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51)
051
결승전 무대, 명학대의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한 송혁규는 이를 악물었다.
본래라면 이 자리의 주인은 자신이 아니었을터다.
주전이 아닌 로테이션 맴버.
그것도 센터백이 주 포지션인 송혁규가 결승전이란 중요한 무대에서 익숙치도 않은 측면 미드필더란 자리에 선발 출장할 수 있던 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출중한 수비력 덕분.
‘나는 이 새끼만 막으며 돼!’
바로 눈앞에서 어슬렁거리는 호진대 15번이 날뛰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확실히 쉽지 않다. 버거울 정도야.’
감독의 당부를 들을때만해도 큰 걱정은 없었다.
송학규의 수비 능력은 대학 리그 최고였으니까. 명문 중의 명문이라 불리며 우승 단골 맴버인 명학대에서 괜히 로테이션으로 뛰고 있는게 아니다.
그러나 리그 최고의 수비력에도 불구하고 로테이션 맴버라는 건 송학규에게 큰 단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작은 신장.
한국 남자에게 180cm이란 신장은 결코 작은 키가 아니다. 오히려 ‘위너’라 자부할 수 있는 장신이지만 축구 선수, 그것도 센터백이라면 180cm조차 단신으로 분류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의외로 축구계엔 단신 센터백이 꽤 많다.
심지어 170cm대의 신장으로 클럽팀에서나 국가대표로나 레전드까지 된 스페인의 카를로스 푸욜, 이탈리아의 파비오 칸나바로, 아르헨티나의 로베트로 아얄라 같은 선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이들에겐 단신이란 약점을 만회할 능력이 있었다.
단신임에도 인간이 아닌듯한 신체 능력으로 어지간한 장신 공격수를 능가하는 공중전 능력을 보이거나, 압도적인 판단력과 축구 지능으로 수비 라인을 지휘하고 정확한 위치 선정을 하던가, 후방 플레이 메이킹 능력이 뛰어나든가 같은.
당연히 송학규에게 이런 능력이 있었다면 로테이션으로 밀려나지도 않았을터.
송학규는 그저 수비력만 좋았다. 오직 수비력만.
하지만 그렇기에 결승전 무대에서 이런 역할을 맡을 수 있던 것이기도 했다.
‘어떻게 얻은 기횐데. 기필코 막는다!’
어슬렁거리는 호진대 15번을 예의주시하며 근처에서 맴돌던 송학규였기에 눈치챌 수 있었다.
끊임없이 두드려맞는 팀과는 상관없다는 듯 어슬렁거리던 녀석이 일순 득달같이 달려드는 것을.
‘15번… 홍민준이랬나.’
이제 겨우 1학년.
신입생 주제에 결승 무대에 선발 출전이라니. 그것도 감독이 자신을 측면 미드필더로 출전시켜 밀착마크를 붙일 정도로 재능이 출중한 녀석이란 건 알지만,
‘이번에도 막는다!’
그래봤자 경험이 부족한 1학년.
이번에도 공이 날아오는 지점을 귀신같이 파악해 달려가는 녀석의 뒤를 바짝 따라붙는다.
어찌나 트래핑이 신묘하고 개인기가 좋은지 균형을 잃은 상태에서도 끝끝내 소유권을 지켜내는터라 공을 뺏을 생각은 진작에 버리고, 이번에도 시간만 지체시킬 속셈으로 녀석이 트래핑을 위해 한 쪽 발만 디딤발로 삼을 때 이렇게 밀면—
‘뭣!?’
분명 흔들렸다.
우왁스러운 경합에 균형이 무너진 녀석의 자세가 흐트러졌음에도— 녀석은 말도 안 되는 퍼스트터치로 날아오는 공의 방향을 바꿔놨다.
경합하느라 벌어진 송학규의 다리 사이로.
‘앗, 아, 안 돼!’
다리 사이를 지나치는 공에 시선이 끌린 그 짧은 사이, 순식간에 균형을 되찾은 녀석이 치고나가려는 듯 한 움직임에 송학규는 재빨리 녀석의 유니폼을 움켜쥐고 당겼다.
달려나가는 녀석의 힘이라면 당연히 반발력이 있어야 하지만 잡아당기는 손에서 아무런 반발력도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당기는 힘에 순순히 끌려온 녀석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끄는 힘을 이용해 송학규의 몸을 축으로 삼아 빙글 돌더니 자연스럽게 잡고 있는 손을 쳐내며 그대로 달려나가는 것이 아닌가.
“이, 이럴수가….”
무리하게 따라가려다 다리가 꼬여 엉덩방아를 찧은 송학규는 멍하니 주저앉아 팀원들이 허수아비처럼 뚫리는 모습을 감상할 수밖에 없었다.
