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78)
078
오하린이 던진 폭탄이 터지며 가장 먼저 파편을 뒤집어 쓴 건 나였다.
엄마의 등짝 스메쉬라는 파편에 다급히 머리를 굴렸다.
“여자친구! 엄마, 여자친구, 여자친구야!!”
“뭐? 내가 고작 여자친—”
“나 잠깐 여친이랑 말 좀 하고올게!!”
아오, 도둑질도 손발이 맞야야하지!
눈치없이 끼어들려는 오하린의 손을 잡고 냅다 튀었다.
“어디가는데.”
“야! 거기서 갑자기 그러면 어떡해!”
“뭐가. 내가 못 할말 한 것도 아니고.”
팔짱을 끼고 도도하게 말하는 오하린의 표정을 보아하니… 글러먹었다.
전혀 반성하는 기색이나 미안한 기색이 없어.
오히려 ‘내가 이렇게 말해주니 고마워해야 하는거 아냐?’하는 느낌마저 물씬 풍기니 답이없다.
“얘기는 나중에 하자. 일단, 부모님한테는 내 여자친구라고 할테니까 알아서 맞춰라.”
“내가 왜?”
“집가서 칭찬스티커 붙여줄게, 아무튼 눈치껏 맞춰!”
벌써 이쪽을 기웃거리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니 시간이 길어질수록 의심만 늘어날터. 빠르게 말을 마치고 잽싸게 오하린의 손을 잡아끌었다.
손깍지를 끼자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거리던 오하린이 흠칫하며 입을 다문다.
“어 엄마. 여긴 내 여자친구 오하린. 하린아 인사해 여긴 우리 부모님.”
“안녕하세요. 민준이 여자친구 오하린이라고 합니다.”
…뭐야. 얜 누구야.
꾸벅 고개를 숙이자 사르륵 쏟아지는 머리칼. 한 손으로 머리칼을 쓸어넘기는 이 청순한 여자는 대체 누구냐.
“호, 호호, 반가워요. 민준이 엄마에요.”
“민준이 애비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뜬금없게도 부모님에게 여자친구를 소개하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뭔데 이거.
“우리 민준이는 차암 무심도 하지. 엄마는 민준이한테 이렇게 예쁜 여자친구가 있는줄도 몰랐네?”
눈치를 주는 엄마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시선만 돌리고 있으니 엄마 옆에 서있던 윤다예와 눈이 마주쳤다.
‘…응?’
방금 뭐였지?
눈이 촉촉한 것 같았는데.
그러나 잠시 고개를 숙였다 든 윤다예는 평소처럼 차분한 표정으로 오하린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착각…이있나?
“안녕하세요. 민준이 소꿉친구 윤다예라고 합니다.”
“흐응… 오하린이에요.”
“민준이가 손이 많이가는 애라 폐를 끼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괜찮아요. 제가 알아서 할테니까, 그쪽은 신경쓰지 마세요.”
“어떻게 그래요. 어릴때부터 알아온 가족같은 사인데.”
“그게 무슨 가족이에요. 결혼한 것도 아니고.”
“꼭 결혼을 해야만 가족같은 사이가 되는 건 아니죠. 전 민준이 부모님에게도 가족이라고 인정받았는걸요?”
마주보는 두 여자 사이에 서있자니 절로 몸이 떨려온다.
…여기 터가 안 좋은가봐. 이렇게 추운 걸 보니.
“아하하… 그럼 저는 이만 동생보러… 민준아 나중에 봐.”
“저도 그럼 가보겠습니다.”
실시간으로 싸늘해지는 온도에 눈치를 보고있던 희연 누나와 기자 누나가 재빨리 탈출을 시도한다.
이런 비겁한! 날 버리고 도망가다니!
미안하다는 듯 날향해 살짝 손을 흔들어 준 두 사람은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
아. 여름인데 추워서 감기걸릴 것 같아.
* * *
의외로 오하린은 정상인 코스프레에 능숙했다.
처음엔 떨떠름하던 우리 부모님이 저리 좋아하는걸 보니 꽤 점수도 딴 것 같고.
저 녀석, 저렇게 정상인처럼 행동할 수 있는거였어? 그럼 지금까지 나한테 한 또라이짓은 뭐냐. 컨셉이냐?
멀쩡한 척 가식을 떠는 오하린의 연기력에 두려워하고 있을 때,
“잠깐 얘기 좀 해.”
윤다예가 말을 걸어왔다.
“화장실간다더니 금방 왔네? 뭔데?”
“둘이서만.”
“여기도 둘이잖아. 그냥 말해.”
“…진짜야?”
