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9)
039
훈련이 끝나면 선배들은 샤워를 하러 가고 막내 라인은 남아서 뒷정리를 한다.
이 암묵적인 규칙에는 누구도 예외가 없어, 팀의 에이스인 나 역시 동기들과 뒷정리를 해야했다.
얼추 뒷정리를 마무리하고 선배들의 샤워가 끝나길 기다리는 무료한 시간.
이제나 저제나 샤워실이 비길 기다리다 폰을 켜보니 희연 누나한테 톡이 와있었다.
내용을 확인해보니 덜렁 링크 하나.
‘쓰읍… 이거 이상한거 나오는거 아니겠지…?’
이 누나는 방심할수가 없다니까.
지난번, 희연 누나가 보낸 링크를 아무 생각없이 클릭했다가 큰일날뻔하지 않았나.
일전에 기자 누나까지 포함해서 3p했던 영상.
잊고 있었는데 그걸 편집해서 자기가 운영하는 섹트에 올려놓고는 그걸 링크해놨더라.
그것만해도 머리가 어질어질한데 며칠전엔 길을 가다 무심코 희연 누나가 보낸 링크를 눌렀더니 자위 영상이 재생됐다.
‘진짜 좆될뻔했지.’
혹시 모르니까 일단 스피커부터 음소거로 해놓고… 주변을 두리번거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링크를 클릭해봤다.
마음의 대비를 한 것이 무색하게 평범한 사이트가 떴다.
뭔가했더니 이번에 대학 리그 본선에 진출한 팀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하는 칼럼.
‘의외네 희연 누나.’
지난 번 투어에 이어 이번에도 해외에서하는 오픈에 참가 중이라 정신없는 줄 알았더니, 그래도 내 소식에 안테나를 세우고 있었나보다.
나도 모르고 있었는데 언제 이런 걸 다 찾았대. 기특하니까 귀국하면 기절할때까지 해줘야지.
‘어디보자. 우리팀은… 여깄네.’
—전라남도 남부 권역권에 속한 팀. 강팀이 없는 권역에서 비슷한 전력의 팀들과 묶여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난전이 예상되었으나 12전 12승, 전승으로 예선을 통과하는 깜짝 저력을 보여주었다.
—나건성 감독 특유의 실리 축구에 올해 입부한 1학년 신인 공격수 홍민성의 활약으로 공수 전반에 걸쳐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팀의 에이스가 1학년이라는 점, 전국대회 경험이 부족하고 강팀과 경기를 치룬 적이 없다는 점이 불안요인.
—올해 지역 예선 중 전승으로 본선에 진출한 3팀 중 하나. 혹시 이번 대회 다크호스가 될지도?
올림픽 대표팀과의 친선 경기 이후, 우리팀의 상승세는 가속페달을 밟은 듯 더욱 가팔라져 예선 리그를 12전 12승으로 마무리했다. 아무리 약체로 평가받는 지역이라도 전승으로 통과한 건 대단한 일임에 틀림없지만… 의외로 지역 예선에선 전승팀이 간간히 나온단다.
지역별로 묶어 치루는 예선이다보니 명문팀 하나만 끼어있어도 나머지를 학살하는 경우가 생겨서 올해만해도 전승으로 지역 예선을 통과한 곳이 3곳이나 된다고.
하지만 전승이 예상되는 평가를 받던 팀들과는 다르게 고만고만한 팀들끼리 물고 물리는 접전이 예상되던 곳에서 전승팀이 나온거니 꽤 이목을 끌었나보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데? 아니, 꽤 호평해줬네.’
흐뭇하게 웃고 있으니 희연 누나가 또다른 링크를 보내왔다.
이번엔 뭘까. 나에 대한 기사라도 떴나?
링크를 누르자마자 화면에 가득차는 살색의 향연.
“뭐 봐?”
“…….”
조용히 액정을 껐다.
“너네 들어가 씻어. 넌 또 뭘 숨기냐. 뭔데?”
샤워를 마치자마자 나온건지 촉촉한 머리칼을 털며 가다온 윤혁 선배를 향해 그저 애매하게 웃어줄 수 밖에 없었다.
댁 혈육의 자위 영상을 보고 있었다고 말해줄 순 없으니까.
