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8)
038
전반이 끝나고 하프타임, 라커룸에서 전반을 복기해봤다.
‘처음엔 좋았어. 원하는대로 플레이도 됐고. 근데 중반 이후로는 왜 이렇게 어려워졌지?’
분명 별다른 건 없었다.
귀찮게 졸졸 따라다니던 마크맨도 소용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사라지고, 대표팀 조직력이 좋아진 것도, 선수 교체가 있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경기가 안 풀렸다.
‘이건 마치…’
그래. 일전, 윤혁 선배가 체력관리 차원에서 결장했을 때의 느낌.
순간 한소영의 말이 떠올랐다.
‘움직임!’
맞아.
윤혁 선배가 있고 없고의 차이랑 비슷해!
하지만 이번 경기에선 윤혁 선배도 선발인데 왜…?
“와. 대표팀 감독님 무섭네. 나한테까지 마크맨을 붙이고.”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던 윤혁 선배가 흘리듯 중얼거린 말.
‘마크맨? 내가 아니라 윤혁 선배한테…?’
본능적으로 그것이 핵심이란 걸 깨달았다.
문제는 왜 그런지 모르겠다는 것.
‘아 씨. 난 정말 빡통인가.’
아무리 머리를 부여잡고 고민해봐도 모르겠다.
감독님이 후반전 전술을 설명하는 걸 들으며 열심히 머리를 굴렸지만 모르는 건 모르는거다.
후반 시작을 위해 그라운드에 오르며 윤혁 선배에게 물었다.
“선배. 저한테 마크맨 안 붙이고 선배한테 붙였는데 왜 경기가 더 힘들죠?”
“아. 음… 설명하면 복잡한데. 경기 시작하니까 끝나고 설명해줄게.”
아 씨. 이러면 나가리잖아.
입술만 삐죽이던 중, 번개같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기술】 【정신】 【신체】
개인기 070 |시야 046 |주력 067
드리블 068 |예측력 044 |가속력 068
트래핑 067 |판단력 060(▲11)|밸런스 065
숏패스 048 |집중력 056 |민첩성 065
롱패스 041 |오프더볼 057(▲10)|반응속도 079
슛팅 045 |공간마크 041(▲3) |파워 054
프리킥 042 |침착성 052 |점프 046
헤더 038 |리더십 040 |지구력 053
태클 032 |팀워크 039 |회복력 065
【히든】
천재성 048 | 매력 095 | 지능 028
【신장 175cm|63kg】
【보유 포인트】 0P
모아놨던 피같은 24포인트를 쓰는게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어라?’
뭐지 씨발.
윤혁 선배한테 마크맨이 붙으면 내가 힘들어지는게 당연한데… 이렇게 간단한 걸 왜 몰랐지?
난 진짜 병신인가…?
* * *
경기가 끝나고 대표팀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는데 아쉬움이 든다.
조금만 더 잘했으면 이길수도 있었는데.
최종 스코어는 2:2.
후반전, 마크맨을 달고도 분전한 윤혁 선배와 공간 이해도가 오른 내 활약으로 추가골을 넣었지만 그 뿐.
개안을 하고나니 경기가 새롭게 보인다고 신나게 뛰다 체력이 고갈된 나는 후반 30분에 교체되었고, 우리팀 핵심 선수로 올라선 윤혁 선배는 나보다 이른 시간에 교체되니 동력을 잃은 팀은 연달아 2골을 실점하며 아쉬운 무승부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대표팀과의 친선 경기라지만 정규 경기도 남은데다 다른 선수들도 뛰어야했으니까.
“13번, 15번.”
“네?”
“잠깐 이쪽으로.”
처음보는데도 어째 낯이 익은 듯 한 아저씨가 감독님과 쑥덕거리더니 나와 윤혁 선배를 부른다.
“반갑다. 난 대표팀 수석 코치를 맡고 있는 한지훈이라고 한다.”
아~ 이 아저씨가 소영씨 아빠구나.
“감독님이 할 얘기가 있다고 하시는데 시간 좀 있나?”
“물론입니다!”
없어도 시간 내야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는 소영씨 아버지를 따라 대표팀 감독님이 기다린다는 방으로 안내받았다.
“현대 축구에서의 포지션은 더 이상 역할의 관점이 아니지.”
“…네?”
이 아저씨가 뜬금없이 무슨 소리래.
전술보드 앞에 서서 가만히 자석을 노려보던 감독님은 앞뒤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 이건 어디까지나 역할로서의 포지션이야. 그러나 이제는 아니지. 현대 축구에서의 포지션은 역할이 아니라 ‘경기장에서 선수의 위치’로서의 관점에서의 포지션으로 봐야해. 이해했나?”
“이를테면 가짜 공격수Falso nueve이나 가짜 풀백Falso lateral이군요.”
“정확해!”
윤혁 선배의 대답에 감독님이 전술보드를 내려쳤다.
“내 팀의 골자는 이거다. 점유하고, 직진하고, 골을 넣는다!”
“텐 하흐?”
“Exactly!! 볼의 점유는 뒤가 아니라 파이널 써드에서 이루어져야 하지! 무의미한 빌드업은 필요없어!”
이게 뭔….
어처구니없어서 지켜보자니 윤혁 선배와 죽이 맞은 감독님이 정신없이 전술 보드의 자석을 옮긴다.
“이게 시작 시 우리팀 위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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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를바 없어보이는 4-2-3-1의 자석 위치.
