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45)
045
인천 학산대 축구 경기장.
4강 1차전, 경기 시작 1시간 전.
커다란 전광판에 스타팅 라인업이 표시됐다.
호진대 : 학산대
GK – 최규철 / GK – 노희전
RB – 하상진 / RB – 김우종
CB – 고지식 / CB – 김건우
CB – 오상태 / CB – 박상철
LB – 김영효 / LB – 이철기
DM – 채용진 / RL – 유지혁
CM – 김기수 / CM – 김무송
CM – 윤 혁 / CM – 최찬기
RW – 이규식 / ML – 김요한
LF – 홍민준 / CF – 박기훈
CF – 나진호 / CF – 강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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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의 호진대와 4-4-2의 학산대의 선발 포메이션이 발표되자 관중석 한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일단의 여자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꺄악! 민준 오빠 선발이다!”
“민준이는 당연히 나와야지.”
“언니 저 민준 오빠 경기하는 거 처음보는데 진짜 사진보다 잘 생겼어요?”
“나 아빠 카메라 가져왔지롱~”
자체적인 서포터 형성에 실패한 대학교 축구팀의 경기라곤 생각하기 힘든 열렬한 환호.
서포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프로 리그인 K리그조차 활성화가 미흡한 상황에 하물며 대학 리그는 말할 것도 없었다.
서포터는커녕 찾아오는 관중이라곤 관계자나 아주 가끔 지원오는 학교 응원단이 전부인 암울한 현실에서 텅텅 비어야 할 응원석을 일부나마 차지한 여자 무리는 선수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쟤들은 뭐냐. 뭔데 여자들이 잔뜩 몰려왔어.”
“누구 여친이냐? 여친 다 같이 왔대?”
“형… 저 모쏠인데요.”
“…저도요.”
“아 새끼들… 그럼 쟤들은 뭔데.”
익숙하다는 듯 무덤덤한 호진대 선수들과는 다르게 학산대 선수들은 어리둥절했다.
대체 대학 축구 경기에 웬 여자 관객들이란 말인가? 그것도 선수의 여자친구도 아니고, 저렇게 단체로.
“응원단도 아닌거같은데… 플랜카드도 걸어놨네. 홍…민준? 홍민준? 홍민준이 누구지?”
“홍민준이면 쟤 아니에요? 15번.”
“…씨발.”
상황 파악은 빨랐다.
그저 가볍게 공을 주고받으며 컨디션을 점검할 뿐이지만 자체발광하는 미모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으니까.
“나 소문… 아니, 전설을 들은 적 있는데. 예전에 트로이카라고 잘생긴 선배들 뛸 때 여자들이 그렇게 몰려왔다더니… 이게 왜 실화냐.”
관중석이 텅텅 비기로 유명한 대학 리그라지만 예외는 있는 법.
가끔 튀어나오는 뛰어난 실력에 외모까지 갖춘 선수 하나가 관중을 불러모으는 법이다. 바로 지금 호진대처럼.
“…저새끼가 범인이구나.”
“이번 대회 MVP 유력하다는 새끼네. 하, 개빡친다. 얼굴도 되는게 왜 실력까지 좋냐.”
“제꼬삼…”
“그게 뭔데?”
“제발 꼬추는 삼센치…”
분명 홈경기임에도 원정경기 못지 않은 상대팀… 정확히는 한 명의 선수에게 쏟아지는 일방적인 응원에 학산대 선수들은 승리의 결의를 다졌다.
그러나 정신력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순 없었으니,
“오…! 13번 윤혁 선수의 좋은 패스! 공을 잡은 15번 홍민준 선수 달립니다! 와~ 엄청 빨라요!”
구석에서 개인 방송을 하고 있던 한소영이 재빨리 캠코더를 조작하여 화면을 확대했다.
겉보기엔 가볍게 툭툭 공을 치고 나가는 것 같았는데 이상할 정도로 상대하는 선수들이 맥을 못 추고 뚫리는 모습에 채팅창에 무수한 갈고리가 올라온다.
—???
—뭐임? 뭐 이렇게 쉽게 뚫림?
—아ㅋㅋ 대학리그 수준이라곸ㅋㅋㅋㅋ
—쏘영아 재미없다 해축 리뷰나하자
—근데 진짜 제머냐ㅋㅋㅋ 혼자 메시놀이하네
—제x 쟤o 병신아
—문법나치aut
마치 유명 선수의 하이라이트 영상 모음집마냥 적 진영을 누비는 홍민준의 모습에 한소영은 잠시 설명하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지켜봤다.