뜬금없이 뭐가 진짜야.
어리둥절하는 기색을 느꼈는지 윤다예가 턱짓을 한다.
“저 여자. 진짜냐고.”
“그럼 가짜야?”
“하… 진짜 사귀냐고, 저 여자랑.”
아오, 한숨 쉬는거 얄밉네.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던가.
“그게 왜 궁금한데.”
“대답이나 해. 진짜냐고.”
음… 사귄다고 해야하나?
솔직히 상태창을 얻은 이후로 짧은 시간 꽤 많은 여자를 만났다 생각한다.
대략 반년이라는 기간동안 지경 누나를 시작으로 하연 누나, 오하린, 희연 누나, 기자 누나에 올림픽에서 만난 수많은 여자들까지.
그 중 명확하게 사귀자고 말한 건 엘레나 뿐.
솔직히 사귀자는 뉘앙스보단 ‘내 여자 중 하나가 되라!!’고 한 느낌이지만… 어쨌든 명시적으로 말한 건 엘레나 뿐이다.
첫경험 상대인 지경 누나에게 설레는 감정을 느낀 적도 있다.
그러나 지금와서 생각하면 그건 사랑이라기보단 첫경험이란 특수한 상황에서 느낀 설렘이었겠지. 실제로도 첫경험 이후 지경 누나한테 설렌적은 없었으니까.
하연 누나도 비슷하다.
지경 누나나 하연 누나나 이를테면 섹파같은 느낌. 애초에 그 누나들은 주변에 남자도 많잖아? 난 내 여자 주변에 남자 많은거 딱 질색이다.
희연 누나나 기자 누나는 다르다.
앞서 지경 누나나 하연 누나와는 다르게 명백히 설레는 느낌도 있고, 무엇보다 ‘내 여자’라는 확고한 느낌이 드니까.
오하린은…
“홍민준?”
“…맞아.”
“뭐?”
“맞다고. 사귀는거.”
“거짓말. 너, 저 여자 안 좋아하잖아.”
그 말에 윤다예를 빤히 쳐다봤다.
무슨 소릴하는걸까 얘는.
“아니. 좋아해.”
인정하자.
난 오하린이 좋다.
사실, 처음부터 좋아했다.
그도 그럴게 저렇게 예쁜 여자에게 호감이 생기지 않으면 게이거나 생식기에 문제가 있는 남자 아닐까?
물론 호감이 설렘으로 발전한 건 더 뒤의 일이었지만, 중요한 건 지금의 난 오하린을 좋아한다는거다.
퉁명스러운 모습도, 틱틱거리는 모습도, 도도한 모습도.
그리고 사실 그 모든 게 약한 내면을 가리기 위한 가면이라는 것과, 둘만 있을 때 보여주는 솔직한 모습도.
“거짓말.”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지 부모님을 향해 도도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오하린의 모습을 보고 있던 내 귀에 윤다예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거짓말이야.”
“윤다예?”
“네가… 나 말고… 다른 여자를 좋아할리없어.”
“다예야?”
입술을 달싹이던 녀석은 휙 몸을 돌렸다.
나도 모르게 손을 뻗다가 멈칫하는 짧은 사이, 윤다예의 뒷모습이 멀어졌다.
‘이 반응은 뭐야.’
혹시 나한테 마음이 있나?
반응만 보면 날 좋아하는 것 같지만… 믿으면 안 된다. 예전에도 저 모습에 넘어가 고백하지 않았나.
그때는 지금보다 확신이 있었다.
지금은 좋아하는건가 싶은 긴가민가한 마음이라면 그때는 날 좋아하는게 확실해라는 확신. 그러나 차였다.
그러니 지금와서 윤다예가 날 좋아한다고 확신해선 안 된다.
오히려 녀석이라면… 그래, 차라리 저 욕심많은 녀석이라면 자기거라 생각한 내가 다른 여자에게 갔다는 것이 분한거겠지. 아니면 평소 입버릇대로 성공한 내가 새삼 아쉬워졌을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괜히 녀석이 날 좋아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없지만,
‘이용…할 수 있나?’
좋아하는건지, 아쉬워하는건지는 몰라도 윤다예의 저 반응을 보니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자면 우선 조력자부터 만들어볼까.
* * *
새삼스럽지만 재벌은 돈이 참 많은 것 같다.
1박에 40~50만원을 호가하는 특급 호텔. 선수와 코칭 스탭만해도 20명이 훌쩍 넘는데, 거기에 가족까지 포함하면 100명이 넘는 대인원을 숙박시켜주다니. 그것도 사비로.
