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36)
336
‘흥. 골키퍼라고? 잘한다, 잘한다해주니까 아주 쌩쇼를 다하는구나.’
첼시의 핵심으로 손꼽히는 로드리는 경기 재개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을 들으며 코웃음을 쳤다.
홍민준.
엄청난 선수다. 그걸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
로드리 자신 역시 홍민준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그가 위대한 선수라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실력에 대한 인정과 인간적인 호감은 별개인지라 홍민준을 싫어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홍민준을 싫어할 이유는 많았다.
일단 첼시의 핵심으로 EPL에서 수도없이 부딪히며 번번히 깨진 것도 그렇고, 대표팀의 절친한 친우이자 에이스 호르헤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도 마음에 안 든다.
더욱 마음에 들지 않는 건 호르헤보다 뛰어나단 평가에 겉으론 코웃음을 치면서도 내심 인정하고 마는 자신의 솔직한 마음이고.
하지만 무엇보다 홍민준을 싫어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로렌초. 당신은 틀렸어. 홍민준은 결코 월드컵 우승에 도달할 수 없을거야. 적어도 이번 월드컵에선!’
존경하는 은사 로렌초 페데리코 감독이 입버릇처럼 칭찬하는 홍민준에 대한 질시.
어릴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천재 소리 들어오고, 10대 후반 라 리가에 성공적인 데뷔, 이후 다시 첼시로 이적하기까지 꽃길만 걸어온 로드리에게 홍민준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호르헤까진 괜찮다.
진짜 천재가 무엇인지 알게 해준 녀석인데다 국가대표 동료, 그리고 좋은 친구니까.
그러나 어디서 뜬금없이 갑자기 튀어나온 아시안 주제에 벽이라니… 천재인 자신에게 벽을 느끼게 만들다니!
본래 마음에 안 드는 놈은 무슨 행동을 하든 언짢다고, 어쩔 수 없이 골키퍼 맡는것조차 고까워보일 지경.
‘차라리 잘 됐어. 녀석이 무서운 건… 아니, 난 무섭지 않아. 무섭지 않다고! 그러니까… 어쨌든, 녀석이 골키퍼를 맡은 이상 내 적수가 될 수 없어!’
이번에도 미친 활약을 선보이는 통에 ‘왜 이렇게 불안하지? 설마… 에이, 설마. …설마 지나? 진짜…? 진짜 또 져…?’싶은 마음이 솔솔 피어오르던 참이었는데, 녀석이 골키퍼를 맡는단다.
첼시 시절에도 경기의 승패를 떠나 매 경기 미친 활약을 펼치던 짜증나는 녀석인데, 월드컵 결승을 좌절시킨다면 이번에야말로 녀석에게 굴욕을 선사할 수 있을터.
탈진한 상태에서도 강렬한 원동력을 얻은 몸이 일순 가벼워지는 기분에 로드리는 쏜살같이 빈공간을 찾아 움직였다.
한국 선수들의 수비 조직력은 뛰어나진 않아도 나쁘진 않은 수준.
그렇기에 기회를 얻기까지 시간이 필요할거라 생각했건만,
‘…빈틈!’
녀석들도 지치긴 했는지 굼뜬 움직임이 일순 작은 틈을 만들어냈다.
“헤이!”
로드리의 부름에 지친 와중에도 동료들이 찰떡 같은 패스를 보내왔고, 일순 열린 오픈 찬스를 놓치지 않고 훌륭한 슛팅으로 연결할 수 있었다.
‘됐다!!’
프로 선수라면 슛팅의 순간 골을 직감할때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로드리는 이번 슛팅이 꽤 훌륭한… 아니, 솔직히 말해 굉장히 훌륭한 슛팅임을 직감했다.
어지간한 골키퍼라면 막을 수 없을테고, 최고를 다투는 골키퍼조차 확신할 수 없는 그런 슛팅.
로드리가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잘 찬 슛팅이라 직감하던 그런 훌륭한 슛팅이—
“…에?”
일순 로드리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그리고 헤 벌어진 입으로 흘러나오는 바보같은 소리.
저 앞에서 폴짝 뛰어오른 홍민준에게 너무나 쉽게 잡혔다.
모두가 놀랐다.
홍민준이 의외로 제법 골키퍼로서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던 한국 선수들조차 깜짝 놀랄 슈퍼 캐치.
“뭐야. 이걸 이렇게 쉽게…?”
“저새끼 뭐야. 완전 미친놈이네.”
“와… 진짜 날았네.”
누가봐도 잘 때린 슛팅이었다.
거리는 꽤 멀었지만 마음 먹고 찬 슛팅인지라 담긴 힘도 강했고, 포인트와 임팩트도 정확해 궤적 또한 구석으로 향하는 나무랄 것 없는 중거리 슛팅.
그야말로 하이라이트에 나올법한, 먹혀도 ‘이건 골키퍼가 못한게 아니라 너무 잘 찼네.’소리를 들을 법한 그런 슛팅이었는데…
“마, 막았다고?”
일순 조용해졌던 경기장이 이내 엄청난 환호가 쏟아진다.
스페인 응원단에 밀려 찌그러져 있던 한국 응원단이 모처럼 기세를 얻어 쏟아내는 환호성.
그리고—
“나가!!”
폴짝 뛰어올라 공을 잡았던 홍민준이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롱킥을 날렸다.
* * *
‘어후 깜짝이야. 진짜 좆될뻔했네.’
로드리 저새끼 첼시에서도 날파리마냥 귀찮게 굴던 놈이라 확실히 기억한다. 잘하긴 잘해.
