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56)
056
삑, 삑, 삐이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우리팀의 선축으로 시작된 경기.
공 위에 발을 올리고 서있던 중앙 공격수 유지호 선배가 옆에 서있던 나를 향해 가볍게 패스를 건넸다.
원터치로 곧장 수비 진영을 향해 패스를 돌리고 내 자리인 좌측 측면을 향해 움직였다.
우리 수비 진영에서 여유롭게 이어지는 패스를 지켜보며 자리를 굳건히 지키던 온두라스 선수들이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공이 허리라인까지 올라왔을 무렵.
아군 센터백 듀오가 두어 번 패스를 주고받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윤혁 선배에게 공을 건네자 온두라스의 압박이 시작됐다.
‘분석 자료대로 압박 라인이 높지는 않아.’
상대 공격수의 압박이 있었지만 적극적이지는 않은 움직임.
측면 수비수와의 2:1패스로 여유롭게 압박에서 벗어난 윤혁 선배가 힐끔 나를 쳐다보고는 곧장 패스를 보내왔다.
적의 수비가 굳건하다보니 적 진영을 향한 공간 패스가 아닌 내 발밑을 향한 패스. 패스가 오길 기다리기보단 가볍게 달리며 주변을 훑었다.
‘내쪽으로 붙는 선수 하나. 패스 경로를 막으려는 선수 둘.’
아군 진영에서 이루어지는 패스라 적의 압박이 그리 거세지는 않다.
패스를 받는 순간 본능적으로 드리블하기 좋은 자세를 취하던 나는 움찔 움직임을 멈췄다.
‘맞다.’
경기 시작 직전, 감독님이 했던 말.
“내가 신호하기 전까지 드리블을 자제하고 전술적 움직임으로 풀어나가봐.”
이유는 모르겠지만 감독님의 특별히 언급한 지시 사항.
아직 경기 초반인데 괜히 감독님 지시를 어길 필요는 없겠지. 힐끔 감독님을 살폈지만 팔짱을 끼고 지켜보기만 할 뿐.
드리블하려던 것을 멈추고 가볍게 뒤로 공을 보냈다.
나를 향해 다가오던 까무잡잡한 온두라스 선수가 다시금 거리를 벌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비 방식은 대인 마크보단 존 디펜스. 선수마다 배정된 일정 공간을 지키다가 공을 잡은 상대 선수가 다가오면 달라붙는 방식.’
상대의 움직임을 살펴보며 분석보고서 내용과 비교했다.
볼의 소유권이 없을 때의 움직임은 보고서의 내용대로. 아직까진 감독님의 분석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라인 올려!”
경기가 시작하고 2분 가량 우리 진영에서 패스를 돌리며 상대 움직임을 파악하던 팀은 감독님의 손짓에 따라 적극적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주장이자 좌측 수비수로 출전한 와일드 카드 설요한 선배. 왼쪽 공격수로 출전한 나보다 높은 위치까지 오버래핑 한 설요한 선배에게 패스가 이어졌다.
“붙어! 붙어줘!! 패스할 수 있게 붙어줘!!”
“중앙으로 간다!”
“여기 비었어!”
여유롭게 움직이던 양 팀 선수들의 얼굴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빨라진 템포. 나 역시 전술적 움직임에 맞춰 하프 스페이스를 파고들었다.
설요한 선배에서 나, 다시 설요한 선배, 유지호 선배로 연결되던 패스가 온두라스의 적극적인 압박에 끊겼다.
‘젠장. 온두라스는 역습이 좋은 팀인데.’
온두라스전을 준비하며 했던 훈련대로 움직인다.
‘역습의 시발점은 레예스다.’
분석 자료를 통해 몇 번이고 확인했던 상대의 전술.
온두라스의 핵심이자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레예스를 찾아 시선을 돌렸을 때,
“카운터! 들어가!!”
어느새 나타난 윤혁 선배가 레예스를 향하던 패스를 중간에서 끊어냈다.
순식간에 이루어진 공수전환에 서로의 진영이 어지럽게 얽히며 혼란을 야기했지만 몸은 훈련받은대로 좌측 빈공간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윤혁 선배라면 이쪽으로 연결해줄거야!’
호진대에서 몇 번이고 겪었던 상황.
