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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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의 8강 상대는 ‘슈퍼 이글스’!!]—올림픽 남자 축구의 조별예선이 끝났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8팀. 우리 대한민국의 상대는 아프리카의 강자 ‘슈퍼 이글스’ 나이지리아다.
골짜기 세대란 오명을 실력으로 격파하며 조 1위로 8강에 안착한 대표팀이지만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어려운 승부가 예상된다. 아프리카 전통의 강자 나이지리아는 비록 조 2위로 8강에 진출하였지만 같은 조에 우승 후보로 꼽히는 프랑스가 있음을 감안하면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실제 프랑스와의 경기에서도 나이지리아는 대등한 경기력을 선보였지만 득점 랭킹 1위에 올라있는 프랑스의 신성 가브리엘 멘디의 활약에 아쉽게 석패하며 조 1위를 내줘야했다.
메달권을 향한 대표팀의 질주를 막아선 8강 상대 나이지리아!
이번 나이지리아전 가장 주의해야 할 선수로는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뛰고 있는 아데몰라 루크먼이 꼽힌다.
압도적인 피지컬을 앞세운 ‘짐승’ 아데몰라 루크먼을 막아낼 비책이 무엇일지! 그리고 공전성호의 황태자 홍민준이 어떤 활약을 펼치지!
대한민국과 나이지리아의 경기는 현지시각 7일 오후 4시에 개최된다.
한국의 스포츠 일간지 기사를 스마트폰으로 번역해서 훑어본 에릭 게레츠는 경기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붉은 유니폼을 입은 한국팀과 녹색 유니폼을 입은 나이지리아의 경기가 한창인 맥도널드 존스 스타디움. 후반 20분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 경기는 일방적으로 흐르고 있었다.
‘오. 마침 홍이 공을 잡았군.’
황급히 달려드는 나이지리아 선수들 사이에서 유유히 빠져나와 반대쪽에서 뛰는 팀원에게 정확하게 연결되는 롱패스.
‘2~3명의 압박 속에서도 다음 플레이로 이어갈 수 있는 압도적인 탈압박 능력. 급박한 상황에서도 경기장 반대편을 확인할 수 있는 시야와 침착함. 공간을 파고드는 동료의 속도에 맞춰 바로 앞에 연결해주는 정확한 패싱력.’
몇 번이고 확인한바지만 그럼에도 놀랍다.
‘어떻게 아시아에서 저런 선수가 나왔지? 그러고보니 한국이라… 한국에선 규격 외의 선수들이 종종 나오곤 했지.’
에릭 게리츠의 기억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선수는 독일에서 갈색 폭격기라 불리던 선수.
프랑크푸르트의 레전드가 된 그 선수는 프로 리그도 없던 축구 불모지인 한국에서 나왔다고는 믿기지 않는 뛰어난 선수였다.
그뒤로로 박지성이나 손홍민, 이강인 같은 예상을 뛰어넘는 선수들이 등장하더니 이번에도 역시나 또 한 명의 한국인이 그 계보를 잇는 것 같다.
축구계의 변방…까지는 아니어도 2류에 불과한 동아시아 지역. 그나마 독일 분데스리가와의 협력으로 스카우터들이 주시하는 J리그도 아닌 한국은 유럽 주류의 관심에서 소외된 지역이다.
올림픽전까지 무명 중의 무명이던 선수가 일약 이번 올림픽 최고의 라이징스타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에릭 게리츠는 입맛을 다셨다.
‘아쉽군, 아쉬워. 한국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썼다면 이렇게 경쟁이 치열해지기 전에 먼저 낚아챌 수 있었을텐데.’
보석은 누가 봐도 보석이다.
내가 보나 다른 사람이 보나 보석이 귀하다는 걸 몰라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보석이 드러나기 전, 진흙이 묻어 남들이 그 가치를 알아채기 전이라면 다르지.
그리고 에릭 게리츠가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빛나기 전의 보석을 선점하는 것.
‘미스터 홍은 딱 우리 바르셀로나 DNA를 가진 선수인데 말이지.’
