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40)
040
“응? 왜 다시 나오지?”
삐까번쩍한 차문이 열리며 두 사람이 나온다.
그리곤 저벅저벅 걸어 본네트 앞에서 교차하여 지나가더니 다시금 차 안으로 들어갔다. 운전석과 조수석이란 자리만 바뀐 채로.
부르릉.
우렁찬 엔진음과 함께 출발하는 CLS를 보며 누군가 중얼거렸다.
“그러고보니 홍민준 저새끼 면허없었지.”
“…면허없어도 와꾸가 되니까 여자가 운전해주네. 좆같은 세상.”
* * *
“드림카라면서 면허는 왜 없어?”
“없을수도 있지. 면허 없는 사람은 드림카도 없냐.”
나는 성공해서 운전기사가 모는 차를 탈거다.
위험하고 귀찮게 왜 직접 운전해.
두고봐라, 내가 연봉 수백억 받는 선수가 되면 운전기사 고용해서…
“그럼 이건 면허 따면줄게.”
“당장 내일 학원 등록할게.”
나 홍민준.
사실 운전이 배우고 싶었다. 운전면허 언제 딸까 고민 중이었는데 바로 내일이 그 첫날이다.
“근데 지금 어디가는거냐?”
“있어.”
“있긴 뭐가 있어. 이거 우리집 가는 길인데.”
“아니야.”
내가 면허가 없지 눈이 없냐.
운전을 안 한다고 길눈조차 어둡진 않다.
“어디가냐고.”
“그만 좀 찡찡거려. 짜증나니까.”
어이가없네.
찡찡? 내가?
진짜 찡찡거렸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목적지도 알려주지 않고 대뜸 차를 모는데 그럼 어디가냐고 묻지도 못하냐.
목끝까지 잔뜩 올라왔던 말은 순식간에 내려갔다.
“이거 줄테니까 조용히 좀 있어.”
신호에 걸려 잠깐 차가 멈춘 사이, 미친년이 불쑥 보조석으로 몸을 기울였다.
코앞으로 훅 다가온 결 좋은 머리칼에서 풍겨오는 달큰한 샴푸향기에 나도 모르게 킁킁거리고 있었더니 보조석 앞의 작은 수납 공간, 글로브 박스를 뒤적이던 미친년이 무언가를 꺼내 건넨다.
약간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예쁘게 포장된 작은 상자.
흔들어봐도 뭔지 모르겠다.
“이게 뭐냐?”
“너 가져.”
“그러니까 이게 뭐냐고.”
“그만 좀 찡찡대!”
“…….”
선물만 아니었어도 아주… 속으로 투덜거리며 포장을 풀어보니 최신형 사과폰이었다.
“뭔데 이건.”
“사과폰.”
“누가 그걸 물었냐. 이걸 왜 주냐고.”
“내 번호 저장해놨어. 그거 써.”
“야. 내가 거지로 보여? 니가 주면 주는대로—”
“거기 트렁크 더 뒤져봐. 사과팟이랑 사과패드도 있는데 그것도 너 가져.”
“—주는대로 고맙게 잘 써야지. 응.”
아 사과시리즈는 못 참지.
글로브 박스를 열어 포장된 상자를 꺼내 풀어보니 역시나 최신 기종의 사과사 제품들.
음.
이건 지난 번 불미스러웠던 일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하면 되려나.
세상에. 일전의 미친년은 어디가고 맘씨 좋은 산타클로스가 나타났을까.
아직 다 풀리지 않은 앙금 탓에 떨떠름하지만 선물을 받았으니 고맙단 인사는 하는게 도리일터.
떨어지지 않는 입을 간신히 움직여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어, 음… 일단, 고마워.”
“…어?”
“고맙다고.”
인사받을거라 생각을 못했나?
내가 감사 인사에 그리 인색한 사람이 아닌데. 설혹 인색하더라도 이렇게 받았는데 고맙단 말 한마디 안 하면 그게 사람이냐.
…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녀석은 다른가보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운전 중임에도 날보며 어버버거릴 정도니까.
…응? 운전 중?
“아, 앞에! 앞에 봐!! 앞에 보라고 미친년아!!”