1명, 2명, 3명… 그리고 골.
지나칠 정도로 걱정하던 감독의 잔소리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 * *
일반적으로 대학 리그 경기는 중계 방송을 하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인기가 없으니까.
그러나 대학 리그는 어찌됐든 축협 주관의 대회. 그것도 나름 전국 단위로 열리는 대회다보니 결승쯤되면 중계를 하긴 한다. 인터넷으로.
인터넷 중계라도 캐스터와 해설은 있어야 하는 법.
오늘 대학 리그 결승전, 왕중왕전의 중계를 맡은 해설자 김찬식이 포효하고 있었다.
“달립니다! 달립니다달립니다달립니다아아아!!! 빨라요오옷!!”
“저, 기, 김찬식 해설위원님. 조금만 진정하고 해설을, 설명을 해주셔야—”
“15번 홍민준 선수!! 말도 안 되는 슈——우퍼 플레이!! 엄청난 플레이가 나왔쑵니다아아앗!!”
“그러니까 해설을—”
“쓔우우웃!! 꼴!! 꼬오오올!!! 꼴입니다, 꼴이에요!! 홍민준 선수의 기가~맥힌 원더꼴!!”
“…네, 호진대 15번 홍민준 선수가 하프라인에서부터 공을 잡고 드리블하여 4명을 돌파한 끝에 골을 넣었습니—”
“꼬올~ 꼴꼴꼴꼴!! 엄청난, 그야말로 기가 맥히는 원더꼴이에요!!”
광분하여 벌떡 일어나 외치는 김찬식 해설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캐스터 한상용은 재빨리 말을 이었다.
“아 명장면이네요. 리플레이 화면 나오죠. 김찬식 해설위원님 설명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리플레이 영상으로 보니까 캬~ 말이 안 나옵니다! 정말 대단해요 우리 홍민준 선수!”
“네~ 대단한 움직임이군요. 그래서 어떤 움직임이었습니까?”
“크으~~!! 여기 보십쇼!! 명학대 송학규가 선수가 유니폼을 잡아 당기는 힘을 이용해 몸을 돌리며 손을 풀어내고 달려나가는 영리한 움직임!! 이후에 3명을 돌파하고, 그대로 슛팅!! 크아~!!”
“아, 네… 그렇군요.”
저 세상 텐션으로 꽥꽥 소리를 질러대는 김찬식을 보며 진땀을 훔치던 한상용은 걱정스레 채팅창을 확인했다.
—ㅆㅂ 지렸다
—지리고오지고렛잇고!
—와 대학리그수듄ㄷㄷ해
—해설누구임? 샤우팅오지넼ㅋㅋㅋ
—김찬식ㅋㅋㅋㅋ 여기서도 이러고있네
—아ㅋㅋ 찬식이형 샤우팅은 못참짘ㅋ
—하프라인 드리블 실화냨ㅋㅋㅋ 걍 다 뚫리네ㅋㅋㅋ
—이거 15번이 잘하는거냐 아님 상대가 걍 허벌인거냐
—명학대 명문임 대학리그 단골 우승 학교ㅇㅇ
—근데 15번 뭐냐 진짜;; 지 혼자 뚜까패네ㅋㅋ…
—난 축구실력보다 와꾸가 놀랍다 저게 축구선수 와꾸냐;;
의외로 긍정적인 채팅이 많지 않은가.
게다가 방청인원이 200명?
한상용은 벌써 눈이 침침해졌나 몇 번 비빈뒤 다시 보았다.
에이~ 20명을 잘못봤겠지 했는데 200명이 맞았다.
“에… 왕중왕전을 시청하고 계시는 200여 명의 시청자분들께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여기는 한국대 축구경기장. 명학대와 호진대, 호진대와 명학대의 결승전이 열리고 있는 곳에서 캐스터 한상용, 해설에—”
“이야아아앗!!! 또, 또 잡았쒀요!! 홍민준 선수 또 공잡고 포풍같은 드리블돌퐈아아앗!!”
“…네, 김찬식 해설위원입니다.”
* * *
전반전이 끝난 하프타임.
호진대 라커룸은 고요했다.
무려 2:1로 스코어를 리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홍민준과 윤혁의 눈치를 보며 모두가 숨죽이고 있을 무렵, 쾅! 거칠게 문이 열리며 나건성 감독이 들어왔다.
“뭐하냐 너네.”
“…….”
“왜 이렇게 조용해. 다들 죄졌어?”
“아닙니다.”
