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77)
077
무슨 좀비떼도 아니고, 공항 보안 요원들과 축협이 준비한 안전요원들이 밀려드는 군중을 필사적으로 저지한다.
“빨리 지나가세요!!”
“아이 씨, 아저씨 밀지마세요!”
“어어 라인잡아! 라인 무너지면 안 돼!”
“뒤로 물러나세요! 다들 한 발작씩 물러나주세요!!”
요원들이 필사적으로 만든 라인을 재빨리 지나 기자 회견장에 도착하니 그제야 조금 정돈된 분위기가 나온다.
“KBS의 강가영입니다. 공전성 감독님, 올림픽 대표팀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셨는데요. 은메달을 획득한 소감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스포츠 데일리입니다. 설요한 선수님께 질문드립니다. 설요한 선수, 병역 문제로 분데스리가에서 뛰다 국내무대에 복귀하였는데, 이번에 병역특례를 받게되면 다시 해외 진출에 도전하실 겁니까?”
“선수분들 이쪽 한 번 봐주세요! 이쪽이요!”
“홍민준 선수! 벌써부터 이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데, 여러 해외구단과 링크가 있습니다! 어느 리그로 가실지 결정하셨나요?”
차분하게 시작된 기장 회견은 1시간이 넘도록 이어졌다.
준비된 질문만 던지는 사람, 전문적인 내용을 물어오는 사람, 가십거리를 찾는 사람, 사진 찍는 사람… 기자 회견이 끝났을 땐 모두가 녹초였다.
징글맞게 시간이 안 갔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는 법.
마지막 공식 일정이던 국회의원이니, 축협 임직원이니, 어디어디의 도지시니 시장이니 하는 높으신 분들과 악수, 포옹, 철지난 포즈를 취해주며 사진 찍는 시간도 지나고 해단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씨발 축협 새끼들. 명단 발표하고 논란터질 땐 코빼기도 안 비추더니 은메달따니까 바로 숟가락 올리는거 봐.”
“어휴. 일정을 뭐 이렇게 많아 잡아놨어 진짜. 난 이게 전후반 90분 뛰는 것보다 힘든 것 같냐 왜.”
선배들이 투덜거리는데 축협 직원 하나가 다가왔다.
“대표팀 선수 및 코칭 스탭 여러분께 전달 사항이 있습니다. 이번 대표팀 선전에 고무되신 회장님께서 선수 및 코칭 스탭 일동에게 가족과 함께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에서의 숙박과 디너를 지원하셨습니다. 참고로 가족분들은 이미 어제부터 파라다이스에서 머물고 계십니다. 이는 모두 회장님의 사비로 지원되는 것들이니 원하시는 분들은 마음껏 이용하면 되겠습니다.”
“파라다이스 시티…? 거기 1박에 40~50만원 하는데잖아.”
“와 씨. 검색해보니까 뷔페도 1인 당 10만원이 넘는데?”
선수들이 서로를 돌아본다.
“대박…”
“갑자기 축협이 좋아졌어.”
* * *
영종도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은 동북아 최초의 카지노 복합리조트라고 한다.
복합리조트라는 설명대로 호텔에 스파, 플라자, 클럽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고 하는데 자세한 건 모르겠고, 일단 1박에 40~50만원 하는 고급 호텔이라는 거잖아?
이 기회를 거절하는 선수나 코칭 스탭은 당연히 없었다.
성수기 기준으로 1박 40~50만원, 뷔페 인당 10만원 넘는 호텔을 무료로, 그것도 가족과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아 이건 못참지.
심지어 회장이 현대 그룹 총수라 그런가 오늘 하루 아예 뷔페를 대관했다고 한다.
이게 재벌 클라스…?
하린이가 씀씀이가 큰 이유가 있었구나. 재벌가 아가씨라 그런거였어.
“아이고 기덕아~”
“어무이!!”
“아빠아~”
“으챠~ 서영이 아빠 보고싶었어?”
“아니~!”
“…안 보고 싶었구나. 그래.”
“여보!!”
“아버지!!”
축협에서 준비해준 차를 타고 파라다이스 시티에 도착해 대관한 컨벤션룸으로 들어서니 기다리고 있던 가족들이 열렬히 환영해준다.
우리 부모님은 어딨지?
“민준아! 아이고~ 우리 아들!”
“엄마!”
대학 생활 한다고 올라… 아니, 나는 오히려 지방으로 내려간거지만 어쨌든, 자취방에 내려간 후 근 반년만에 처음보는 부모님.
