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35)
335
경기 내내 걱정했다.
템포가 너무 빠르다는 것을.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뛰는것보다 급격한 가속과 감속이 신체에 더욱 무리가 가는 건 당연한 사실. 거기에 거친 경합과 잦은 방향 전환이 겹치면 체력 소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렇기에 격렬할 땐 격렬하더라도 조절할 땐 조절해야 하는 것이 축구인데, 호르헤 저게 미쳐날뛰다보니 템포를 늦출수도 없고.
이런 팽팽한 경기에서 한쪽이 기세를 잃는 순간 승기가 확 기운다.
무리임을 알아도 한골 먹히면 어떻게든 한골 만회하려고 이 악물고 뛰는 건 기세를 잃지 않기 위함. 하지만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인지, 동점골을 넣고 나면 이번엔 저쪽에서 이를 악물고 뛰니 이걸 또 따라가지 않을수도 없고.
전반 내내 미친듯이 치고받은 결과 후반 시작부터 교체 카드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후반 20분이 되기도 전에 우리팀은 물론이고 스페인에서도 모든 교체 카드를 투입하는 결단을 내렸으니, 이걸 보면 아마 양 팀 감독 모두 기세를 잃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 모양.
그건 내 생각과 똑같긴한데… 문제는 기세를 잃기전에 다들 지쳐 나가덜어질 것 같단 말이지.
“흐으, 흐으… 씨발 진짜 조온나 힘드네. 심장 터지겠다.”
“헥, 헤엑, 헥, 마, 말 시키지마. 헥, 숨, 숨차, 죽겠어.”
“이새끼 숨소리가 왤케 더러워. 아 바지에 똥지리것네.”
“자, 자. 코너킥 막으러 움직이자.”
지치다못해 탈진에 가까워진 와중에도 스페인의 공격을 막아내는 투혼을… 아니, 따지고보면 지친 건 저쪽도 마찬가지구나.
하지만 그것이 대표팀 선수들의 정신력을 깎아내릴 순 없다.
스페인 선수들은 모두 세계에서 손꼽히는 최상위 리그에서 뛰는 이들. 반면 우리팀 선수들은 어리거나 아시아 리그에서 뛰는 선수도 있다보니 템포를 쫓는데 더욱 힘들었을거다. 특히 정신적으로.
‘잠깐. 정신력이 바닥나면 집중력부터 떨어지고, 그럼 실수가 많이 나오고—’
스페인의 코너킥 상황.
한국이든 스페인이든 탈진해서 어기적어기적 패널티 박스에 자리를 잡는 사이, 평소처럼 역습을 대비해 패널티 박스 밖에 멀뚱히 서있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급하게 입을 열었다.
“마지막까지 집중해요! 집중, 집중!”
그리고 또— 부상도 급증하는—?
맞아, 부상! 교체 카드도 없는데 부상을 조심해야—
뒤늦게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높이 뜬 공을 향해 선수들이 일제히 떠오른다.
일순 느려지는 시야로 공만 노려보며 몸을 띄운 두 선수가 들어오고—
쿵!!
삐, 삐익—!!
“씨발! 메디컬팀! 야, 빨리 들어와!!”
“Shit!! Stretcher!! Stretcher!!”
부상으로 잠시 경기가 멈춘 사이 감독님이 일부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요한아! 얘들 모아!”
골키퍼는 특수 포지션.
필드 플레이어도 위치에 따라 필요 역량이 다르지만, 골키퍼는 그보다 훨씬 심하다. 일단 축구에서 유일하게 손을 쓰는 포지션이잖아.
교체 카드가 있었다면 당연지사 세컨드 골키퍼와 교체를 하겠지만 하필 교체 카드가 바닥난 상황.
이럴 땐—
“골키퍼 장갑. 누가 낄래?”
어쩔 수 없이 필드 플레이어 중 한명이 대신 골키퍼 장갑을 껴야한다.
왜냐고? 안 그럼 골키퍼 없이 경기를 해야 하는데,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시피 골키퍼가 없으면 슛팅만 뻥뻥 떄려도 골이 들어갈테니까.
감독님의 질문에 누구도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그저 리그 경기라면… 혹은 평범한 A매치였다면 적당히 골키퍼를 대신했겠지. 하지만 지금 무대는 월드컵이다. 그것도 월드컵 4강.
