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82)
082
바로셀로나 희의실.
구단 임원들이 정기회의를 앞두고 속속 모여들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서는 한 시즌 2번의 이적 기간을 규정하고 있다.
시즌과 시즌 사이에 최대 12주 기간의 이적 시장과 시즌 중간에 최대 4주간의 이적 시장이 바로 그것.
피파가 규정한 룰 안에서 각 리그는 자체적으로 약간의 변화를 줄 수 있지만, 큰 틀에서의 이적 시장은 바뀌지 않는다. 유럽의 경우 시즌과 시즌 사이의 이적 시장인 여름 이적기간이 대게 7월부터 8월까지이며, 겨울 이적 시장은 1월.
가을에 시작하여 이듬해 봄에 시즌이 끝나는 추춘제의 유럽 리그는 새로운 시즌을 앞둔 여름 이적기간이 가장 활발했는데, 당연히 이적에 관련된 인사들 역시 바쁠 수 밖에 없다.
시간은 어느덧 8월 중순.
여름 이적 기간이 끝을 향해 달려가며 구단 임원들이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기간.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판짜기에 여념이 없는 임원들 모두가 까칠한 안색으로 자리에 앉는다.
“다들 바쁜가 보군요. 얼굴아 아주 까칠하네요.”
바르셀로나의 스카우트 팀장 요안네스의 가벼운 농담에 임원들이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는 자네 역시 얼굴이 아주 까칠하구만.”
“이런, 눈치채셨군요. 다들 피곤하실테니 이번 정규 회의 역시 빠르게 진행하겠습니다.”
과거 바르셀로나의 전성기에는 스카우트 부서에 소속된 스카우터만 40명에 달했다. 그러나 코로나 시기 급속한 재정악화는 스카우트 부서의 축소로도 이어져 이제는 전성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7명에 불과하니, 여전히 전세계를 누비며 보석을 발굴하는 업무량은 똑같으면서 인원만 줄어든 스카우트팀 역시 피곤에 쩐 얼굴인 건 똑같았다.
요안네스의 손짓에 따라 커다란 빔프로젝트 위로 선수의 프로필 사진이 떴다.
“저희 스카우트팀이 지난 5개월 간 꾸준히 모니터링해 온 아흐메드 케시에입니다. 보시다시피—”
몇 명의 선수들이 소개되고, 요안네스의 발표를 들으며 준비된 보고서를 팔랑팔랑 넘기는 임원진들은 표정은 시큰둥했다.
8월 중순.
여름 이적 시장도 끝을 향해 달려가는 이 시기쯤되면 구단은 크게 두 가지 모습을 보인다.
미리 점찍어둔 선수를 영입하는데 성공하여 비교적 여유로운 구단과 선수 영입은 물론 선수단 지키기에도 실패하여 패닉에 빠진 구단.
바르셀로나는 전자였다.
이미 이적 시장이 열리기전부터 물밑에서 협상을 진행하며 알찬 이적 시장을 보냈던 것.
원하던 선수의 영입에 성공하였고, 핵심 맴버 지키기에도 성공했다.
비록 가장 원하던 타겟 호르헤 가르시아라는 대어는 놓쳤지만, 그것도 최대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에게 뺏겼지만 그거야 어쩔 수 없는 노릇.
아직 보강이 필요한 포지션에 대해 영입할만한 선수를 검토하고, 필요없는 선수를 방출 혹은 임대를 통해 선수단 규모를 줄이는 등 여전히 바쁘긴 하지만 새로운 선수 찾기에 목맬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마지막 선수는… 바로 이 선수입니다.”
시큰둥하게 빔프로젝트를 보던 임원들이 눈을 반짝였다.
보기 드문… 아니, 올해 이적 기간 중 처음으로 등장한 동양인의 모습.
“호오. 동양인이라… 일본인가?”
“잘 생겼군. 아주 매력적인 마스크야.”
“흐음. 내가 보기엔 너무 곱상하게 생긴 것 같은데. 한창 젊은 여자들이 좋아하던 한국의 보이 그룹같은데. 게이같던 놈들 말야.”
“이봐, 마누엘. 무슨 노인같은 소릴 하고 있어. 요즘엔 그런 발언하면 큰일나는 거 알고 있겠지? 그리고 내가 보기엔 한국 보이 그룹의 얄상한 애들보단 훨씬 낫구만. 마초 스타일을 선호하는 여자들은 몰라도 저 정도면 꽤 대중적으로 먹힐 스타일이야.”
