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50)
050
대학 리그 결승전인 왕중왕이 벌어지고 있는 한국대 축구 경기장.
올림픽 대표팀 신임 감독 공전성은 경기 시작 직후에야 슬그머니 나타났다. 이미 그라운드에는 공차는 소리와 고함 소리로 요란한 가운데, 살금살금 자리를 찾아 앉던 공전성의 어깨로 텁 두터운 손바닥이 올라왔다.
“어이 공감독. 오랜만이야.”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요즘 많이 바쁜가봐. 아주 얼굴 보기가 힘들어.”
“어허허. 우리 공감독이 지휘봉을 잡은지 얼마 안 됐으니 바쁘지 이 사람아. 그래도 공감독, 시간내서 우리 좀 만나러 와. 우리가 나름 축협 기술 이사들 아닌가.”
아 씨발.
이래서 경기 시작하고 온 건데.
속마음과는 달리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공전성은 재빨리 입을 열었다.
“물론입니다, 선배님들. 곧 대표팀 명단 발표가 있으니 앞으로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허허. 그럼, 그럼. 걱정말게 공감독. 우리가 아주 알차게 명단을 구성해줄테니.”
축협의 기술 이사를 비롯한 간부들이 껄껄 웃음을 터뜨리는 광경에 공전성도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대외적으로는 앞뒤 가리지 않는 꽉막힌 전술광으로 알려졌지만 공전성도 사회 생활이란 건 할 줄 안다.
한국에서 축구를 시작해 유럽까지 진출했고, 지도자 경력 대부분을 유럽에서 보낸 공전성이 아닌가.
사람 사는 곳은 똑같다고 유럽이라고 다를 건 없다.
한국이 인맥과 파벌만 신경쓰면 된다면 유럽은 거기에 인종차별까지 섞이기에 더 서러우면 서러웠지 거기도 결코 깨끗하진 않다.
당연히 그 고난을 뚫고 이곳까지 올라온 공전성이 사회생활을 못할리는 없다. 하기 싫을 뿐이지.
“자자, 이제 그만 떠들고 경기나 봅시다 다들.”
“에잉. 상대가 어디랬지? 후진대?”
“호진대랍니다.”
“거 참. 그건 또 어디붙어있는 학교야. 촌구석 학교가 왜 여기까지 올라와서는. 쯥.”
공전성은 임원들의 말에 혀를 찼다.
축협 임원이란 것들이 결승전까지 올라온 학교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도 없다니. 올림픽 명단이니 뭐니 말로는 실컷 떠들면서 정작 새롭게 떠오르는 신성은 못 알아보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아무리 눈이 옹이구멍이라도 직접 경기를 관전하고 나서도 모른척 할 수 없을터.
과연 그때 이 작자들이 무슨 표정을 할지, 그건 조금 기대된다.
그러나 공전성의 기대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기 초반, 호진대 선수들은 긴장감에 몸이 굳은 듯 움직임이 한 박자씩 느렸고 기초적인 실수도 연발하며 자멸하고 있었으니까.
“에잉~ 쯧쯧. 이거봐, 이거봐. 근본없는 학교는 이래서 안 된다니까.”
“그러게 말일세. 명문이 괜히 명문인가. 어이쿠, 세상에. 방금 봤나? 저 간단한 패스도 제대로 못해서 골라인 아웃이라니.”
“대체 어떻게 결승까지 올라온건지 모르겠구만.”
“쯧쯧. 명학대가 아주 상대를 농락하는구먼. 상대팀 감독이 누구야? 누구? 나건성? 그게 누군데?”
한숨을 내쉬며 눈가를 매만진 공전성은 당장이라도 자리를 뜨고 싶어졌다.
‘그래도 13번, 15번 경기력이라도 보고 가자. 결승 무대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 하는 녀석들이라면 올림픽에 데려갈 수 없어.’
올림픽 본선을 준비하라 말해놓고 최종 명단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그 둘이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이지 못 한다면 최종명단에 포함하는데 많은 진통이 있을터.
공전성은 부디 그 둘이 자신에게 확신을 주길 바랬고, 그 바람은 금방 이루어졌다.
“어어? 쟈는 패스길을 볼 줄 아는데?”
“어디보자 13번… 윤혁? 처음 들어보는데.”
“오호. 움직임이 아주 정확해. 불필요한 움직임이 적은데다 효율적이구만!”
“어헛! 패스도 아주 용한데?”
“13번 저 녀석도 발은 빠르군. 근데 저기서 주춤거리면 안 되지! 바로 찔러줘야… 으응? 도, 돌파?”
“헛! 몸놀림이 아주… 저 녀석 이름이 뭐라고? 홍민준?”
“홍민준… 홍민준… 가만, 홍민준이면 그, 예전에 그놈 아냐?”
* * *
경기 시작 직전까진 기분이 좋았다.
정말 만나고 싶었던 과거의 인연과 재회한 것도 좋았고, 녀석이 보는 앞에서 그토록 무시하던 내가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너무 기대되서 어서 경기가 시작하길 초조하게 기다릴 정도였다.
기대감과 설렘, 흥분에 다리를 떨고 있으니 윤혁 선배가 가슴을 툭툭 쳤다.
“긴장풀어. 평소 실력만 발휘해도 이길 수 있어.”
“네? 긴장이요?”
“어. 아주 다리를 사시나무 떨 듯 떨더만.”
긴장 하나도 안 했는데.
왜 그런 오해를하나 했더니 선배들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다들 긴장감으로 잔뜩 굳어있는 것이…
‘이거 괜찮은건가?’
