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42)
342
감독님은 말했다.
“저것들 아무래도 이상해. 왜 저렇게 쳐맞고만있지? 왜 이렇게 맛깔나게 뚜드려 맞고 앉아있냐 쟤들.”
하프 타임.
2:0으로 손쉬운 결승전을 치루는 선수들이 모두 들떠있을 때, 감독님과 몇 몇 베테랑만이 오묘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에이. 그거야 우리 기세에 눌려서 그런거죠.”
“야 기세가 아니라 영압, 영압.”
“캬~ 맞네! 우리 영압이 너무 쌨네. 그쵸, 민준이형.”
차명근이나 오세현 같은 젊다 못해 어린 선수들이 흥겹게 대답했지만,
“아냐. 아무래도 영 껄끄러워. 뭔가 있는데 말이지. 쓰읍.”
“저도 느낌이 싸해요. 당연하지만 마지막까지 방심하지말고 집중하죠.”
감독님이나 윤혁 선배 같은 이들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모양.
그리고 그건 나도 같았다.
‘이새끼들 뭐지 진짜?’
월드컵 결승이다.
리그가 아니라 토너먼트 결승.
골득실이니 승점이니 따지는게 아니라 지면 그대로 끝인 토너먼트에서 골을 먹히고 수비적으로 나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
그렇다고 마냥 이상하다하기엔 또 아르헨티나 녀석들이 위축된 게 보이니까….
설마 저게 연기는 아닐거아냐.
월드컵 결승 무대에서 뛰면서 은연중 위축됨을 연기한다? 그게 헐리우드 배우지 축구 선수냐.
축구 선수가 할 수 있는 연기란 아프다고 오두방정 떠는거나 닿지도 않았는데 닿은 척 그라운드 구르는거 혹은 억울한 척 손내밀고 울상짓는거 밖에 없다.
이를테면 ‘과장’하는 연기에는 익숙해도 은연중 감정을 표현하는 건 축구 선수에게 어울리지 않는 연기력.
즉, 진심이다.
그렇기에 아르헨티나 녀석들이 보여주는 진실된 위축이 더 헷갈리게 만드는거고.
지금 상황이 의도적인게 아니라 진정 녀석들이 위축되서 제대로 된 플레이를 못 하는거지 않을까… 하는.
“일단 끝까지 집중력 놓지 말고… 에이, 모르겠다 싶으면 그냥 미리 골이나 많이 넣어둬. 3~4골 차이가 나는데 지겠냐.”
“맞죠. 미리미리 골 넣어둡시다 형님들!”
“민준 선배! 저도 한 골만 떠먹여주세요. 결승전에서 골 한 번 넣어봐야죠.”
“어허. 이새끼 이거 어디 어린게. 장유유서몰라?”
“장유유서? 그게 뭐지? 유서는 아는데.”
“이런 무식한 새끼….”
* * *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 마르코 보르헤스는 남몰래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젠장…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데다… 스코어 차이도 심해.’
전반 초반 선제골을 시작으로 파상공세를 펼치는 한국에 맞서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혼신의 우주방어를 펼쳤다.
몸이 아끼지 않는 허슬 플레이가 난무했지만 덕분에 전반이 끝날 무렵 스코어는 2:0.
아무리 주관적으로 평가해도 전반에 2:0 스코어는 변명할 수 없는 나쁜 결과지만, 반대로 전반 45분 간 한국이 무려 14개의 소나기 슛팅을 퍼부었음을 고려하면 고작 2실점으로 버틴 것 또한 나름 선방했다고 평가할수도 있는 스코어.
하지만 그뿐이다.
2실점을 당했음에도, 한국에게 14개의 슛팅을 허용했음에도 ‘그나마 선방했다’고 평가할만큼 아르헨티나의 경기력은 최악이었다.
마르코 보르헤스 감독은 간신히 새어나오는 한숨을 막았다.
애초에 어려운 승부를 예상하지 않았나.
한국전을 준비할때도 1실점… 아니, 2실점까진 감안했다.
너무 잘 막아도 의욕이 떨어지는 법이니, 맞는 것도 맛깔나게 맞아줘야 체력빠지는 것도 모르고 더 신나서 달려들 것 아닌가.
마르코 보르헤스가 준비한 이번 한국전 포인트는 체력.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사람이라면 결코 떨칠 수 없는 체력 이슈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늪축구를 준비했기에 초중반 열세는 의도한바이기도 하나,
“3실점… 어려워졌군.”
3번째 실점까지 의도한 건 아니었다.
전반 후반 급격히 텐션이 떨어졌던 한국은 하프타임 휴식 이후 다시 살아났다는 듯 후반 초반부터 다시금 맹렬히 공격해왔다.
그리고 후반 7분, 경기의 3번째 골이자 한국의 3번째 골이 터졌으니.
‘아직 조금 부족한데… 하지만 3골차를 따라가려면 지금부터라도…’
애처로운 눈망울로 자신을 바라보는 선수들을 향해, 마르코 보르헤스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이젠 진짜 선수들을 믿을 수 밖에.’
기회는 분명 온다.
사람의 체력은 무한하지 않고,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지치는 법이니까.
* * *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역시 뭔가 한수를 숨기고 있었구나.
“집중해! 저것들 이제 움직인다!”
“집중! 집중! 마크맨 놓치지마! 길석아!! 위치 제대로 잡아!!”
달라진 분위기를 느낀 건 나만이 아니었다.
최고참이자 주장 설요한 선배와 윤혁 선배가 눈치 빠르게 입을 열었고,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스프링마냥 일제히 퍼져나오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리카르도 올라온다! 따라가!”