바르셀로나의 스카우터 에릭 게리츠는 며칠 전, 친 바르셀로나 언론으로 유명한 문도 데포르시보의 기자 미켈 메리노의 연락을 받았다. 바르셀로나의 DNA를 가진 선수를 발견했다는 메시지.
안목이 까다로운 그 영감이 바르셀로나 DNA를 가진 선수라고 할 정도면 그야말로 극찬.
마침 올림픽을 맞아 젊은 선수들을 살펴보기 위해 호주에 있던 에릭 게리츠는 오랜 경륜의 미켈의 조언을 무시하지 않고 직접 확인하기 위해 한국과 나이지리아가 열리는 경기장을 찾았다.
“오우! 역시나 좁은 공간에서의 탈압박 능력이 굉장하군. 탈압박 능력은 이미 유럽 탑클래스 레벨이야.”
그리고 직접 관람하며 경기력을 확인한 결과는 놀라웠다.
이런 선수가 숨어있었다니!!
게다가 눈에 띄는 것은 비단 홍민준 한 명만이 아니었다.
“의외로 다른 한국 선수들도 꽤 괜찮은데? 어디보자… 윤… 혁? 이름이 어려운 친구군. 이 친구는 축구 지능이 아주 높아. 이 친구 역시 우리 바르셀로나 DNA가 절반쯤 있어. 호오. 설요한. 이 선수는 노련한데. 보자… 음? 와일드 카드였군. 나이가 너무 많아. 오호! 저 선수도 꽤 괜찮은데?”
물론 바르셀로나에서 뛸 정도의 재능은 홍민준 뿐. 그나마 윤혁이란 선수 정도가 어떻게 잘 다듬으면 로테이션까진 가능해 보이지만 굳이 스쿼드를 두텁게 하기 위해 NON-EU 카드를 쓸 정도는 아니었다.
“비유럽쿼터가 널널한 독일 정도면 괜찮은 영입이 되겠어.”
무엇보다 한국 선수들은 이적료가 싸다.
그것도 엄청나게 싸다.
이적에 관심을 주면 거저주다시피 하는 J리그 정도는 아니지만 한국 선수의 이적료는 동 실력의 유럽 선수에 비할 수 없이 저렴했고, 그것보다 에릭 게르츠를 흥분시키는 것은 홍민준의 신분.
“믿을 수가 없군. 저 선수가 FA라니.”
홍민준은 무려 아마추어 리그인 대학 리그에서 뛰는 아마추어 신분이었다!
한국의 스카우터들은 죄다 장님인가 싶을 정도로 누가봐도 화려하게 빛나는 선수인데 대체 왜 아마추어인지 아직까지 미스테리다.
“반면… 나이지리아는 실망스럽군.”
올림픽이 개막하기 직전까지만해도 많은 기대를 모았던 슈퍼 이글스의 에이스 아데몰라 루크먼은 시종일관 실망스러웠다.
조벌예선에선 나름 활약을 했지만 기대에 비하면 부족했고, 오늘 경기에선 분위기를 반전시킬만한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한 두 경기로 선수의 모든 것을 평가할 순 없다.
스카우팅이란 기본적으로 적으면 몇 개월, 길면 몇 년을 꾸준히 관찰함으로써 평가를 내리는 것. 축구를 하다보면 컨디션이 나쁜 날도, 유난히 안 풀리는 날도 있기에 선수 평가는 길게 봐야 하는 것이지만… 에릭이 보기엔 아데몰라 루크먼은 그리 매력적인 선수가 아니었다.
설혹 기대만큼의 활약을 했어도 눈에 안 찼겠지만.
그도 그럴것이 눈부시게 빛나는 보석 옆에 있는데 작은 보석조각… 아니, 길거리의 돌멩이 따위에 시선이 가겠는가.
그러나 문제는 밝게 빛나는 보석의 광채에 이끌린 사람이 비단 에릭만이 아니라는 것.
올림픽 8강 경기.
3만 명이 넘는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맥도널드 존스 스타디움에 자리하고 있는 관중은 반의 반인 4천명도 되지 않았으니, 에릭은 곳곳에서 눈을 빛내고 있는 축구 관계자들을 여럿 발견할 수 있었다.