“아.”
“아가 아니라 집중 좀 해! 뒤질뻔했네!”
“차 없었잖아.”
“차가 있든 없든 운전 할 땐 집중을…”
“이제 주차만 하면 되는데.”
“…운전자는 시동을 건 순간부터 전방주시해야 돼.”
백미러를 응시하며 한 손으로 능숙하게 핸들을 돌리는 옆모습이 그렇게 멋있을수가 없다.
‘…예쁘긴 예쁘네.’
내 취향이 운전 잘하는 여자였나?
새로운 취향에 눈을 뜨기 직전,
“다 왔어 내려.”
시동이 꺼졌다.
시간을 확인하니 고작 5분 거리.
주차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실제로는 더 짧은터.
역시나 주변을 둘러보니 눈에 익은 곳이다.
“우리집 근처잖아.”
자취방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신축 오피스텔.
학교를 오가며 매번 보던 고급스러운 오피스텔이 아닌가.
이런 곳에선 누가 사나 했는데… 이런 애가 살았구나.
“비밀번호는 0220이야.”
“되게 간단하네.”
“응. 우리 처음 만난 날이야.”
“…응?”
아니 잠깐만.
비밀번호가 하필 처음 만난 날인것도 날인건데… 그걸 왜 알려주지?
“펜트리에서 사는게 꿈이랬지?”
어디서부터 태클을 걸어야하나 약간의 혼란에 빠진 사이, 엘리베이터에 탄 미친년은 꼭대층을 눌렀다.
“그건 또 어디서… 아.”
하연 누나구나.
그 누나가 미친년의 앞잡이라는 건 전부터 알고 있었다. 숨기지도 않더만.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달랑 하나의 문이 나온다.
이 넓은 공간에 문이 하나?
“이제 여기서 살아.”
“뭔 미친. 너 로또라도 당첨… 아니지.”
로또 당첨되면 자기쓰기 바쁘지 남에게 쓰진 않을거아냐.
대체 왜?
“뭐가 또 불만인데. 네가 원하던거 아냐? 사과 제품 좋아하고, 드림카는 CLS, 펜트리 하우스에 사는 걸 원했잖아.”
“그건 맞는데, 니가 왜 이런걸 주냐고.”
“…난 뭐 주면 안 돼?”
시선을 피하며 입술을 삐죽이던 미친년이 투덜거리듯 말했다.
“다른 건 잘 받아놓고. 고맙다고 인사까지하고.”
“아니… 사과 제품까진 그렇… 아니, 그것도 좀 그렇긴 한데, 어쨌든 그거까진 그러려니 하겠어. 그 정도는 고맙다고 받을 수 있는데… 차도 그렇고 집이라니. 이건 너무 나간 거 아냐?”
“뭐 어때서. 내가 주고 싶어서 주는건데.”
“내가 부담스러우니까 그렇지.”
“아 왜 자꾸 쫑알쫑알거리는데! 내가 준다니까!”
헐.
애냐? 이게 뭐 과자 하나 주는 것도 아니고.
입술을 삐죽거리다 서럽다는 듯 빽 소리치는 모습에 어이가 승천할 지경이다.
“너 혹시 돈 많냐? 막 돈이 썩어나?”
“응. 많은데.”
“…….”
아니 씹… 그렇게 말하니 할 말이 없네.
말문이 턱 막힌 나머지 벙쪄있으니 미친년이 등을 밀어댄다.
“빨리 들어가!”
“어? 어어?”
뒤에서 밀어대는데 버틸수가 있나.
어어하며 현관을 지나니 탁 트인 넓은 펜트하우스가 드러났다.
“좁아도 좀만 참아. 이 근처에서 그나마 펜트하우스라고 할만한데가 여기밖에 없어서 그래. 대신 가구는 괜찮은걸로 채워줄게.”
좁다고? 이게??
내 자취방보다 커보이는 방만 5개에 과장 좀 보태서 축구장만한 거실까지 있는 이 집이… 좁아?
“너 대체 정체가 뭐냐. 재벌집 딸이냐?”
“어떻게 알았어?”
