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6)
006
문을 열었을 때 화들짝 놀라 돌아보는 여자를 볼 수 있었다.
‘와… 진짜 존나 예쁘다.’
응원단에서 가장 예쁜 하연 누나보다 훨씬 예쁜, 미안한 말이지만 정말 비교도 안 되게 훨씬 예쁜 여자였다.
나이는… 어림짐작으로 20대 초반.
긴 생머리에 간단한 흰 티와 청바지 차림이지만 워낙 몸매가 좋다보니 그것만으로 화보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을 준다.
다만… 화장이 좀 깬다.
분명 예쁜 얼굴인데 왜 화장을 저렇게 하지? 마치 꼬맹이가 어설프게 어른을 따라한 것 같은 뭐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오묘한 화장.
분명 이상한데… 화장이 이상한데도 예쁨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 원판불변의 법칙이 이런걸까 싶다.
여자가 서있는 곳은 바로 내 라커룸 앞.
근데 들고있는게 어째 익숙하네. 손에 들고있는 저건…
“내 유니폼…?”
라커룸은 또 왜 열려있지?
얼어붙은 듯 가만히 서있던 여자가 그제야 화들짝 놀라며 재빨리 손을 뒤로 감춘다.
너무 늦은 거 아니냐. 그런다고 안 보이는 것도 아니고.
등 뒤로 삐죽 튀어나온 유니폼이 거슬리네.
“저기요. 누구신데 제 유니폼을 들고 계신거죠? 아니, 탈의실 비밀번호는 어떻게 알고 들어오셨어요?”
여자가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자 라커에 가려져있던 반신이 드러났다.
저 꼴은 또 뭐야.
왜 바지가 반쯤 내려가 있는… 어라?
잠깐만.
내가 들어오기 전, 저 여자가 뭘 하고 있었지?
분명 얼굴에 내 유니폼을 묻고… 그리고 바지가 반쯤 내려가 있다…?
온다… 촉이 온다.
이건… 이건…
“내, 냄새 자위!?”
“아니야!!”
여자가 바락 외치지만 반쯤 내려간 바지로 그러니 믿을수가 있나.
냄새 맡으면서 자위라… 나도 상상만 해본 플레인데.
매니악한 페티쉬지만 남자라면 꼴리는 시츄레이션 아닌가.
솔직히 말해서 학창 시절 소꿉친구네 놀러갔을 때, 소꿉친구년 팬티를 보고 고민했었다. 저거 가져가서 딸감으로 쓸까말까.
변태처럼 팬티를 얼굴에 쓰고 자위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난 그정도까진 아니었다.
그저 평범하게 방금 벗어 따끈따끈 한, 특히 갈라진 부분이 닿았던 부분의 냄새맡는걸 상상하며 딸딸이친 정도?
과거의 나는 너무 무난했군.
한창 그거에 꽃혔을 땐 그걸로 딸딸이 많이쳤지.
물론 실제로 해본적은 없다.
소꿉친구년… 워낙 감이 좋은 년이라 팬티 훔쳤다간 바로 걸릴 것 같았으니까.
“저기요. 일단 진정하세요. 그쪽이 제 유니폼으로 자위하는거,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아, 아니라고오오!!”
이해한다는데도 버럭 소리치며 전력으로 부정하더니 도망치려는 듯 황급히 움직이다 우당탕 넘어졌다.
반쯤 내려간 바지를 생각하지 못하고 뛰려던 모양.
‘바본가?’
앞으로 넘어진 게 꽤나 아파보였지만, 그보다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하얀색.”
순백이라. 클래식하군.
역시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 순백의 팬티야 말로 최고지.
“보지마!!”
날카로운 외침에 아쉽지만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난 신사니까.
“보지말라고!!”
“안 보고 있잖아요.”
“눈동자 굴리는거 다 보이거든!”
…어떻게 알았지.
“이… 이 변태!!”
“변태 아닌데요.”
“훔쳐보고 있잖아 변태야!!”
아니 잠깐만.
변태하니까 생각난건데 정작 변태는 이 여자 아닌가?
“저기요. 변태는 오히려 그쪽—”
“꺄아악! 보지말라니까!!”
“컥!”
여자가 무언가 던지는 것은 봤지만 애매하게 고개를 돌리고 있던터라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맞고 말았다.