대한민국이 4강에 오른 건 이번이 벌써 3번째지만 지난 2번은 모두 4강에서 무릎을 꿇어야했다.
그리고 지금. 3번째로 4강에 오른 지금만큼 결승 진출에 가능성이 높았던 적이 없었으니, 대타로 들어갔다가 실수하면? 사상 최초 월드컵 결승에 오를 수 있는, 그 여느때보다 국민적 기대감이 높은 상황에서 경기를 망친 원흉으로 꼽힐수도 있는 상황아닌가.
그 부담감, 그 압박감에 누구도 선뜻 손을 들 수 없다는 건 다들 알테지만—
“제가 하겠습니다.”
“머, 뭐? 네가?”
“야! 니가 키퍼보면 공격은 누가해!!”
“이새끼 손잡아. 장갑 내려놔라 존말할때.”
난 다르지.
“제가 할게요. 전 까방권 많이 쟁여놔서 실수해도 괜찮거든요.”
부담감? 압박감?
딱히.
대한민국을 누가 여기까지 끌고왔는데.
내가 얼마나 활약했는데.
실수해서 결승 진출이 좌절된다한들 그 누가 날 욕할 수 있을까.
…물론 네티즌이란게 그리 이성적이지 않아서 온갖 욕설이 쏟아지겠지만, 그래서 뭐. 아무리 안티가 적은 슈퍼스타라지만, 아예 없을 순 없다. 그리고 슈퍼스타라면 그 적은 안티만해도 어마어마한 숫자.
인터넷에서 맘껏 욕하라지.
나도 한때 국대 경기보고 키보드 워리어질 좀 했던 놈이라 잘 안다. 잘하던 다시 찬양할것을. 그렇기에 나는 인터넷 악플에 요만큼도 상처받지 않는다.
자신있으니까.
게다가—
“그리고 무엇보다… 제 골키퍼 실력 아시잖아요 다들.”
“…아. 그렇네.”
“이새끼 키퍼도 잘하지.”
“어? 잠깐… 이거 의외로 괜찮을지도?”
나, 의외로 골키퍼도 존나 잘하거든.
* * *
사람은 생각보다 합리적이지 않다. 생각보다 이성적이지도 않고.
만약 사람이 합리와 이성의 화신이라면 열심히 공부 안 하는 사람도 없을테고, 열심히 운동 안 하는 사람도, 노력 안 하는 사람도 없을테지.
그건 아마도 무척 건전하고 규칙적인 사회일거다.
그리고 더럽게 재미없는.
그러나 다행히 사람은 이성과 합리보다 감정과 본능의 생물인지라 세상이 그리 재미없어질 일은 없을거다. 그래서 이런 쓸데없는 잡생각도 하는것이겠고.
‘스탯만보면 꼭 축구가 아니라도 잘할 것 같은데… 아니, 굳이 공격수가 아니라도 다른 포지션도 잘하지 않을까?’
일단 수비수는 제외다.
수비 스탯이 너무 낮으니까.
미드필더… 나쁘지 않지. 공격적인 미드필더라면 자신있다. 실전에서도 잘했고.
수비수와 미드필더를 제하니 남은 포지션은 골키퍼 뿐.
그래서 해봤다.
딱히 무리한 일은 아니었다. 연습경기에서 필드 플레이어가 골키퍼를 맡고, 골키퍼가 필드 플레이어를 맡는 일은 종종 있으니까.
“이야~ 홍민준 이새끼 뭐냐. 반사신경 뭔데!”
“와 씨 무슨 짐승이냐? 야생동물이야? 미쳤네.”
“억… 저 미친놈 골킥 비거리 실화냐.”
결과는 생각대로.
골키퍼치고 신장이 작다지만 레전드 골키퍼 중에는 170대도 있었다는 걸 고려하면 충분히 감안할만하고, 무엇보다 나에겐 압도적인 신체 능력이 있다보니 미친놈마냥 불꽃 선방쇼를 선보였지.
그리고 지금.
