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54)
054
정면의 대형 빔프로젝터에 백호를 형상화 한 로고가 떠있는 넓은 공간.
평소에는 한가하기 그지없던 대한 축구 협회(KFA) 프레스룸은 십여 명의 기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소문 들었어?”
“무슨 소문?”
“이 친구 정보가 이렇게 느려서야.”
“아 뭔데 그래. 알잖아, 나 원래 스포츠 아닌거.”
“쯧쯧. 뭘 했길래 경제부에서 여기까지 왔어. 자네 얼굴봐서 알려줄게. 이번 신임 감독말야.”
책상마다 노트북 한 대씩을 올려놓은 기자들이 소근소근 귓속말을 주고받는다.
“공전성 감독? 그 사람이 왜?”
“축협 이사진들이랑 대판 붙었다는데. 기술 이사진들이랑.”
“가만. 이 시기에 기술 이사들이랑 붙었다는 건… 명단?”
“벌써 소문 짜~ 해. 최종 명단두고 아주 치고박고 난리도 아니었다는데.”
“오호라… 근데 오늘이 명단 발표잖아. 에라이, 알려줄거면 일찍 좀 알려주지.”
웅성거리던 기자들은 한 사내가 등장하자 조개처럼 입을 다물었다.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 감독 공전성입니다.”
나름 인터넷으로 중계 방송까지 하는 대표팀 최종 명단 발표자리답게 깔끔한 모습으로 나온 공전성이 푸석푸석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이번 2032 호주 올림픽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겠습니다.”
아무런 미사구여없이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는 공전성의 발표에 기자들의 손놀림이 분주해졌다.
“첫번째는 등번호 1번, 퍼스트 골키퍼로 성남FC에서 뛰고있는 송찬식 선수입니다.”
공전성의 손가락이 무언가를 누르자 KFA 로고가 떠있던 빔프로젝터 화면이 넘어가며 유니폼을 입은 선수의 사진과 간략한 프로필이 뜬다.
“송찬식 선수는 193CM의 좋은 신체 조건에 동물적인 반사신경을 자랑하는 골키퍼로 성남의 뒷문을 든든하게 지켜왔습니다. 22살이란 어린 나이에 프로 통상 65경기를 뛴 노련함까지 갖춘 송찬식 선수가 이번 올림픽 본선 무대에서도 대표팀 골문은 든든히 지키게 되었습니다.”
타닥타닥 노트북을 두드리는 기자들은 담담한 표정으로 발표를 지켜보았다.
송찬식은 누구나 올림픽 대표팀 부동의 퍼스트 골키퍼로 예상하던 선수.
노련함이 중시되는 수비라인 중에서도 가장 평균 연령대가 높은 포지션이 골키퍼임을 생각할 때, 22살의 나이에 프로팀 주전으로 뛰는 송찬식은 일찍부터 차기 국대 수문장으로 꼽힐 정도로 유망한 선수였다.
“세컨 골키퍼로는 부산 아이파크에서 뛰고 있는 안현범 선수. 써드 골키퍼에는 전북 소속의 박이현 선수가 발탁되었습니다.”
두 선수의 사진과 프로필 화면이 넘어갈 동안 기자들은 무표정하게 손을 놀렸다.
골키퍼란 포지션은 축구에서도 특수한 포지션. 여타 포지션과는 달리 체력적 부담이 적기에 한 번 주전이 정해지면 어지간해선 2, 3순위 선수가 출전하기 힘든 자리인만큼 세컨, 써드 골키퍼에 대한 관심은 적었으니까.
“다음으로 수비수입니다.”
다시 화면이 넘어가고 선수의 프로필이 뜬다.
“경남FC에서 뛰고 있는 안병기 선수입니다. 등번호는 2번이며, 188cm의 좋은 체격 조건으로 공중볼에 강점이 있고, 강력한 대인 수비 능력을 자랑하는 선수입니다. 다음은 김유현 선수입니다. 185cm의 신장에 빠른발과 민첩한 수비로 대구 FC의 수비 라인을 책임지고 있는 영건입니다.”
안병기-김유현 센터백 조합은 전임 감독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온 선수들. 공전성 감독 체제에서도 꾸준히 중용받던만큼 충분히 예상되던 명단이었다.
