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39)
339
아니 이 무슨…?
어처구니가 없어 따져물었다.
“대체 뭡니까? 뜬금없이 무슨 반칙이에요?”
“진정하게 홍. 반칙 맞아.”
“맞다고? 내가?”
“그래. VAR하는거 봤잖나.”
주심의 단호한 목소리에 글렀음을 깨달았다.
젠장, 그럼 진짜 실수했다는건데….
뭐가 문제였지?
프로 선수라지만 축구 규정을 달달 외우고 다니는 건 아니다. 왜, 학생들이 학교 규칙을 달달 외우던가? 당연히 아니지.
“전문 골키퍼가 아니라 몰랐나보군. 페널티킥 시 골키퍼는 공이 움직이는 순간까지 골라인 위나 동일 선상에 최소 발 하나는 걸치고 있어야하네. 이를 어기고 먼저 앞으로 나섰을 때에는 킥이 성공하면 그대로 진행하되 실축 시 페널티킥을 다시 진행하지.”
뭐야 그런 규칙이 있었어?
골키퍼 규칙, 그것도 드물게 발생하는 승부차기 시 규칙이다보니 생각지 못했다.
이제사 어렴풋이 기억나는게 더 짜증나네.
“첫번째니 구두 경고네.”
“경고만 받고 이대로 넘어가는 건…”
“당연한 걸 뭘 묻나. 안 되지. 다시 차야하니 자리로 돌아가.”
바늘하나 들어가지 않을 단호한 표정으로 선언하는 주심에게 동료들이 몰려든다.
“아니 이게 왜 반칙이에요! 너무한 거 아냐!?”
“씨발 뭔데! 와이! 와이, 와이!?”
“돈 먹었어? 매수야? 어?”
퇴장까지 나올 수 있는 수위 높은 발언들이었지만 다행히 한국어라 알아듣지 못하는 모양.
그러나 뜻은 통하지 않아도 유추는 가능한 법.
자신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한국 선수들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던 주심이 싸늘하게 입을 연다.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말게. 홍이 전문 골키퍼가 아니라 규칙을 몰랐음을 고려해서 봐주는 것도 여기까지야. 자리로 돌아가.”
“아니 씨발, 아니… 하! 진짜 존나 미치겠네!”
이성적으론 주심이 옳다는 것을 알지만 문제는 그 이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
월드컵 4강 승부차기란 상황. 그것도 어쩌면 가장 중요할지 모르는 상대의 첫 페널티킥을 막은 줄 알고 좋아하는데 반칙이라 다시 차라고하니 일순 이성이 증발했겠지.
극한의 긴장감을 유지하다 기쁨, 그리고 다시 좌절로 확확 감정이 변하는데 침착하긴 어렵지.
하지만 사회는 개개인의 그런 심리까지 고려해주지 않는다.
“예, 옐로? 나? 지금 나한테? 이런 씨—”
“야 말려! 뭐해 빨리 말려!”
“명근아 진정해! 야, 야 이새꺄 정신차려!! 눈깔 제대로 안 떠!?”
주심이 옐로 카드를 꺼내자 그제야 과열되었던 분위기에 찬물이 쏟아진 듯 베테랑 선수들과 스탭들이 날뛰는 선수들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하하. 개판이네.
“헤이. 옐로는 좀 심하지 않아요? 알잖아요, 지금 상황. 저 원래 공격수라구요. 의도적으로 그런 게 아니라 진짜 실수였어요.”
“알아. 아니까 많이 봐준거야.”
“오케이, 오케이. 이해했어. 페너티킥 다시 차야죠. 근데 카드는 좀 심했다. 쟤 어려서 실수한거야. 그건 좀 봐주시죠.”
“이봐 홍. 날 더 이상 화나게 만들지말게. 자리로 가.”
“알겠어요. 심판의 권위를 무시하려는 건 아니에요. 알죠? 내가 얼마나 신사적인 선순데. 그쵸?”
“…알지. 자네야 뭐, 신뢰할만하지.”
“그래요. 좀 어수선한데 남은 경기 잘 끝내보자구요.”
이미 받은 옐로 카드가 취소될거라 기대하지도 않았다.
다만, 내가 주심과 이야기하는 동안 흥분한 애들을 말리는 한편 최대한 ‘실수’임을 어필하려는 목적이었을 뿐.
‘하… 존나 킹받네.’
그러나 목적은 목적이고 열받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페널티킥 선방이 취소된 거? 그럴 수 있다.
규칙을 모른것도, 규칙을 어긴것도 모두 내 실수니까.
옐로 카드?
뭐, 그것도 그럴 수 있다.
명근이는 이번이 첫 옐로이니 결승전 뛰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고.