‘동점 상황… 내가 아무리 공격에 집중해도 호르헤가 버티고 있는 스페인의 공격력을 고려하면 이길 확률은 낮아. 스페인엔 라울이 빠져도 위협적인 선수가 많지만, 우리는 골키퍼가 빠졌으니… 최악의 상황엔 내가 1골을 넣을 땐 저쪽은 2골을 넣을수도 있어.’
단순히 다른 필드 플레이어보다 골키퍼를 훨씬 잘해서 혹은 월드컵 결승 진출이 걸린 무대란 압박감을 이겨낼 수 있어서 결정한게 아니다.
물론 그것들도 중요한 이유였지만 무엇보다 골키퍼 장갑을 끼기로 결정한 이유는 바로 이것.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골키퍼를 대신했다면 경기를 이길 수 없을거란 확신 아닌 확신이 있었기 때문.
아무리 활약한들 내가 1골 넣을 때 상대가 2골을 넣으면 답이 없다.
필드 플레이어가 골키퍼 장갑을 꼈으니 상대는 슛팅을 아끼지 않고 뻥뻥 때려될텐데 과연 그걸 막을 수 있을까? 그것도 스코어를 따라가기 위해 공격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우리팀이 극강의 수비력을 갖춘 팀이었다면 혹시 몰랐겠지만 한국은 수비가 아닌 화력의 팀.
지금도 양 팀 합쳐 6골이나 터졌는데, 지쳐서 집중력이 떨어진 10명이 뛰면 골이 얼마나 더 터질까. 그리고 전문 골키퍼가 없는 우리팀이 더 많은 골을 먹히겠지.
그럴바에야 내가 골키퍼를 보는게 낫다.
일단 지금은 3:3, 동점이니 최소한 골만 먹히지 않는다면 지지는 않을테니까.
왜 그런 격언도 있지 않나.
공격은 팬을 만들고 수비는 우승을 만든다고.
원문은 대학 미식축구의 전설적인 감독 폴 브라이언트의 공격은 티켓을 팔고, 수비는 우승을 부른다Offense sells tickets, defense wins championship인데 뭐, 비슷한 의미니까.
* * *
“오, 오…! 맙소사! 짐, 지금 제가 뭘 보고 있는거죠!?”
“홀리쉿!! 홀리, 홀리쉿!!! 믿을 수 없습니다! 제 눈을 믿을 수 없어요!! 대한민국, 지금 선택이 맞는건가요? 한국의 박기영 감독… 너무, 너무 엄청난 결단을 내렸습니다!!”
“이건 미친짓입니다! 미친짓이에요!! 지금 골키퍼 장갑을 끼는 것이 누구인지, 한국의 감독은 그걸 깨달아야해요!!”
“홍민준이… EPL 최고의 골잡이, 발롱도르 위너가… 골키퍼 장갑을 끼고 등장합니다…!”
홍민준이 골키퍼 자리에 서고 재개된 경기.
어처구니없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스페인 선수들조차 어리벙벙한 표정을 짓다 곧 실실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홍민준? 존나 무섭지… 하지만 골키퍼 홍민준은 하나도 안 무섭잖아.’
‘다행이다. 저 미친놈 때문에 질수도 있겠다 생각들었는데….’
겉으론 어딜 감히 호르헤에 홍민준 따위를 비비냐며 오만한 태도를 보였지만 사실 스페인 선수들도 잘 안다.
홍민준이 얼마나 뛰어나고 위협적인 선수인지. 경기에서 부딪쳐 본 선수가 몇인데 모르겠는가.
실제로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홍민준의 활약은 실력은 잘 안다고 자부하던 선수조차 등골이 오싹한, 정말 ‘패배’가 떠오르게 만드는 압도적인 활약이었지만… 골키퍼라면 다르다.
골키퍼가 아무리 잘해도 드리블을 하겠어, 골을 넣겠어.
“마음놓고 때려라! 찬스가 열리면 주저하지 말고 슛팅으로 연결해!”
감독의 외침에 스페인 선수들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경기가 재개되자마자 불꽃같은 슛팅이 터져나왔다.
“로드리, 로드리… 그대로 슛티이이잉— 잘 찼— 어, 어억!?”
기가막힌 중거리슛팅이 골문을 향했지만—
텁!
풀쩍 뛰어오른 두툼한 골키퍼 장갑이 여유롭게 공을 잡아낸다.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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