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55)
055
축구계에서 국가대항전 성격을 띄는 가장 큰 축제 두 가지는 단연 월드컵과 올림픽을 꼽을 수 있다.
특정 국가나 지역을 넘어 범 세계적 규모로 개최되는 두 대회지만 상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점이 많다.
개최의 주체나 성격, 조항과 의무 등 다양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지만 무엇보다 선수들에게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이 바로 일정.
월드컵이 대략 한 달 일정으로 치뤄지는 것에 반해 올림픽 축구 일정은 고작 보름에서 17일 사이.
조별예선에서부터 결승까지 짧으면 보름안에 6경기를 치뤄내야 하는 타이트 한 일정에다 선수단 규모도 18명에 불과하니 결코 올림픽 시즌에 맞춰 진행할 수 없는 일정이 되어버린다.
그렇기에 올림픽 개막 이전에 미리 조별예선이 시작되는데, 그건 2032 호주 올림픽 역시 마찬가지였다.
2032년 7월 28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 센트럴 코스트 스타디움 (Central Coast Stadium).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시드니의 북쪽으로 약 80km 떨어져 있는 센트럴코스트의 고스퍼드에 자리잡고 있는 센트럴 코스트 스타디움은 지난 2000년에 개장하여 호주 프로 리그인 A리그 소속구단 센트럴코스트 매리너스 FC(Central Coast Mariners FC)의 홈구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총 20.059명의 수용인원을 채울 수 있는 이 구장은 오늘 올림픽 조별예선을 맞이하여 수용량의 반의 반도 되지 않는 고작 3000여 명의 관중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은 대한민국 대 온두라스, 온두라스 대 대한민국의 경기가 열리는 호주 센트럴 코스트 스타디움입니다. 저는 캐스터 한승철.”
“해설위원 조석기입니다.”
“아~ 이번 호주 올림픽. 우리 대한민국 조편성이 그리 쉽지 않다는 얘기가 있어요.”
“그렇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조별예선 D조에 소속되어 있는데요. 같은 조로 묶인 국가는 오늘 우리와 경기할 온두라스가 있고 그외에도 모로코와 스페인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무적함대 스페인이 가장 무섭겠죠?”
“맞습니다! 유럽의 강호, 스페인이 가장 큰 난관이 될거란 예측이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 기 죽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죠. 본선 티켓은 2장이니까, 우리 선수들…”
경기 시작을 앞두고 캐스터와 해설위원이 열심히 준비된 대사를 주고받는다.
자연스러운 소개와 함께 경기가 열리는 지역, 한국의 조편성 같은 정보를 간략하게 시청자들에게 상기시켜주던 두 사람의 정면, 방송화면에 보이지 않는 곳에 세워져있던 프롬프터(방송에서 원고, 또는 노래 가사 등을 띄워주는 장치)에 글자가 떠올랐다.
내용을 확인한 두 사람이 말을 버벅거리며 힐끔 피디를 쳐다봤다.
‘괜찮아! 진행해!’
그런 의미의 손짓을 연신 보내오는 모습에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네, 우리 선수들.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여주길 바랍니다. 그런데 조석기 해설위원님. 이번 대표팀에 특이한 부분이 있다고 하던데요.”
잠시 말을 멈춘 두 사람은 마른 입술을 핥았다.
피디가 괜찮으니 계속 진행하란 손짓을 보내는 것을 보아하니 축협에서도 허락한거 같은데… 문제는 줄타기를 잘못하면 축협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오지게 까일 수도 있는 일이었다.
아무리 말이 많다지만 올림픽을 앞둔 대표팀의 논란을 다시 끄집어내는 일이었으니까.
“그렇습니다. 대표팀에 한 번도 소집되지 않았던 무명의 두 선수, 호진대의 윤혁 선수와 홍민준 선수인데요. 대학 리그에서 굉장한 활약을 한 선수라지만 그간 한 번도 발을 맞춰보지 않은 선수가 두 명이나 최종 명단에 발탁된 것으로 아주 떠들썩했었죠.”