“마르코 조심해! 파비오 저새끼 마크 단단히 하라고!!”
“라우로, 라우로 크로스 못하게 붙어! 야! 룰리 뒤로 돌아가잖아!!”
신나게 공격만하다 모처럼 고성이 터져나오고, 과연 운으로 결승까지 올라온 건 아니라고 주장하듯 아르헨티나는 매끄러운 공격 전개를 보여주었다.
메시 이후 세계 최고를 다투는 선수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아르헨티나는 아르헨티나였으니.
중원을 구성한 두 미드필더 레올 마르코와 하비에르 파비오는 빡빡한 견제를 뚫고 패스를 연결해주고, 주목받는 측면 공격수 라우로 페데리코는 설요한 선배의 압박을 뚫어내고 측면을 무너뜨리며 라 리가의 손꼽히는 공격수 세바스티안 룰리는 두 센터백 창민이와 세현이의 견제에도 기어코 헤딩슛을 성공시켰으니까.
헤딩슛까지 연결한 아르헨티나의 공격은 선방에 막혔지만, 기세가 살아난 녀석들은 뒤가 없다는 것을 이제야 인지한 듯 격렬하게 공격해왔다.
일진일퇴의 치열한 공방.
문제는 체력이었다.
“아 씨발. 놓쳤다. 세현아!! 막아!!”
“아윽!”
신나게 공격할 땐 몰랐던 체력이 이자를 붙여서 돌아오니, 처음엔 치열하게 이루어지는 듯하던 공방이 순식간에 기운다.
한발… 아니 반발짝 늦은 반응, 미묘하게 느슨해진 집중력이 아르헨티나의 돌파를, 패스를 허용하게 되고, 그것이 하나둘 쌓이며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내니.
“교체!”
감독님이 먼저 칼을 빼들었다.
후반 15분.
줄줄이 교체되는 선수들.
하지만—
“윽!”
“요한 선배!”
“부주장!!”
부상으로 이탈한 주장 최문태 선배를 대신해 주장 완장을 찬 설요한 선배의 부상마저 막을 순 없었다.
측면 수비수는 보통 가장 많은 스프린트를 기록하는 포지션.
당연히 가장 체력 소모가 심한 포지션이기도하다.
“근육이 올라왔어. 이거 파열됐을수도 있겠는데… 감독님! 교체, 교체!”
설요한 선배는 그런 측면 수비수로 조별 예선부터 결승전까지 한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선발 출장한 선수.
한국이 4-3-2-1, 크리스마스 트리라는 중앙집중형 전술을 쓰는데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쓸만한 측면 수비가 부족하다는 것도 있는 만큼 칼날 승부가 펼쳐지는 토너먼트에서 설요한 선배를 뺄 수 없었다.
하지만 결국 무리한 운동량은 탈을 부르는 법.
기술적인데다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는 아르헨티나의 측면 공격수 라우로를 마크하던 설요한 선배는 결국 그라운드에 쓰러지고 말았다.
“아윽, 끄으— 씨발, 씨발… 미, 미안, 큭, 미안하다 얘들아. 나 때문에— 끅—”
외견상으로도 잔뜩 올라온 근육을 부여잡은 설요한 선배는 눈물을 터뜨렸다.
“어, 어어? 일어나시면 안 돼요! 일어나면 안 돼요, 설요한 선수!”
고통이 심할텐데도 불구하고 끙끙거리며 몸을 일으킨 설요한 선배는 팔뚝의 주장 완장을 끌러—
“부탁…한다, 민준아.”
내 팔뚝에 채워주고는 그대로 들것에 실려나갔다.
쳇… 끝까지 멋진 척은.
* * *
“라우로, 라우로—! 설요한 따라가야죠! 붙어줘야죠!! 아, 설요한 쓰러지고, 그대로 진행되는 경기! 라우로, 라우로입니다! 라우로, 크로— 접고! 파고듭니다!! 세바스티안 룰리! 뒤로 돌아가는 룰리 놓치면 안— 아, 라우로, 그대로 슛팅! 골로 연결합니다.”
“아아. 아쉬운 장면이네요. 아르헨티나, 역시 저력이 있습니다. 한방이 있는 팀이에요. 라우로의 골로 3:1, 한 점 따라붙는 아르헨티나.”
“어… 근데 뭐죠? 설요한 선수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하는 것 같은데요.”
아르헨티나의 골이 터지고 나서야 설요한의 부상이 알려지고, 뒤늦게 투입되는 의료진.
“아… 설요한 선수가 결국 일어나지 못합니다.”
“잘했어요. 잘했어요 설요한 선수. 월드컵 내내 체력적으로 부담이 클 측면 수비수로 잘 뛰었습니다.”
“주장 완장은… 홍민준 선수에게 넘어갑니다. 대한민국의 주장 완장을 찬 홍민준 선수.”
아쉬운 탄성을 흘리던 해설들은 이내 다시금 열띤 해설을 이어갔다.
“홍민준! 홍민준입니다!! 아무도 막을 수 없어요!! 그야말로 무인지경입니다!!”
“으아, 으아! 뭐죠!? 뭔가요!? 하프 라인에서부터 드리블 돌파해서 패널티 박스 안으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패스!!”
“홍민준 크로스으으으—! 아, 아쉽게 차명근 선수의 머리를 스칩니다! 홍민준, 대단합니다!!”
“골! 고오오올!! 홍민준의 벼락같은 중거리골!!”
“주장 완장을 찬 홍민준은 아무도 못 막습니다!! 아무도 못 막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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