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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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준결승전은 폭발적인 반응을 낳았다.
워낙 점수차가 벌어지다보니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속보가 뜨고, 중계와 관련도 없는 방송조차 자막으로나마 축구 대표팀의 승리를 전했을 정도.
마침내 5:0 승리가 확정된 순간,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준결승전이 열린 것은 토요일 오후.
그렇잖아도 승승장구하는 팀 성적에 압도적인 활약을 보여주는 젊은 에이스라는 요소가 이목을 끌었는데, 준결승전 상대가 영혼의 라이벌 일본이다?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경기에서의 기록적인 대승에 TV에선 온통 그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속보입니다. 2032 호주 올림픽 남자 축구 대표팀이 일본을 꺽고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하였습니다. 현장에 나가있는—”
“감격의 순간입니다!! 그야말로 기적, 기적을 일구어냈습니다 우리 선수들!! 아, 정말이지… 정말이지, 눈물이 나는 모습입니다. 장합니다. 장합니다 우리 선수들. 대한민국 대표팀 결승 무대에 진출합니다!!”
“네. 24시간 뉴스를 진행하는 라이브 뉴스. 방금 들어온 따끈따끈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오늘 호주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남자 축구 준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대한민국의 5:0 대승으로 끝났습니다. 한국 대표팀은 사상 최초로 결승 무대를 밟게 되었는데요.”
어느 채널을 가도 축구 이야기 뿐.
“올림픽 결승에 진출하며 최소 은메달을 확보한 우리 대표팀. 이제 무대는 결승! 목표는 금메달입니다!”
“우리 선수들이라면 금메달 충분히 가능합니다! 결승 상대는 무적함대 스페인이지만 우리 선수들, 조별예선에서 3:0으로 완파한 좋은 기억이 있지 않습니까? 자신감만 잃지 않는다면 금메달도 가능합니다!”
심지어 벌써부터 금메달에 대한 설레발까지 등장했다.
일본을 대파하고 결승에 진출하였다는 소식이 가라앉기 전, 방송가는 불붙은 기세에 박차를 가했다.
“—이는 지난 1968년 멕시코 시티 올림픽 당시 일본의 동메달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의 우리나라 동메달을 넘어선 역대 아시아 국가 최고의 성적입니다.”
“결승전에 진출하며 최소 은메달을 확보한 우리 대표팀. 올림픽 축구 역사상 아시아 국가로 최고 성적인데요.”
올림픽 기록에 대한 것.
바로 국뽕이었다.
특히 팀적인 기록보다 한 명의 선수에 대한 기록에 주목했는데,
“홍민준 선수는 이번 일본전 헤트트릭을 통해 8골을 기록, 득점 랭킹 1위에 올라섰습니다. 이는 기존 한국인 최다골 기록을 아득히 넘어선 2배나 되는 수치로 홍민준 선수는 조별예선 1차전 온두라스전에서 첫 득점포를 가동 한 후—”
“1948년 런던 올림픽에서부터 지난 20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까지 그간 한국 선수의 최다 득점 기록은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의 황의조 선수가 기록한 4골이었습니다. 그뒤로 이천수(2000·2004), 박주영(2008·2012) 류승우, 권창훈, 석현준(이상 2016)이 나란히 3골씩 기록하며 2위를 기록하고 있었는데요. 이번 홍민준 선수의 기록 경신으로 한 단계씩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당연하게도 홍민준에 대해서였다.
그렇지 않아도 스타일 자체가 화려하여 이목을 끌기 좋았는데, 미남으로 유명한 배우들보다 잘생긴 외모에 매력적인 허스키 보이스, 거기다 뛰어난 경기력으로 막내임에도 팀내 에이스 노릇까지.
이번 일본전에서도 헤트트릭을 기록하며 대통령 이름은 몰라도 홍민준은 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로 국내 인지도가 치솟았다.
“경사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득점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던 프랑스의 가브리엘 멘디 선수가 지난 준결승전에서 한 골에 그치며 우리 홍민준 선수에게 추월당했는데요. 랭킹 1위로 올라선 홍민준 선수는 8골로 2위인 가브리엘 멘디 선수의 6골에 2골 앞선 상태입니다. 각각 한 경기씩 남은 지금. 과연 홍민준 선수가 득점 1위를 지켜낼 수 있을지! 또, 결승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하여 최다골 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만약 홍민준 선수가 득점왕을 석권하게 된다면 1968년 멕시코 시티 올림픽 당시 득점왕을 수상했던 일본 축구의 전설 가마모토 구니시게에 이어 역대 2번째 아시아 득점왕이 탄생하게 됩니다. 홍민준 선수의 득점왕 수상을 응원하며, KBS 김기동이었습니다.”
득점왕에 대한 초유의 기대감을 짊어진 당사자, 홍민준은 정작 국내의 반응보다 일본 반응에 주목하고 있었다.
“선배, 선배. 이거 봤어요?”
“또 자랑질이냐?”
“아뇨 이번엔 자랑이 아니라, 일본 반응이 웃겨서요.”
한국 네티즌이 자막을 달아놓은 일본 방송에서는 준결승전에 대한 분석이 한창이었다.
“에 또… 한국 대표팀은 강했습니다. 특히 홍민준 선수가 대단했죠.”
“그야말로 아시아의 영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인의 기상을 보여주는 홍민준 선수!”
“같은 아시아인으로 우리 일본의 의지를 이어받아 결승 무대에서도 좋은 활약을 기대합니다!!”