빡!
머리를 강타하는 충격. 수박깨지는 소리와 함께 순간 세상이 번쩍이더니 빙글빙글 돈다.
“어, 어떡… 괜찮아?”
“잠… 어지러…”
어지러움에 비틀거리다 그대로 쓰러졌다.
본능적으로 휘적거리던 손에 잡히는 무언가.
정신을 차려보니 왜인지 여자의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좋은 향기가 나네.
나도 모르게 킁킁 냄새를 맡는데 손아귀 가득 느껴지는 중량감.
움켜쥐자 말랑한 감촉이… 말랑?
순간 시선이 느껴져 퍼뜩 고개를 들자 빤히 쳐다보는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
“…….”
잠깐의 침묵.
왜인지 비키라는 말이 없길래 살짝 쪼물거려봤다.
“가슴이 참 부드럽네요.”
오 씨… 존나 크고 부드러워.
찰칵.
“아?”
찰칵, 찰칵, 찰칵.
“저기… 뭐하시는…?”
왜 핸드폰을…?
“이제 비켜.”
냉담한 목소리에 쪼물거리던 것을 멈추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자마자 머리에서 찡하니 밀려오는 통증에 이마를 문질러야 했다.
씨발 존나 아프네.
가슴 만질 땐 아픈줄도 몰랐는데, 왜 손을 떼니까 이렇게 아프지? 역시 가슴이 보약인가.
‘아프니까 조금만 만지게 해달라고 해볼까.’
실없는 생각을 하며 바닥을 훑었다.
대체 뭘 던진… 핸드폰?
어째 익숙한 핸드폰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이런 씨발! 이거 내 폰이잖아!!”
“흥. 그러게 보지말랬잖아.”
“아니… 이게 뭔… 하!”
기가막히고 코가막히고 말문이 막힌다.
“진짜 적방하장이 따로없네.”
“적반하장이거든?”
“…적반이나 적방이나. 아니, 대체 왜 핸드폰을 던진거에요? 그것도 하필 내 폰… 아니 이것도 이상하잖아. 내 폰을 왜 그쪽이 가지고 있지?”
“…….”
“생각하니 더 이상하네. 아니, 씨바. 애초에 그쪽이 내 유니폼 냄새 맡으면서 자위하고 있었잖아!!”
말을 하다보니 그라데이션으로 분노가 치밀어 끝에가서 호통치고 말았다.
아오, 씨발. 소리지르니까 머리 깨지겠네.
예쁜 여자고 나발이고, 일단 아프니까 단전 깊숙한 곳에 저장되어 있던 육갑자 분노가 용솟음친다.
“…아니거든.”
“아니라고? 그럼 왜 내 유니폼에 얼굴 박고 있었는데. 바지는 왜 내리고 있었는데!”
지진이라도 난 듯 정신없이 흔들리던 시선이 바닥을 향한다.
입술만 달싹이던 여자가 웅얼거리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그건?”
“어, 어디서 좋은 냄새가 나서 맡다가…”
“맡다가?”
“가, 갑자기 오, 오줌 마려워서…”
“아~ 그렇구나. 그러니까. 외부인은 들어올 수 없는 축구부 탈의실에 어떻게 들어와서, 좋은 냄새가 나는 곳이 하필 내 라커룸 안에 있는 유니폼이었고, 그걸 꺼내서 냄새를 맡다가 우연찮게 오줌이 마려워서, 탈의실 안에서 내 유니폼 냄새를 맡으며 바지를 내렸다?”
“…….”
장난하냐.
“하아. 야. 진짜 솔직하게 말해봐. 했지?”
“아, 아니라구우.”
“솔직히 나도 냄새 자위 좋아해. 이해할 수 있어. 냄새 맡으면서 자위 좀 할 수 있지.”
“…진짜로?”
“그럼. 하긴 내가 어지간히 잘생겨야지. 충분히 이해한다. 잘생긴 내 유니폼 냄새 맡으면서 자위하고 싶었겠지.”
나도 예쁜 여자 팬티보면 냄새맡고 싶어지니까.
“근데 씨발, 내 폰은 어쩔거야! 한 달전에 산 내 폰은 어쩔거냐고!!”