“새끼들아. 너네도 스스로의 플레이가 얼마나 한심했는지는 말 안해도 알거라 생각한다. 홍민준이랑 윤혁을 제외하면 모두가 실망스러웠어. 결승전이다. 결승전에서 질수도 있지. 근데 이따위로 질거냐? 지더라도 전력을 다하고 져야 후련하지 않겠어?”
선수들에게 가장 뼈아픈 경기는 어떤 경기일까?
기록적인 대패? 라이벌 팀과의 승부에서의 패배? 결승전에서의 패배?
물론 나열한 어느것하나 뼈아프지 않은 패배는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선수들에게 좌절감과 무력감을 주는 패배는 본래의 실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지는 것.
결승전이다.
무려 결승전.
아무도 진출할거라 기대하지 않았던 팀이 돌풍을 일으키며 올라온 결승전.
이런 무대에서 긴장감에 짓눌려 실수 연발의 플레이를 보여주다 자멸한다면 과연 선수들의 심정은 어떨까.
긴장하면 안 된다고, 평소대로 플레이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알지만 막상 경기장에서 그러지 못할 뿐이지.
“나는 더 이상 해줄 말이 없다. 전술지시든 움직임이든 이미 훈련에서 다 연습했어. 근데 너네. 앞으로 이 경기 되돌아보며 후회하지 않을 자신있냐? 내가 보기엔 홍민준이랑 윤혁이 빼면 다 후회할 것 같은데?”
“…….”
“새끼들아. 가서 후회없이 뛰고와. 결승전 아니냐. 그리고말야. 너네 실수해도 괜찮아. 자살골? 먹혀! 왜냐고? 저기봐라.”
감독의 말에 선수들의 시선이 일제히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향했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홍민준과 윤혁.
두 사람을 가리키며 감독은 웃었다.
“얘들이 다 해줄거다. 아까봤지? 미친놈마냥 하프라인에서 4~5명씩 돌파하며 골 넣는거. 그리고 그렇게 압박을 해오는데도 기똥차게 패스해주는거. 이제 알겠냐? 너네가 필드에서 똥을 싸도 쟤들이 치워줄거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원없이 뛰고와라. 이상.”
감독은 그 말을 끝으로 라커룸을 나섰고, 여전히 조용하지만 묘하게 의욕적인 분위기 속에서 후반전 시작을 위해 그라운드로 향했다.
“얌마. 홍민준.”
“네 선배.”
“미안하다.”
“네?”
“병신같이 플레이해서 미안하다고.”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혁아. 앵커 역할 내가 맡을게. 애초에 홀딩은 내 역할이었잖아.”
축구는 복합적인 스포츠다. 아니, 모든 스포츠가 그렇다.
단순히 신체 능력과 기술적 능력만이 전부가 아니다.
정량화할 수 없지만 정신적 능력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
정신론이 괜히 나온것이 아니다. 정신력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순 없지만 정신력 없이는 좋은 성과를 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호진대 선수들은 홍민준과 윤혁을 제외하면 명학대 선수 개개인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상대도 안 될 정도로 밀리냐하면 그건 결코 아니었다.
“젠장! 이새끼만 막으면 되는거 아녔어!?”
“반대쪽! 오른쪽도 막아!!”
전반 내내 무기력하고 실수 연발의 플레이를 보여주던 호진대 선수를 생각하고 나온 명학대 선수들은 제 실력을 보여주기 시작한 호진대에게 고전하기 시작했다.
평소였다면 당황하지 않았을 평이한 수준의 플레이.
그러나 13번 윤혁과 15번 홍민준만 조심하면 될거라고 여긴 명학대 감독은 그 둘을 대비해 극단적인 전술을 들고나왔고,
“반칙으로라도 끊어!!”
그대로 카운터를 맞았다.
전반전처럼 무리한 듯 보이는 드리블 돌파를 시도할거라 여긴 명학대 선수들이 홍민준에게 잔뜩 몰린 사이, 홍민준의 발이 부드럽게 공을 걷어찼다.
명학대 선수들 사이의 빈틈을 쏜살같이 지나치며 정반대 방향에 위치한 이규식에게 안착한 공은 다시금 옆으로 굴러가 윤혁의 앞으로 향했고, 아웃프런트에 가볍게 차인 공은 기묘한 곡선을 그리고 또다시 반대쪽으로 넘어갔다.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홍민준의 앞으로.
퍼엉!
다시 한 번 골망이 출렁였다.
스코어 3:1.
이후 경기는 단 한 선수의 압도적인 활약을 보여주는 쇼케이스장으로 변했고, 왕중왕전엔 새로운 기록이 세워졌다.
7:2
결승전 역대 최고 다득점.
결승전 역대 최고 점수차.
결승전 역대 최고로 많은 골을 넣은 선수.
결승전 역대 최고로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한 선수.
대학 리그의 왕이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