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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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U-17, U-19와 청소년 U-20 월드컵을 연달아 제패한 스페인 황금세대의 힘은 놀라웠다.
몇 명을 제외하면 사실상 2군에 가까운 선수단으로 결국 결승까지 오다니.
감독님 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끝나고 각각 배정된 자리에 앉아 인터뷰 시작을 기다렸다.
결승전 미디어 데이는 팀별로 따로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합동 인터뷰.
물론 순서는 있었다.
먼저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스페인이었다.
“BBC의 코넛 월터입니다. 우나이 시몬 감독님. 우선 결승전 진출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스페인 감독은 무덤덤하게 대꾸했다.
“스페인은 조 2위로 본선에 진출한 뒤, 결승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의 패배만 겪었습니다. 그 유일한 패배가 한국전이었죠. 스페인에게 유일한 패배를 안긴 팀을 결승에서 만났는데 소감이 어떠십니까?”
“좋습니다.”
짧게 대답한 스페인 감독은 잠시 까칠한 턱수염을 쓸다가 말을이었다.
“이전 인터뷰에서 말한바와 같이 전 한국과 다시 만나길 고대했습니다. 우리 선수들 역시. 조별예선에서의 우리는 최선이 아니었으며, 이번 경기에서 그걸 증명할 겁니다.”
“온다 세로의 카탈리나입니다. 감독님은 조별예선에서 한국에게 3:0으로 패배한 후 ‘팀이 패배한 것이 아니라 내가 패배한거다.’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방금 말한대로 입니다. 그 패배는 감독인 내 실수였을 뿐, 우리 선수들이 패배한 게 아닙니다. 그걸 이번 결승전에서 증명하겠습니다.”
통역사가 번역해주는 말을 듣고있자니 참 뻔뻔하다는 생각이 든다.
패배가 패배지 감독이랑 선수가 따로냐?
이번엔 한국인 기자가 손을 들었다.
“한국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우선 결승에 오른 한국팀에게 축하를 보내고 싶습니다. 조별예선 이후, 몇 몇 사람들은 한국 같은 약체팀에게 패배했다고 비난했죠. 하지만 그들은 틀렸습니다. 한국은 결코 약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그들의 실력으로 근거없는 비난을 일삼는 사람들에게 훌륭히 반박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하겠습니다. 한국은 강합니다. 매우 단단하고, 매우 투쟁적이죠. 그러니 결승까지 올라 올 수 있었고요.”
물을 마시며 잠깐 생각에 잠겼던 감독은 다시 입을 열었다.
“약간의 고난은 있었지만 결승에 올라 기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쁜 것은 한국과 다시 상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조별예선에서의 우리는 최선이 아니었습니다. 당시의 우리를 생각하고 나온다면 한국은 큰 코 다칠겁니다. 우리는 결승전이 시작하는 순간, 한국을 압도할겁니다.”
끝까지 찌질한 사람이네.
결연한 표정의 스페인 감독을 보는 내 감상은 그뿐이었다. 압도하든 말든 말로는 누가 못해.
몇 번의 질문이 이어지다 마지막 질문이 나왔다.
“그렇다면 감독님. 조별예선에서 감독님의 팀을 상대로 헤트트릭을 기록하고, 현재 득점 랭킹 선두에 올라있는 홍민준 선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 물어보고 싶군요.”
“홍민준이라.”
내 이름이 들려 멀뚱히 지켜보니 스페인 감독이 날 힐끔 쳐다본다.
“그 선수는 참으로 종잡을 수 없는 선수입니다. 한국과의 경기를 준비하며 처음 그 선수에 대해 분석했을 때, 그 선수는 분명 드리블 돌파에만 강점이 있는 반쪽짜리 선수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보니 키패스도 곧잘 넣더니, 지난 경기에선 움직임 자체가 달라졌죠.”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홍민준 선수가 천재라는 말씀인가요?”
“모르겠군요. 실력을 숨기고 있던 건지, 실시간으로 성장한건지. 전략적으로 감추고 있던거라면 코칭 스탭의 전략과 전력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을 잘 참아낸 선수의 태도에 찬사를 보내겠습니다. 그러나 만약… 경기를 뛰며 실시간으로 성장한 것이라면… 그는 두말할 것 없는 천재입니다.”
“대답 감사합니다. 이번엔 호르헤 선수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홍민준 선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천재. 그는 천재에요. 천재가 분명하죠.”
“당신보다요?”
“그렇진 않아요. 왜냐하면 낮은 수준이었을 땐, 수준 높은 경기를 뛰며 실시간으로 성장할 수 있죠. 그렇기에 그의 성장세가 가팔랐던거구요. 하지만 그는 이제 저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어요. 아직은 조금 부족하지만요. 그러니 그의 성장세는 둔화될거에요. 그러나 그것이 그의 천재성을 깍아내릴 근거는 되지 않죠. 그렇잖아요? 같은 경기를 뛰는 수많은 선수들 중 그처럼 발전한 선수가 있나요?”
* * *
결승 무대, 스페인전은 난타전이었다.
금메달이 달린 마지막 경기답게 전력으로 나선 양 팀.
스페인은 부상이나 카드 이슈없는 베스트 11이었고, 우리팀은 아쉽게 오표식 선배가 부상으로 결장했다.
다행이라면 지난 경기 출장 정지로 결장한 김대성 선배의 복귀.
