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44)
344
해가 중천인 정오 무렵.
느즈막하게 눈을 뜨자마자 사자후를 내뱉는다.
“커피!”
일갈하며 컴퓨터 앞에 앉아있으면 바탕화면과 동시에 등장하는 커피의 향긋함.
“음~ 스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통과!”
짝!
엉덩이를 때려주면 츤데레 같은 반응이 돌아온다.
“작작해.”
“앙칼지긴.”
훗. 아주 좋아 죽지 그냥.
새침하게 눈을 흘기며 나가는 다예의 씰룩이는 궁뎅이를 감상하—
“작작하라고. 그 컨셉 진짜 짜증나니까.”
“…….”
…다예의 쿠사리와 함께 인터넷창을 연다.
호로록 커피를 머금으며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면 메인 화면에 떡하니 걸린 내 사진에 한 번, 스포츠 뉴스란에 가득한 내 이름에 다시 한 번 흐뭇하게 웃어주고.
“어디보자. 커뮤니티는~?”
커뮤니티에 접속하면 역시나, 내 이름으로 도배된 게시글들.
“캬~ 이거지! 이맛에 인터뷰한다.”
인터넷 뉴스는 다 좋은데 댓글이 없어서 아쉽단 말이지.
댓글 보는 재미가 쏠쏠한데말야.
—내마음속으로 이적ㅎ
ㄴ느금 ㅅㅂㄹㅁ
ㄴ꼴값좀그만떨어 병시련아
—여기 무슨 좆좆좆갤이냐? 좆좆좆 이름 그만 좀 나와라ㅅㅂ 질린다
ㄴ재미없어?
ㄴ그건 니가
ㄴ에~~미
ㄴ눈치 ㅅㅂ아
ㄴ여기 이제 ㅈㅈㅈ갤러리가 점령한다!!!
ㄴ홍민준갤러리인거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있네?ㅋㅋ
음~ 이거야.
이 날것 그대로의 커뮤니티 스멜.
낄낄거리며 글을 작성한다.
—홍민준은 신이고 무적이다!!!!
ㄴ이새끼 또 지랄이농;
ㄴ꾸준글그만해!!!
ㄴ이 백수새끼 벤좀해라 맨날 개뻘글만싸대는데
ㄴ홍민준사생 어서오고
크으… 이곳에서마저 날 알아주는군.
역시 세상은 날 중심으로 도는게 틀림없어.
홍민준 굉장해! 홍민준쩔어! 홍민준 갱장해요오오옷—!!
…따위의 뻘글을 쓰며 뽕맛에 차있을 무렵.
—이왜진?
ㄴㅈㄹㄴ
ㄴ염병하고있네 진짜
ㄴ아 ㅈ지랄그만좀
ㄴ진짠데??
ㄴ아가리
다른 곳에서 난 불이 이쪽까지 옮겨붙었다.
순식간에 ‘홍민준’이 사라지고, 사라진 자리를 대신하는 건 호르헤란 이름.
‘…….’
뭔가 매우 기분이 나쁘다.
“하린아!! 다예야!!”
분노의 사자후를 터뜨리며 방문을 열고 나와보니 소파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머리통들.
깜장색, 살짝 까만색, 노란색, 갈색… 아주 색깔별로 모여있군.
소파에 앉아 과일을 까먹으며 TV를 보던 여자들이 일제히 얼굴을 돌린다.
“어… 왜 이렇게 모여있어.”
“누구 때문에 힘들어서 오늘 다같이 쉬기로 했어.”
“이 짐승! 며칠째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허리 괜찮아? 귀한 허리 벌써 빠지면 안 되는데.”
하린이, 다예, 희연 누나, 엘레나, 기자 누나, 티나, 애나… 마, 많군.
“크흠. 얘들아. 나, 할말있다.”
“뭔데.”
다예가 사과를 아삭거리며 시큰둥하니 물어왔다.
음. 여기서 필요한 건 남편의 위엄이지.