윤혁 선배를 믿고 전 진영을 향해 전력으로 달리며 뒤를 돌아본 순간 눈이 마주쳤다.
‘온다!’
뻥!
공을 걷어차는 시원한 타격음과 함께 빠른 속도로 쏘아진 패스. 상대 진영에서 이루어진 연이은 공수전환에 우리팀이나 상대팀이나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날 마크하는 선수가 없었다.
여유롭게 공을 트래핑하며 무의식적으로 드리블 칠 공간을 확인한다.
“홍민준!! 여기!!”
빠르게 상대 패널티 박스를 향해 달려가는 오른쪽 공격수 오표식 선배의 모습이 보였다.
드리블치기 위한 자세였기에 패스를 하기엔 어려운 상황. 자세를 잡고 패스하면 늦다. 오프사이드에 걸릴거다.
아주 짧은 순간의 망설임 끝에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공을 때렸다.
불안정한 자세로 한 패스에 공을 차고 난 후 균형을 잃고 휘청였지만 그것도 잠시, 균형을 회복하기도 전에 재빨리 그라운드를 박찼다.
제대로 된 자세에서 한 패스가 아니라 정확히 맞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것 덕분에 절묘하게 바운드 된 공이 걷어내려던 상대 수비수의 발밑을 통과해 데굴데굴 굴러갔다.
“슛! 슛!!”
천금같은 기회를 잡은 오표식 선배가 굴러오는 공을 그대로 걷어찼다.
뻥!!
강렬한 슛팅음과 함께 공이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 * *
“네, 우리 선수들 차분하게, 차분하게 풀어가야 해요.”
“아 말씀드리는 순간, 패스 미스! 볼이 끊깁, 아! 다시 끊어냅니다! 윤혁 선수! 절묘한 위치 선정으로 다시 소유권을 되찾, 어어! 홍민준! 홍민준 선수 달립니다!!”
“빠릅니다, 빨라요! 좌측 공간을 파고드는 홍민준 선수!!”
“윤혁 선수 그대로 패스! 연결됩니다!!”
“홍민준! 홍민준입니다! 홍민준 아웃프런트 패스!!”
패널티 박스를 파고들어가는 오표식의 움직임을 본 홍민준이 주춤하더니 오른발로 아웃프런트 패스를 보냈다. 절묘하게 휘어져 들어가는 패스였지만 중간에 서있던 온두라스 수비수가 무난히 걷어낼 것 같던 상황.
“홍민준의 패스가, 아 막히, 바운드! 그라운드에 바운드되며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입니다!!”
“연결됐어요! 오표식 선수한테 공이 연결됐어요!!”
그러나 낮게 날아가던 공이 땅에 바운드되며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였다.
걷어내기 위해 발을 휘두르던 수비수의 발이 안타깝게 공 위를 스치고, 그대로 굴러간 공이 패널티로 파고들어가던 오표식에게 연결되었다.
“오표식! 오표식, 오표식 슈우웃!!”
“슛팅!! 아! 골대! 골대가— 아, 홍민준! ”
불규칙 바운드와 상대 수비의 실책으로 나온 천금같은 기회.
와일드 카드로 뽑힌 일본 J리그 시마즈 소속 오표식이 공을 잡자마자 깊게 디딤발을 박고 역동적인 폼으로 슛팅을 때렸다.
뻥!!
그라운드 주변에 설치된 마이크에 들려오는 가죽 터지는 소리와 함께 쏘아진 강력한 슛팅. 골키퍼가 막을 수 없는 구석을 노린 슛팅이었지만 아쉽게 골대를 맞고 튕겨나온 순간.
“홍민준이 세컨볼을 잡, 슛! 아니, 접었습니다!”
패스를 하고 득달같이 달려온 홍민준이 골대를 맞고 튕겨나온 세컨볼을 잡았다.
강력한 슛팅답게 골대를 맞고 패널티 라인까지 튕겨나온 공을 잡았을 땐 이미 상대 수비수들이 겹겹이 앞을 막은 상황.
공을 잡자마자 슛팅으로 이어갈 것 같던 홍민준의 자세에 바로 앞에 있던 온두라스 선수가 몸을 날렸다. 휘둘러지던 발이 급격히 힘을 잃더니 부드럽게 공을 옆으로 튕긴다.
