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5)
005
“그래! 씨바 이거지!!”
“이야~ 감독님 말씀대로 홍민준이가 한 건 하네요.”
“내 뭐랬어! 저런 성격이 실전에서는 강하다니까!!”
“캬~ 참 희안하네. 훈련이랑 실전이랑 뭐 이리 다르지.”
순식간에 슛팅까지 연결된 돌파에 감독과 수석코치는 벙긋벙긋 웃었다.
비록 골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홍민준의 위력적인 돌파에 상대 플레이가 위축되는 것은 당연지사.
갓 입부한, 아직 고등학생 티가 가시지 않은 앳된 신입생의 활약에 기존 선수들 역시 의욕적으로 움직이며 호진대의 플레이를 윤활하게 만들었다.
“그래! 가! 좋다!!”
주도권을 잡은 호진대였지만 비슷한 전력의 팀이 수비에 집중하니 쉽게 뚫을 수 있을리가 만무. 게다가 호진대의 주요 전술은 선수비 후역습이 아니던가.
수비 조직력 훈련은 철저했지만 그만큼 공격, 특히 공격시 부분 전술에서는 훈련이 부족했고 이는 주도권을 잡았음에도 위협적인 공격작업이 부재함을 뜻했다.
의미없이 공을 돌리던 호진대 선수들은 자연스레 가장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던 홍민준에게 보다 자주 공을 넘겨주게 되었고, 홍민준은 그때마다 날카로운 돌파를 선보였다.
“야 임마! 잘한다 잘한다하니까 거기서 드리블을… 저게 되네?”
“헐….”
심지어 밀착마크하는 상대 선수 하나를 발재간으로 따돌리고, 뒤이어 달려드는 두 명의 선수를 순간적인 가속으로 제쳐내며 들어가는 모습에 감독과 수석코치마저 입이 떡 벌어질 정도.
“쟤 무슨 메시냐? 음바페야?”
“…그러게요.”
드리블 돌파라는 것이 보기엔 시원시원하고 화려하지만 의외로 자주 등장하진 않는다.
성공률도 성공률이지만, 프로 수준의 조직력에선 한 명을 제쳐봤자 백업해주는 맴버가 있기 때문.
그렇기에 적절한 상황이 조성되어야 위력이 극대화되는 것이 드리블 돌파였고, 무리하게 드리블을 시도해서 한 명을 제쳐도 곧바로 백업 온 선수에게 뺏기거나 설혹 뺏기진 않아도 시간이 끌리며 볼호그나 턴오버를 저지르기 마련.
그러나 한 명이 아닌 두 명, 세 명을 연달아 제칠 수 있으면 드리블 돌파만큼 위력적인 개인 전술이 또 어디있을까.
“…미친. 쟤 벌써 몇 번째냐.”
감독의 중얼거림에 수석코치가 자신의 기록지를 훑었다.
“드리블 돌파 시도 7번 중 6번 성공입니다. 게다가 한 번 시도하면 기본 2명은 돌파하네요.”
“역시 내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니까! 말했잖아! 발재간 좋고, 성깔 있는 놈들이 한 번 폭발하면 이런다니까!”
* * *
삑! 삐익!!
휘슬이 울리며 경기가 끝났다.
전후반 45분씩 90분.
중간에 하프타임이 있지만 1시간 30분 동안 뛰어다니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하드워커로 유명한 선수들은 심하면 한 경기 뛰고 3kg이상이 빠진다고 하니, 축구에서 체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을터.
그리고 나는 전반전만에 체력이 다 빠져서 후반 시작하고 10분만에 교체되는 굴욕을 맛봤다.
…시발.
‘너무 신을 내는 바람에 체력 분배를 못 했어.’
개인기만 부렸다하면 통하고, 달렸다하면 제쳐지니 너무 신이 난 나머지 전반부터 미친놈마냥 날뛰다가 방전이 나버렸다.
그렇잖아도 그리 좋지 않은 체력.
고등학생 리그에서도 평범 아래로 평가받던 체력이다.