“엄마, 아빠는?”
“다 큰 녀석이 엄마, 아빠가 뭐냐.”
“이 사람은 좋은날에 왜 애한테 뭐라고 해요.”
“크흐흠.”
우리 아버지, 주변에 사람들 있다고 엄청 신경쓰시네.
평소보다 본격 엄격, 근엄, 진지한 표정을 한 아빠와는 달리 엄마는 평소보다 호들갑이었다.
“아이고 우리 아들, 얼굴이 아주 반쪽이 됐네! 역시 해외 음식은 입에 안 맞지? 얼마나 고생했으면 이렇게 말랐어.”
“…….”
엄마.
나 잘먹고, 잘싸고 다녀서 얼굴에 개기름이 번들거리고 있는데?
‘역시 얼굴 바뀐 건 아무도 모르네.’
머리좋은 윤다예도 몰라봤으니 그럴거라 예상은 했지만 아예 걱정이 없진 않았는데… 부모님도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걸 보니 매력으로 인한 변화는 앞으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장하다 우리 아들. 엄마는 우리 민준이가 다치지 않고 건강해서 너무 다행이야.”
그렇게 부모님과 감격의 상봉을 하는데, 이상한 사람이 한 명 끼어있었다.
“…니가 왜 여깄냐?”
부모님 뒤에 다소곳하게 서있던 여자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조신하게 웃었다.
“안녕 민준아.”
“엄마! 여기 윤다예있는데!?”
“시끄러 이것아. 다예가 남이니?”
“헐….”
남이냐니.
당연히 남이지 그럼 가족이야?
“아들이라고 하나 있는 건 대학교가더니 연락도 없고. 무심한 아들 대신 우리 말동무해준게 누군지 아니?”
“에, 엥?? 엄빠 윤다예랑 연락하고 있었어?”
“당연한 걸 왜 물어. 다예가 넌 줄 아니?”
“언제부터?”
“언제부터긴, 너네 어릴때부터지. 얘가 뭔 소리래.”
어이가없어 말이 안 나온다.
“아니… 윤다예 고등학교 멀리, 특목고로 갔었잖아!”
“요즘 스마트폰이 있는데 그게 뭔 상관이래니. 가끔 집에 오면 우리한테도 인사오고 했는데.”
“뭐야. 나는 왜 몰랐지?”
진짜 몰랐다.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윤다예한테 고백했다 시원하게 차였다.
그뒤로 축구로 유명한 명문고 진학에 매달렸지.
그간 천재성만 믿고 설렁설렁하던 훈련에도 필사적으로 참여하고, 정규 훈련이 끝나도 자율훈련에 매진하며 최대한 윤다예를 피해다녔다.
녀석의 말대로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서.
명문고에 진학함으로써 능력을 증명한 뒤, 다시 고백하려고 했으니까.
원하던 곳에 진학하는데 성공했지만 윤다예에게 다시 고백하는 일은 없었다.
녀석은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유명 특목고로 진학하며 기숙사에 들어갔으니까.
당시엔 나에게 아무런 언질도 없이 멀리 떠난 윤다예가 미웠다.
소꿉친구이자 첫사랑. 나는 녀석을 특별하게 생각했는데 너는 아니었구나 하는 심정이었지.
그래서 녀석의 연락도 피하고, 예쁜 여자에 대한 괜한 자격지심도 생기고 그랬던 것 같다.
그뒤로는 축구에 열의도 잃고, 훈련도 대충하고, 경기에 나서도 재미가 없고… 아마 그래서 슬럼프가 왔겠지. 고등학교 내내 이어진 기나긴 부진.
그 원인은 전부 윤다예였다.
아니. 원인은 윤다예가 아니라 찌질한 나였구나.
“…엄빠는 윤다예랑 연락하고 있었다고? 계속 만나고 있었고?”
“당연하지 얘가 자꾸 무슨 소리래. 너 중학교 때 다예랑 싸우고, 너 혼자 삐져서 꽁해있더니 아직도 그래?”
엄마는 그렇게 아는건가.
“그건 알겠는데, 얘가 여긴 왜 있어?”
“왜긴. 다예랑 같이 밥먹고 있는데 마침 축구협회에서 연락이 오지 뭐냐. 다예가 남도 아니고, 같이 왔지.”