수비 스크린이 살짝 늦어진, 아주 작은 틈을 놓치지 않고 귀신같이 슛팅으로 연결한 로드리나 정확히 패스 연결을 한 다른 녀석이나 하여간 스페인 녀석들 방심할 수 없는 놈들이다.
‘하마터면 병신처럼 멀뚱히서서 그냥 먹힐 뻔.’
집중하고 있지 않았다면 그대로 골을 먹혔을만큼.
하지만 집중하고 있다면 얘기는 다르지.
지친 선수들이 움직임이 살짝 느려진 틈, 아주 살짝 열린 틈으로 로드리가 디딤발을 깊이 박는 순간부터 한껏 집중한 시야는 날 또다른 세상으로 끌고간다.
느려진 시간속에서 천천히 슛팅 자세를 취하는 로드리의 모습을 관찰하며— 최후의 최후까지, 녀석의 근육이, 녀석의 몸 방향을 확인하고 몸을 날렸다.
생각보다 정확히 구석을 향하는 공의 모습에 등골이 서늘했지만 다행히 늦지 않게 몸을 날린터라 공을 잡아낼 수 있었다.
등에서 주르륵 흐르는 이건 결코 식은땀이 아니여.
솔직히 몸을 날리는 순간까지, 그리고 공을 잡아내는 순간까지 불안감을 내려놓을 수 없었지만—
“…훗.”
공을 잡은 뒤 일부러 화려하게 바닥을 한바퀴 구른 뒤 느릿느릿 몸을 일으키며 여유롭게 웃어줬다.
잘난척하려는 것이 아니다.
결코 주변 카메라가 죄다 날 찍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
이렇게 허세를 부려야 내 골키퍼 실력을 의식해서 슛팅을 주저할 것 아닌가.
여유롭게 몸을 일으키는데 저 멀리 누군가와 시선이 마주쳤다.
스페인 선수들은 물론이고 동료들도 멍하니 날 바라보고 있을 때, 유일하게 슬금슬금 움직이다 스프린트를 시작하는 사람이 있었다.
순간 뇌리를 스치는 번뜩임.
‘저 양반 잔머리 하나는 아주 알아줘야해.’
공을 뻥— 차며 외쳤다.
“나가!!”
윤혁 선배를 향해 그대로 내지른 롱킥이 높이 뜨고, 그제야 화들짝 놀라 부랴부랴 움직이는 선수들.
강력한 힘을 싣고 쭉쭉 뻗어간 공은—
“…엉?”
윤혁 선배를 지나쳐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더니,
“고, 골인가!?”
“설마!”
황급히 골문으로 뒷걸음질치는 골키퍼의 손끝에 맞고 골대를 살짝 넘어갔다.
쓰읍. 아무래도 들고차는 건 연습을 안했다보니 정확도가 많이 떨어지는—
“미친… 설마 저걸 노리고 찬거야?”
“대체 뭐야 저새끼. 비거리도, 정확도도 말도 안 되는 수준이잖아.”
음.
조준이 살짝 흐트러졌나.
아쉽군.
훗, 시크한 미소를 지어줬다.
“제, 젠장. 역시 홍민준인가…! 골키퍼가되도 방심할 수 없는 녀석이군!”
* * *
한국의 코너킥은 득점은커녕 위험한 역습을 초래했다.
아떻게든 골을 넣고 말겠단 의지에 지나치게 코너킥 공격에 참가했다가 외려 튕겨나온 공이 역습으로 이어진 것.
파울로라도 끊으려는 동료들의 거친 태클에도 호르헤는 어떻게든 공을 빼앗기지 않으며 하프 라인까지 달려나간 호드리구에게 연결하는데 성공했다.
설요한 선배가 끝까지 따라붙으려고 했지만 드리블을 하면서도 가속을 더해가는 호드리구의 주력에 오히려 멀어지는 상황.
‘좆됐다! 어쩌지?’
텅 빈 아군 진영에 거칠 것 없다는 듯 길게 공을 차놓고 성큼성큼 달려오는 호드리구의 치달에 식은땀이 주륵, 똥꼬가 쫄깃해지는 상황.
‘어쩌지? 기다려? 나가?’
타고난 반사신경을 살려 선방 연습은 해봤지만 이런 상황까지 가정하고 진지하게 골키퍼 연습을 해본 적은 없다보니 순간적으로 판단이 되질 않는다.
시시각각 호드리구의 시꺼먼 얼굴이 다가오고, 찰나 극심한 갈등이 인다.
‘보통 이럴때 키퍼가 뛰쳐나오던데… 근데 괜히 뛰쳐나갔다가 뒷공간 훤히 열려서 먹히는 거 아냐?’
그때 멀리서 들려오는 감독님의 외침.
“기다려!! 나가지말고 기다려!!”
먹히더라도 괜히 뛰쳐나가서 먹히는 것보단 최대한 마지막까지 버티다 먹히는게— 까지 생각한 순간 문득 깨달음이 뇌리를 스친다.
‘씨발! 내가 언제부터 리스크 생각하고 움직였다고!’
왜 수비수들이 날 두려워하는가.
잘해서? 물론 잘해서 그렇지. 하지만 더욱 큰 이유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플레이를 밥먹듯 구사해서다.
예측되는 상대보다 예측되지 않는 상대가 더욱 두려운 법이니까.
그러니까—
“야! 들어와!! 야 홍민준!!!”
나간다.
나가기로 결심했지만 무턱대고 골대를 비울 순 없다.
나가는 것도 타이밍이란 것이 있는 법.
내가 공격수라면 뭐가 제일 까다로웠지?
내가 호드리구의 상황이었다면 상대 골키퍼가 어떻게 움직이고, 언제 튀어나오는게 가장 껄끄럽고 짜증났을까.
다급한 와중에 급격히 치솟는 집중력.
그리고 세상이 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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