그나마 윤혁 선배는 멀쩡해보여서 다행이지만… 에이, 뭐 지금은 이래도 막상 경기 뛰다보면 나아지겠지.
착각이었다.
‘헐… 개같이 망했네.’
경기 시작 10분.
우리팀은 잔뜩 몸이 굳어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방금도 공을 잡은 센터백 오상태 선배의 백패스 미스로 자살골을 먹힐 뻔 했으나, 윤혁 선배가 필사적으로 달려가 걷어내며 간신히 막아냈다.
이게 무슨 병신같은… 머리가 띵해지는 경기력에 나도 모르게 관중석을 힐끔 쳐다봤다.
군데군데 자리한 사람들 사이, 분명 녀석이 지켜보고 있을텐데.
‘씨발. 그날 이후 4년만에 보는건데 이딴 모습을 보여준다고? 그럴 순 없어.’
그럼 그렇지하며 비웃고 있을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큰거린다.
이미 아물었다고 생각하던 그날의 상처가 사실은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된다. 아직도 잊지못한, 아니 잊혀지지 않는 그날의 기억.
“윤혁 선배!”
“하아, 하아, 어.”
“어떻게든 저한테 공 보내줘요.”
“뭐? 어쩌려고?”
“뚫어볼게요.”
“지랄하지마. 저쪽에서도 널 철저히 분석하고 나온 것 같은데 뚫긴 뭘 뚫어. 무리하지말고 패스로 풀어가. 요즘 움직임 좋아졌잖아.”
윤혁 선배의 말이 정답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상대는 명문 중의 명문, 왕중왕전 단골 우승 학교인 명학대.
명학대 주전이라면 프로 입성이 당연하다는 말을 듣는 대학 리그 최고의 팀답게 선수 개개인의 실력이 지금껏 만나왔던 어느 팀보다 뛰어났다.
게다가 우리팀의 경기를 분석하고 왔는지 내가 공을 잡지 못하게 철저히 고립시키는 것은 물론 혹 공을 잡는다해도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하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방해를 걸어온다.
공을 받는 순간을 노려 몸싸움을 건다던가, 유니폼을 잡아 당기거나 민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잃게 만드는 것.
파울이 불리지 않도록 심판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행해지는 이러한 일련의 방해에도 타고난 균형 감각과 볼 컨트롤로 소유권을 잃는 일은 없었지만 원활하게 다음 플레이를 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아뇨. 뚫어낼 수 있어요.”
“얌마. 이건 자신감만 가지고 될 일이—”
“선배.”
빤히 쳐다보던 윤혁 선배가 한숨을 내쉰다.
“그래. 믿는다.”
“믿으세요.”
【기술】 【정신】 【신체】
개인기 075(▲5)|시야 055|주력 067
드리블 070(▲2)|예측력 050|가속력 068
트래핑 075(▲8)|판단력 065|밸런스 065
숏패스 055 |집중력 056|민첩성 065
롱패스 050 |오프더볼 060|반응속도 079
슛팅 045 |공간마크 045|파워 054
프리킥 042 |침착성 052|점프 046
헤더 038 |리더십 040|지구력 051(▲3)
태클 032 |팀워크 039|회복력 065
【히든】
천재성 048 | 매력 095 | 지능 028
【신장 175cm|62kg】
【보유 포인트】 0P
그간 모은 25포인트를 전부 테크닉에 쏟아부었다.
훈련으로 오른 지구력을 보고 포인트로 올리는 건 어떻게든 뒤로 미루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
단점으로 지적받던 패스와 오프 더 볼 능력이 향상되었다지만 윤혁 선배를 제외한 나머지 선배들이 제정신 아닌 이상 패스든 오프 더 볼이든 소용이 없다.
이러한 능력은 어디까지나 팀적 움직임에서 영향을 발휘하는 것들인데 정작 팀원들이 윤혁 선배를 빼고 몽땅 쓸모가 없어질 줄이야.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내가 가장 자신있고, 가장 잘하던 것.
‘역시 혼자 캐리하는게 편해.’
아무리 날 철저히 분석하고 대비했다한들 내 실력이 이렇게 갑작스레 올랐을거란 생각은 못했겠지.
상대편의 스로인으로 재개되는 경기.
차분히 공이 오기를 기다렸다.
오늘 같이 팀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경기에선 오롯이 나 혼자, 개인 능력으로 골을 만들어야 할터.
그러자면 공격할 때 최고의 효율을 발휘해야 한다. 아무리 능력이 오른 나라도 매번 상대 팀을 혼자 뚫을 순 없을테니까.
‘수비는… 선배들한테 맡기자.’
공격에서도 혼자 다 뚫어대고, 수비할때도 상대 공격을 족족 막아낸다는 건 꿈에 가까운 헛소리다. 설혹 내 체력이 100이라고 해도 그건 불가능하다.
축구는 결국 팀 스포츠이고, 패스는 사람보다 빠르니까.
다만, 수비에서 아낀 체력을 공격에서 폭발시키는 건 가능하겠지. 그러니까 제발 수비에서만큼은 무너지지 않아야 하는데.
“왼쪽! 뒤는 맡기고 붙어!!”
다행히 고군분투하며 2인분 역할을 하는 윤혁 선배의 활약에 힘입어 상대의 공을 끊어냈다.
공을 탈취한 고지식 선배가 습관적으로 윤혁 선배에게 공을 건넸고, 윤혁 선배가 공을 트래핑하는 그 순간.
‘왔다!’
순간적으로 윤혁 선배와 시선이 마주쳤다고 느꼈을 때, 이미 내 몸은 빈 공간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