피지컬적으로 더욱 완성되고, 전체적인 수준도 훨씬 높은 대학리그에서 평소보다 미친듯이 뛰며 격렬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으니 방전이 안 될래야 안 될수가 있나.
전반적엔 무슨 음바페나 메시마냥 좌측을 초토화시키다가 35분 즈음부턴 방전나서 잘 통하던 개인기도 막히고, 후반 시작하고는 공도 제대로 못 받을 지경이되어 교체당하고 말았지.
교체될 때 감독님이 ‘휴, 이새끼 약한 줄 알았네.’라고 중얼거리는 걸 보니 어지간히 측면을 초토화시키긴 했나보다. 단기적인 활약이지만 그래도 워낙 임팩트가 크니 나쁘진 않다.
정작 문제는 이런 활약을 유지할 수 있는냐는거지.
‘포인트는 하나도 안 쌓였어.’
친선경기에서 맹활약을 했지만 포인트에 변함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예상에 더욱 무게감이 실린다.
‘역시 답은 섹스뿐인가.’
어쩔 수 없군.
결코 내가 섹스하고 싶어서 이러는게 아니다.
아니, 물론, 그, 섹스가 싫다는 건 아니지만… 막 좋아서 이 여자 저 여자 후리고 다니는게 아니란거지. 이건 발롱도르를 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필요악!
‘발롱도르만 타봐. 애국이 별거야, 이게 애국이지.’
우리나라 국민들 국뽕 드리킹도 시켜줄 수 있고, 한국 축구의 위상도 올려줄 수 있고… 뭐, 아무튼 그러니까 이제부터 마음껏 섹스를 해야겠다.
“너 축구 너무 잘하더라. 이름이 뭐야?”
“홍민준이요.”
“민준이? 이름도 좋네. 몇 살이야? 신입생? 아우~ 귀여워라. 애기네 애기. 그래서 이렇게 피부가 뽀얗구나.”
“민준아 솔직히 말해봐. 너 여자친구 있지?”
여긴 천국인가.
경기가 끝나자마자 상대팀과 인사를 하는데 난입한 응원단 누나들이 날 둘러쌌다.
살짝살짝 팔등을 쓸어내리고, 볼을 찔러대는 은근한 스킨십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야! 너넨 우리 응원하지도 않을거면서 왜 따라왔냐.”
“뭐래 진짜. 응원해줬잖아.”
“그러게. 땀냄새나니까 좀 가라, 짱나게 하지말고.”
울컥한 상대팀 선수 하나가 장렬히 산화해서 멀어지는 모습이 가슴아프지만 어쩔 수 없지. 그나저나 나도 경기뛰고와서 땀냄새 날텐데.
“아, 저기. 저도 씻으러가야하는데. 땀 많이 흘려서.”
“응? 아~ 괜찮아괜찮아. 땀 냄새 하나도 안 나.”
“네? 그럴리가…?”
한참 전에 교체되어 땀은 다 식었다지만 그렇다고 냄새가 안 날리가 있나.
킁킁 팔등 냄새를 맡아보니 정말 좋은 향기가 났다.
“어? 왜 향기나지?”
그러자 자지러지게 웃는 누나들.
아… 어쩐지 달달한 냄새다 싶었는데 누나들 향수 냄새가 묻었구나. 아까부터 쪼물딱거리더니 냄새가 뱄나보다.
“민준아. 오늘 경기 끝났는데 회식 안 해?”
“어…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아앙~ 왜에~ 누나랑도 회식하자~”
할수만 있었으면 나도 하고싶다. 진짜로.
“자, 호진대 모여!”
“오늘 다들 고생했다. 경기력도 좋았고, 조직력도 마음에 들어. 훈련의 성과가 보이는 것 같아 기쁘다.”
감독님의 말씀에 다들 싱글벙글이다.
중간에 빠지긴 했지만 내가 기록한 1골을 비롯해 우리팀은 3골을 넣었고, 무실점을 기록했다.
3:0.
공격이나 수비나 만족할만한 결과.
비슷한 전력으로 평가받던 팀을 완파했으니 감독님을 비롯한 코치진과 선수단 모두가 행복한 모습.
오… 뭔가 각이 보인다.
