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37)
337
익숙한 감각이 전신을 치닫는다.
깊은 물속에 들어온 듯 한… 스쿠버다이빙을 하면 이럴까 싶은 오묘한 감각.
좋아.
침착하자, 홍민준.
시간이 느려졌잖아? 이제 다급하지 않아. 침착하고, 천천히 생각해보는거야.
“아아아아아안— 되에에에에에—”
저 멀리, 다급한 표정에 어울리지 않는 슬로우모션으로 달려오는 동료들의 외침이 먹먹하게 들려온다.
그리고 최선두에서 시꺼먼 얼굴 가득 땀범벅이 되어 다가오는 호드리구가 뚫어져라 공만 보고있던 시선을 올려 힐끔 앞을 확인하는 모습이 비춘다.
텅 빈 공간과 골대를 지키는 골키퍼의 모습을 확인한 녀석이 다시 한 번 걸음을 내딛으며 툭— 공을 길게 차낸다.
스피드에 자신있는 선수답게 치고 달린다 이거지?
근데 어쩌나. 스피드는 나도 자신있는데.
녀석의 발이 공을 길게 차내는 순간, 잔뜩 긴장하고 있던 다리에 힘을 불어넣는다.
튀어오르는 스프링마냥 순식간에 뛰쳐나가는 몸.
골문을 박차고 달려나오는 내 모습을 한 박자 늦게 확인한 호드리구의 눈이 커지더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웃어…?’
여전히 천천히 흐르는 시간속에서도 빠르게 공에 가까워지는 나와 호드리구.
그리고—
‘역회전!?’
뒤늦게 깨달았다.
공에 역회전이 걸려있음을.
이런 씨발! 좆같은 스페니쉬 새끼들, 이 급박한 와중에도 저런 컨트롤을 한다고!?
내쪽을 향해 빠르게 굴러오다 급격히 느려지는 공.
이대로면— 이대로라면—
‘이러면 드리블하고 싶어지잖아.’
스쳐지나가는 호드리구의 눈이 찢어질 듯 커져있었다.
* * *
“홍민준의 슈퍼 세이브!! 이럴수가! 엄청난 캐치가 나왔습니다!!”
“우와아아악!! 이걸, 이걸 잡아내내요, 홍민준!! 대단합니다! 진짜, 진짜 대단한 세이브였어요!!”
로드리의 불꽃같은 중거리 슛팅에 이은 홍민준의 슈퍼 세이브에 해설위원들이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골문 중앙에서 게걸음으로 한발짝 옆으로 간 뒤, 그대로 몸을 날려 구석을 파고들어가는 공을 낚아 챈 그야말로 눈부신 슈퍼 세이브.
전문 골키퍼도 아닌 대타로 들어온 필드 플레이어가, 그것도 현존 최고의 골잡이, 최고의 공격수가 보여준 믿을 수 없는 세이브에 흥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있으랴.
“저 여유로운 웃음을 보세요! 정말… 이런 선수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이것이 홍민준입니다! 이게 홍민준이에요!! 단순히 골을 잘넣고, 드리블을 잘치는게 아니에요!! 홍민준은 그냥 축구를 잘한다구요!!!”
“으아아아—!! 정말 미친 슈—퍼 플레… 어!? 홍민준 곧장 롱킥을… 윤혁! 윤혁입니다!! 윤혁이 뛰고 있었어요!!”
“이걸 또 정확히 캐치했어요, 홍민준!! 대체 뭔가요 이 선수!! 쭉쭉 뻗어나가는 골키…익? 어? 어어? 이, 이거 설마 골문을 노린— 어, 어어어!! 아, 아아!! 아아아악!!!”
“아슬아슬하게 골대를 넘어갑니다! 한국의 코너킥을 만드는 홍민준의 멋진 골킥!! 와… 설마 이거 노린건가요? 아니겠죠?”
“노린겁니다! 백프로 노린거에요!! 홍민준 얼굴에 떠있는 미소를 보세요! 홍민준의 슛팅 능력이라면 이건 의심할 여지 없이 노렸다고 봐야죠!! 역시 타고난 골잡이에요! 저기서 바로 골을 노렸어요!!”
흥분한 해설위원들이 열심히 떠들고 있을때였다.
“네, 한국의 코너킥으로 이어집니다. 윤혁, 신중하게 공을 내려놓고… 낮게 올렸습니다! 커트당하는— 아, 이거 위험해요! 파울로라도 막아야— 어, 어? 호르헤, 호르헤 가르시아!! 안 뺏깁니다! 안 뺏겨요!!”