“네. 여론이 아주 뜨거웠는데요. 논란이 계속되자 공전성 감독이 직접 기자 회견을 열어 정면돌파를 시사했었죠. 잠시 자료화면 보고오겠습니다.”
[—입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저는 올림픽을 반년 앞두고 부임했습니다. 전임 감독님과 저는 전술관이 다르기에, 팀의 전술이나 스타일이 완전히 바뀔 수밖에 없었고, 선수 구성에도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처음 발을 맞추는 것은 비단 몇 몇 선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가대표는 구단과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이는 와일드 카드로 뽑힌 선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결과로 증명하겠습니다.]최종 명단 발표 이후 엄청난 논란이 일었다.
채기덕과 윤혁. 그리고 홍민준.
무려 세 명 모두 무명의 선수들.
그나마 채기덕은 지난 소집에서 활약했다는 명분이라도 있지, 윤혁과 홍민준은 소집은커녕 대표팀 상비군 명단에도 없던 선수들 아닌가. 거기에 같은 대학 출신이란 것까지 겹치자 여론이 격동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공전성 감독은 직접 기자 회견을 열어 ‘결과로 증명하겠다’고 선언했다.
감독의 정면돌파 발언으로 간신히 여론을 수습할 수 있었지만, 말이 수습이지 정확히 말하면 어디 얼마나 잘하는지 두고보자는 분위기.
이 와중에 여론을 진정시켜야 할 축구협회가 방관하다시피 하며 공전성과 협회의 갈등이란 또다른 떡밥까지 투척하니, 그야말로 역대 가장 논란 많은 대표팀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올림픽을 앞두고 벌어진 2번의 친선경기에서 베일에 쌓인 두 선수의 실력을 확인하나 싶었지만, 두 경기 모두 비공개로 치뤄졌죠.”
“그렇습니다. 대표팀은 지난 14일, 파주에 소집되어 약 일주일 간 훈련을 통해 발을 맞춘 뒤 이곳, 호주 시드니에 입성하였습니다. 그리고 두 번의 친성 경기를 치루며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는데요. 특이한 건 두 차례의 친선경기가 비공개였다는 점입니다.”
“비공개라니. 상당히 특이하네요.”
“그쵸. 보통은 공개로 진행되는데, 이번엔 전력과 전술을 숨기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아~ 확실히. 이번 대표팀, 트릭이 상당합니다. 상대하는 팀들이 아주 혼란스럽겠어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던 피디가 힐끔 채팅창을 살펴봤다.
—ㅅㅂ 우리도 혼란스럽다
—ㅋㅋㅋ 아군도 속이는 트릭
—결과로 증명한다했으니 두고보는데 이거 맞는거냐?
—공전성 미친놈임ㅋㅋ 와일드 카드도 2장밖에 안쓰고 뭔 자신감인지 모르겠네
옹호하는 글을 찾기 어려운 압도적인 부정적 여론.
피디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하라니 하긴 했는데… 대체 어쩔셈이지. 메달권… 적어도 4강. 그 정도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공전성 커리어는 끝장이다.’
피디의 눈에 다급히 발표를 이어가는 두 사람이 잡혔다.
“방금 경기 명단이 발표되었습니다!”
“네! 골키퍼에 송찬식… 아! 나왔습니다! 베일에 쌓여있던 두 선수, 윤혁 선수와 홍민준 선수가 선발 출전합니다!!”
“드디어! 드디어 두 선수를 볼 수 있습니다! 여기는 호주 시드니, 센트럴 코스트 스타디움! 대한민국과 온두라스, 온두라스 대 대한민국 경기가 치뤄질 경기장입니다!!”
* * *
경기 시작 10분 전.
