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41)
341
경기 직전 아르헨티나의 감독 마르코 보르헤스는 선수들을 모아놓고 자신감을 가지고 플레이할 것을 주문했다.
“선수라면 누구나 원하는 꿈의 무대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너흰 선택 받은 녀석들이란거다. 후회를 남기지마라. 전사처럼 용맹하게 달려들고 맹수처럼 사납게 물어뜯어라! 승리는 다른 누가 가져다 주는게 아냐. 바로 너희가, 너희 손으로 스스로 쟁취해내는 것이지. 가서 물어뜯어!!”
16강이나 8강 진출이 현실적 목표인 팀을 결승 무대까지 끌고 온 감독의 일갈에 고무된 선수들은 하나되어 호응했지만… 정작 마르코 보르헤스는 회의적이었다.
‘이번 경기… 힘들겠어. 생각보다 한국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경기장으로 나서는 아르헨티나 선수단 반대편.
여유로운 표정으로 나서는 한국 선수들 사이로 그 선수가 보인다.
홍민준.
역대 최고를 다투는 선수.
뛰어나다는 건 알았지만 이토록 감당할 수 없는 선수일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피를 말리는 월드컵에선 당장 다음 상대 분석이 먼저지 만날지, 만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아시아팀을 분석할 시간 따윈 없었으니까. 하물며 월드컵 직전 친선 경기에서 가볍게 격파한 한국임에야 더더욱.
하지만 착각이었다.
홍민준이 결장했던 당시의 한국과 지금의 한국은 너무나 다른 팀이었다.
더욱 굳건해진 조직력, 매끄러운 전환, 단단한 수비와 빠른 역습….
불과 반년 전 개박살을 내줬던 한국과는 완벽히 달라진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은 한 선수의 유무로 너무도 크게 달라지는 팀이었다.
홍민준.
한국의 에이스가 있고 없고에 따라 너무도 달라지는 팀.
그리고 한국의 마지막 조각, 홍민준이 들어갔을 때의 한국은… 너무나 위협적이었다.
* * *
월드컵 결승전 무대는 스페인에서 가장 큰… 아니, 세계에서 가장 큰 축구전용경기장이었다.
바로 FC 바르셀로나의 홈구장 캄 노우Camp Nou.
무려 10만석에 달하는 좌석수를 자랑하는 이 무지막지하게 큰 경기장은 일찌감치 월드컵 결승 무대로 낙점되었지만 그간 아무런 논란도 없었다.
하지만 한국과 스페인전 결과가 나오고, 결승 대진이 완성된 직후 ‘경기장이 너무 큰 거 아니냐냐’는 때늦은 논란이 일었다.
왜냐하면 결승에 진출한 국가가 아르헨티나와 한국이었으니까.
아르헨티나야 그럴 수 있다쳐도 한국은 지구 반대편 극동에 위치한 국가. 홍민준이란 이름값과 지난 월드컵 4강 진출로 ‘결승 무대에 진출한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것이 진지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를테면 ‘결승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 10위’같은 느낌이랄까.
본선 진출 16개국 중 10위라는 건 결국 중간보다 낮은 확률이란건데… 그렇다고 낮다고 보자니 이정도면 나름 중간이라 아예 낮다고 볼수도 없고, 반대로 높다고 볼수도 없는 노릇.
당연히 피파에서는 한국의… 아니, 아시아 국가의 결승을 예상하지 못했다.
유럽에서 열리는 결승 무대에 경기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축구전용경기장인데 정작 유럽 국가가 없다.
남미인 아르헨티나 정도는 괜찮다지만 지구 반대편 아시아에서 결승전 진출을 예상하고 좌석을 예약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국의 결승 진출 확정 직후 캄 노우의 10만 좌석 중 한국인이 예약한 건 불과 2000석이 살짝 넘는 정도.
피파는 ‘월드컵 결승전인데 텅 빈 관중석’이란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물론 월드컵 결승인만큼 진짜 텅 빌리는 없겠다만, 아무래도 흥이 식는 건 사실. 결승 진출 당사자들보다 제3국 관객들의 응원 열기는 낮을 수 밖에 없을테니까.
대전 확정 이후 결승까지 고작 4일.
이 난처한 상황은 의외로 쉽게 풀리기 시작했으니, 바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한국의 어마어마한 열기가 그것이었다.
“결승전에 붉은 악마가 없는게 말이 되나! 당장 대책 수립해!”
“홍보하기 좋은 기회다. 월드컵이란 세계적인 마케팅장이 활짝 열렸는데 빠질 수 없지.”
“음… 사위 경긴데 응원이 심심하면 쓰나.”
한국축구협회의 실질적 주인이자 축구광 현대 그룹 총수부터 마케팅을 노리는 대기업, GT그룹까지 한국의 대기업 집단이 ‘역사적인 한국의 월드컵 결승전. XX가 함께하겠습니다.’ 따위의 슬로건을 내걸고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다.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호르헤 가르시아가 이끄는 ‘황금세대’ 무적함대의 결승 진출을 기대하던 스페인 사람들이 결승전을 앞두고 대거 예약 취소를 하는 가운데, 한국의 대기업들은 피파의 적극적인 협조 하에 캄 노우로 한국인들을 실어 날랐으니.
고작 4일 만에 2천여 석에 불과했던 한국인 관중은 2만이 넘어서게 됐다.