“다음은 첫번째 와일드 카드입니다. 첫 와일드 카드는 경찰청에서 뛰고 있는 설요한 선수입니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수비수 설요한 선수는 젊은 수비진의 중심을 잡아줄 것입니다.”
첫 와일드 카드에 기대하던 기자들은 이번에도 덤덤하게 노트북을 두드렸다.
국가대표로 50경기 넘게 A매치를 뛴 28살의 설요한은 병역 문제로 작년에 K리그로 복귀한 독일 분데스리가 출신 유럽파였다.
“설요한이라. 결국 고질적인 약점인 측면 수비를 해결하지 못하고 와일드 카드를 썼구만.”
“성인 국대도 그렇고 올대도 그렇고 항상 측면이 부실하네.”
성인 국가대표에서 약점으로 꼽히는 측면 수비 라인이라지만 U23인 올림픽에서라면 충분하고도 남을터.
공전성은 측면 수비에 힘을 더하기 위해 첫 와일드 카드로 현역 국가대표 설요한을 낙점했다.
“다음으로 오지우—”
“고재범 선수가—”
발표는 무난하게 이어졌다.
대부분 예상대로라는 평가를 받을만한 선수들이 차례차례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지었고, 기자들은 김빠진 표정으로 노트북 타자를 두드려야 했다.
“다음으로 미드필더 입니다.”
기자들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비교적 주전이 확고하여 예측이 쉬운 수비진이나 공격진과는 다르게 가장 예측이 어렵다는 미드필더 차례였다.
“공전성 감독 부임 후 가장 많은 선수를 테스트 한 포지션이 미드필드지?”
“그치. 총 3차례 소집에서 미드필더만 17명을 테스트했으니까.”
특히 최종 명단 발표를 앞두고 기술 이사들과 대판 싸웠다고하니, 십중팔구 미드필더에서 이견이 발생했을터.
기자들의 시선이 공전성의 입을 향했다.
“대구FC에서 활약 중인 김대성 선수—”
“경남의 박진제 선수—”
“오표식 선수—”
그러나 예상과는 다른 무난하게 이어지는 명단에 기자들의 손이 느려질 즈음,
“이상한데.”
공전성이 잠시 물을 마시는 사이 기자 한 명이 손가락을 풀며 중얼거렸다.
“뭐가 이상해?”
“이렇게 무난하게 갈 사람이 아닌데. 기술 이사들이랑 한따까리 했다는 명단이 이렇게 무난하다고?”
“감독이 깨졌겠지 뭘.”
시큰둥한 동료 기자의 말에도 고개를 갸웃거리던 기자의 눈빛이 번뜩였다.
“아니. 미들필더 4명이 발표됐으니 슬슬 나올 시기야. 뭔가 한 건 터뜨려주겠지.”
“그 다음으로… 호진대 윤혁 선수입니다.”
“윤혁? 윤혁이 누구야?”
“호진대면 대학 리거?”
“호진대… 호진대… 아, 이번에 대학 리그 우승한….”
웅성거리며 재빨리 타자를 치던 기자들의 시선이 점점 커졌다.
“그 다음으로 창원의 채기덕 선수입니다.”
“채기덕? 채기덕은 또 누구야!”
“파격발탁을 2명이나…?”
기자들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전성은 발표를 이어갔다.
“그리고 미드필더의 마지막 자리는… 호진대의 홍민준 선수입니다.”
“뭣…? 호진대? 또 대학 리거… 그것도 아까 나왔던 대학이잖아.”
“공감독 출신 대학이 어디지?”
“미쳤군. 파격발탁도 정도가 있지 무명을 3명이나 뽑아?”
* * *
뽑혔다.
걱정했지만 무사히 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했다.
오하린의 펜트하우스에서 동거하다시피 살다보니 자취방에 돌아가지 않은게 벌써 몇 달. 짐을 챙기기 위해 오랜만에 자취방에 가려했더니 오하린이 막았다.
“안 가도 돼.”
“짐 챙겨야하는데. 호주에서 길면 한 달동안 지내야 한다는데?”