저 가벼운 움직임에 얼마나 많은 재능이 숨어있는지, 아는 사람의 눈에만 보인다는 게 억울할 정도.
“…님들 제가 누누이 말하는데, 저거 진짜 대단한 거거든? 지금은 은퇴했지만 예전에 첼시에 아자르라는 선수가 있었어요. 손흥민 선수랑 동시기 선수라 아는 사람은 알걸? 어쨌든, 그 선수가 레알 시절엔 좀… 이라기엔 쫌 많~이 부진했지만 전성기때는 EPL을 씹어먹었거든. 그때 그 선수 드리블하는거 보면 뭔가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막 다 제쳐! 그냥 휙휙 다 뚫어버린다고. 우리가 보기엔 되게 별 거 아닌 것 처럼 보이지만 저게 엄청 대단한거야.”
—이건 좀;;
—쏘영아 아무리 15번 얼굴에 넘어갔다지만 그건 넘 심하닼ㅋㅋㅋ
—와~ 대학리거를 첼시 시절 아자르에 비비네ㅋㅋ 양심어디?
—프로도 아닌 대학리거를 아자르에 비비는 축구전문 유투버가 있다!? ㅋㅋㄹㅃㅃ
역시나 시작된 무수한 조롱 세례.
그러나 한소영은 굴하지 않았다. 이미 시청자들의 조롱에는 익숙해진지 오래.
“님들 진짜 두고봐. 나중에 홍민준 선수 유명해지면 죽었어 아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 그럴일없어
그 사이, 패널티 박스 좌측 측면에서 공을 받은 홍민준이 순식간에 2명을 제치고 골을 넣었다.
간결한 상체 페인트 후 골문 구석을 잘 노린 슛팅.
“와! 와! 골!! 거봐 내가 뭐랬어!! 잘한다니까!!”
—쏘영이 요즘 왜 이러냐;; 계속 대학리거만 쫓아다니네
—아 노잼
—유잼
—ㅋㅋㅋㅋㅂㅅ들ㅋㅋㅋ
—냅둬 쏘영이 얼빠자너~ 15번한테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자너~
방방 뛰는 한소영과 조롱하는 시청자들의 채팅으로 혼란스러운 틈, 차가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저기요. 아까부터 좀 시끄럽거든요.”
“…매번 죄송합니다.”
—와캬퍄~ 존예출현
—아ㅋㅋ 쏘영이 방송은 이 누님보러온다구ㅋㅋ
—무쳤다무쳤다
—누구임? 연예인임??
—ㄴㄴ 걍 일반인인듯?
—근데 왤케 다 아는거같냐 이새끼들
—쏘영이 방송에 매번 한번씩나옴ㅋㅋㅋㅋㅋ
—나오기만하냐ㅋㅋ 쏘영이 매번 신나서 난리칠때마다 한 소리 듣자너~ㅋㅋㅋ
—??그럼 저 여자도 매번 이딴 경기보러 오는거네?
—어? 그렇네??
—설마 15번보러?
—ㅅㅂ 와꾸만능주의… 자살하러간다
* * *
4강 1차전 시작 직전까지 전문가들의 평가는 백중세였다.
준결승은커녕 본선에만 올라도 다행일거란 평가를 받던 호진대가 일약 돌풍의 팀이 되어 4강 무대까지 진출한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하고 호평하였지만, 아직까지 대다수는 호진대를 강팀의 반열에 놓기보단 몇 가지 조건이 잘 맞아떨어졌다는 것에 주목했다.
첫째로 나건성 감독의 실용주의 전술.
말이 실용주의지 결국 수비지향적 전술로 유명한 나건성 감독 특유의 엉덩이를 잔뜩 뒤로 빼고 수비에 주력하다 간간히 역습을 하는 선 수비 후 역습 태도가 토너먼트에서 유용하다는 것이다.
두번째로는 전력상 약팀으로 평가받는 언더독 팀이라는 것.
그리고 세번째로는 역습에 특출난 선수진을 갖추었다는 것.
즉, 전문가들은 호진대를 얕본 팀들이 공격적으로 나설 때 나건성 감독 특유의 전술 스타일과 그에 걸맞는 선수들로 호성적을 거두었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일견 그럴듯한것이 실제로 본선 무대에서 호진대를 만난 팀들은 모두 공격적인 스탠스를 취했다. 그에 맞선 호진대는 특유의 단단한 수비로 버티다 역습 한 번에 골을 기록하는 단순한 패턴이었고.