“레알 이적. 지금 발표하자!”
내 위엄찬 외침에 돌아오는 건,
“그렇게 인상쓰면서 말하지마. 없어보이니까.”
“…….”
타박 뿐.
저, 저저! 당췌 하늘 같은 남편 알기를 뭘로 아는—
“쓰읍. 그 컨셉 하지말랬지.”
“…….”
“발표해.”
“…엉?”
“하라고. 이적 발표.”
이렇게 쉽게 허락해준다고?
“누가 하지 말랬어? 해. 마음껏 하세요. 우리 민준이, 내가 하지말란다고 안 할 사람도 아니고. 안 된다고 하면 몰래 할거잖아? 솔직히 말해봐. 맞지? 그치?”
크으~ 역시 내 아내다.
날 너무 잘 알아.
“그럼! 이미 기자들한테 연락돌려놨어. 좀이따 인터뷰하러 가야하는데 머리 만져줄 사람?”
“…….”
“저기… 얘들아? 저기요?”
* * *
이제와 밝히지만 이적은 이미 마무리 단계다.
구두 합의는 월드컵이 열리기도 전, 그러니까… 시즌 중반이 지났을 때부터였고, 시기와 이적료 같은 세부적인 조율조차 월드컵 무렵에는 이미 끝나있었다.
사실상 계약서에 사인만하면 될 정도로.
근데 왜 사인만 남겨두고 시간을 끌고 있냐하면—
‘호르헤 자식. 결국 바르셀로나로 가는구나.’
호르헤의 이적이 선결조건이었기 때문.
왜냐하면…
‘쓰읍. 좀 미안한데.’
녀석의 이적료가 곧 내 이적료가 될 것이니까.
레알 마드리드와의 접촉은 오래됐다.
물론 대놓고 접촉한 건 아니다.
당사자인 나는 물론이고 에이전트인 하린이나 다예도 레알과 직접적으로 접촉한적은 없지만, 소통이란게 꼭 이해 당사들이 직접 접촉할 필요는 없더라.
방법이야 많다.
레알 정도 되는 구단의 임원, 그것도 극비리에 추진되는 이적에 연관된 임원이라면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명사이기 마련.
유럽 사회에서 명사가 자선 행사를 여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여기에 티나 정도의 셀럽이 초청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럼 뭐 끝이지.
직접적인 대화를 주고 받을 필요도 없다.
그저,
“행사에 참여에 주셔서 감사합니다. 티나씨는 축구팬이라고 들었는데요. 어떻습니까, 우리 블랑코스는?”
“레알 마드리드는 좋은 팀이죠. 근데 제가 응원하는 팀은 아니라서요.”
“그거 아쉽군요. 티나씨 같은 분이 응원해줘야 선수들도 더욱 힘이 날텐데요, 허허. 그럼 어떻게 해야 티나씨의 마음이 우리 블랑코스로 향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제 마음은 그리 값싸지 않아서요. 전 최고를 좋아하거든요.”
“오호라. 최고라… 티나 로트라면 최고의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죠. 최상의 대우라면 우리 블랑코스를 응원해줄 수 있겠습니까?”
“음~ 가능성은 있죠.”
따위의 대화를 통해 대략적인 조율을 하는거다.
해석하자면 날 영입하려면 무엇이 필요하겠느냐의 대답에 최고의 대우가 필요하다는 것을 장황하게 빙빙 돌려가며 말해주는거랄까.
그리고 이게 화근이었다.
호르헤와 레알이 갈라서는.
레알의 당초 계획은 나와 호르헤의 공존.
세계 최고로 꼽히는 두 선수를 원투펀치로 쓰겠다는 아주 야무진 꿈이었는데… 문제는 ‘최고의 대우’를 바라는 내 조건에 맞춰주자면 당연히 기존 에이스인 호르헤도 비슷한 급의 대우를 해줘야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날 원한다해도 6년 간 팀을 이끌어온 간판이자 에이스를 팽개칠 순 없는 노릇이니까. 그것이 아직 전성기가 창창히 남은 선수라면 더더욱.
