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43)
343
아르헨티나의 전략은 꽤 날카로웠다.
“후반 25분이 지나고 있는 지금 스코어는 4:2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아~ 아르헨티나. 초반에 너무 쉽게 골을 허용하며 무너지나 싶었는데, 후반전에 탄력이 붙었어요. 만만치 않네요.”
“그렇습니다. 결코 쉬운 팀이 아니에요. 호락호락한 상대가 절대 아니에요. 우리 선수들 끝까지 집중력을 놓치면 안 됩니다.”
확고한 베스트 11을 앞세워 월드컵 결승에 올라온 한국에게 체력이란 피치 못할 약점. 심지어 직전 4강에서 승부차기까지는 혈투를 펼치지 않았나.
체력이란 폭탄을 떠안은 팀을 상대로 찰지게 맞아주며 체력 고갈을 노리는 전략은 특별하지 않지만 그것이 월드컵 결승 무대라면 또 선뜻 시도하기 어려운 전략이기도 했다.
말이 좋아 찰지게 맞아준다는거지 결국 상대가 신나서 달려들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 아닌가.
발상은 쉬워도 무대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실행으로 옮기기는 어려운 전략이었음에도 아르헨티나는 충실히 해냈다.
사실 아르헨티나의 전략이나 연기가 뛰어났다기보단 한국의 거센 공격을 어찌저찌 간신히 막아내다보니 의도했던 것보다 훨씬 찰지게 맞아주게 된거지만,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는 좋으니까.
하지만 아르헨티나가 몰랐던…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알지만 외면하고 있던 사실이 있었으니.
“아~ 후반 30분.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움직임이 굼떠졌어요. 기본적인 트래핑에서도 실수가 나오고 있죠?”
체력 문제는 비단 한국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대부분의 경기를 베스트 11로 치룬데다 직전에 연장전까지 치룬 한국보다야 낫겠지만 아르헨티나 역시 토너먼트란 단두대를 거쳐오며 만신창이가 됐다.
게다가 한국의 공격을 찰지게 맞아주며 체력을 소모시키기도 했지만 반대로 맞는 아르헨티나 선수들 역시 체력 소모가 극심할 수 밖에 없었다. 수비 역시 고되긴 마찬가지니까.
“우리 선수들 조금만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결승까지 올라왔거든요? 조금만, 조금만 더!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합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지친 건 마찬가지거든요. 아르헨티나 선수들도 지쳤어요. 5분 전이랑 움직임이 다르잖아요. 서로 지쳤으면 남은 건 이제 정신력 승부거든요.”
서로 지친 나머지 일순 소강 상태가 되었을 때.
한동안 설렁설렁 뛰며 존재감이 옅어졌던 선수가 하나가 다시금 기어를 올리기 시작했다.
“간만에 공을 잡는 홍민준. 홍민준, 급할 거 없어요. 천천히 가도 됩니다. 뒤로 돌려야— 어? 이거 설마 들어가나요? 돌파하나요?”
* * *
요한 선배가 교체된 후, 주장 완장의 뽕…이 아니라 선배의 부상에 분노를 불태우며 5분 정도 날뛰다보니 숨이 차서 머리가 띵하고 다리가 벌벌 떨리는 것이 아닌가.
체력 스탯 상승으로 철강왕…까진 힘들어도 그 바로 아래까진 올라온 내 체력으로도 벅찰 일정이었다.
내가 아무리 드리블이 뛰어나고, 테크닉이 좋아도 결국 축구를 행하는 건 육체.
체력이 없어서 다리가 풀리고, 다리가 안 움직이는데 드리블이고 테크닉이고 무슨 쓸모가 있을까.
그래서 팀의 4번째 골 이후 10분 정도 설렁설렁 걸으며 체력을 비축했다.
어차피 3골차로 이기고 있겠다, 후반 막판 스퍼트를 내기 위해선 숨 돌릴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수비시엔 멀리서 방관하고, 공격시에도 어슬렁거리기만하다보니 10:11로 싸우던 팀이 결국 1골을 내줬지만… 뭐, 보는 사람들이야 심장이 쫄깃했겠지만 어쨌든 이기면 그만 아냐?
그리고 후반 30분.
드디어 아르헨티나 녀석들도 맛이 가기 시작했다.
월드컵 결승이라고 아무리 되뇌어봐도 탈진한 육체가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지.
지금까지 거세게 공격했던 아르헨티나 녀석들이 탈진했다면, 반대로 나는? 10여 분 어슬렁거리며 숨을 돌린 상태.
나 대신 더 열심히 뛴 동료들이 아르헨티나 선수들보다 지쳐 나자빠지기 일보직전이라지만 괜찮다.
그냥 나 혼자 하면 되니까.
지금처럼.
힐끗 본 전광판에 후반 33분이란 시간을 확인하고 곧장 손을 들어올렸다.
소강 상태를 맞이한 경기장. 골키퍼와 센터백이 무의미한 패스를 반복하고 있던 차, 날 본 윤혁 선배가 탈진한 와중에도 귀신같이 패스를 보내왔다.
“흐억, 흐억, 흐어어—”
제자리에 서서 패스를 받음에도 지치다 못해 탈진에 가까운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압박은 한발짝 느렸고,
“쿨럭, 흐억, 아, 안 돼….”
이건 뭐 거의 오늘내일하는 노인네마냥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다가온 아르헨티나 선수의 자동문 수비를 벗겨내며 드리블을 시작했다.
‘일단 하나.’
지친 와중에도 막으러 달려오는 아르헨티나 녀석들의 정신력은 감탄할만했지만, 최고의 컨디션일때도 제대로 막지 못하는 내 드리블을 탈진한 와중에 막을 수야 없는 노릇.