기록적인 대패에 미친듯이 난리를 치는가 싶더니 그것도 잠시.
순식간에 태도를 바꿔서 이제는 같은 아시아인이 어쩌고, 같은 아시아 국가가 저쩌고 하며 띄워주는 게 아닌가.
특히 홍민준에게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는데 대부분이 ‘일본 대표팀을 이겼지만 힘든 승부였다’ 같은 띄워주기용.
“얘들 뭐냐. 아주 널 영웅으로 띄워주는데?”
“그쵸? 존나 이상하다니까요 얘들.”
“너무 처참하게 발리더니 정신이 나갔나.”
대표팀 맴버들은 숙소에 늘어져 히히덕거리고 있었다.
소파에 드러누워 있는 선수부터 유튜브를 보고 있는 선수, 발가락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선수…
“씁~하. 뭔가 냄새에 중독성이 있다니까. 너도 맡아볼래?”
손톱으로 발가락 때를 빼내던 설요한 선배의 행동에 모두가 기겁했다.
“아 형. 진짜 더러우니까 그러지 좀 마요. 제발 좀!”
“막내야. 너 한 번 맡아봐.”
“웩… 절대 싫어요.”
“형 민준이한테 그러다 걸리면 국민역적 될 걸요?”
“…미안했다, 민준아.”
준결승 직전까지 느껴지던 칼날 위를 걷는 듯 한 긴장감은 사라진지 오래. 최소 은메달을 확보하며 병역특례를 확정한 대표팀 선수들은 이미 즐기는자 모드였다.
“근데 우리 이러고 있어도 되나?”
“뭐가?”
소파에 누워 과자를 우물거리던 윤혁 선배의 물음에 시큰둥하니 되묻는 설요한 선배.
“다음 경기 결승전이잖아요. 이기면 금메달. 근데 훈련도 안 하고 너무 풀어진 거 아니에요?”
“목표로 하던 동메달도 넘어 결승 진출했으면 할 거 다 한거지 뭐. 아까 TV보니까 우리가 아시아 국가 최초로 결승 진출이라매.”
“그래도 이왕 결승에 왔는데 이기면 좋죠.”
윤혁 선배에 이어 내가 말을 더하자 설요한 선배가 피식 웃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결승에서 진짜 빙다리핫바지처럼 지지만 않으면 돼. 막말로 그라운드에서 갑자기 바지 벗고 똥만 안 싸면 된다고. 적당히만 해도 졌잘싸로 포장된다니까.”
“…선배 진심이에요?”
“그럼 진심이지. 이건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본성이야. 메달… 까고 말해서 병역특례 받겠다고 아등바등 죽기살기로 뛰었잖냐. 목표를 이뤘으니 긴장이 풀리는 건 어쩔 수 없지.”
설요한 선배의 말에 주변에 앉아있던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결승전에서 지겠다거나 대충 뛰겠다는 건 아니고. 여기까지 왔는데 금메달 기대하지 않으면 그게 사람이냐?”
“그러면 훈련, 하다못해 상대 분석이라도 해야죠.”
“지금이 딱좋아. 내가 선수 생활하며 이것저것 경험해봤는데. 결승전에 대한 기대감… 그러니까 지금처럼 좋은 긴장감이 제일 좋은거야. 게다가 우리는 휴식도 필요하고. 그간 너무 무리해서 뛰었잖아? 결승 얼마 남았다고 훈련이니 뭐니 하는 것보다 푹 쉬면서 체력 회복해두는게 경기력에 훨씬 도움될걸?”
“오… 일리 있는데요?”
“야, 야. 일리는 무슨. 내 말 맞다니까? 그러니까 코칭 스탭들도 아무말않고 냅두는거잖아. 지금은 훈련이니 뭐니 굴리기보다 걍 쉬어줘야 할 타임이야.”
“오오…!”
과연 주장.
괜히 와일드 카드로 뽑힌 게 아니라는 듯 설요한 선배는 30살 베테랑다운 품격을 보여…
“그리고 솔직히 움직이기 귀찮잖아.”
…준 거 맞겠지?
소파에 누워 배를 벅벅 긁으며 과자를 먹는 설요한 선배의 모습은 과연 베테랑다웠다. …좋은 의미로나 나쁜 의미로나.
* * *
그래도 결승전이라고 준결승 이후 4일의 휴식이 주어졌다.
워낙 짧은 기간, 그것도 18명 불과한 선수단으로 치뤄지는 대회다보니 4일의 휴식일도 피로를 씻어내기엔 부족한 기간이긴 했지만 꿀맛같은 휴식을 취하던 어느날.
결승전을 하루 앞두고 미디어 데이가 열렸다.
우리팀에선 감독님과 주장 설요한 선배, 그리고 내가 미디어 데이에 참석했고, 상대는 스페인이었다.
질긴놈들.
올라갈 팀은 올라가고 떨어질 팀은 떨어진다더니, 결국 결승까지 올라왔네. 징글징글해라.
“반갑습니다.”
“다시 만나 기쁘군요.”
미디어 데이에서 마주친 상대팀 감독과 악수를 하는 감독님.
스페인측 참석자는 감독과 주장, 그리고 호르헤 가르시아였다.
“un placer verte otra vez, guapo chico.”
“응? 나? 쟤 뭐라는거에요?”
통역사가 떨떠름하게 대답해줬다.
“…만나서 반갑다는데?”
“오우~ 땡큐땡큐. 헤이, 유얼 쏘 핸썸 투.”
호르헤의 표정이 미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