그러나 레알 마드리가 세계 최고를 다투는 명문이고 부유한 구단이라한들 세계 최고의 대우를 ‘2명씩’이나 해주는건 허리가 휠수 밖에 없는 일.
이를테면 돈많기로 소문난 PSG라 할지라도 메시 2명의 연봉을 감당하기란… 어라? 메시, 네이마르, 음바페 삼각편대를 쓰던 PSG라면 가능하려나…?
어쨌든, 부유한 레알조차 2명에게 세계 최고 대우를 해주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는거다.
워낙 스폰서도 많고 중계권료도 많은 팀이니까 차근차근 준비했다면 예산을 확보할수도 있겠지만… 내가 ‘꼭 레알가겠습니다!’라고 확답을 준 것도 아니고, 뉴캐슬과의 계약 기간은 1년 밖에 남지 않았고.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언제든 마음이 바뀔 수 있다는 태도를 취했더니, 이게 레알의 무리수를 불러왔다.
바르셀로나 실패 후 프랑크푸르트, 뉴캐슬 같이 네임벨류를 따지지 않는 이적을 감행했던 지난 행적이 더 불안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조급해진 레알은 ‘우리가 가오가 있지, 돈 없어서 노리던 선수를 뺏길 순 없다!’고 주장하듯 과감한 연봉 삭감에 나섰는데—
그게 하필 레알의 주장과 부주장이었을 줄이야.
레전드 반열의 두 선수지만 어느덧 30대 중반의 나이. 거기에 때마침 시즌 아웃이란 장기 부상까지 당했다.
호르헤를 제외하곤 가장 막대한 급료를 받는 두 노인네만 내보내면 세계 최고의 두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 그것도 20대 중반이란 창창한 나이의?
당장의 성적과 향후 몇 년의 성적을 보장하는 이 영입에 눈돌아가지 않을 임원이 어디있겠나.
그렇게 레알은 무리수를 두고 말았다.
레전드라 할 수 있는 주장과 부주장에게 은퇴를 종용… 아니, 강요하고 막대한 연봉 삭감이란 수를.
덕분에 급료 지출이 확 줄어들어 내 급료 예산 확보에 숨통이 트였지만… 이는 큰 문제를 야기시켰으니.
호르헤 가르시아의 반발이었다.
팀이 레전드를 대우하는 모습에 실망한 호르헤가 돌연 ‘마드리드에서의 시간이 끝나간다’는, 이적 선언에 가까운 폭탄 인터뷰를 던진 것.
레알은 처음엔 호르헤를 붙잡으려고 노력했지만, 녀석의 이적 결심도 굳은데다가 또다른 문제… 바로 하나의 산에 두마리 호랑이는 공존할 수 없다는 사실에 빠르게 손절을 결심했다.
호르헤가 아무리 ‘홍민준바라기’스럽더라도, 녀석은 결국 본인이 주인공이 아니면 안 되는 비대한 에고의 소유자.
그런 녀석이 내 밑에서 조연으로 만족할리 있겠나.
홍민준바라기 행적에 레알이 너무 순진하게 생각한거지.
결국 이 모든 사태가 나로부터 촉발되었다는 것은… 나조차 뒤늦게 알았다.
진짜로.
알았으면 아무리 나라도 녀석한테 바르셀로나 가라고 안했겠지.
왜냐하면—
‘바르셀로나에게 받은 돈으로 내 이적료를 내겠다니. 잔인한 사람들.’
바르셀로나에게 받은 이적료를 고대로 날 사오는데 쓰겠단다.
더불어 메날두 이후 시들해진 엘 클라시코에 불을 붙일 필요도 있고.
단순히 라이벌리를 위해서라기보단 라 리가의 부흥…보다는 중계권료 상승을 노리는거지만.
어쨌든, 결론은 간단하다.
바르셀로나 돈으로, 날 산다.
…폭동나는거 아냐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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