…그것도 음문처럼 ‘민준이 전용’이란 낙서까지 한.
“그러고보니 너 우리 누나랑 아냐?”
“조, 조금?”
“조금은 반말이고. 흐음. 혹시 방금도 우리 누나?”
“바, 방금이라뇨? 뭐가요?”
“톡하고 있던 거 아냐?”
“…아마?”
“아마는 반말이고. 뭐야. 진짜 우리 누나랑 연락해?”
크흠.
차마 윤혁 선배를 볼 낯이 없다.
희연 누나의 첫경험을, 그것도 영상을 찍으며 3p로 따먹었으니.
어쩔 수 없지. 여기선 뻔한 말돌리기를…!
뒷정리를 끝낸 막내 라인까지 샤워를 마치고 부원들과 우르르 몰려나왔을 때였다.
“와. 저 차 뭐냐. 개멋있네.”
까까머리 동기 녀석의 감탄에 뭔가하고 봤더니,
“헐. 벤츠 CLS다.”
그릴 중앙에 떡하니 박혀있는 특유의 삼각별 로고.
내 최애, 위너비, 드림카인 벤츠 CLS가 거기 있는 것이 아닌가.
“벤츠? 저거 벤츠야?”
“당연하죠! 선배 저 삼각별 로고 모르세요? 캬~ 간지. 저 까리한 거 봐요. 싼다 진짜.”
“너 벤츠 좋아하는구나.”
“그럼요! 저게 제 드림카에요.”
더 비싼차도 많지만 내 드림카는 벤츠, 그것도 CLS다.
크으… 저 자태. 부럽다….
“으~ 아재 스멜. 아재도 아니고 뭔 벤츠냐. 차라리 BMW가 낫지.”
“아 이것들 뭘 모르네. 드림카가 고작 독3사냐? 적어도 포르쉐 정도는 되야 드림카다~ 하는 거지 새끼들아.”
“포르쉐는 넘사벽이잖아요! 넘 비현실적이라 별로.”
“꿈은 크게 가져야지!”
뜬금없이 드림카 논쟁으로 시끌벅적 떠들며 지나치려는데 가만히 서있던 CLS의 운전석 문이 벌컥 열리며 선글라스를 쓴 미녀가 내렸다.
흰 티에 청바지라는 간단한 차림새.
얼핏봐도 170cm은 되어보이는 늘씬한 키. 타이트한 청바지 특유의 각선미와 엉덩이, 위로 크게 솟아 올라 얄상한 허리가 그대로 보이는 흰 티까지.
평범한 옷도 누가 입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여자였다.
“와 씨… 미쳤다. 진짜 쩌네.”
“누구 만나러 왔나? 혹시 부원 가족이라거나…?”
“자기 누나다 손. 앞으로 내가 챙겨준다.”
아니 주장… 당신마저 그러면 안 되지.
믿었던 고지식 선배마저 넘어가다니. 과연 외견만큼은 나도 혹했던 여자답다.
차에서 내린 여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우릴 향해 똑바로 걸어왔다.
또각또각, 구두 소리에 맞춰 들려오는 꿀꺽 누군가 침을 삼키는 소리.
“저기요. 침 삼키는 소리 다 들리는데요.”
“너, 넌 왜 그렇게 덤덤하냐?”
“그럼 뭐 벌벌 떨어요?”
“아니… 저 여자 일로 오잖아!”
“그게 뭐 어쨌다고.”
어휴, 이 모질이들.
예쁜 여자 내성 부족으로 스턴에 걸린 팀원들을 보고있자니 내가 다 부끄럽다.
이런 바보같은 놈들이랑 한 팀이라니.
“정신 차려요. 선배들이 말하던 마스크녀잖아요.”
“…마스크녀라고?”
“역시! 내가 그랬잖아 내가! 이쁠거라고 했잖아!”
참으로 같이 있기 부끄러운 선배들이 아닐 수 없다.
그나저나 저 미친년은 왜 갑자기 접근하지? 처음 봤을 때의 미친짓 이후로는 조용하더니 무슨 일로?
속은 미친년일지라도 외견만큼은 압도적이라 나도 모르게 감상하고 있었더니 내 앞까지 걸어온 미친년이 대뜸,
“따라와.”