“위험합니다, 위험해요! 아, 호르헤 빼냈습니다! 호르헤 롱패스! 호드리구, 호드리구에게 연결됩니다!! 이게, 이게 호드리구한테 연결되나요!!”
“설요한 선수가 열심히 뒤따라가지만… 아, 안 돼요! 호드리구 빨라요!!”
“으아, 으아아—!! 호드리구 무인지경! 무인지경으로 내달립니다!!”
호드리구가 치달을 위해 공을 멀리 차낸 순간, 홍민준이 번개같이 골대를 비우고 튀어나왔다.
“골키퍼랑 1:1이에요! 홍민준, 홍민준입니다! 홍민준, 이번에도 해줘야— 나옵니다! 홍민준 뛰쳐나왔습니다!!”
“빨라요빨라요빨라요— 홍민주우우우운—!! 먼저 닿습— 우와아악!!”
후반전도 끝을 향해가는 지금, 평소보다 격렬한 경기에 체력이 떨어졌음에도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려드는 호드리구였지만 홍민준은 그보다 훨씬— 그야말로 압도적인 스피드로 순식간에 먼저 공에 도달, 공을 터치하며 자연스럽게 마르세유턴으로 호드리구를 벗겨냈다.
빙글 도는 홍민준과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자연스럽게 스쳐지나가는 호드리구의 모습이 겹치고—
“우와악!! 홍민준 미친 탈압박! 대체 심장이 어떻게 된 건가요!!”
“다행, 다행입니다. 다행이에요. 홍민준 이제 패스해주고 돌아가야— 돌아가야…? 뭐, 뭔가요! 홍민준 그대로 치고 나갑니다!!”
“어…? 호, 홍민준 드리블!!”
이번엔 홍민준이 툭— 공을 길게 차놓고 치달을 시작했다.
호드리구의 돌파가 끝나자마자 역주행을 시작한 공이 순식간에 하프라인에 도달하고,
“위, 위험해요!!”
“으악! 아, 아? 뭐죠? 무슨 일이—”
“홍민준! 홍민준 미친 탈압박!! 라 크로케타, 팬텀드리블로 순식간에 2명 사이를 뚫어냅니다!!”
막아서는 스페인 선수 두 명 사이를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그대로 통과했다.
“아악! 위험해요! 홍민준 너무 위험해요! 지금 공격수가 아님을, 자신이 골키퍼라는 걸 깨달아야해요!!!”
“골대, 골대가 텅 비었는데… 으아, 으아…!”
해설위원들의 오두방정과는 달리 홍민준은 마치 하이패스를 장착한 차가 톨게이트를 지나가듯 어떠한 방해도 느껴지지 않는 안정적인 돌파를 이어갔다.
약간의 감속과 가속은 있어도 절대 멈추지 않는 홍민준의 돌파는 4명째 스페인 선수를 돌파하며 패널티 박스 부근에 도달했고,
“슈, 슛팅!! 아아아악!! 마지막 순간 호르헤 가르시아의 태클에 막힙니다!!!”
마지막 슛팅의 순간 호르헤 가르시아의 엄청난 태클이 들어왔다.
발목에 맞은 공이 위로 튀어오르고, 그 순간적인 상황에서 홍민준이 다시 날쌔게 머리를 가져다 댔지만 아쉽게 빗겨맞으며 골라인 아웃.
“이게 무슨,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돌파인가요!”
골키퍼가 골문을 비우고 튀어나오다 못해 상대 골문까지 드리블 돌파하여 슛팅까지 연결하는 어처구니 없는 광경에 일순 정적에 휩싸인 경기장.
“…스페인의 골킥으로 이어집니다.”
목이 쉰 해설위원의 탈진한 목소리가 뒤늦게 울려퍼진다.
* * *
크으… 이게 안 들어가네.
마지막 순간 골을 직감했으나 귀신같이 튀어나온 호르헤의 발끝에 걸려 그대로 골대를 넘어갔다.
아쉬움도 잠시.
스페인의 골킥에 부랴부랴 서둘러 왔던 길을 역주행, 골문으로 돌아가는데 어째 표정들이 멍하다.
“뭐해!? 정신차려!!”
“…정신은 니가 차려야지.”
“미친놈아. 골문을 비우고 나오면 어쩌라는거야….”
