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38)
338
연장전은 전반적으로 ‘눈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국이나 스페인이나 경기 시작부터 격렬하게 템포를 끌어올린터라 평소보다 체력 소모가 컸음에도 월드컵이란 무대, 눈앞에 어른거리는 결승 진출이란 뽕맛에 취해 힘든줄도 몰랐다.
그러나 아무리 아드레날린이 솟구쳐도 한계는 있으니.
정신력이란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라지만 그것만으로 세상만사 해결되지 않는 법. 도핑 상태가 끝나자 강한 반동이 찾아왔다.
스페인은 그것이 내 ‘스콜피온킥’이었을 뿐.
한국? 한국이야 뭐… 스페인보다 일찍 한계에 봉착했지.
이 상태에서도 제대로 뛸 수 있으면 그게 사람이냐 좀비지.
양 팀 모두 탈진한 상태로 뛰다보니 제대로 된 경기력이 나올 수 없었고, 그렇게 연장전은 가비지 타임으로 접어들었다.
골대에서 눈이 썩을 것 같은 경기를 멍하게 보고 있자니—
‘쓰읍…. 골키퍼도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아니야. 너무 수동적인 포지션이잖아 이건.’
지루해서 죽고싶어졌다.
지금이라면 왜 골키퍼들이 연습 경기에서 필드 플레이어로 뛰고 싶어하고, 이기타나 김병지 형님이 툭하면 드리블치며 뛰쳐나갔는지 공감 100% 와바박 박아줄 수 있달까.
그러나 지루한 시간도 이제 끝이다.
연장전이 소득없이 끝났으니까.
2016년 6월 1일부터 연장전에는 교체카드 1장이 추가되는 규칙이 도입됐다.
이 규칙은 2038년인 지금도 당연히 시행되고있는바, 연장전에 교체카드를 쓰지 않은 우리팀에겐 아직 1장의 카드가 남은 상황.
“후우… 키퍼는—”
경기는 뛰지도 않았건만 얼마나 격렬한 내적갈등에 휩싸인건지 땀으로 흠뻑 젖은 감독님의 날카로운 시선이 나와 두 골키퍼의 얼굴을 훑는다.
골키퍼는 특수 포지션인만큼 만약을 대비한 예비 인원이 필수다.
월드컵에는 주전인 퍼스트 골키퍼부터 스페어의 스페어인 써드 골키퍼까지 총 3명이 소집되는데, 우리는 이 중 퍼스트 골키퍼를 부상으로 잃었고, 하필이면 스페어인 세컨드 골키퍼마저 연습 경기 중 필드 플레이어로 드리블을 치다 발가락 부상을 입은 상태.
퍼스트도 아닌 세컨드 골키퍼인데다 부상 정도도 크지 않아 이슈가 되진 않았지만 부상은 부상이다. 경기에 나설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영향이 없을 순 없겠지.
그렇기에 감독님은 승부차기의 순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을 거듭했다.
온 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을만큼.
“골키퍼는— 민준이가 그대로 간다.”
감독님의 선언에 희비가 교차한다.
세컨드 골키퍼인 우태 선배는 안도 섞인 아쉬움의 한숨을, 써드 골키퍼인 창형이는 아쉬움에 고개를 떨궜지만 대부분의 선수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연습 경기에서 장난으로 골키퍼를 맡았던 내가 보여준 엄청난 선방쇼의 임팩트가 대단하긴 했지.
특히 1:1 대결, 즉 페널티킥 상황에서의 내 선방률은 좋아도 너무 좋았다.
원체 심리적의 달인인데다 반사신경이 야생동물 이상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해도 내 1:1 선방률은 정말 경이롭다 싶을 만큼 좋은 것도 사실.
그럼에도 연습 경기에서 반장난식으로 골키퍼 포지션을 맡았던것과 실제 경기는 다른 법이고, 그것도 평범한 정규전도 아닌 월드컵 결승 진출을 가리는 무대임을 고려하면 연습 경기에서 보여준 믿을 수 없는 선방쇼에도 날 선택하는 건 쉽지 않았을텐데… 아무래도 잔뜩 긴장하여 손까지 덜덜 떠는 골키퍼들과는 다르게 덤덤한 내 모습이 감독님의 결단을 이끌어 낸 것 같다.
