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47)
347
바르셀로나에게 최근 몇 년은 격동의 시기였다.
나날이 떨어지는 선수단 퀼리티, 희망을 찾기 어려운 경기력과 저조한 성적, 내외부 가릴것없이 끊임없이 터지는 악재.
여기에 화룡정점을 찍은 건 3년 전 뉴캐슬과의 경기였다.
바르셀로나의 심장인 캄 노우에서 벌어진 최악의 경기. 무려 150년에 가까운 구단 역사상 최악의 경기로 남을 ‘캄 노우 대참사’가 일어난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
구단이 버렸던 선수가 구단의 홈구장에서 홀로 9골을 기록한, 전무후무한 역대급 대참사였다.
또한 그 경기는 바르셀로나의 몰락을 극명히 알린 경기이기도 했다.
이전부터 쇠퇴해가던, 누구나 구단이 예전같지 않음을 알면서도 애써 과거의 영광에 위안을 삼던것조차 못 하게 만든 참혹한 경기.
바르셀로나의 몰락을 진정 세계에 알린 캄 노우 참사의 주인공은 바로 아시아에서 탄생한 불세출의 축구 천재 홍민준.
사실 바르셀로나의 몰락은 하나의 원인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뿐, 결코 하나를 고를 수 없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꾸레는 오직 하나의 원인에 집중했다.
홍민준에게.
전문가들이 아무리 여러가지 원인을 내밀어도, 다양한 근거를 제시해도 꾸레에게 있어 나머지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
그들에게 홍민준이야말로 바르셀로나 몰락의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실제로 바르셀로나 몰락이 모두 홍민준의 탓은 아니었지만, 홍민준으로 말미암아 몰락에 쐐기가 박힌 건 사실이니 아예 날조도 아닌터라 이러한 ‘탓’은 더욱 잘 먹혀들었다.
“변방 아시아 아마추어 선수를 영입해서 키워줬더니 은혜도 모르고 팀을 배신해!?”
“친정팀에 대한 존중 따윈 눈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인터뷰마다 친정팀을 모욕하길 즐기는 미치광이!”
“바르샤의 몰락을 불러온 재앙! 최악의 선수!!”
열성적이기론 저 배은망덕한 아시아 녀석의 반토막난 조국 중 북쪽 수령을 모시는 열성 당원에 지지않을 않은 꾸레들에게 중요한 건 팩트가 아니다.
구단의 적을 상대할 때는 무릇 그에 맞는 법도가 있는 법이니, 비겁하게 팩트를 들이미는 것보다 정정당당하게 날조와 음해로 승부를 보는 것이 바로 마녀 사냥의 중심지 이베리아인다운 승부수.
하물며 (주로 친바르샤인)카탈루냐인에게 사탄 못지 않은 홍민준을 상대함에 있어 사소한 문제 따윈 덮어주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물론 이는 마드리디스타도 똑같았다.
수백년 전통의 마녀 사냥 비전은 비단 카탈루냐만의 전통이 아니었으니, 비록 마드리드와 카탈루냐라는 근원 깊은 지역적, 인종적 갈등이 존재한다하나 이들은 모두 이베리아 레콩키스타의 정신을 이은 이들.
그렇게 개막전을 앞두고 두 구단의 열띤 토론(이라기엔 천박한 표현과 음해와 날조가 난무하는)이 난무하는 가운데, 드디어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입성했다.
* * *
모든 축구 선수가 꿈꾸는 꿈의 무대가 월드컵과 챔스라면, 모든 축구 선수가 꿈꾸는 드림 클럽 중 하나에는 반드시 들어간다는 두 구단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하나의 산에 두마리 호랑이가 살다보면 라이벌리가 생기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2038/2039 시즌 라 리가 개막전은 바로 불꽃튀는 두 라이벌전이었으니, 세상은 이 더비전을 가르켜 이렇게 부른다.
엘 클라시코El Clásico라고.