어질어질하지만 일단 우리 엄빠가 다예를 가족처럼 끔직이 생각하고 있다는 건 확실히 알았다.
…알겠는데,
“너넨 또 왜 여깄어!!”
“헤헤. 안녕 민준아.”
옆에서 흥미진진하게 구경하던 희연 누나가 살랑살랑 손을 흔든다.
게다가 오하린이랑 기자 누나까지?
하얀 민소매티와 나폴거리는 테니스 스커트라는 ‘여친룩’ 차림의 희연 누나를 본 엄마의 눈이 커진다.
“어머나. 테니스 요정 윤희연 선수 아니세요?”
“앗, 맞아요! 알아보시네요! 안녕하세요, 테니스 요정 윤희연입니다아~”
뭐야. 희연 누나, 우리 엄마가 알정도로 유명했어!?
“아이고 반가워라~ 테레비에서 볼때랑 똑같네! 어쩜 이렇게 예뻐.”
“헤헤 감사합니다아.”
“근데… 우리 아들이랑 아는 사이…?”
가늘어지는 엄마의 눈초리에 희연 누나가 재빨리 대답했다.
“그럼요! 같은 호진대 소속인데요! 게다가 제 동생이 윤혁이거든요. 윤혁 아시죠?”
“아아~ 알죠, 알죠. 우리 민준이랑 가장 친하다는 선배라고 들었어요. 아이고~ 윤혁 선수도 훤칠하니 잘생긴게 누나랑 똑같네!”
“에헤헤. 민준이랑은 학교 선후배이기도 하고, 여기 기자 언니랑 인터뷰할 때 같이 인터뷰하면서 친해지기도 해서 인사하러 왔어요.”
“민준이 얘는 희연 선수랑 알면 안 다고 말을 해줘야지, 얘가 이렇게 무심해요. 내가 아주 희연 선수 팬인데, 엄마가 누구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던 엄마의 시선이 기자 누나에게 향했다.
“안녕하세요, 스포츠 스타의 강수연이라고 합니다.”
값비싸 보이는 여성용 정장에 단정하게 묶은 머리. 그야말로 엘리트 커리어 우먼의 포스를 흘리는 기자 누나를 본 엄마가 껌뻑 넘어갔다.
“어머어머, 기자님이셨네! 반가워요, 민준이 엄마에요.”
“크흠. 민준이 애빕니다.”
잽싸게 끼어드는 아버지.
아니 근데 기자 누나 언론고시 붙었나?
“아드님이 홍민준 선수라 두 분 정말 대견하시겠어요. 이렇게 재능도 뛰어나고, 인물도 훤칠하고.”
“오호호~ 아이고~ 그럼요. 우리 민준이가 어디가서 빠지는 애가 아니죠~ 오호홍.”
“아닙니다. 우리 민준이, 그렇게 잘난 놈 아닙니다. 절대, 월드 클래스 레베루 아닙니다.”
아니… 우리 아빠, 기자 누나는 말한적도 없는데 자연스럽게 월클급이라 단정하는 기준 무엇?
“근데 너넨 뭐하냐.”
부모님과 희연 누나, 기자 누나의 화기애애 이쪽 세상과 대비되게 오연하게 팔짱을 낀 오하린과 다소곳하게 선 윤다예가 서로를 마주보며 서있는 곳은 냉기가 흐르고 있었다.
“민준아. 이쪽은 누구셔?”
윤다예의 물음에 슬그머니 관심을 보이는 부모님.
정확히는 관심은 있었지만 오하린의 분위기 때문에 애써 모른척하고 있던게 맞겠지.
그야 오하린은 분위기부터 뭔가 달랐으니까.
특별할 거 없는 차림새다. 장소에 맞게 블라우스에 슬랙스라는 캐쥬얼하면서 적당한 격식을 갖춘 복장.
오하린의 취향을 생각하면 명품이 분명하지만 문외한인 우리가 보기엔 고급스러워 보이지만 얼마나 어마무시한 가격인지는 모르는 상황.
그럼에도 오하린에겐 쉽게 대하기 어려운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다.
태도부터 표정, 기세…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그런 아우라가.
“안녕하세요. 민준이랑 장래를 약속한 오하린이라고 합니다.”
“무, 뭣!?”
“왜 네가 놀라. 그럼 아니야?”
태연하게 무슨 폭탄을 터뜨리고있어!
“어, 어매. 이것이 기어코…!”
“악! 엄마, 잠깐, 엄마, 내가 다 설명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