“꺅! 놀랐잖아! 소리치지마!!”
“네가 지금 나한테 소리칠 처지냐 변태야?”
어이가없어 한숨을 내쉬고 있었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난다.
눈앞에 반쯤 내려간 청바지 사이로 살짝 떨어진 허벅지 사이의 공간이 보이고, 그 위로 올라가면 허벅지가 모이는 곳에 새하얀 팬티가….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여자가 재빨리 바지를 치켜올렸다.
청바지 너머로 사라지는 팬티를 아련하게 지켜보다 위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들었다.
“…….”
“…….”
뻘쭘해서 일어나보니 의외로 시선의 높이가 비슷하다.
생각보다 키가 크네.
대충 170초반…?
도도하게 팔짱을 낀 여자가 흥,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변태.”
“어이가없네. 누가 누구보고 변태래.”
“뭐. 증거있어?”
“아니 방금 내 유니폼—”
“증거있냐고.”
“당연하지! 그야…”
…없네?
탈의실 겸용이다보니 CCTV도 없고. 아니 씨발. 진짜 증거가 없다고?
“거 봐. 증거도 없네. 난 억울해.”
“와~ 나 미치고 팔짝 뒤겠네! 억울? 억울은 내가 억울하지!!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게다가… 그래, 이 핸드폰! 내 핸드폰은 어쩔거야! 지난달에 산 최신 기종이거든?”
“시끄러워 찡찡대지마. 폰? 그거 하나 사줄게.”
“…진짜?”
“그래. 최신형으로.”
“사과사?”
“폰, 테블릿, 패드 다 사줄게. 됐어?”
…그럼 뭐.
일단 폰은 넘어가고.
“그럼 내 이마! 이건 어쩔거야. 지금도 머리 존나 띵하거든? 나 머리 나빠지면 어쩔건데!”
“나빠질 것도 없어보이지만 아프다니까 호~ 해줄게.”
“…….”
* * *
떨떠름하게 멀어지는 여자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일단 보내긴 했는데… 이거 맞나?
찜찜함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히려 이득이다.
‘핸드폰 액정 깨진 건 사과사 최신형 폰으로 바꿔준댔고. 거기에 테블릿이랑 패드까지 준다했으니 개이득이네?’
무엇보다 이마에 호~ 해줬으니까.
조금만 가까웠으면 뽀뽀였는데 아쉽다.
근데 어디서 본 것 같단 말이지.
좀 변태긴해도 저렇게 예쁜 여자를 잊어먹을리가… 잊어…
“아!! 기억났다!! 그때 그 싸가지없던 여자!!”
결코 잊을 수 없는 날.
상태창을 얻은 날이자 축구부에 입학하던 첫 날.
그날, 지각하지 않으려고 학교로 뛰어오다 만났던 그 싸가지없던 예쁜 여자! 방금 걔가 그 여자였구나.
부르르— 부르르—
그 때 진동으로 해둔 핸드폰이 울렸다. 깨진 액정을 모르는 번호.
“여보세요?”
—어~ 민준이다아~~ 민준아~ 왜 안 와~~?
여자 목소리였다.
그것도 술에 취한 듯 혀가 풀린.
“누구?”
—헐랭~ 너무해~ 민준이 누나 벌써 까먹은거야?
“누나? 누나가 누… 아, 혹시 지경 누나?”
—누나 완전 서운해에~~ 민준이 진짜 나빴어
“아 죄송해요! 지금 바로 갈게요!”
—으응~ 누나 지금 어지러워서 잠깐 나왔거든? 이쪽으로 와줄래?
“어딘지 말해주면 바로 갈게요! 아, 근데 누나 제 번호는 어떻게 알았어요?”
—번호? 같이 있는 얘들한테 물어봤지이~ 왜? 민준이 누나가 번호 알아서 싫어?
“아니요!”
지경 누나가 말해준 곳으로 달려가니 얼굴이 빨갛게 익은 여자가 벽에 기대 앉아있었다.
“누나? 지경 누나?”
“민준아아~ 왤케 늦었어~?”
“좀 일이 있어서…”
“민준아. 누나 어지러워서 그런데 잠깐 바람쐬러 갈건데, 부축 좀 해줄래?”
“그래요 그럼.”
…응?
근데 왜 모텔 앞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