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4)
034
만회골을 넣은 이후 기세를 탄 우리팀은 지학대를 정신없이 몰아붙였다.
특히 윤혁 선배의 움직임이 날카로웠는데, 적 패널티 박스부터 아군 수비라인 부근까지 자유롭게 움직이며 공간을 창출해내는 그 오프 더 볼은 보는 내가 다 신기할 정도로 효과적이었다.
상대 선수를 끌여들여 공간을 만들고, 반대로 교묘하게 시선을 피해 침투해들어가는 그 위협적인 움직임에 지학대 진영은 뻥뻥 뚫렸다.
연속되는 위협적인 공격이 빛을 발한 것은 후반 16분.
후반 10분 내가 기록한 만회골에 이은 윤혁 선배의 동점골이 터져나왔다.
이번에도 윤혁 선배 특유의 교묘한 움직임으로 만들어진 골이었는데, 공을 잡은 내가 주춤주춤 다가서자 상대팀의 시선이 일순 나에게 쏠렸고 그 틈에 윤혁 선배가 적 수비수의 뒤로 돌아 빈 공간을 침투해들어갔다.
워낙 좋은 움직임이라 평범한 패스가 어시스트가 되며 동점골. 그리고 후반 25분 윤혁 선배의 패스를 받아 두 명을 제치고 리턴, 다시 패스를 받은 윤혁 선배의 슛팅이 골키퍼에 막혀 튕겨나온 것을 나진호 선배가 마무리하며 역전골까지.
연달아 3골을 먹힌 지학대의 멘탈은 완전히 터져버렸고, 상대의 조지력이 붕괴된 틈에 하프라인 드리블까지 시도해봤다.
하프라인에서부터 상대편 패널티까지 무려 5명을 돌파하며 원더골을 넣나…싶었지만 아쉽게 실패. 그래도 마지막으로 원더골이나 다름없는 장면을 남기며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나왔다.
사실 그게 마지막 남은 체력 쥐어짠거라 더 있어봐야 구멍이나 되었을테니까.
완전히 무너진 지학대와 체력이 떨어진 우리팀은 이후 소강 상태로 시간을 보냈고 경기는 3:2 우리팀의 극적인 역전극으로 끝났다.
* * *
후반들어 호진대의 움직임이 달라진 것을 본 소영이 채팅창을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전술적인 변화를 설명하던 중, 만회골이 터져나왔다.
“와… 미쳤다… 진짜 미쳤다. 님들 봤어요? 방금, 방금 그거 봤죠!”
정신나간 트래핑을 연이어 2번이나 성공시키고 넣은 골.
축덕 소영의 뇌리로 비슷한 장면이 스쳐지나갔다.
“이거 그거잖아! 베르캄프! 베르캄프 턴!!”
2002년 3월 2일에 열렸던 아스날과 뉴캐슬의 경기 중 나온 베르캄프의 인생골. 피레스의 패스를 받아 믿을 수 없는 트래핑으로 골을 넣은 그 장면이 소영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ㅋㅋㅋㅋ 미쳤누
—베르캄프? 베르캄프?ㅋㅋㅋㅋ
—와 씨 좀 쩔긴했지만 베르캄프를 어따 갖따대냐ㅋㅋ
—쏘영아… 이건 쉴드쳐줄 수가 없다.
채팅창이 불타올랐다.
그러나 소영은 더욱 불타고 있었다.
“아니 진짜로! 님들, 이거 진짜 대단한거라니까? 심지어 저 선수는 연이어 2번이나 굉장한 트래핑을 성공시킨거잖아! 저 짧은 순간에 균형 이동, 민첩함, 트래핑… 진짜 이건 말이 안 돼!”
—진정좀ㅎ
—아… 이건 진성 쏘빠인 나도 좀;;
—베르캄프가 웃을듯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답답함에 가슴을 친 소영이 열심히 얼마나 대단했는가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는데, 그 사이 동점골이 터져나왔다.
“와! 와! 골! 순식간에 동점골 터졌어요!”
—ㅋㅋㅋㅋ진짜개판이네
—대학리그수듄ㄷㄷ해
—우왕좌왕하는거 실화냨ㅋㅋㅋ 진짜 근본없어보이네
조롱하는 말로 가득한 채팅창을 보며 소영은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여러분. 진짜 경기 제대로 봐봐요. 의외로 호진대가 짜임새가 괜찮아. 특히 저 미드필더가 잘해. 등번호 13번.”