‘저 녀석은 드미트리 마슬렌니코프군. 러시아는… 경쟁 상대가 아니야. 아무리 탐내더라도 선수가 러시아를 선택할 일은 없겠지.’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처럼 고개를 기웃거리지만 과거에도 창살없는 감옥으로 불렸으며 지금은 경제마저 박살난 러시아 리그로 향할 영건은 없을터.
쿨하게 러시아 구단 스카우터들을 무시한 에릭이지만 그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사람도 있었다.
‘젠장. 첼시에서도 왔나? 밥 아버라니. 귀찮은 녀석이군. …그 옆은 키어런 스콧? 녹슨 병기창도 냄새를 맡았군.’
첼시와 아스널의 스카우터를 발견한 에릭 게리츠가 눈살을 찌푸릴 때, 그를 보며 인상을 구기는 사람도 있었다.
“냄새나는 카탈루냐 놈도 왔군.”
레알 마드리드의 수석 유소년육성가 마우로 비안체시Mauro Bianchessi는 바르셀로나의 스카우터 에릭 게리츠를 보며 잔뜩 미간을 찌푸렸다.
마드리드로의 이적이 확실시되는 스페인의 자랑 호르헤의 경기력을 확인하기 위해 몸소 호주까지 왔는데, 뜬금없이 한국팀에게 처참하게 패배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멘붕에 빠졌던 마우로 비안체시였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그는 이것이 기회임을 직감했다.
“저 선수는 우리 로스 블랑코스Los Blancos의 유니폼이 어울려. 동양인답지 않게 유럽에서도 먹힐 외모라니… 상품성이 어마어마하겠어. 벌써부터 단장이 신나서 팔짝 뛰는 모습이 훤하군. 게다가 저 실력. 고작 20살에 저 정도 재능이면 조금만 다듬어도 마드리드의 로테이션으론 충분할거야.”
아시아 시장을 두고 바르셀로나와 경쟁해온 지난 수십 년.
저 홍민준이라는 선수는 오랜 세월 다퉈온 아시아 시장의 헤게모니를 장악할 수 있는 멋진 한 수가 될 수 있었다.
“흐음. 한국 선수들은 생각보다 뛰어나군. 기본기가 탄탄하고 전술적 이해도가 우수해. 그러나 탈압박 능력이 부족하고 창의성이 없구만. 저래서야 라 리가에서 뛰긴 힘들겠어.”
홍민준을 관찰하며 자연스레 경기장의 다른 선수들도 평가하던 마우로 비안체시는 몇 몇 선수에게 눈길을 주었다.
“그나마 윤혁이라는 선수는 나쁘지 않은데. 아데몰라 루크먼보다 이 선수가 낫군.”
그러나 딱 그 정도.
그 정도로는 로스 블랑코스의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되지 않는다.
핸드폰을 든 마우로 비안체시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채 두어 번이 울리기 전에 상대와 연결된다.
“날세.”
—이게 누구야. 우리 자랑스러운 로스 블랑코스의 수석 유소년육성가 비안체시 아닌가!
익숙한 목소리.
마우로 비안체시와 함께 현역 시절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었고, 은퇴 후 행정가를 거쳐 단장에 오른 루이스 캄푸스였다.
“이봐. 내가 아주 좋은 선수를 발견했는데 말이지.”
—흐음? 자네 지금 어디에 있었지?
“호주.”
—오! 호주! 그렇다면 올림픽이겠군. 호르헤를 보러 간 거 아니었나?
“물론 호르헤도 봤지. 그리고 호르헤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준 새로운 별도 찾았고.”
—…새로운 별? 가브리엘 멘디…는 새롭지 않고. 이탈리아의 로렌초인가? 아니면 브라질의 히케우미?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모습에 마우로 비안체시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자네 한국이라고 아나?”
—남쪽이라면 알지
“거기서 재밌는 선수가 한 명 나왔더군.”
—재미라. 어느 정도지?
한결 진지해진 목소리에 마우로 비안체시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호르헤와 비등. 혹은 그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