한 명의 수비수를 제치며 구석에서 정면 방향으로 공을 옮긴 홍민준이 다시 슛팅할 것처럼 깊게 디딤발을 박자 연이어 수비가 몸을 날렸고,
“다시 슈, 또, 또 접었습니다!”
그라운드에 쓰러져 허망하게 손을 휘적이는 수비를 통과한 홍민준이 반 박자 빠르게 공을 찼다.
“돌파해냈, 슛! 슈우웃!! 골! 골이에요!”
“홍민준! 골입니다!! 홍민준 선수의 멋진 선제골이 터져나왔습니다!!”
“우와아아아!! 골! 선제골입니다!!”
강력한 슛팅이 골망을 뒤흔드는 순간 의자에 반쯤 엉덩이가 떨어져 있던 캐스터와 해설위원이 벌떡 일어나 괴음을 질러댔다.
“선제골을 기록한 선수는 홍민준!! 홍민준 선수입니다!!”
“아~ 베일에 쌓여있던 선수가 데뷔전에서 아주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전성 감독의 깜짝 발탁 이후 말이 많았는데 실력으로 보여주는군요 홍민준 선수.”
“맞습니다. 아 리플레이 화면이 나옵니다.”
“이야~ 이거 대단하네요. 그 급박한 상황에서 침착하게 슛팅 페이크! 그것도 연이은 페이크로 두 명의 수비를 제치고 골을 기록합니다!”
“윤혁 선수도 대단하네요. 공격 포인트는 없지만 결정적인 컷팅 이후 패스까지. 논란이 많았던 두 선수 모두 실력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1 : 0 온두라스 — 전반 13분]—골!! 골!! 선제골!!
—와 시발… 지렸다
—미쳤넼ㅋㅋ 저거 누구냨ㅋㅋ
ㄴ캐스터가 목이 쉬어라 외치고있자너 홍민준이라곸ㅋㅋ
ㄴ홍민준? 그 홍민준??
ㄴ윤혁도 존나 잘함ㄷㄷ
ㄴ씨발 저 둘 왤케잘함??
—??? : 결과로 증명하겠습니다
—캬~ 공전성의 인맥축구 ㅇㅈ합니다
—근데 진짜 홍민준골 다시봐도 지린다
—이새끼뭐임?? 왤케 잘함??
—ㅋㅋㅋㅋㅋㅋ카메라도 속았쥬?ㅋㅋㅋ
ㄴㅋㅋ카메라 감독도 속아서 페이크할때마다 화면 휙휙 돌아감ㅋㅋㅋ
ㄴ뭔 시발ㅋㅋㅋ 존나웃기넼ㅋㅋㅋ
—줸장! 공전성 믿었다구~!!
—팬티벗고소리질러!!!
* * *
전반 13분 터져나온 선제골.
온두라스는 만회골을 넣기 위해 급격히 템포를 끌어올렸다.
‘온두라스는 전형적인 중남미 팀이다. 분위기를 타면 실력 이상을 보여주지만 반대로 기세를 잃으면 모래알같이 무너지지.’
감독님의 브리핑대로 선제골 이후, 맹렬히 몰아붙이던 온두라스는 꽤나 위협적이었다.
그러나 전반 중반이 넘어가도록 제대로 된 유효슛팅하나 날리지 못하던 온두라스는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했고, 위험 지역에서 파울을 내주더니 와일드 카드로 발탁된 오표식 선배의 프리킥에 추가골을 얻어맞고는 기세가 흔들렸다.
후반 13분.
훈련 때 연습하던 패턴 플레이대로 우측에서 공을 주고받다 좌측으로 길게 전환하는 플레이로 상대 수비와 1대1 상황이 연출되었고, 드리블 돌파를 하려던 나는 감독의 지시를 떠올리곤 반대편에서 침투해들어가는 오표식 선배에게 패스했다.
전반전에 골대를 맞추며 기회를 놓쳤지만 프리킥으로 만회했던 오표식 선배는 이번에도 가볍게 골망을 흔들며 점수차를 3점으로 벌렸고, 온두라스는 그대로 무너졌다.
[경기종료 — 대한민국 4 : 0 온두라스] [D조 결과 승 무 패 득 실 승점]1. 대한민국 1 0 0 4 0 3
2. 스페인 0 0 0 0 0 0
2. 모로코 0 0 0 0 0 0
4. 온두라스 0 0 1 0 4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