소영은 전술적 식견이 있었다.
단순히 축덕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할아버지는 국가대표였으며 아버지는 태극마크는 못 달았지만 12년의 프로 경력 중 절반인 6년을 유럽 리그에서 뛰었다. 비록 5대 리그는 아니었지만, 유럽에서 6년을 뛰고 지도자 연수까지 받아 국가대표 코치로 재직 중이고 오빠는 현역 국가대표.
당연히 어릴적부터 소영의 삶은 축구로 가득했다.
특히 지도자 교육을 받는 아버지의 옆에서 알음알음 주워들으며 수박 겉 핥기 정도지만 나름 전술적 식견도 상당했는데, 그런 소영이 보기에 호진대의 전술은 전술의 짜임이 좋다기보단 핵심 선수 몇 몇이 전술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는 것이 보였다.
물론 그것을 설명하기가 난감했지만.
“아 진짜! 님들! 진짜라니까요! 제가 언제 거짓말 한 적 있어요?”
—그치 쏘영이거 거짓말은 안 하지
—ㄹㅇ 틀릴뿐이지
—ㅋㅋㅋㅋㅋㅋ
—그만패라 소영이 울겠닼ㅋㅋㅋㅋ
아악!!
설명해줘도 알아먹지 못하는 시청자과 전술적 움직임을 명확히 설명해줄 수 없는 얕은 지식에 대한 답답함에 소리를 지르니 멀찍이 앉아 있던 여자가 인상을 찌푸린다.
“죄, 죄송합니다아.”
“흥.”
시꺼먼 볼캡을 푹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쓴 괴상한 차림의 여자가 도도하게 코웃음을 치며 늘씬한 다리를 꼰다.
—ㅗㅜㅑ
—퍄퍄퍄
—와캬퍄~
—?? 님들 왜 이럼??
—모르면 걍 ㄹㅇㅋㅋ만 치셈 ㄹㅇㅋㅋ
—딱 보면 모름? 존나 예쁘자너
—다 가렸는데 뭘 딱 보면 모름이냐ㅂㅅㅋㅋㅋ
이후 얼추 진정되던 채팅창은 역전골에서 나온 화려한 드리블 돌파에 한 번 더 타올랐고, 마지막 교체 직전의 하프라인 돌파에서 완전히 터져버렸다.
“봤지!! 봤지!!? 내가 말했잖아!! 쟤 진짜라고!!”
—와… 이건 진짜 쩐다
—혼자 축구 게임하넼ㅋㅋㅋ
—아 근데 이건 상대 수준도 확인해봐야한다
—그래도 방금 건 ㄹㅇ이었음
“그치!? 그치!? 얜 진짜에요! 진짜 실제로 보니까 무게중심이 휙휙 바뀌는데… 어우~ 장난아냐. 드리블하는게 꼭 남미애들 같다니까.”
—?? 뭔가 다름?
“다르죠! 이게, 드리블이란게 그냥 공만 잘 다룬다고 되는게 아냐. 기본적으로 볼 컨트롤도 좋아야 하고 균형 감각도 좋아야 해. 게다가 남미애들은 특유의 리듬이 있거든요? 막 무게중심 이동이, 이쪽저쪽 종잡을 수 없이 움직여. 그건 따라하고 싶다고 따라할 수 있는게 아닌데 얘는 그게 된다니까?”
—오
—오2
—5!
—몬소린지 모르겠다
—걍 대단하다고 알아들어ㅋㅋ
—ㄹㅇㅋㅋ
경기가 끝나고 잔뜩 흥분한 소영은 집으로 돌아가며 고민했다.
어떻게하면 자신의 이 흥분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줄까.
단순히 자신을 흥분하게 한 백넘버 15번이 잘생겨서는 아니다.
…솔직히 그것도 크지만, 어쨌든 외모만 보고 이러는게 결코, 절대로 아니다.
축구 가문에서 태어나 26년을 살며 그간 봐온 선수가 몇 명이고, 경기가 몇 번인가.
소영이 보기엔 얘는 분명 뜬다. 정말로 진흙 속에 묻혀있는 보석, 아직 진가가 드러나지 않은 보물이다.