이것은 어디까지나 상대가 호진대를 얕보고 덤벼들다 큰 코 다쳤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이야기였고, 호진대의 돌풍이 본선에서 그치지 않고 16강을 넘어 8강, 4강까지 이어지니 이제는 상대도 얕보지 않을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
게다가 4강 상대인 학선대 역시 선 수비 후 역습의 전술 컨셉을 지닌 팀이 아닌가.
학선대 특유의 4-4-2 전술은 한떄 라리가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시메오네 감독 스타일의 4-4-2로 두터운 두 줄 수비를 기반으로 하는 역습 위주의 팀이었으니.
더 이상 얕보지 않는데다 세부적인 지침은 다를지언정 수비에 중점을 둔 역습이란 비슷한 컨셉을 가진 팀이 맞붙는다면 결국 승부는 선수의 퀼리티에서 나기 마련.
전문가들은 왕중왕 전 단골인 명문 학선대의 우세를 점쳤다.
그러나 전반 20분이 지나는 지금. 전문가들의 평가가 무색하게 학선대는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중이었다.
‘이철기. 4학년. 준수한 스피드와 단단한 수비력, 좋은 크로스 능력으로 프로 진출이 유력시된다지.’
좌측 측면 공격수로 나온 홍민준과 사사건건 맞부딪치는 것은 학선대의 좌측 수비수 이철기.
귀하다는 왼발잡이 측면 수비수로 좋은 피지컬과 대인수비 능력을 자랑하며 공격적인 능력은 부족해도 크로스 하나는 쓸만해서 다수의 프로팀이 탐낸다는 이 4학년 선수는 반쯤 멘탈이 승천한 표정으로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패스!”
홍민준의 적극적인 콜에 수비진영에서부터 길게 넘어오는 공.
원래도 그리 높지 않은 수비라인이었는데 연신 밀리다보니 더욱 내려앉은 학선대의 수비라인이라 달릴 수 있을 뒷공간이 없었다.
당연히 공이 내려앉기도 전에 붙어오는 상대 수비수와 경합을 해야했지만, 몸싸움에 밀리면서도 홍민준은 기어코 공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통!
거친 경합에 균형을 잃고 쓰러지면서도 간신히 발끝으로 트래핑한 공이 상대 선수의 머리 위를 지나친다. 경합하느라 일순 공을 놓친 상대가 뒤늦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사이, 오뚝이처럼 재빨리 균형을 되찾은 홍민준이 거칠게 그라운드를 박찼다.
타다닥, 뜀박질 소리에 뒤를 돌아본 상대 선수가 아차하는 표정을 지으며 뒤쫓아오고 앞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이철기가 이를 악물고 마주 달려온다.
튕겨올라갔던 공이 내려오고, 앞뒤로 포위된 상황.
떨어지는 공이 새털처럼 홍민준의 오른발에 안착하고, 순식간에 좌우로 흔들리는 상체 페인팅에 이철기가 주춤거리는 순간.
빙글—
뒤에도 눈이 달린 것처럼 뒤따라온 선수가 발을 뻗자 홍민준의 몸이 반원으로 돌며 속도가 죽은 이철기를 통과한다.
“큭!?”
“엇!”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대처하지 못 한 두 선수가 뒤엉키는 사이, 유유히 그 자리를 벗어난 홍민준의 시선이 힐끔 패널티 주변을 훑었고,
“막아! 붙으라고!”
“씨발 또!”
선제골의 강렬한 기억이 남은 센터백들이 달려드는 순간, 벌어진 다리 사이로 공이 데굴데굴 굴러갔다.
“뭣…?”
모두의 시선이 홍민준에게 향해있던 사이 빈 공간으로 침투해 온 우측 윙어 이규식에게.
삑, 삐익!!
골키퍼마저 각도를 줄인다고 좌측으로 쏠린 상황.
결정력이 그리 좋지 않은 이규식이지만 받기 좋게 달리는 방향으로 전달된 패스를 텅텅 빈 골대에 넣지 못 할 정도는 아니었으니 강렬한 슛팅이 골망을 뚫을 듯 힘차게 솟구치다 떨어졌다.
2:0.
골이 들어간 순간.
아니, 날뛰는 홍민준을 누구도 제어하지 못하는 그 순간 경기는 이미 끝나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