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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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2년 7월 10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 시드니의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Sydney Football Stadium).
1998년 건설된 이후 2018년 말 재건축에 들어가 2022년 재개장한 시드니 FC의 홈구장인 이곳,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에선 올림픽 남자 축구 준결승전을 맞아 전광판에 선발 라인업이 발표되고 있었다.
대한민국 : 일본
GK 송찬식 / GK 다니 고세이
RB 오지우 / RB 사카이 유타
CB 안병기 / CB 나카무라 히로키(c)
CB 김유현 / CB 하시오카 다케히로
LB 설요한(c) / LB 이타쿠라 준이치
DM 노철형 / CM 미요시 유키
DM 윤혁 / CM 미토마 아오
RW 채규석 / RW 미우라 마야
AM 홍민준 / AM 준이치로 다이젠
LW 채기덕 / LW 우에다 이츠키
CF 유지호 / CF 다나카 이오
포메이션은 동일한 4-2-3-1. 차이점이라면 한국이 더블 볼란치라는 것 뿐.
양 팀은 흡사한 모양새로 각 진영에 위치했다.
“아. 오표식 선수와 김대성 선수의 빈자리를 어떻게 메꿀 것인가가 주요 관심사였는데… 공전성 감독, 홍민준 선수를 중앙으로 이동시켰군요. 김대성 선수 자리엔 로테이션 맴버인 노철형 선수를 투입하였고, 중앙으로 이동한 홍민준 선수의 자리엔 채기덕 선수가 들어갔습니다.”
“홍민준 선수, 기록상으로는 중앙에서 뛰어본적이 없습니다. 측면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던 홍민준 선수가 과연 중앙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해설위원들이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중계를 하고 있을 때 일본 대표팀 감독 고우타로는 공개된 선발 명단을 보며 인상을 쓰고 있었다.
‘한국놈들 대체 무슨 생각이지?’
홍민준의 장점은 믿기지 않는 돌파력. 그것은 공간이 많은 측면에서 극대화 될 수 있는 것이지 선수들이 빽빽하게 몰린 중앙에선 발휘되기 힘든 능력아닌가.
게다가 체력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공격에 집중시키기 위함인지 몰라도 그간 홍민준의 활동량은 한국의 선발 선수 중 가장 적었다. 당연히 수비가담 역시 최하위.
‘홍민준을 중앙에 세운 이유는… 역시 그 압도적인 탈압박 능력을 바탕으로 한 준수한 패싱력을 믿는 것인가. 무리수를 두는군.’
지금까지 분석한 홍민준의 스타일상,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딱 하나다.
‘엔간체(Enganche)’.
공격형 미드필더를 뜻하는 아르헨티나어로 볼을 길게 소유하며 드리블을 통해 공격 전개를 담당하는 역할.
공격형 미드필더를 뜻하는 등번호 10번에 걸맞는 아주 전통적인 역할인 동시에 현대 축구에선 더 이상 활용되지 않는 사장된 역할이기도 했다.
과거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카를로 안젤로티나, 하비에르 이루에타, 라파엘 베니테스 같은 감독들이 4-2-3-1을 필두로 다이아몬드, 크리스마스트리형 같은 공격형 미드필더 중심의 전술로 큰 성과를 냈다.
그러한 전술적 트렌트하에 활약하던 선수들이 후안 로만 리켈메, 지네딘 지단, 메수트 외질, 하메스 로드리게스, 프란체스코 토티, 안드레아 피를로, 카카 같은 이들.
이 중 후안 로만 리켈메는 엔간체의 대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선수였다.
그러나 축구 전술의 발전은 바로 이러한 전통적인 10번의 몰락을 불러왔다.
현대 축구의 핵심은 공간과 압박. 그리고 빠른 공수전환.
전술의 진보는 더 이상 공격형 미드필더들의 압도적인 재능과 실력으로도 버틸 수 없게 만들었다.