본의 아니게 일본전을 쉬며 체력을 비축한 김대성 선배가 중원에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애초에 일본전에서 방전 된 선수가 워낙 많았다.
김대성 선배가 미친듯이 뛰어다닌 덕분에 그나마 전반전까진 어찌저찌 스페인의 템포를 따라가며 치열한 접전을 만들어 낼 수 있었지만 혼자로는 역부족.
특히 호르헤의 활약이 눈부셨는데, 지난 스페인전에서 컨디션이 나빴다는 것이 거짓이 아닌지 오늘의 호르헤는 그야말로 놀라웠다.
‘이런 씹… 저게 사람새끼냐.’
상태창을 가진 나보다 더 잘하는 것 같은데.
나랑 동갑인데 뭐 저런 괴물이 다 있지? 더 환장하겠는 건 세계에는 저런 괴물이 더 있다는거다. 당장 스페인만해도 호르헤와 동급으로 평가받는 또래 선수가 2명이나 더 있지 않나.
안일해졌던 의욕이 새삼 불타올라 토할 것 같이 뛰어 호르헤와 나란히 1골씩 기록, 전반전은 1:1로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하프타임이 지나고 시작된 후반전.
15분의 휴식 시간이 오히려 독이 된걸까. 치열하게 뛰어다닐 땐 몰랐던 피로가 쉬는 시간, 긴장감이 풀리자 올라오며 후반전 우리팀은 빠르게 무너졌다.
그러나 이는 스페인 선수들도 똑같았다.
스페인은 조 2위로 진출하며 우리보다 일정이 타이트했고, 8강과 4강에서 브라질과 프랑스라는 강적을 연달아 만나며 끊임없이 주전 맴버를 갈아넣었던 것.
애초에 올림픽 축구란 것이 적은 선수단에 타이트 한 일정이다보니 결승까지 오다보면 모두가 지치기 마련이다.
우리팀과 스페인은 지친 가운데서도 최선을 다했다.
우리는 결승전이란 뽕맛에 불탔고, 스페인은 아시아팀에게 3:0 완패를 당한 치욕을 만회하고자 하는 복수심에 불타서 치고박길 한참.
정신력으로도 버틸 수 없는 순간이 왔고, 간단한 패스조차 실수하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패스는 물론이고 트래핑, 드리블, 심지어 공을 쫓아 다리가 풀려 넘어지기까지.
프로라고 생각할 수 없는 간단한 실수가 연발하며 다른 의미에서 접전이 벌어졌다.
본래 공격은 10번 실수하다 1번 잘해도 성공이고, 수비는 10번 잘하다 1번 실수해도 실패인 법. 실수가 다발하는 경기에서는 공격수의 실수보다 수비수의 실수가 더욱 치명적이다.
나와 호르헤는 수차례 실책을 범하면서도 양 팀 수비진의 실수를 발판 삼아 연달아 득점에 성공했고, 호르헤가 2골 1어시 내가 2골을 넣으며 경기는 3:4 스페인의 승리로 끝났다.
금메달을 목전에 둔 아쉬운 패배였지만 경기가 끝난 후 양 팀 선수들은 의외로 화기애애했다.
언론의 평가도 나쁘지 않은 편. 뭐… 7골이나 나왔으니 보는 사람들은 재밌었겠지. 무엇보다 양 팀 에이스가 화려하게 날뛰어주지 않았나.
스페인은 끝내 조별예선의 참패로 흠집난 자존심을 회복했고, 우리는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지만 결승 무대에서 스페인과 비등한 경기력으로 난타전을 벌이며 실력을 증명했다.
서로가 나름 윈윈인 셈.
그래서인지 경기 후의 분위기도 훈훈했고, 직후의 인터뷰도 덕담이 오가며 무난하게 끝났다.
남은 건 귀국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귀국이 미뤄졌다.
“우리나라 다른 종목 팀들은 다 귀국하는데 우리는 왜 남아요?”
참가한 종목에서 중간에 떨어져도 올림픽 폐막까지 남는 선수단도 있지만 한국은 보통 떨어지면 곧바로 귀국하는 편이다.
우리는 결승까지 올라 귀국이 늦어졌지만 결승전도 끝났으니 으레 귀국할거라 생각했는데, 더 남으란다.
“너네 은메달 받아야지. 시상식 참가 안 할거야?”
“아… 그렇네.”
“그리고 이왕 시상식 참가하는거 폐회식도 참가하랜다.”
그렇게 생긴 여유시간.
숙소에서 빈둥거리던 나는 이 붕 뜬 시간을 알차게 쓰기로 결심했다.
“선배. 윤혁 선배.”
“왜.”
“바빠요?”
“아니.”
결승전에 모든 걸 불태우고 늘어져 있던 윤혁 선배부터 꼬셨다.
“선배 심심하죠?”
“또 뭐 하려고?”
“흠흠.”
“…여자?”
“…….”
눈빛으로 주고받는 무언의 대화가 오갔다.
“어떻게… 우리 삼총사, 다시 한 번 뭉칠까요?”
“삼총사라니. 의형제지.”
의형제는 무슨.
감독님한테 걸리니까 죄다 술술 불더만.
아쉽게 부상으로 빠진 오표식 선배를 대신해 설요한 선배를 낀 새로운 삼총사를 결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