10만석에 달하는 좌석수를 생각하면 반의 반도 되지 않는 비율이지만, 아무리 대기업의 지원이 있었다지만 4일 만에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올 수 있는 사람이 만 단위라는 것은 확실히 놀라운 업적이었다.
그리고 결승 당일, 모두의 노력이 빛을 발하였으니.
3만이 넘는 아르헨티나 응원단과 2만이 넘는 한국 응원단, 그리고 결승전을 직관하기 위해 온 각양각색의 관중 5만여가 모여 캄 노우의 좌석은 관중들이 빼곡하게 자리할 수 있었다.
명색이 월드컵 결승전이었건만 아르헨티나전 준비는 턱없이 부족했다.
일단 일정부터 넉넉하지 않았으니, 4강 이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4일.
그간 치열한 경기를 펼쳐온데다 4강 스페인전에서 승부차기까지 혈투를 벌인 선수단에게 4일은 회복에만 투자해도 부족한 기간. 그렇다고 월드컵 일정을 연기할 순 없는 노릇인지라 최대한 회복 훈련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별다른 전략전술을 준비할 수 있을리 없었으니, 이번 결승전 우리는 가장 오래 준비하고 가장 자신있는 전술로 나섰다.
바로 4-3-2-1, 크리스마스 트리 전술.
아무리 회복에 전념했다지만 컨디션이 좋을리 없는 상황.
반면 아르헨티나는 우리보다 하루 일찍 경기를 한 덕분에 준비 기간이 하루 더 길었다.
독일을 상대로 치열한 경기를 펼쳤다지만 우리처럼 연장전을 치룬 것도 아니고.
객관적인 조건만보면 아르헨티나가 유리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그러나 정작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의 표정은 정반대였으니.
“월드컵 우승이 기다린다! 가자!!”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말고, 재밌게 놀아보자고. 다들 화이팅!”
“한국의 평범한 고딩 수비수가 유럽에 진출하더니 22살에 월드컵 우승 맴버!? 이거 실화냐?”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신감이 얼굴로 표출되는 동료들.
“지난 친선전에서 박살냈던 팀일뿐이야. 겁낼거 없어!”
“오늘 우리를 응원하러 온 서포터즈를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자.”
“관중석에 레오가 왔다고 들었어. 레오에게 우승컵 드는 모습은 보여줘야지.”
반면 겉으론 자신만만하지만 채 숨기지 못 한 위축된 마음이 은연중 드러나는 아르헨티나 선수들.
밖에서 보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경기 시작을 앞두고 서로를 관찰하는 선수라면 모두가 직감할 수 있는, 그러한 일종의 직감이 서로의 마음을 알려준다.
우리가 이기겠구나.
우리가 지겠구나.
정신력이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
근성이란 말이 왜 있고, 위닝 멘탈리티니 노오력이니 하는 말이 왜 있겠는가.
정신론만 맹신하면 안 되지만, 정신론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이미 패배했다고 생각하고 뛰는 것과 이긴다는 확신을 안고 뛰는 건 명확한 차이가 있으니, 위닝 멘탈리티의 중요성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위닝 멘탈리티의 차이는 경기 초반부터 승부를 갈랐다.
중앙을 두텁게 쌓은 한국의 압박에 고전하던 아르헨티나 선수의 실수가 나왔고, 날카롭게 날이 선 동료들은 실수를 찰떡같이 받아먹었다.
“민준아!!”
투닥투닥 다투며 흘러나온 공을 잡은 설요한 선배가 내 이름을 외치며 곧장 차명근을 향해 롱패스를 보낸다.
반사적으로 나를 향해 달려오던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멈칫거리는 짧은 순간, 1명의 마크맨만을 단 차명근이 비교적 편하게 자리를 잡고 몸을 띄워 나와는 반대쪽을 향해 헤딩 패스를 이어줬다.
패스는 정확하게 하프 스페이스를 파고드는 황준수 선배에게 이어졌고, 준수 선배는 아르헨티나의 풀백 리카르도의 압박을 뿌리치고 강력한 슛팅으로 연결했다.
패널티 박스 바로 앞에서 이루어진 강력한 슛팅.
제대로 맞은 공이 골문 구석을 노리고 쏘아졌지만 대기하고 있던 골키퍼의 선방에 튕겨나오며 막히나 싶던 순간.
‘개꿀~’
모두의 시선이 공을 향하는 틈에 슬금슬금 시선이 닿지 않는 공간으로 이동하다 반박자 늦게 스프린트를 시작한 내 발이 불을 뿜었고,
“가뿐하네.”
그대로 선제골이 됐다.
이후 아르헨티나의 매서운 반격… 따위는 없었다.
선제골을 넣었으니 급할게 없는 우리가 수비적 스탠스를 취했지만, 한 번 마음 먹고 달려들던 아르헨티나 선수단은 내 단독 드리블을 통한 역습에 실점 위기를 겪고 나자 마음이 꺾은 듯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했으니까.
반대로 아르헨티나가 위축되자 우리의 공격이 불을 뿜었다.
시종일관 자유롭게 좌우를 오가며 홀로 한국의 측면 공격을 이끄는 나에게 휘둘리던 아르헨티나는 두터운 중앙의 힘으로 밀고 들어오는 한국의 공격을 막지 못했다.
체력 이슈가 발목을 잡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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