촬영본을 다시보며 몇 번을 확인했지만 확실하다.
이 정도 외모에 이 정도 실력. 1~2년만 지나도 뜬다.
그리고 자신은 유망주가 무명일 때 그 진가를 알아본 사람이 되겠지!!
잔득 흥분한 소영은 4시간이 넘게 걸려 집에 오자마자 재빨리 작업에 들어갔다.
스트리밍을 시작하고 동영상 편집을 배워둔터라 제법 능숙하게 촬영했던 경기 장면을 다듬길 몇 시간.
썸네일용, 짧은 영상용, 활약상 중점용, 제법 긴 상세한 분석용 영상으로 편집해 자신이 운영하는 채널과 유투브, 축구 커뮤니티에 올린 소영은 몰려오는 피로감에 그대로 침대에 쓰러져 잠들었다.
내리 12시간을 푹 자고 일어나니 달라붙은 뱃가죽이 난리를 피워 늦은 점심을 먹고, 양치를 하며 폰을 켠 소영은 셀 수 없이 뜬 알림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뭐지? 꿈인가?”
처음엔 무슨 사건이라도 터졌나 후다닥 알림을 확인해보던 소영은 주먹을 꽉쥐며 환호했다.
“그렇지!! 내가 말했잖아 터진다고! 이거지!!”
몇 시간을 고생해 편집한 영상이 터졌다.
희희낙락 화장실을 나오는 소영을 붙잡는 묵직한 목소리.
“딸!”
“아빠?”
“너 이거 뭐야. 이 영상 어디서 났어.”
모처럼 집에서 쉬고 있던 아빠가 태블릿pc에 영상을 재생시키며 보여준다.
다름아닌 소영이 올려둔 영상.
“아빠! 내가 내 채널 몰래보지 말랬지!”
“어흠. 몰래라니. 거, 아빠가 딸 채널 좀 볼 수도 있지.”
째릿 노려보는 딸의 시선을 슬슬 피하던 아빠가 슬쩍 물었다.
“그래서. 이놈 누구냐?”
“누구긴 누구야. 아빠가 전에 말했던 유망주잖아.”
“…내가?”
“그래! 아빠가 대학 리그 씹어먹는 유망주라고 했던 선수!”
“…아, 아~! 그 호진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긴 아빠를 보던 소영은 슬쩍 웃었다.
“어때? 이정도면 발탁해도 될 정도지?”
“발탁은 무슨. 한 경기 잘한다고 발탁하겠냐.”
“아니 진짜라니까! 아빠가 한 번 확인해봐. 내 말이 맞나 틀리나.”
* * *
전반기도 끝이 보일 무렵.
호진대는 10전 10승이라는 연승행진을 이어오고 있었다. 단 한 번의 패배나 무승부도 없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전적.
지난번 극적인 역전승 이후 기세를 탄 호진대는 이후로도 부상이나 체력관리 차원에서 로테이션을 돌려도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예선 리그를 박살내며 일찌감치 전국 리그 진출을 확정지었으니, 축구부 감독 나건성은 최근 몇 년 이처럼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
“캬~ 이거 본선에서도 일내는거 아냐. 어이 수코! 애들 상태 어때?”
“아주 좋죠.”
“홍민준이 그놈 아주 물건이야. 어쩌다 그런 놈이 들어와서는.”
“다 감독님 안목 아니겠습니까. 민준이 발탁한 것도 스카웃한것도 감독님인데요.”
“키야~ 그치? 그치? 내가 딱 알아봤다니까!”
“근데 참 이상하네요. 그렇게 실력 좋은애가 고등학생 땐 왜 그렇게 부진했지?”
“마! 내 밑에 있으니까 포텐이 터진거지!”
“네이~ 네이~”
오늘 경기도 가볍게 이기도 사무실로 돌아온 감독과 수석코치가 싱글벙글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뭐지? 내가 헛것을 보나?”
팩스기가 토해내는 종이를 받아든 감독이 두 눈을 꿈뻑거렸다.
“왜 그러심까 감독님? 응? KFA? 이거 축협이잖아. 여기서 왜 공문을…”
감독의 손에서 종이를 받아든 수석코치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U23… U23이랑 친선경기? 이거 올림픽 대표팀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