하며 팔짱을 낀다.
역시 미친년 맞네.
“뉘신지?”
“하? 나 몰라?”
“모르는데요.”
“그게 무… 아. 잠깐.”
바락 외치려던 미친년이 선글라스를 벗어 가슴팍에 거는데… 와캬퍄~ 진짜 성격만 아니면 마구마구 희롱해줄텐데. 아쉽네.
“이제 됐지?”
“그래서 누구신데요.”
“뭐, 뭐? 날 모른다고?”
“모르는데요.”
이 년이랑 더 얽히기 싫어 시치미 뚝 떼고 있으니, 당황하던 미친년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진다.
오 성깔 나오나?
“흐, 흑… 나쁜 새끼. 진짜 몰라?”
“어…?”
아니. 여기서 선즙필승이라고!?
이런 사악한 년을 봤나. 하지만 사람 잘못봤다. 난 여자의 눈물 따위에 넘어가지 않는—
“와 홍민준 이 새끼…”
“이럴 줄 알았다. 와꾸만 믿고 여자 우습게 알더니!”
“심하다. 어쩜 저렇게 모른 척 하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
아니 무슨 개소리세요.
변명을 하고 싶어도 선배들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다.
“뭐야 무슨 일이래?”
“헐. 뭐야뭐야. 민준 오빠 앞에 여자 울고 있는데?”
“대박! 대박사건!”
아 씨.
저놈의 팬클럽인지 나발인지 따라다니던 여자애들 오늘은 왜 없나했다.
…이대로 있다간 내 평판, 나락행이다. 아니꼬워도 지금은 넘어갈 수 밖에.
“자, 장난~ 서프라이즈~”
“…훌쩍. 장난?”
“그럼! 장난이지! 자 뚝. 울지말고.”
사람들만 없었어도 ‘장난은 무슨 씹년아 구라지!’를 외치며 숙였던 추진력으로 도망쳤겠지만…
“뭐야뭐야. 둘이 무슨 사이야?”
“와… 여자 진짜 예뻐. 짜증나지만 우리 민준이랑 너무 잘 어울린다…”
“씨발. 씨발. 나도 저 새끼 와꾸만큼, 아니 반의 반만큼만 됐어도!”
왜 자꾸 사람이 몰리는데!!
따가운 시선에 헤헤 가식적인 웃음을 짓고 있으니 어리둥절하던 미친년이 순식간에 의기양양하게 콧대를 높였다.
“하! 그럼 그렇지. 날 잊어버릴리 없지. 흥. 뭐, 장난… 나한테 장난치고 싶었다니까 봐줄게.”
“…하. 하하. 고맙네 진짜.”
“그래도 한 번만이야.”
눈은 빨개서는 팔짱을 끼고 도도하게 구는게 아주 얄미웠다.
그때 미친년이 휙 무언가를 던졌다.
“응? 이게 뭐… 차 키?”
“이게 드림카지? 너 가져.”
벤츠 로고가 새겨진 스마트키!
벙쪄서 미친년을 쳐다보는데 뒤에서 난리가 났다.
“씨발! 이게 인생이냐!!”
“대체 왜!? 왜 저 새끼만! 와꾸차이냐? 와꾸차이냐고!”
“미쳤다 미쳤다. 저 언니 완전 걸크러쉬야!”
질투심에 불타는 추한 남정네들의 투정에 등이 뜨듯해지네.
그 와중에도 미친년답게 주변이 시선 따윈 신경쓰지 않는 듯 도도하게 차로 걸어가 보조석으로 들어갔다.
“뭐해? 빨리 타.”
“뭐? 내가 왜…”
라기엔 CLS는 너무 큰 유혹이었다.
따듯하다 못해 따가워진 시선을 받으며 슬금슬금 다가가 운전석에 앉았다.
‘시발… 이게 CLS지.’
“출발해.”
“어딜?”
“네비 찍어뒀으니까 그대로 가.”
이 미친년이 대체 뭔 속셈이지?
“왜 자꾸 두리번거려?”
“야. 근데…”
쓰읍.
핸들을 만지작거리다 진실을 알려줬다.
“나 면허없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