“여기. 다 챙겨놨어.”
커다란 캐리어.
겉보기에도 고급스러운 캐리어를 열어보니 안에 속옷부터 세면도구, 화장품까지 죄다 준비되어 있었다.
“하린아!!”
“꺄악! 달라붙지마!!”
덕분에 소집일까지 뒹굴다가 오하린이 운전해주는 차를 타고 파주까지 갈 수 있었다.
파주에서 합류하여 며칠 간 훈련을 한 뒤 올림픽이 열리는 호주로 출국하는 일정. 룰루랄라 편하게 파주까지 내려가며 폰으로 기사를 살피니…
“어우. 기사가 왜 죄다 이러냐.”
[파격인가 아집인가! 무명 선수를 대거 발탁한 올림픽 대표팀!] [전 국가대표 코치 “올림픽 본선에 검증되지 않은 자원을 발탁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 [나랑 너만 대학 리거? 프로 사이에 유이한 대학 리거! 같은 출신인 이유는?] [호진대만 2명! 무엇이 공전성의 부름을 받게 했나!]제목은 중립적인 척해도 내용을 보면 죄다 망하라고 고사를 지내는 내용이다. 아주 악담을 퍼붓네.
‘이거 괜찮은건가.’
뉴스도 난린데 인터넷 여론은 난리를 넘어 폭발해버렸다.
[공진성 미친거아님?]—아니ㅅㅂ 지금이 90년대도 아니고 뭔 대학리거임
ㄴㅇㅇ : 그것도 2명임ㅋㅋㅋ 돌았네
ㄴㅇㅇ : 그것도 호진대만 2명ㅋㅋㅋㅋ
ㄴ윾동 : 그것도 1학년, 2학년ㅋㅋㅋㅋㅋ
ㄴ고뤠이 : ㅅㅂ 호진대에 묻혀서 그렇지 창원인지 청원인지하는 놈은 머냐
ㄴ응애나아기축붕이 : 그거 세미 프로 구단임
ㄴㄱㄱ : 셐ㅋㅋㅋ밐ㅋㅋ픜ㅋㅋ롴ㅋㅋㅋㅋ
[아주 지랄을한다 진짜]—아 ㅅㅂ 이번에 유럽파 한명도 없네 볼맛안남 ㅅㄱ
ㄴㅇㅇ : 진짜 좆됌 배찬식 이번에 병역해결 못하면 2년 뒤 아시안 게임 노려야하는데 어쩌냐
ㄴ너티독 : 배찬식은 진짜 좆같겠다 EPL에서 그렇게 잘하는데
ㄴ글작성자 : 진짜개빡치네 구단ㄱㅆㄲ들 왜 차출을 안 해주는건데!!
[배찬식, 유만기 둘 다 차출거부당함ㅋㅋㅋ]—유럽파 개망좆망씹망ㅋ
ㄴㅇㅇ : 둘 다 이번이 기회였는데 어쩌냨ㅋㅋ 진짜 K리그에서 보냐?!
ㄴ하린이는아가애오 : 아ㅜㅜㅜ 해축볼맛안나겠다
ㄴㅇㅇ : 하린? 한하린?
ㄴ하린이는아가애오 : 오하린인데
ㄴㅇㅇ : 오하린은 누구임?
ㄴ하린이는아가애오 : 있음ㅋ
“다 왔어. 내려.”
‘헉! 나도 모르게 갤질하고 있었다.’
NFC(축구 국가대표팀 트레이닝 센터) 앞에서 오하린의 배웅… 과 더불어 캐리어를 끌고 입구에 가니 들러붙는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피해 간신히 입소할 수 있었다.
파주에 모인 대표팀을 불러모은 감독님은,
“여론이 시끄럽다. 근데 신경쓸거없다. 너네 메달따면 가라앉으니까.”
“…….”
“메달 안 딸거야? 군대갈래?”
“아닙니다!!”
단번에 의욕을 고취시켰고, 여론이 불타든 터지든 대표팀은 하나로 뭉쳐 으쌰으쌰 훈련을 받은 뒤 호주를 향해 출국했다.
그리고 지금.
올림픽 개막 3일 전.
조별예선 첫 경기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