되는대로 내뱉은 멍멍이 소리가 진짜라고?
멍리가 띵해졌다.
“우리 아빠 GT그룹 회장인데.”
아~ GT그룹.
…GT그룹? 어디서 들어봤… 나도 아는 유명한 재벌가잖아!
반사적으로 폰을 꺼내 검색해봤다.
어디보자… GT그룹… 왕자의 난… 아, 맞다. 이거였구나.
회장은 오상재… 가족관계는…
“야 이… 아들만 두 명이라잖아!!”
역시 초록창은 대단했다.
회장의 약력은 물론 가족관계까지 알려주니까.
GT그룹 회장은 젊었을 적 여자 깨나 울렸을 것 같은 올해 60살의 중후한 할아버지.
자녀로는 아들만 2명이라고 떡하니 쓰여있는데 어디서 구라를!
“그건 큰엄마 자식들. 난 숨겨진 자식이야.”
“사생… 흡!”
나도 모르게 뱉으려던 말을 재빨리 주워담았지만 이미 반 이상 나오고 말았다.
아무리 상대가 미친년이라지만 민감한 얘기, 특히 가족 얘기라 미안함이 물씬 솟았는데…
“엉 사생아 맞는데?”
“…….”
정작 당사자는 아무렇지 않아 보인다.
아니야. 혹시 몰라. 겉으로는 괜찮은 척 하지만 속은 썩어문드러졌을…
“예전엔 아빠 만나기 힘들었는데 요즘은 자주 만나.”
“그렇구나. 힘들었겠다.”
“힘들어? 왜?”
“그야… 음… 돈…”
“나 돈 많은데?”
하는 짓만 봐도 알겠다 이년아.
돈 많아서 좋겠네.
“그럼… 하, 학교라든가? 학부모 참관수업 같은거.”
“학교 안 다녀!”
“대학교 말고, 초중고말야.”
“응. 안 다녔는데.”
“…아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초등학교는 의무교육 아냐?”
“몰라. 안 다녔어. 집에서 공부했어.”
“집? 홈스쿨링?”
“어. 여기서 10분? 20분 쯤 떨어진 곳에서 살았는데 거기로 선생님들 찾아왔어.”
“아니 왜?? 차라리 학교 가는… 아.”
그때 문뜩 기억을 스치는 것이 있었다.
작년말이었나 올해초까지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
현대판 왕자의 난이라 부르던 GT그룹 승계 전쟁.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없는 나조차 알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아주아주 유명했던 사건.
4형제의 장장 6여 년에 걸친 오랜 상속 다툼 끝에 장남인 오상재가 승리했다고.
방금 전, 초록창으로 검색했던 현 GT그룹 회장 이름은 오상재.
그렇다는 건, 이 미친년이 오상재의 사생아라는 것이고… 오상재가 작년말인가 올해초까지 승계 전쟁을 치루고 있었다는 걸 고려해보면…
“숨겨놨다?”
작게 중얼거린 혼잣말에 여상한 반응이 돌아왔다.
“응. 아빠 싸울 동안 숨어있었어. 작년까지 집에서만 살아야했는데 올해부터는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된다고 허락해줬어.”
이럴 땐 무슨 표정을 지어야하나.
난처함에 몸을 비비꼬고 있었더니 빤히 보고있던 미친년의 눈이 커진다.
“아! 잠깐 앉아있어.”
왜? 또 뭘 하려고.
불안함에 떨며 오도카니 앉아있었더니,
“양치하고 왔어! 바지 벗어.”
“이 미친년이 뭐라는거야!”
쭐레쭐레 속옷 차림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대체 왜!? 도저히 생각을 따라갈 수 없어 입만 벌리고 있는데 미친년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선 거 아냐?”
“안 섰어 미친년아.”
“왜?”
“상식적으로 설 분위기냐!”
“당연하지. 나랑 단 둘이 있는데.”
솔직히 쪼금은….
이건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속은 유감스러워도 겉은 멀쩡한 미녀아닌가.
“부드럽게 핥아주다 격렬하게 빠는 거 좋아한대서 연습했는데.”
“…뭐요?”
뭘 연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