감독은 센터백의 간격을 좁혀서 왼쪽으로 밀더니 두 미드필더 중 하나를 공간이 빈 오른쪽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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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경기는 4가지 단계와 4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공격할 때, 수비할 때, 공격에서 수비로의 전환, 수비에서 공격으로의 전환이 4가지 단계다. 4가지 요소는 볼, 공간, 상대, 동료. 선수는 이 4가지 단계와 4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최적의 위치, 즉 최적의 포지션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후에고 데 포지시온Juego de Posicion, 바로 포지셔널 플레이의 핵심이지. 그리고 이를 위해 필수적인 것이 볼 소유자를 꼭지점으로 하는 삼각형!!”
두 명의 센터백 사이에 미드필더가 들어가고, 남은 미드필더가 빈 자리를 채운다.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2개의 삼각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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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런 형태다.”
“라 볼피아나군요.”
“라 살리다 라볼피아나! 이를 통해 전방 압박을 하는 상대의 커버섀도우Cover shadow(패스줄을 막는 플레이)를 무력화시키며 숫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지.”
그리고 정신없이 자석을 조작해 또 다른 형태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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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시의 형태는 이렇게! 양 쪽 풀백이 높게 전진하면 측면 공격수가 양 쪽 하프 스페이스를 활용할 수 있지! 두 측면 공격수는 종적인 움직임을 통해 공간을 만든다! 이는 동시에 소유권을 잃었을 시, 맹렬한 역압박을 통해 소유권을 되찾거나, 패스 경로를 측면으로 제한해 수비 시간을 번다.”
이건 나도 안다.
쉽게말해 게겐프레싱이군.
“토탈 풋볼의 철학대로 미드필드 지역을 압도하기 위해 여분의 센터백을 활용한다. 왼쪽 수비수는 종종 전진하여 숫적 우위를 만들고.”
감독님은 오른쪽 수비수를 위로 올리며 넓은 공간에 둥그런 원을 그려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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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기. 바로 이 선수! 수비라인 오른쪽에 들어간 미드필더가 중요하다. 이 미드필더는 자의적인 판단하에 움직인다. 이 선수의 움직임에 따라 풀백은 안쪽으로 들어오거나 전진하고, 측면 공격수 역시 측면으로 벌리거나 안으로 들어오며 최종적으로 이런 형태를 갖춘다.”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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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판에 형성된 자석에 머리가 띵해진다.
와~ 자석붙이기 놀이 참 재밌네요.
“윤혁이라 했나?”
윤혁 선배를 보며 감독은 노란색 박스 안의 자석을 툭툭 쳤다.
“이 자리는 빠르고 정확한 판단력의 선수가 필요하다. 할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한 치의 망설임없는 대답.
감독은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되물었다.
“판단을 잘못하면 실점의 빌미가 될 수 있지. 열 번의 성공보다 한 번의 실수가 치명적인 수비수의 역할이다. 거기에 상대를 끌어들인 뒤 좌측의 넓은 공간으로 벌려줄 수 있는 탈압박 능력과 빌드업 능력도 필요하다. 이는 미드필더의 역할.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확한 시점에, 적절하게 수비와 미드필드를 오갈 수 있는 판단력도 필요하고. 이래도 자신있나?”
“네. 맡겨만 주십쇼.”
“…좋아!”
만족스럽게 웃은 감독의 시선이 이번엔 날 향했다.
낱낱이 분석하겠다는 듯 날카로운 눈빛.
“우위Superiority에는 3가지가 있다. 수적 우위, 기술적 우위, 위치적 우위. 난 포지션을 통해 수적 우위를 가져다 줄 수 있다. 또한 일련의 전술적 움직임을 통해 상대 수비를 한쪽으로 끌어들여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 상황을 조성해줄 수 있지. 그러나 이렇게 모든 조건을 만들어도 기술적 우위가 없으면 무용지물.”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Overload To Isolate란 한쪽 측면에 많은 선수들을 투입시켜 상대 수비수들을 한 공간에 밀집하도록 유인하고, 반대쪽 측면에 한 명의 선수를 의도적으로 고립시켜 상대 수비수와 1:1 상황을 만드는 전술이다.
쉽게말해 한쪽 측면에 많은 선수들을 투입하여 반대쪽의 한 선수를 고의적으로 고립시켜 상대 수비수와 1:1 대치 상황을 조성하거나 광범위한 공간 창출을 유도하는 목적을 지닌 전술.
우리팀, 호진대의 주요 전술이 바로 이것이다.
오른쪽 측면에 선수를 잔뜩 배치하여 상대팀을 몰아넣고, 왼쪽의 나에게 최대한 공간을 확보해주는 것.
이는 학창 시절 내내 내가 속한 팀의 주요 전술이었기에 전술적 움직임이 약한 나조차 잘 알고 있었다.
“홍민준. 본래는 널 뽑을 생각이 없었다. 내 팀에는 몸이 빠른 선수보다 생각이 빠른 선수가 어울리고, 넌 그렇지 않았지. 적어도 전반전까진.”
감독의 말을 듣는 순간 느껴진 건 안도였다. 다른 무엇도 아닌 포인트를 제대로 썼다는 것에 대한.
“전반전의 넌 기계였어. 공이 오면 치고 달릴 뿐인. 그러나 후반전의 넌 달랐지.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순간 달라진 움직임… 아직 부족하지만 급성장한 네 포텐에 기대를 해보지.”
“그렇다면?”
“둘 다 올림픽 본선을 준비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