잘만하면 가능할지도?
살살 눈치를 살피다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오! 그래 우리 와꾸대장 민준이! 뭐 할말있어?”
“감독님! 혹시 자유시간은 없을까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싸늘해지는 분위기.
주장도 부주장도 혹은 베테랑도 아니고 갓 팀에 들어온 신입생이 하기엔 지나치게 나대는 말이지만… 나도 그걸 알지만 그럼 어떡해.
저 뒤에서 눈나들이 기다리는데.
이건 결코 여자에 미쳐서, 섹스 한 번 해보자고 이러는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내 축구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함이지.
그러니까 제발!!
“허… 뭐 그래! 좋아, 기분이다! 오늘 하루는 잘 놀고와라! 단, 술은 금지다. 아직 합숙 중인거 알지? 모레도 친선경기있는데, 술 쳐먹고 오는 놈은 명단제외야!”
“와! 감사합니다!!”
다행히 기분 좋은 감독님의 허락이 떨어졌다.
물론 감독과 코치진이 떠난 자리엔 서슬퍼런 선배들이 남았지만.
“야, 막둥이. 너 지금 뭐하냐.”
“이게 빠져가지고는. 주장이랑 선배들도 아무말 안하고 있는데 신입생이 나서기 있냐? 어?”
역시 이렇게되나.
하지만 대책이 있지.
“선배님들. 저기 누나들이 같이 놀자고 해서… 혹시 괜찮으시면 같이 가시겠슴까?”
“누나?”
돌아본 선배들을 향해 응원단 누나들이 손을 흔들어준다.
“…크흠.”
“짜식… 잘했다.”
휴.
이걸로 선배들도 포섭완료.
재빨리 누나들에게 씻고 합류하겠다고하니 번호를 찍어달라더라.
이것이 번따인가…!
보니까 지장대 선수들은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모양인데, 응원단 누나들은 따로 간다고 남는 모양.
부르릉— 시동을 건 관광버스의 창문 너머, 우울한 표정의 지장대 선수들이 보인다.
‘…와. 진짜 개불쌍해.’
경기도 졌는데 응원단 눈나들한테마저 버림을 받다니.
역시 인생은 잘 생기고 볼 일이야.
* * *
축구부 선배 중 지원하는 사람을 추려보니 나를 포함해 딱 10명.
응원단 누나들이 9명이라 숫자가 안 맞지만 이 정도면 허용 범위안이지.
“민준아~ 누나도 번호 알려주라~”
무려 19명이나되는 대인원이 우르르 몰려 나가다보니 떠들썩한 와중, 눈치껏 가장 예쁜 하연 누나 옆에 찰싹 붙어있는데 지경 누나가 기다렸다는 듯 엉겨붙는다.
9명의 응원단 누나 중 가장 예쁘게 하연 누나라면 가장 몸매가 좋은 건 지경 누나.
와~ 양손에 꽃이다~
주머니를 뒤적이는데 있어야 할 게 없다.
“어? 아… 나 폰 놓고왔나보다. 나 잠깐 학교 갔다올게요.”
“잠깐만.”
메모지를 꺼낸 지경 누나가 예쁜 글씨체로 번호를 적어준다.
“이거. 너 신입생이라매. 이 근방 지리 알아?”
“…아뇨.”
“폰 찾으면 내 번호로 전화해. 내가 길 알려줄게.”
그러면서 슬쩍 팔뚝에 와닿는 뭉클한 감촉.
홀리…! 여자 가슴은 이렇게 말캉말캉한건가!
고개를 끄덕이고 재빨리 학교를 향해 달렸다.
이거 그린라이트겠지?
…밥은 무슨.
폰 찾으면 바로 지경 누나 불러내서 모텔가야지.
드디어 아다를 뗄… 아니,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단 생각에 싱글벙글 탈의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하아.”
허스키한 것이 매력적인 여자 목소린데… 묘하게 이상한 느낌.
‘뭐지?’
뭔가해서 탈의실 문을 벌컥 열었다.
“…누구세요?”
“히익!?”
그곳에는 내 유니폼을 코에 박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