“너와 이렇게 만날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이렇게 역대 최고로 성장할거라고도 생각 못했죠?”
바르셀로나의 주장 우고 산체스는 픽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현역 최고 언저리까진 예상했지.”
“하긴. 우고는 바르샤에서 날 가장 정확히 파악한 사람이었으니까요.”
지금이야 주장 완장을 차고 있지만 내가 갓 바르셀로나로 이적했을 당시의 우고 산체스는 부주장이었다.
신입생인 내 적응을 도우라는 지시가 있던건지, 아니면 그냥 본인이 자처한건지 모르겠지만 당시 날 엄청 챙겨주던 선수였지.
바르셀로나 성골 유스임에도 내가 프랑크푸르트로 이적할때 선수 중 유일하게 구단의 이적 허용을 공공연하게 비난하며 내 방출을 슬퍼했던 선수기도 하다.
그렇다해도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라 캄 노우 대참사에서 우고 산체스가 지키는 바르셀로나 골문을 9번이나 열어재꼈지만.
음… 이거 마치 은혜를 원수로 갚은 느낌인걸.
“혹시나해서 물어보는데, 오늘은 좀 봐주냐?”
“꿈깨시죠.”
“썩을… 냉정한 자식.”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는 우고 산체스의 시선이 한쪽을 향한다.
아까부터 무시무시한 시선이 찔러오는 곳… 바로 호르헤 가르시아를 향해.
“으, 음… 아무리 주장이라도 새로운 에이스의 질투는 무서우니 이쯤 해야겠군.”
질투라니.
저 눈빛이 무슨 질투야.
뒤늦게 이적 과정의 이면을 파악하고 배신감에 치를 떠는 원독의 눈빛이지.
‘나는 거짓말을 하진 않았어. 그냥 바르셀로나 어떻냐고 추천했을 뿐이지.’
…아무튼 진짜 거짓말은 안 했으니까.
로렌초 페데리코는 전술적 디테일이 뛰어난 감독이다.
지금까지 겪은 감독 중 감히 최고라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그런 명장이 나에게 맡긴 임무는—
‘프리롤.’
바로 자유로움.
역대 최고의 공격수에게 짜잘짜잘한 전술적 지시는 불필요하단 걸 일찌감치 깨달은거지.
물론 그렇다고 좆대로 하라는 건 아니다.
큰 틀에서 대략적인 방향성은 잡아주되, 디테일한 움직임에서 내 판단을 우선시하라는거지.
이를 위해서는 고도의 전술적 이해가 필요했다.
잘 짜여진 전술하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되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전술적 움직임에 통달해야하니까.
덕분에 피똥쌀만큼 팀 전술 훈련을 소화해야 했지만, 그 성과로 우리 팀의 공격 부분 전술에 있어서 수많은 패턴 플레이가 머릿속에 그려질듯 훤하다.
이를테면, 지금처럼.
중원의 살림꾼 미트로비치의 패스를 받은 원톱 알렉스 도밍게스가 원터치로 곧장 측면을 향해 공을 내준다. 마침 하프 스페이스를 파고들던 미드필더 다코남 아람바리가 자연스럽게 공을 잡고 한 번 더 드리블, 이후 다시 알렉스 도밍게스에게 리턴 패스… 하는 걸 중간에 끊어먹는다.
약속된 움직임이 아님에도 내 중간 차단과 동시에 자연스레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한 더미런과 스크린 플레이를 시작하는 동료들.
‘이거지! 이게 바로 월클 동료들이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움직여주는 동료들 덕분에 훤히 열린 앞공간, 유일하게 막아선 건 바르셀로나의 어린 센터백 마누엘 알보.
라 마시아 출신답게 경기 시작전부터 불구대천의 원수보듯 복수심 가득한 눈빛을 쏘아오던 버르장머리 없는 후배였다.
아. 얘가 걘가? 뭐라더라.