2010년대 다시금 반짝 4-2-3-1이 유행하기도 했지만 그때의 공격형 미드필더는 엄밀히 말해 과거의 전통적인 10번과는 다른 유형.
피를로는 압박에서 벗어나 플레이 메이킹에 집중하기 위해 수비 진영 앞까지 내려와 ‘레지스타’란 역할의 선구자가 되었고 다비스 실바나 케빈 더 브라위너 역시 측면으로 빠져 측면 플레이메이커가 되거나 활발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수비 가담을 하는 메짤라가 되었다.
반면 현대 축구에 맞게 진화하지 못한 선수들은 도태되었다.
메수트 외질이나 카카, 하메스 로드리게스 같은 선수들이 그러한 유형.
2020년을 지나 2030년대에 들어선 지금.
더 이상 현대 축구에서 전통적인 10번은 살아남을 수 없다.
그리고 고우타로가 보기에 홍민준은 전형적인 과거의 10번.
그 중 엔간체라고 할 수 있었다.
비슷하게 트레콰르티스타도 있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홍민준은 변칙성이 부족했다. 달리 말하면 천재성이라 부를만한 그것.
‘홍민준… 분명 뛰어난 실력의 선수다. 무서울 정도로 개인 기량이 좋은 선수임에는 틀림없지만… 왜 현대 축구에서 전통적인 10번이 사라졌는지 모르나보군.’
탈압박이든 드리블이든 결국 공이 있어야 할 수 있는 법.
온 더 볼이 뛰어난 선수를 제어하는 데에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미요시. 나카무라.”
“네 감독님.”
주장이자 와일드 카드로 합류한 우레와 레즈의 주전 센터백 나카무라 히로키와 마찬가지로 와일드 카드로 선발한 스위스 바젤에서 뛰는 미드필더 미요시를 부른 고우타로는 간단한 지시를 내렸다.
“패스 경로를 없애라. 파이널 서드에서 공을 받지 못하게 만들어. 설혹 공을 받더라도 아군 골문을 향하지 못하게 강력한 압박을 가해라.”
첫번째는 위험지역에서 공을 받지 못하도록 패스 경로를 막거나 공을 받기 위해 위험지역 밑으로 내려가게 만드는 것. 두번째는 패스가 이어지더라도 제대로 잡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 이를테면 간단한 손장난이나 파울 혹은 아군 진영을 바라보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다.
“명심해라. 상대는 생각 이상으로 기술이 좋은 선수다. 결코 섣불리 달려들거나 공을 빼앗으려 들지말고 아군 진영을 향해 몸을 돌리지 못하게 막아.”
“그 정도는 거뜬합니다.”
“맡겨주십쇼, 감독님.”
* * *
준이치로 다이젠은 일본이 자랑하는 유망주다.
올해 20살. 작년에 네덜란드 에레디비시Eredivisie의 페예노르트로 이적하여 데뷔 시즌에만 7골 5어시를 적립하며 일약 스타가 된 준이치로는 일본 최고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그러나 팀은 부진했고, 꿈의 무대인 챔피언스 리그는 커녕 유로파 리그 진출에도 실패하며 준이치로는 개인 성적이 비해 아쉬운 팀 성적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런 그에게 이번 올림픽은 기회였다.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쇼케이스의 장이자 더 큰 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
그러나 뜬금없이 한국에서 나온 선수가 모든 시선을 빼앗아갔다.
홍민준.
믿을 수 없는 개인 기량을 선보이며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준결승에 진출한 이 선수에게 전 세계의 관심이 쏟아졌고, 일본 언론 역시 이에 부화뇌동하여 자신과 비교를 하는게 아닌가.
‘빠가야로…! 고작 아마추어 선수랑 비교당하다니! 수치다!!’
대체 왜 당당한 유럽파인 자신이 고작해야 아마추어 나부랭이와 비교되는 걸까.
개인기? …물론 조금 뛰어나긴 하다. 그러나 화려한 발재간을 찾을거면 프리스타일 풋볼에 가면 널렸다. 축구에 왜 포지션이 있고 전략전술이 있겠는가!