수근거리는 임원들을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던 요안네스가 짝짝 손뼉을 치며 주의를 끌었다.
“다들 이 선수의 외모에 관심이 많군요. 우리 스카우트팀이 야심차게 준비한 선수가 뜨거운 반응을 받으니 매우 기분이 좋습니다. 그럼, 발표를 계속해볼까요? 일단 이 선수는 일본인이 아닙니다. 오, 물론 중국인도 아니지요. 이 선수는 한국인입니다.”
“마누엘, 네 말 중 하나는 맞았군. 한국인같다더니 정말 한국인이잖아.”
“큼. 뭐… 여리여리한게 마음엔 안 들지만 여자들이 좋아하게 생기긴 했군.”
최근 몇 년이래, 스카우팅에 처음 등장한 동양인에 흥미를 보이긴 했지만 그것이 전부. 잘생긴 외모가 잠깐 화제가 되었을 뿐, 여전히 임원들은 시큰둥한 기색이었다.
그리고 요안네스는 그것이 기꺼웠다.
왜냐하면 시큰둥한 임원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것. 바로 숨겨진 보석을 소개하는 것만큼 그를 짜릿하게 만드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다들 관심이 없나보죠? 하지만 곧 달라질겁니다. 왜냐? 이 선수가 숨어있던 보석이기 때문이죠.”
빔프로젝트 화면이 넘어가며 선수 정보가 표시된다.
“보시다시피 어린 선수입니다. 2013년 생, 20살의 풋풋한 친구죠. 신체는 175cm에 62~3kg. 공격 2선 전 지역을 커버할 수 있지만 주 포지션은 좌측이며, 한국 선수들이 그렇듯 우수한 양발잡이입니다.”
딸깍.
다시 한 번 프로젝트 화면이 넘어갔다.
“이 선수는 이번 올림픽에서의 활약으로 알려지게 되었는데, 아마 들어보셨을 겁니다. 우리의 최우선 타겟이었던 호르헤 가르시아의 콧대를 납짝하게 눌러준 동양인 소년을요.”
“음? 잠깐. 한국… 한국이라면 결승에서 우리 스페인과 붙었던 나라잖아.”
“아아. 알겠군. 들어본 적 있어. 동양의 호르헤라고 하던 선수가 이 선수였군.”
그제야 임원진이 자세를 고쳐앉으며 보고서를 펄럭인다.
요안네스는 기껍게 웃으며 화면을 넘겼다.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은 4-2-3-1 포지션을 사용했으며, 이 선수는 주로 좌측 날개에서 활약하였습니다. 전술적으로 공격의 핵심으로 높은 위치에 머무르는 경향이 짙었으며, 한국팀의 공격은 이 선수를 통해 빠르고 쉽게 전개됩니다. 공 소유를 유지하고, 드리블을 통해 전진하며, 환상적인 테크닉으로 압박을 뚫어내죠. 이건 결승전 이 선수의 히트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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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직선적이고, 위치가 높죠. 그리곤 이건 경기 영상입니다.”
몇 몇 올림픽 경기 영상이 재생됐다.
“이 영상을 주목해 주시죠. 우리 스페인이 한국팀에게 3:0으로 처참하게 패배한 조별예선 경기입니다. 대치하고 있는 수비수가 익숙하실 겁니다. 우리 1군 백업 맴버인 페르난도입니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재생되는 영상 속, 페르난도가 몇 번이고 제체지는 장면이 플레이된다.
“아주 간단하게 무력화시키죠. 테크닉적으로 완성된 선수입니다.”
“호오. 페르난도를 저렇게 쉽게 돌파하다니.”
“협력수비하는 선수는 마르틴 수비멘디아닌가. 이거 놀랍군.”
“균형 이동이 아주 좋군. 바디밸런스가 뛰어나. 민첩하고, 반응속도도 좋은 걸.”
임원들은 흥미롭게 영상을 지켜봤다.
그 반응에 요안네스는 씨익 웃으며 다시 화면을 넘겼다.
“아무래도 한 경기로는 부족하겠죠? 첫 겅기인만큼 방심이나 컨디션 문제 혹은 자료조사 부족일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이건 결승전에서의 모습입니다. 대표팀의 우나이 시몬 감독이 아주 작정하고 이 선수를 마크하려는 노력이 보입니다만… 보시는대로 막을 수 없었습니다. 결승전을 보신 분은 알겠지만 이 선수는 우리 스페인 선수들의 모든 방해를 뚫고 기어코 2골을 더 넣었습니다.”
요안네스는 뚜벅뚜벅 걸어 임원들 앞으로 향했다.