‘둘.’
달려오는 녀석의 가랑이 사이로 슬쩍 볼을 빼내며 제치고,
‘셋.’
태클은 공을 살짝 띄우며 넘긴다.
‘넷.’
반칙으로라도 막겠다는 듯 거칠게 차징해오는 녀석마저 회전문마냥 빙그르르 흘려보내고나니 어느덧 패널티 박스가 눈앞.
패널티 박스를 몇 발자국 앞에 두고 마지막 남은 센터백을 속력으로 제치려는데 순간 허벅지에 통증이 일었다.
잠깐 멈칫한 사이 반박자 늦게 발을 뻗은 센터백의 축구화에 맞은 공이 허공으로 튀어오르고,
‘트래핑하긴 늦었어. 바로 때린다.’
사방에서 달려오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기척을 느끼며 그대로 몸을 젖힌다.
* * *
“고오올—! 환상적인 드리블 돌파 이후 돌려차기 같은 킥으로 골을 성공시키는 홍민준!!”
“이야~ 한동안 뛰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이렇게 한 건 해주네요! 과연 홍민준입니다!!”
경기가 소강 상태에 들어가며 칼칼해진 목을 달래던 해설위원들은 이내 샤우팅을 내지를 수 밖에 없었다.
월드컵 결승에서 다시 한 번 터진 홍민준의 원더골.
무엇보다 후반들어 2골을 넣으며 맹렬히 따라오던 아르헨티나를 주저앉히는, 사실상 경기의 향방을 결정짓는 골이라는 것이 해설위원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5:2로 앞서나가는 대한민국!!”
“후반 35분,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지만 10분에 3골은 힘들죠!!”
이후 경기는 홍민준의 일방적인 폭행으로 변했고, 처절할 정도로 추가 실점만은 막으려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허슬 플레이가 이어졌다.
그리고 결과는—
“대한민국!! 월드컵 우승, 우승을 차지합니다!!!”
“이야아아아아!! 금메달!! 한국의 금메달이에효오옷!!!”
추가 득점없이 대한민국의 5:2 승리였다.
* * *
『대한민국 월드컵 우승!!』
경기 종료와 동시에 내용도 없는 속보 기사가 우후죽순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자들의 재빠른 업로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는데, 그도 그럴것이 이미 한국인이라면 모두 실시간으로 월드컵 결승을 시청하고 있었기 때문.
설혹 결승전을 시청하지 않는 아주 일부… 극소수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경기 종료가 가까워짐에 따라 여기저기서 난리를 쳐대고, 발을 구르고, 소리를 쳐대는 사람들의 난리법석까지 모를 순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경기가 한국의 승리로 끝나는 순간, 대한민국 전역이 들썩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무색한… 아니, 그를 훨씬 뛰어넘는 그야말로 광란의 시간.
모두가 미친듯 월드컵 우승을 기뻐할 때, 아무도 봐주는 이없는 TV 화면은 묵묵히 경기 후 기자회견을 송출하고 있었다.
“아르헨티나를 상대해 본 감상은 어떤가요?”
“한국으로 우승을 달성하셨는데, 한국 최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비 유럽, 비 남미 최초의 우승국입니다! 아시아 최초 월드컵 우승 소감 부탁드려요!”
“차후 계획이 어떻게 됩니까!”
미친듯 번쩍이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 속,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
“아르헨티나는 강했습니다. 또한 마지막까지 투지를 잃지 않았죠. 좋은 팀입니다. 좋은 승부였고.”
“유럽과 남미를 제외하고 첫 우승이었나요? 아시아 최초라는 건 알았지만 그건 몰랐는데… 기쁘네요.”
“한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쉴 생각입니다. 지금의 성과를 충분히 즐기면서요.”
평소와는 달리 얌전히 정석적인 인터뷰를 이어가던 홍민준은,
“뉴캐슬과의 계약 기간이 1년 밖에 남지 않았는데 재계약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월드컵도 끝났는데, 재계약 소식은 언제쯤 들을 수 있을까요?”
역시나 짖궂은 웃음을 머금고는 폭탄을 던졌다.
“잘 모르겠네요. 재계약을 할지, 새로운 도전에 나설지.”
뜬금없이 터진 폭탄에 쏟아지던 질문조차 일순 멈춘 순간.
“이걸 보시는 축구 관계자들에게 고합니다. 여기, 세계 최고의 선수가 있습니다. 앞으로 다시 나올 수 없는 역대 최고의 선수말입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를 놓치지 마세요.”
핵폭탄이 투하됐다.
* * *
『경기 후 인터뷰에서 폭탄 발언을 날린 홍민준』
『사실상 이적 선언? 축구 관계자들을 향한 홍민준의 외침』
대한민국이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는 놀라운 사건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이목은 홍민준에게 쏠렸다.
심하면 한국의 월드컵 우승은 홍민준의 개인 지분이 절반 이상이라 주장하는 전문가도 나오는 판에, 그 당사자가 사실상 이적을 선언했다?
마침 열린 유럽 축구계가 들썩이고, 세계 축구 중심지가 들썩이면 그 여진은 다시 사방으로 퍼지는 법.
전문가니 좆문가니 모두가 홍민준의 인터뷰를 씹고 뜯으며 너덜너덜해질때까지 이슈를 불태우고 있을 때, 정작 진정한 핵폭탄은 다른 곳에서 터졌으니.
『(오피셜) 호르헤 가르시아 바르셀로나 전격 이적!!』
바로 호르헤 가르시아의 바르셀로나 이적 소식이었다.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