골? …물론 녀석이 조금 더 넣긴했다. 그러나 자신은 스코어러가 아니다. 좋은 오프 더 볼 움직임으로 아군 선수들을 돕고, 팀적 움직임에 조력하며 창조적인 키패스를 넣어주는 것이 나의 스타일!
얼굴? ……….
어쨌든 자신은 녀석보다 전반적으로 훌륭한 선수다. 확실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 이만 바득바득 갈고 있던 차, 기회가 왔다.
운명의 신은 존재하는 걸까.
결승으로 가는 외나무 다리에서 거품이 잔뜩 낀 상대와 만나다니!
게다가 상황은 우리 일본에게 웃어주는 듯 한국팀의 주전 2명이 탈락하고, 심지어 아마추어 커리어라지만 내내 측면에서만 플레이했던 상대가 그와 똑같은 10번 자리에 서있는 게 아닌가!
‘여기서 보여준다. 녀석과 나의 실력차를! 나의 압도적인 실력을!!’
“윽! 빠가야로!!”
경기 시작 후, 예상대로 한국은 거칠게 나왔다.
기술적이고 우아한 축구를 추구하는 일본과는 달리 우악스럽기만 한 단순무식한 축구에 준이치로는 벌써 2번이나 그라운드를 뒹굴어야 했다.
“진정해 준이치로! 이제 고작 6분이다!”
“후우. 알겠습니다 선배.”
“그래! 그 자세다! 우리의 경기는 이제부터야!!”
“큭큭. 그렇군요. 우리의 진정한 힘은 아직 발휘되지도 않았습니다. 고국에서 우릴 응원하고 있을 사무라이 블루들을 위해서라도 우리의 풀파워를 보여주죠!”
일본의 간접프리킥으로 재개된 경기.
준이치로는 샤샥샤샥 한국팀 사이를 누비며 공간 확보에 주력했다.
‘크으윽….’
수비시에 라인을 낮게 내리고 잔뜩 웅크리고 있을거란 예상과 달리 한국팀은 적극적인 압박을 선보였다. 준이치로는 유럽 떡대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것 같은 한국 떡대들과 힘겹게 경합하며 자리를 선점했다.
“선배!!”
간신히 자리 확보에 성공한 직후 번쩍 손을 들자 기다렸다는 듯 발밑을 향해 굴러오는 공.
역시 가장 믿을직스러운 동료인 미우라 마야 선배였다. 이번 올림픽 대표팀 준이치로와 함께 유이한 유럽파다운 센스.
뒤에서 한국 떡대가 밀어대지만, 이 정도는 유럽 무대에서도 겪은 것!
유럽에서 경험하지 않았다면 당황했겠지만 준이치로는 침착하게 원터치로 패스를 보냈다. 공은 패스 직후 우다다다 달려오는 미우라 마야 선배에게 향했고, 동시에 준이치로는 자신을 마크하는 한국 떡대를 지나치며 성공적인 2:1 패스를—
“나닛!!!!”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온 발이 리턴되어 돌아오던 공을 낚아채갔다.
놀랐지만 몸에 익은대로 재빨리 압박에 들어간 준이치로의 눈에 투박한 트래핑이 들어왔다.
‘퍼스트터치가 투박하다! 뺏을 수 있겠— 에에!?’
발을 뻗는 순간, 투박하게 보였던 상대의 발이 부드럽게 공을 뒤로 빼내며 준이치로의 몸을 기둥 삼아 한 바퀴 빙글 돌았다. 발을 뻗던 차에 상대의 미는 힘까지 더해져 균형을 잃은 준이치로가 우당탕 넘어지며 보니 미우라 선배 역시 엉덩방아를 찧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 어떻게!?’
허탈하게 쓰러져 자신을 제친 상대의 등을 바라보니,
‘백, 백넘버 7…!?’
운명의 상대가 바람을 맞으며 달라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