“스페인에게 측면을 허용해선 안 돼. 이번 경기는 중앙이 좀 약해지더라도 측면을 틀어막아야 한다.”
“그래도 쉽지 않을텐데요.”
“그러니까 상대가 공격에 집중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지. 방패만 치켜세우고 있어봐야 쳐맞다 끝나. 우리에겐 누구보다 날카로운 창이 있으니, 우리가 역으로 측면을 후벼파야 상대 측면 공격이 무뎌져.”
박기영 감독의 선택은 4-2-3-1.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수비시 5-4-1 형태를 취하지만 공격시엔 2-2-4-2 형태가 되는 극단적인 전술이었다.
“준수야!”
“가까이 붙어줘! 간격이 멀어지면 위험해!”
“넌 넓게 퍼져! 스페인 새끼들 간격 좁아지잖아!!”
축구 전술이란 크게 보면 그라운드라는 한정된 공간에 11명의 한정된 선수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의 싸움.
어디에 무게를 두고, 어디에 더 많은 선수를 배치하는가에 따라 공격과 수비 비중이 달라진다고 할 때, 공격시 2-2-4-2 형태가 되는 한국의 전술은 극단적으로 공격적에 많은 비중을 두는 전술이다.
그 말은 반대로 공격을 진행하다 수비로 전환할 때, 즉 상대의 역습에 취약하다는 뜻.
스페인이라고 이를 모를리 없는만큼 한국의 공격에 적극적인 수비로 맞서니, 양 팀의 템포는 끝을 모르고 위로 치달았다.
“뭐해, 커버해야지!!”
“야! 씨발 뛰어! 자리 메꾸라고!”
“반대쪽, 반대쪽으로 넘겨!”
그리고 그 끝은 결국—
“민준아!!”
나였다.
착, 발밑에 들어온 공의 감촉을 음미하며 정면을 쳐다보니 익숙한… 아니, 낯선… 아니, 익숙…한가?
“오늘만을 기다렸다.”
“누구?”
“설마… 나, 나를… 모른다고??”
“누구더라.”
이 와중에도 궁금해서 움직임을 멈추고 물끄러미 바라봤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 느낌은 뭘까.
심각한 탈모로 깊에 파인 M자와 자라야 할곳은 텅 비었건만 쓸데없이 풍성한 수염.
“페, 페르난도를 모른다고!? 바르셀로나의 페르난도를!”
“페르난도? 아… 걔. 근데 걘 20대… 음….”
액면가만 보면 20대가 아니라 프로 경력 20년의 베테랑 선수 같은데.
왜 이렇게 역변했지.
“고생이 많았나보군. 세월을 얼굴로 맞다니.”
“이, 이런 개같은 새끼가! 이게 다 너 때문—”
이 새끼 설마 낚시였나?
쓸데없는 궁금증 때문에 5초 남짓 멈춰있었더니 벌써 스페인 선수들이 둘러싸고 있잖아.
“그럼 이만. 난 바빠서.”
“잠— 아앗!?”
슬그머니 에워싸는 스페인 선수들 사이를 비집고 뛰쳐나와보니 정작 뒷공간 뻥뚫려 있었다.
음. 역시 나야.
본능적으로 상대를 낚아버렸군.
“홍민준 이새끼! 해낼 줄 알았다!!”
“이 미친놈! 드글드글 모여있는 거길 뚫고나가냐!!”
[한국의 동점골입니다.] [고오오오오오올~~!! 바모스 라울!! 고로로로로로롤~~ 골골골골골!!] [아… 다시 동점골이군요.] [호르헤호르헤호르헤호르헤— 암까라 호르헤! 암까라 호르헤, 암까라, 암까라 호르헤!! 암까라 호르헤— 골골골골골!!! 꼴, 꼴고고고고고고골!!!]…저 씨발놈의 장내 아나운서 새끼.
온도차이봐라 진짜.
* * *
한국과 스페인은 끊임없이 치고받는 난타전으로 치달았다.
축구라는 스포츠가 90분 간 적으면 9~10km, 많으면 13~14km씩 뛰는 격렬한 스포츠라지만 그렇다고 90분 내내 뛰어다니는 건 아니다.
격렬할 땐 끊임없이 뛰고, 스프린트를 시도하지만 또 소강 상태에선 걸어다니거나 멈춰있기도 한… 보다 솔직하게는 뛰는 시간보다 걷는 시간이 더 긴 것이 축구라는 스포츠.
마라톤처럼 적당한 페이스로 꾸준히 뛰는 스포츠도 아니고, 격렬한 방향 전환과 경합, 스프린트를 반복하는 축구에서 90분 내내 뛰어다니는 것은 인간의 육체로는 불가능한 운동량이다보니 이는 어쩔 수 없는 요소였다.
그렇기에 템포를 끌어올리다가도 또 적당히 느릿하게 조절하는 것이 체력 배분의 핵심인데, 경기 양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양 팀 모두 템포 조절에 실패하고 말았다.
한쪽이 골을 넣으면, 다른쪽에서는 골을 넣으려고 기를 쓰고.
그렇게 동점골을 넣으면 또 반대쪽에서 다시 앞서가기 위해 기를 쓰고.
적당히 시도하다 실패하면 한쪽에서 혹은 양쪽에서 암묵적으로 템포를 조절할텐데, 양 팀 모두 ‘인간계’를 초월한 ‘신계’ 선수가 날뛰다보니 앞서가는 골, 동점골, 다시 앞서가는 골, 동점골이 반복되며 템포를 조절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서로의 체력을 갈아버리는 격렬한 템포의 경기가 이어지자 득점이랑 아드레날린 도핑으로도 채울 수 없는 체력 고갈 현상이 덮쳐오기 시작하더니—
[스페인의 마지막 교체 카드가 이어집니다.]결국 후반 20분, 양 팀 모두 교체 카드가 바닥이 났다.
이제 남은 선수들이 남은 15분, 추가 시간까지 포함하여 약 20분에 달하는 시간을 버텨야 하는 상황.
격렬하다 못해 치열한 경기 양상이 선수들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 서로가 더욱 이를 악물고 뛰게했다.
그리고 부상이란 바로 이런 상황에서 찾아오는 법이니.
[스페인의 코너킥 상황. 곤살레스… 찼습니다! 높게 뜬 공— 라울… 어!?] [아… 골키퍼와 부딪쳐 일어나질 못합니다! 느린 화면으로 다시 봐야— 아아… 이건… 어렵겠는데요. 라울도, 한국의 골키퍼도 부상이 심각해 보입니다.] [이거 큰일인데요. 스페인도 교체 카드를 다 썼지만 한국도 마찬가지거든요? 스페인은 필드 플레이어 한 명이 빠진 10명인데, 한국은 지금 골키퍼가 빠진 10명이에요. 필드 플레이어 중 누구 한 명이 골키퍼 장갑을 대신 껴야 하는데… 과연 누가… 어, 어어? 왜, 왜 저 선수가…!!?]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