이런 중요한 자리에서, 아무리 연습 경기에서 엄청난 선방쇼를 보여줬다고 하나 골키퍼도 아닌 선수에게 골키퍼를 맡긴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은 선택.
그렇기에 감독님의 결단이 대단한거지.
* * *
“이게 뭔가요! 이거 맞는건가요! 대한민국, 홍민준 선수가 그대로 골키퍼를 맡습니다!”
“아아… 박기영 감독 엄청난 결단을 내렸습니다. 전문 골키퍼를 마다하고 홍민준 선수에게 그대로 골문을 맡겼어요!”
한국과 스페인의 명단이 공개된 후 해설위원들이 일제히 샤우팅을 내질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ㅅㅂ진짜이거맞나?
—골키퍼 홍ㅋㅋㅋㅋㅋㅋ민ㅋㅋㅋㅋㅋㅋㅋ준ㅋㅋㅋㅋㅋㅋ
—먼 예능찍냨ㅋㅋ
—아니 진짜 이해가안되네 왜 홍민준이 골키펀데? 골넣어야지 왜 골키퍼로씀?
—이러면 홍민준은 슛안차나요?(진짜모름)
—축알못새끼들왜이리많노;;
—아 다들 닥치고 봐라 홍민준못믿나?
—또또또 설레발 예능인줄 알았는데 다큐였네 모름?
사람들의 반응이 얼마나 폭발적이든 그건 경기장 안의 선수들에게 전해지지 않는 법.
하물며 12야드(11m)의 러시안 룰렛이라는 승부차기를 앞둔 선수들은 경기장 밖의 반응에 신경 쓸 정신따윈 없었다.
* * *
승부차기를 할 골대와 순서가 정해졌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팽팽히 긴장된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두툼한 골키퍼 장갑을 움직여봤다.
“불편한데 없지?”
180이 넘는 내 키가 작은 건 아니지만 축구에서 평균 신장이 가장 크다는 골키퍼들과 비교하면 명백히 작은축에 속한다.
신장이 크면 신체 말단, 그러니까 손도 큰 법.
공격수인 내가 맞춤 골키퍼 장갑을 준비했을리 없으니 동료 골키퍼 장갑을 빌려 낄 수 밖에. 당연히 신장이든 손이든 손가락이든 나보다 길쭉길쭉한 동료 골키퍼들의 장갑이 내 손에 맞을리 없었다.
“좀 크긴 한데 어쩔 수 없지. 괜찮아.”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천천히 골대로 향한다.
골문 중앙에 우뚝 서서 몸을 돌리니 한눈에 들어오는 그라운드 풍경.
좋아.
첫번째는 누구냐.
보통 승부차기에서 처음과 마지막은 믿을맨이 맡는 법이다.
왜냐고? 당연히 처음과 끝이 가장 부담감과 압박감이 심하니까.
사실 페널티킥은 이론적으로 골키퍼가 막을 수 없는 불공평한 게임이다.
페널티킥 시 공과 골대의 거리는 11m.
화면으로 보기엔 짧아보일지 몰라도 결코 짧지 않은 거리다.
아마 실제 경기장에서 페널티킥을 차는 곳에 서보면 11m라는 것이 생각보다 멀다는 것을 느낄거다.
하지만 그건 일반인들에게나 그렇고 프로 선수들에게 11m는 그야말로 눈깜짝할 거리.
프로 수준의 슛팅력이라면 공이 골라인까지 도달하는데 불과 0.4초면 충분하다. 정말 눈깜짝하면 도달할 찰나와 같은 시간.
골키퍼의 반사 신경이 얼마나 뛰어나든 ‘인간의 육체’로는 0.4초만에 공의 방향을 보고 몸을 날리는 건 불가능하다.
즉, 키커가 구석으로 잘 차기만하면 이론적인 페널티킥 성공률은 거의 100%.