다만, 내가 빡치는 건—
“헤이 홍. 입 그만털고 들어가지?”
“쫄리니까 별짓을 다하는군. 그런다고 더 잘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역시 골키퍼는 골키퍼가 맡아야해. 괜히 나대다가 팀만 우습게 됐잖아.”
우리를 보며 비웃는 것 같은… 아니, 확실하다. 비웃고 있는 저새끼들.
감히 날 비웃어?
내 많고 많은 장점 중 하나는 피드백이 빠르다는 것.
받았으니 줘야지.
어떻게해야 비웃어줄 수 있을까.
‘상태창.’
에라 모르겠다.
【히든】
[천재성 97 ▶ 100] [매력 100] [지능 75]이어 경쾌한 효과음과 함께 새로운 창이 떠오른다.
[띠링!] [히든 : 천재성 100달성!] [특전 미래시!]* * *
호세 레네 이기타는 170cm 중반이란 단신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표까지 역임한 콜롬비아의 전설적인 골키퍼다.
꼴랑 1~2경기 실험적으로 기용된걸로 국가대표 출신이라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대표로 68경기나 뛰며 월드컵까지 출전한 찐짜배기 레전드 골키퍼.
골닷컴에서 시대별 골키퍼를 선정할 때 1990년대 최고의 골키퍼 5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당대부터 지금까지 레전드라 평가받는 이기타지만 사실 골키퍼로서의 실력보다 그 기행으로 더 유명한 선수기도 했다.
일명 ‘김병지’의 원조.
골키퍼 주제에 프로 통산 41골이나 넣었고, 그 중 8골은 국가대표로 뛰면서 넣은 진정한 골 넣는 골키퍼에다 심지어 ‘김병지’의 원조답게 툭하면 드리블치며 골대 비우고 튀어나가기 일쑤.
그게 어느 정도냐 하면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16강을 보면 된다.
당시 최초로 16강에 진출한 콜롬비아의 상대는 카메룬. 주전 골키퍼로 출전한 이기타는 이 중요한 경기에서 무려 ‘중앙선’까지 드리블을 치다 카메룬 공격수 로저 밀러에서 공을 빼앗기며 실점하고 만다.
그리고 이 경기는 1-2로 패배하며 콜롬비아의 8강 진출을 좌절시켰다는 전설의 레전드 일화.
하지만 무엇보다 이기타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따로 있었으니.
주심의 휘슬과 동시에 성큼성큼 달음박질을 시작한 롤라 루에다의 다리가 강력한 슛팅을 예고하듯 긴 팔로우 스윙 궤적을 그리고—
‘아니. 이번에도 아냐. 이것도 아냐. 이번엔… 맞다!’
오직 하나의 목적을 위해 몇 번이고 연속적으로 ‘미래시’를 남발한 내 몸이 훌쩍 떠오른다.
그래.
이기타가 지금의 유명세를 얻은 건 골키퍼 통산 득점 4위라는 기록도, 월드컵에서 중앙선까지 드리블치고 나오다 실점을 한 것도 아니다.
그건 바로 몸을 띄워 뒷발로 선방을 해버리는— 일명 ‘스콜피온킥’이다!!
* * *
“아쉬움은 잊고 다시 준비해야 합니다. 홍민준, 이번에도 막을 수 있을— 롤라 루에다 슛!! 홍— 크헉!? 이, 이게 뭔가요!”
“스, 스콜피온킥!! 이런 미— 아니, 죄송, 죄송합니다. 월드컵 결승이 걸린 승부차기 무대에서 스콜피온킥이라뇨!”
“푸핫, 크흠, 큭, 호, 홍민준 선수가 찬 공이… 이거 참… 참 절묘하게 롤라 루에다 선수의 얼굴에 맞는군요. 크흡.”
* * *
이번에도 내가 구석을 향해 뛸거라 예상했는지 롤라 루에다는 골대의 중앙과 구석 사이… 뭐라 표현하기 애매한 곳으로 슛팅을 날렸다.
만약 구석으로 찼다면 아무리 ‘미래’를 엿봤다고한들 육체적 반응 속도의 한계로 스콜피온킥까진 불가능했을텐데. 참 고마운 친구가 아닐 수 없다.
녀석의 슛팅은 내 스콜피온킥에 맞고는 쏘아졌던 방향을 향해 그대로 튕겨나갔다.
담겨있던 강력한 힘만큼 빠르게 쏘아진 공이 향한 곳은— 벙진 표정을 하고 있던 롤라 루에다의 얼굴.
퍼억—!
“크헉!”
“오우~ 뻑예!”
한편의 희극마냥 자신이 찼던 공에 얻어맞고 철푸덕 그라운드에 쓰러진 롤라 루에다의 허우적거리는 몸짓에 그제야 얼어붙었던 공기가 풀린다.