근 10년 내 라 마시아 최고 기대작, 최대어라고 소문이 떠들썩하던 그 녀석?
지난 시즌 발렌시아로 임대되어 엄청난 활약으로 라 리가 시즌 베스트 11의 센터백 3위를 차지했다던?
하지만, 건방져.
베스트 11도 아니고 그 후보에 불과한 애송이가 감히 내 앞길을 막아?
나름 바르셀로나 선배로서 교훈을 남겨줘야겠다.
어린 선수가 데뷔전에서부터 승승장구하면 오만해지는 법. 원래 어린 선수는 꽃길을 걸어야한다. 불꽃길.
“개자식, 내가 꼭—”
“아아.”
미래시로 녀석의 다음 행동을 확인하고,
“—막는… 헉!?”
“느리구나.”
페이크를 준다.
미래를 보고 온 내가 절정의 테크닉으로 순식간에 무게중심을 옮기니, 경험이 적은 녀석은 그대로 엉거주춤 엉덩방아를 찧을 수 밖에.
“넘어지는 것조차.”
어리숙하지만 미래가 기대되는 후배가 ‘격’의 차이를 느낀 듯 멍하니 날 올려다보는 얼굴을 향해 씨익, 여유로운 웃음을 지어주고 그대로 슛팅, 선제골을 만든다.
음.
완벽했군.
선제골로 이어지는 과정에서의 내 멋짐이.
오늘 하루 불꽃길을 걸을 후배를 위해 치얼스.
데뷔전, 엘 클라시코에서 전반 초반 선제골을 기록했음에도 별다른 세레머니없이 그저 훗, 시크하게 웃으며 등을 돌리는 날 향해 악에 받친 외침이 달라붙었다.
“이, 이 개같은새끼!! 넌 반드시, 반드시 내가 막을거야!! 알겠어!? 알겠냐고!!”
흥분하여 벌떡 일어나 외치는 녀석에게 달라붙는 바르셀로나 선수들.
190cm이 넘는 거구에 진정시키기 위해 달라붙은 선배들을 대롱대롱 매달고 바락바락 외치는 녀석을 보니 문득 ‘그 대사’가 떠오른다.
“알보라했나? 이것도 인연이니 조언하나 해주마.”
“어이, 홍! 그만해! 괜히 어린애 도발하지말고 골 넣었으면 세레머니나 하러 가라고!”
“이… 개자식!! 너 따위 조언은 듣지 않아! 죽여버릴거야!!”
역시 사람은 뭐든 배워야 한다고, 최근 입수한 명언집에서 심금을 울리는 대사를 발견했지.
“알보. 너무 강한 말은 쓰지말아라.”
“무슨 헛소리—”
“약해보이지 않느냐.”
“어… 머, 뭐…?”
명언집에서 내 심금을 울린 무수한 문장 중 3손가락에 꼽힌 명문은 과연 좌중의 심금을 울린 듯 하다.
이렇듯 말을 잊고 멍하니 날 쳐다보는걸 보니까.
* * *
“아~ 역시 홍민준! 역시 홍민준입니다!! 데뷔전에서, 그것도 엘 클라시코에서 전반 8분 만에 벼락같은 선제골을 기록하는 홍민준 선수! 데뷔전, 데뷔골인데도 아주 침착하네요.”
“하하, 바르셀로나의 신성이라 불리는 알보 선수, 아주 호된 신고식을 치루는데요. 어…? 뭐죠? 홍민준 선수와 알보 선수 말다툼이 있나요?”
“바르셀로나 선수들, 알보 선수를 말립니다. 이야~ 알보 선수 힘이 아주 장사네요. 홍민준 선수, 화가 나더라도 여기선 대응하지 말고… 으응? 뭐, 뭐죠? 갑자기 진정되는 분위기가…?”
“홍민준 선수, 대체 무슨 말을 한 걸까요? 실력도 그렇고 정말 놀라운 선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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