당연히 1인실은 아니었다.
2인 1실이지만 그게 어딘가.
“야. 너 우리 누나랑 친하더라?”
샤워를 마치고 나와 수건으로 머리를 털고있는데 침대에서 뒹굴거리던 윤혁 선배가 불쑥 물어왔다.
“누나? 선배 누나가… 아~ 희연 누나?”
“엉. 둘이 얼마나 친해?”
“음… 별로 안 친해요. 희연 누나가 좀 철벽치는 스타일이잖아요.”
시치미를 뚝떼며 모른척했다.
“하긴. 우리 누나가 남자한테 별로 관심이 없지. 근데 이상하게 자꾸 네 얘길 물어보더라고. 귀찮을 정도로 물어보는데, 이거 너한테 관심있는거 아냐?”
쯧쯧, 순진한 우리 윤혁 선배. 누나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구나.
희연 누나가 남자에 관심이 없어?
친누나가 ‘지유’라는 가명으로 섹트를 운영하는 걸 알면 기절하겠군.
“에이. 같은 학교 선후배에 같이 인터뷰도 했으니 그렇겠죠.”
“그치?”
“그리고 선배. 솔직히 제 얼굴이면 관심가질만도 하죠. 인정? 어 인정.”
“……그래 인정이다 개새꺄.”
참고로 은밀한 부위의 사진이나 자위 영상만 올리던 희연 누나의 섹트는 나와 기자 누나의 3p 영상이 올라가면서 떡상을 했단다. 몸매나 은밀한 부위는 존나 예쁜데 생각보다 자극적이지 않던 희연 누나의 섹트에 처음으로 올라온 실제 섹스 영상이라 그렇다나 뭐라나.
‘자기 첫경험 영상까지 올리다니… 진짜 어디까지 변태인거야.’
아.
생각하니 꼴리네.
“선배. 저 잠깐 나갔다올게요.”
“뭐? 이 시간에? 잘 시간인데 어디가려고.”
“그냥 주변 좀 돌아보려고요.”
의심스럽다는 듯 빤히 쳐다보던 윤혁 선배의 눈이 커졌다.
“너 이새끼 설마…”
“설마 뭐요.”
들켰나!?
“여자친구구나! 여친 만나러 가는구나!? 그치? 맞지?”
“…아니거든요.”
그럼 그렇지.
“에이~ 이새끼 딱 걸렸어. 아~ 좋겠다. 누군 여자친구가 여기까지 따라오고. 솔로는 외로워서 살겠나.”
“네, 네, 저는 여친이랑 놀러가볼게요~ 선배는 혼자 푹 주무세요~”
“닌 뒤졌다! 야, 일로 안 와!?”
윤혁 선배가 침대에서 일어나기전에 재빨리 밖으로 나왔다.
휴, 잡힐 뻔.
이번엔 좀 쫄렸다. 놀려서 그런게 아니라 어디로 가는지 알면 선배가 진짜 죽이려 들수도 있을 것 같았으니까.
—여보세요?
“어 누나. 난데.”
—응 민준아. 이 시간에 왜?
“누나네 방이 어디랬지?”
—우리방? 왜?
“아~ 빨리. 몇 호야?”
내가 조르면 거절하지 못하는 기자 누나답게 금방 머무는 객실을 알려줬고, 곧장 그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누나 나 왔어. 문 열어.”
—지, 진짜 왔어?
“그럼 진짜지 가짜야?”
띠리릭-
문을 열고 들어가니 누워서 팩을 하고 있던 희연 누나가 벌떡 일어나 앉는다.
“엥!? 민준이!?”
“안녕 누나.”
“뭐야뭐야! 갑자기 뭐야아~”
“뭐긴. 아까 날 버리고 도망친 복수를 하러 왔지.”
“어어? 복수?”
물론 복수의 방법은 내 맘대로다.
“일단 기자 누나는 옷벗고 침대에 엎드리고.”
“나, 남사스럽게 뭐래니.”
“수연아. 말 안 들을거야?”
“…….”
눈치를보며 주저하던 기자 누나가 스르륵 목욕 가운을 벗는다.
곧장 드러나는 알몸.
“뭐야. 튕기더니 이미 준비 다 해놨네?”
기자 누나의 허벅지는 이미 애액으로 젖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두 사람 뭐야!! 둘이 뭔데!!”
“걱정마, 누나도 혼날거니까.”
“나, 난 됐거든!”
“…폰이나 내려놓고 말하지 그래.”
“…….”
아주 준비만반이었네, 이 누나들.
‘윤다예 낚으려고 도움청하러 왔는데… 일단 박고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