그의 몸이 빔프로젝트를 가리자 몇 몇이 눈살을 찌푸렸다.
“파이널 서드에서 아주, 무척, 굉장히 위력적인 선수입니다. 무엇보다 높이 평가하는 건, 선수의 성장 속도입니다. 보고서를 보시죠. 경기당 키패스 수치가 갈수록 올라가다가 일본전을 기점으로 급격히 상승합니다. xG 및 xA 자료에서 나오듯 높은 득점력을 유지하면서도 볼 배급 능력이 계속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시 자리를 옮긴 요안네스가 빔프로젝트 화면을 넘겼다.
“우리는 이 선수를 관찰하며 공격 상황에서의 좋은 습관을 찾아냈습니다. 이 선수의 장점 중 하나는 공을 받기 전 항상 주변을 관찰한다는 겁니다. 단순하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많은 선수들이 간과하곤 하죠. 다음에 어떤 행동을 취할지, 어떻게 공을 컨트롤할지 미리 생각해서… 예를들어 이 장면. 여길 보시면 아군이 공을 길게 넘겼을 때, 이 선수는 이미 몸을 반정도 돌리고 있습니다. 이 하프턴 하나로 쉽게 마크를 벗겨내고 공격을 이어갈 수 있었죠.”
진지하게 경청하는 임원들을 둘러보며 요안네스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자신이 발굴한 보석의 진가를 남이 알아줄 때의 이 짜릿함이 힘든 스카우트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올림픽 경기를 분석한 바, 이 선수는 오버래핑하는 풀백을 위해 와이드 지역을 내주고 하프스페이스에서 플레이하는데 능숙하며, 따라서 윙 로테이션 및 풀백의 공간 점유를 중요시하는 감독에겐 큰 매력이 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몸이 유연하고 민첩하여 밀착수비에서 벗어나는데도 능숙하죠.”
“음. 자네의 칭찬은 잘 들었네. 그렇다면 단점은 뭔가?”
“뭐… 이런 유형의 젊은 선수 대부분이 그렇듯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불필요한 터치나 턴으로 볼 소유권을 잃기도 하죠. 상위무대인 라리가에선 이런 단점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특히 통제와 점유를 중시하는 우리팀 스타일에선 더욱 주의가 필요하겠죠. 그외에도 전반적인 수비 가담이나 활동력 개선이 필요하겠군요. 아! 신체 능력의 향상도.”
요안네스의 발표가 끝나자 임원들이 분분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머리보단 발로 축구하는 선수같은데?”
“직선적인 드리블 돌파에 강점이 있는 선수야. 트리키한 플레이도 곧잘 해내고.”
“마치 AC밀란 시절의 카카같구만. 축구 지능은 썩 좋아 보이지 않고. 공이 없을 때 움직임이 영…”
가만히 임원들의 말을 들으며 짙은 미소를 머금고 있던 요안네스가 뒤늦게 생각났다는 듯 손가락을 튕겼다.
“아. 제가 이 말씀을 드리지 않았군요. 이 한국 선수가 자국내에서 슈퍼스타 취급을 받고 있으며… 무엇보다 FA신분이란 것을요.”
“…뭣? FA? 무소속이라고?”
“정확히는 아마추어입니다.”
“그 말인즉슨… 아마추어라 이적료도 발생하지도 않고, 첫 프로계약이니 주급도 싸게 먹히겠군. 거기에 한국의 슈퍼스타… 동아시아 시장을 확보할 좋은 기회겠어.”
“당장… 당장 영입제안보내!! 이 선수는 꼭 잡아야해!!”
그리고 그것은 비단 바르셀로나만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레알 마드리드도,
“하지만 우리에겐 호르헤가—“
“그게 무슨 상관이냐!! 1군에서 몇 경기만 뛰고 백업으로 박아둬도 손해볼게 없는 영입인데! 막말로 마케팅으로 돈만 뺴먹고 버려도 되는 선수아냐!!”
이탈리아의 명문들도,
“이런 미친! 이런 선수가 아마추어라고? 당장 확보해!”
“이적 담당자 누구야! 한국으로 보내!”
심지어 EPL의 구단들마저,
“아시아 시장을 우리 마켓으로 만들 기회다! 무슨 수를 써서도 영입해야 돼!!”
“FA경기용으로 쓰더라도 영입해야 한다. 이건 기회야!”
“워크퍼밋 규졍이 어떻게 되지? 당장 가능한 추천인 찾아봐!!”
홍민준을 향한 레이스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