하지만 과연 현실에서도 페널티킥 성공률이 100%에 이를까? 당연히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페널티킥이 그리 쫄깃하겠는가.
이론적으로야 성공률이 100%라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 현실은 다르다.
현실에선 비합리적인 것이 지대한 영향을 끼치니까.
그러니까…
‘막을 수 있어!’
설령 스페인의 첫번째 키커가 무적함대의 주장이자 데드볼 스페셜리스트 롤라 루에다라 할지라도!
페널티 스폿 주변을 발로 꾹꾹 밟은 롤라 루에다가 신중하게 공을 올린다.
그 모습을 골문 중앙에서 발목을 돌리며 여유롭게 지켜보다 슬슬 입술에 시동을 걸었다.
“얌마. 그거 그런다고 더 잘 찰 수 있을거같아? 어림없지. 아암— 어림도없지! 이 내가, 홍민준이 골문을 지키는데 골을 넣겠다고? 어림도없다!! 암! 아암!! 아아아아암!!!”
“헤이! 레프리!”
“Hong! Be quiet!!”
이런 비겁한 새끼. 주심한테 꼰지르다니.
주심 때문에 내 비장의 풍둔 아가리술이 봉인당했다.
‘하지만 풍둔은 내 전력의 1%에 불과하지!’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도 허리에 손을 올린 채 자리에 서서 크게 호흡을 가다듬은 녀석은 반박자 늦게 출발했지만 도달은 순식간이었다.
‘왼쪽? 오른쪽? 어디냐. 어디냐어디냐어디냐어디냐…!!’
출발할때부터 슛팅의 순간까지 골키퍼인 나에겐 일말의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오직 공만 바라보며 달려온 녀석이 슛팅 자세를 취하는 순간.
공격수로서의 본능일까?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왼쪽이다!!’
방향을 맞춰도 높이가 남는다.
높은 구석을 향해 뛰었는데 낮게 깔려오거나, 낮게 뛰었는데 높게 날아오면 무용지물.
내 선택은 왼쪽 높은 구석이었다.
* * *
“스페인의 첫번째 키커는 주장 롤라 루에다입니다. 이번 시즌에도 프리킥으로만 9골을 넣은 데드볼 스페셜리스트죠. 페널티킥 성공률도 굉장히 높은데요.”
“자, 공을 내려놓고… 홍민준, 막아줘야해요. 막아줘야합니다. 롤라 루에다 슈웃!! 홍민준, 홍민준입니다!!”
“막았어요!! 마가쒀요오오오옷!!! 홍민주우운!!!”
공을 펀칭해낸 뒤 쓰러졌던 홍민준이 일어나 포효하는 모습에 샤우팅을 내지르던 해설위원들이 그대로 굳었다.
“어… 뭐, 뭐죠? 스페인 감독이 항의하는데요… 무슨 상황인가요?”
“주심이 VAR을 선언합니다! 이게 어떻게— 어, 어어? 반칙, 반칙 선언! 대상은… 홍민준입니다!!”
* * *
위치를 정확히 예측하고 몸을 날리자마자 날아오는 슛팅.
꽉 쥔 주먹을 강타하는 알싸한 충격을 느끼며 그라운드를 굴렀다.
“으아아아—! 봤냐 씨발!! 이게 나다!! 이게 홍민준이라고 씨바~!!”
높이 뛰었다 떨어진 충격도 모르고 벌떡 일어나 포효하자 동료들이 일제히 달려온다.
“씨바아알! 홍민준 이 미친새끼! 진짜 해내는구나!!”
“이 미친놈! 좆뱅이새끼! 개쩌는새끼!!”
“끄아—!! 오졌다!!”
오연히 서서 동료들을 향해 양 팔을 쫙 벌리며 맞아주는 순간,
“레프리!! 헤이, 레프리!!”
스페인 감독이 뛰쳐나와 입에 거품을 물더니 이내 주심이 VAR을 선언했다.
…뭐지?
초조하게 기다리길 잠시.
금방 다가온 주심이 반칙을 선언한다. 나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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