으, 으음.
그런가?
이어진 경기는 졸전이었다.
워낙 어처구니 없는 플레이가 나와서인지, 아니면 뒤늦게 피로함이 몰려오는지 다들 나사 하나씩은 빠진 플레이를 반복하다 후반전이 끝났다.
결국 경기는 연장전으로 향했고,
“홍민준 이새꺄!! 심장 떨어질 뻔 했잖냐!! 대체 어떤 골키퍼가 드리블을 쳐나가!!”
“김병지 선배님요.”
“그 양반 그래서 2002 월드컵 못 나왔잖아!! 너도 그꼴되고 싶어!?”
“이미 교체카드 다 썼는데요.”
“뭐 임마? 연장되면 하나 생기거든?”
“골키퍼가 무슨 드리블이야! 골키퍼라면 든든따리 안정감이지! 그쵸 감독님?”
“하여간 능글맞기는. 알았어? 드리블 금지야!”
“네이네이.”
“골키퍼가 드리블이라니 지가 무슨 이기타야 뭐야.”
감독님한테 드리블 금지령 받았다.
쳇.
…가만. 이기타?
‘오호.’
좋은 생각났다.
연장전을 위해 그라운드로 나서기 직전, 감독님에게 물었다.
“감독님. 이런 체력전은 결국 기세 싸움이죠?”
“그치. 우리나 저쪽이나 이미 체력은 바닥이야. 남은 건 독기로 버티는거지. 악다구니 써가며 뛰는거야.”
“그럼 기세를 우리쪽으로 끌어와야겠네요.”
“그… 야! 너 또 뭔 헛짓거리하려고! 야, 야! 홍민준! 야 임마! 야 이새꺄! 돌아와!!”
음.
경기하러 나가야지.
피식피식 웃음을 터뜨리는 선배들과 함께 위치를 잡고, 다시 시작된 경기.
우리나 스페인이나 아득바득 뛰어다닐 뿐, 이전처럼 정교한 플레이는 불가능했다.
골대 주변을 서성이며 몇 번이고 스페인의 슛팅을 막아내며 기회만 엿보길 잠시.
‘왔다!!’
슛팅은 단순히 발목이나 허벅지 힘만으로 차는게 아니다.
상황따라 한박자 혹은 반박자 빠른 슛팅은 그러기도 하지만, 보통 슛팅이라함은 온 몸을 이용해 차는 것.
그렇기에 의외로 체력을 소모하는 게 또 슛팅이다보니 탈진한 선수들의 슛팅은 정확도도 떨어지고 파워도 떨어지기 마련.
집중력을 끌어올리면 시간이 느려지는 상황에 슛팅 파워도 약해지면?
바로 지금처럼 되는거지.
“막아아…아?”
정직하게 정면으로 날아오는 공을 응시하며 몸을 띄운다.
이내 앞으로 넘어가는 몸.
그리고—
“억!? 저 미친놈!!”
“스, 스콜피온킥!?”
이것이 바로 호세 레이나 이기타의 스콜피온킥이다.
어떠냐 씨바!!
“야이 미친새끼야!! 너 제정신이야!? 정신나갔어!? 손을 어따두고 그따위로 막고 지랄이야!!”
멀리서 감독님의 샤우팅이 들려온다.
음… 몰라 안 들려.
“너 왜 그래? 진짜 미쳤어?”
“선배. 저 진지합니다.”
“진지한 놈이 이따위 장난을 쳐!?”
“장난이라뇨. 스페인 애들 보세요.”
“…어?”
장난이라니.
내 심모원려를 이렇게 몰라주네.
“봐요. 쟤들 지금 기죽어서 멍해진거. 지들이 암만 슛팅을 때려봤자 다 막히는데, 이젠 제가 이런 쌩쑈까지하며 막잖아요. 얼마나 여유있다는거에요. 이제 쟤들 저한테 ‘압도’당해서 슛팅도 제대로 못 쏠걸요.”
“…그냥 황당해하는거 같은데.”
“이제 마음껏 공격하세요. 내 기세에 압도당한 하바리 새끼들의 슛팅 따위, 다 막아줄테니까. 골키퍼 캐리 가보죠.”
떨떠름하게 멀어지는 선배에게서 ‘이새끼 이거 지 주목받으려고 이러는것 같은데’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모른척했다.
* * *
“연장 전,후반 득점 없이 끝났습니다. 경기는 승부차기로 이어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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