“이… 이 미친놈!! 미친새끼!! 최고다 씨발!!”
“홍민준 이 귀여운 새끼, 요 미친새끼!”
“이건 말도 안 돼… 이건… 이건 말도 안 된다고.”
“허… 아니 이게… 허어…”
미친듯이 날뛰는 한국 선수들과 말문이 막힌 스페인 선수들의 반응에 절로 웃음이 흘러나온다.
새끼들.
그러게 누가 신경 건드리래.
“크흠. 한국의 차례다. 빨리 움직이도록.”
주심의 재촉에 그제야 정리되는 상황.
“한국. 첫번째 키커 나오도록.”
그리고 우리팀의 첫번째 키커는 윤혁 선배였다.
* * *
이론적으로 페널티킥은 압도적으로 키커가 유리한 승부다.
키커가 구석으로 제대로 차기만하면 성공률이 100%에 가까울 정도로.
그러나 실제 페널티킥 성공률은 80% 수준으로 이론과는 커다란 괴리가 존재한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에 심리적인 영향이 생각보다 크게 작용하기 때문.
“상황이… 묘하군요.”
“이렇게 실축이 많은 승부차기는 처음 봅니다.”
이를테면 이런거다.
페널티킥이란 골키퍼에게 못 막는게 당연한 일이되 막으면 영웅이 될 수 있는 기회.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반면 키커에겐 넣는게 당연하고, 못 넣으면 역적이 되는거니 부담감이 막중하고.
바로 이런 부담감이 페널티킥의 이론과 현실에 괴리를 만드는 것인데, 이것이 유독 두드러지는 것이 승부를 가르는 순간의 페널티킥이다.
일반적인 페널티킥 성공률이 그래도 80% 수준이라면, 실축하면 패배가 확정되는 승부차기 상황에서의 페널티킥 성공률은 고작 44%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스페인의 5번째 키커인 호르헤 가르시아 선수가 골을 성공시킵니다. 홍민준 선수 매우 아쉬워하는 모습인데요.”
호르헤 가르시아, 저 녀석은 실축하면 팀이 패배하는 상황에서 44% 확률을 뚫고… 아니, 나를 뚫고 기어코 골을 성공시켰다.
“괜찮습니다. 홍민준 선수 괜찮아요. 무려 2번이나 선방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특히 처음의 그… 스콜피온킥 선방… 큽, 죄송합니다.”
“홍민준 선수의 2번의 선방을 포함하여 1번의 실축까지. 스페인 5번의 기회 중 2번만 성공한 가운데. 한국 역시 4번의 기회 중 단 2번의 성공에 그치며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제 한국의 마지막 순서. 홍민준 선수가 준비합니다.”
스 페 인 X O X X O
대한민국 O X X O
스코어가 표시된 전광판을 보며 차분히 공을 내려놓는다.
호르헤 가르시아 녀석.
끝내 날 뚫고, 44%의 극악한 확률을 뚫고 골을 성공시켰지.
그렇다면 내가 실패할 순 없지.
녀석보다 더욱 화려하게, 더욱 주목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성공시키겠다.
“아이러니하군요. 공격수로 한국을 4강까지 이끌고 온 홍민준 선수가 이번엔 골키퍼로 한국을 승부차기까지 이끌고,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냈습니다.”
“맞습니다. 아무리 월드컵 결승이 걸린 승부차기라고 하지만 이렇게 유난히 실축이 많은 건… 아마 첫 시도였던 롤라 루에다의 슛팅을 스콜피온킥이란 기발한 방법으로 막아낸 홍민준 선수의 압도적인 기세…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후우.
얕게 호흡을 가다듬으며 몇 걸음 물러난 뒤 눈을 감는다.
“이제 대한민국의 마지막 기회, 홍민준 선수의 차례가—”
삐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마자 지체없이 걸음을 내딛는다.
한발짝. 두발짝.
그리고 커다란 동작으로 팔로우 스윙.
‘미래시.’
하루에 5번 사용 가능한 미래시라는 특전.
첫 승부차기에서 무려 4번의 기회를 써버린 탓에 그뒤로 1번 밖에 선방하지 못했지만… 마지막 기회를 지금까지 아껴둔 이유는.
‘훗.’
그렇군.
‘알았다, 너의 움직임.’
툭—!
오른쪽으로 펄쩍 뛰어오른 골키퍼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지고,
“파, 파넨카아아아아!!!”
“홍민준!! 여기서 파넨카로 골을 성공시킵니다아아아아!!!!”
그라운드에 철푸덕 엎어진 골키퍼를 비웃듯 두둥실 떠오른 공이 느릿느릿 날아 골라인을 넘는다.
바로 정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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