대기실에 모인 선수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올림픽 대표팀은 다른말로 U23대표팀으로 불리기도 한다. 23세 이하 대표팀이란 명칭답게 와일드 카드를 제외하면 모두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
올림픽이란 큰 경기에서 긴장하지 않는 어린 선수는 몇 없었고, 그 얼마 안 되는 선수 중 하나인 홍민준은 스마트폰으로 한가롭게 갤질을 하고 있었다.
[개같이멸망 10분전] [이번 올림픽 축구 기대 안되는거 나뿐임?] [온두라스한테 좆발릴듯ㅋㅋㅋㅋ] [결과로 증명하겠습니다!! 결과 예선탈락]‘하여간 좀 지켜보고 떠들지.’
쯧 혀를 차며 라커룸에 스마트폰을 던져넣으니 기다렸다는 듯 감독이 들어왔다.
“다들 주목.”
피곤에 쩐 푸석푸석한 얼굴을 쓸어내리며 들어온 공전성은 자석이 어지럽게 붙어있는 전술판으로 다가가다 문득 걸음을 멈췄다.
“긴장되냐?”
“…네.”
마침 문앞에 자리하고 있던 수비수 오지우 선수가 다리를 달달떨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감독님이 라커룸을 둘러봤다.
“이번 올림픽 망하면 은퇴할거다.”
감독님의 폭탄 선언에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치켜들었다.
“내 인터뷰봤지?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큰 소리 뻥뻥친거. 그렇게 외쳤놓고 망하면 쪽팔려서 감독 생활하겠냐.”
미친… 전술광이라더니 이건 그냥 광인 아니야?
“밖에서 시끄럽게 떠들고있다. 우리가 망하라고 기도를 하고 있지. 너네도 모두 알다시피 이번에 난 협회에 찍혔어. 협회뿐이냐? 아주 그냥 전국적으로 찍혀있는 상태다. 어떠냐. 너네, 나보다 상황 심각하냐? 어이, 송찬식. 대답해봐.”
“아, 아닙니다.”
“주장?”
“저도 이번에 메달 못따면 얄짤없이 경찰청에서 1년 반 있어야하는데… 그래도 감독님한테 안 되겠네요.”
그나마 여유로운 표정으로 앉아있던 주장 설요한 선배가 너스레를 떨었다.
“그치? 아니지? 여기 나보다 심각한 사람은… 음, 몇 명 있긴하네. 홍민준. 넌 잘해야된다. 너랑 난 운명공동체야. 나 망하면 너도 한국에서 뛸 생각마라.”
이런 미친. 물귀신도 아니고 왜 하필 날 끌어들여.
“전 어차피 유럽갈건데요.”
“막내 말하는거 봐라. 너네 쟤 혼자 유럽 보낼거냐? 늬들도 유럽 무대 한 번 밟아봐야지. 안 그러냐?”
“맞습니다!”
“저도 유럽갈겁니다!”
“유럽 갈끄니까~!”
감독님의 말에 선배들이 꽥꽥 악을 지른다.
그제야 피식 웃은 감독님이 가볍게 손뼉을 친다.
“나 유럽에서 지도자 교육 받고 코치 생활한거 알지? 이번 올림픽에서 잘하는 놈들은 내가 책임지고 유럽 구단이랑 연결시켜준다.”
“우와아!!”
“감독님 사랑합니다!!”
빈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과장되게 환호하는 선배들을 둘러보며 감독님이 묵직하게 말했다.
“가자. 나가서 온두라스 밟아버려.”
2032년 7월 28일, 현지 시각 17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 센트럴 코스트 스타디움 (Central Coast Stadium).
대한민국 : 온두라스
GK 송찬식 / GK 귀티
RB 오지우 / RB 말도나도
CB 안병기 / CB 데카스(c)
CB 김유현 / CB 멜렌데스
LB 설요한(c) / LB 누녜스
DM 김대성 / CM 레예스
DM 윤혁 / CM 로드리게스
RW 채규석 / RW 벵구체
AM 오표식 / AM 리바스
LW 홍민준 / LW 엘비르
CF 유지호 / CF 페레요
감독 : 공전성 / 팔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