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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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이 끝나고, 아니 올림픽이 끝나기도 전에 방송 작가란 사람들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하더니 귀국하고 나서는 그야말로 핸드폰이 터지는 건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다.
올림픽 기간중에야 시상식 및 폐회식에 참석해야 한다니까 적당히 넘어가주더니 귀국후에는 무슨 변명을 하든 ‘네가 뭐라고하든 섭외하고야 만다’는 무대뽀 마인드로 밀어붙이는 것이 무서울 지경.
대체 어디서 번호를 알아냈는지 각종 방송국의 뭐시기부터 작가니 피디니 무슨 부장이니 하는 사람들이 시도때도없이 연락을 해왔다.
방송 출연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적 준비에 바빠서 넘어가려고 했는데… 의외로 바쁘지 않았다.
나만.
“에이전시라는게 단순히 계약을 주선하고, 계약서를 검토하는 게 전부가 아니야. 선수에게 어울리는 팀을 찾는게 가장 중요해. 팀의 성향, 보드진의 성향, 감독의 전술관과 선호하는 스타일, 선수단 구성과 파벌 및 알력 다툼, 훈련시설과 코칭스탭 및 의료진 수준, 구단이 위치한 도시가 선수와 잘 맞는지, 거주지 환경, 다음 시즌 예상되는 성적과 그 속에서 선수의 역할… 그야말로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하는거야.”
“…아무리 에이전시라도 그건 무리야. 그런 에이전시가 세상에 어딨는데.”
“유명 에이전시는 다 이래. 그래서 인맥이 중요하고. 각 구단 인사들을 통해 정보를 얻어서 겉에선 보이지 않는 구단의 문제점이나 파벌, 선수단 갈등, 감독과 선수 관계, 보드진과의 관계 이런 정보를 취합해서 선수에게 알맞는 팀을 골라주는 것이 이적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야. 에이전시가 괜히 있는 줄 알아?”
“…….”
대꿀멍 상태가 된 오하린이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의기양양해진 윤다예가 다다다 쏘아붙인다.
“애초에, 에이전시가 그저 계약서나 검토해주고, 선수 편의나 봐주고, 세금이나 세제 업무 대신해주고, 단순히 이런 업무가 전부라면 너무 양아치지. 넌 에이전시 대표라는 애가 이런 것도 몰라?”
“흥. 말로는 누구나 잘 하는 법이지. 그렇게 자신있으면 네가 해보지 그래?”
“미쳤어? 실무 경험도 없는 내가 나서봐야 좋은 결과가 나올리없잖아. 이건 장난이 아니야. 애 인생이 걸린거라고.”
“그러니까 더 나서는거야. 남의 손에 쟤 인생을 맡겨두고 싶어? 난 싫어. 애초에 내가 왜 모든 부분을 알아야하는데?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모든 업무를 일일이 알 필요 없어. 윗사람이 해야될 건 적절한 인선을 구축하고, 실무진의 조언을 선별해서 알맞은 결정을 내리는거야.”
…잘 싸우네.
막상 이적시장이 열리면 엄청 바쁠 줄 알았는데, 난 한가했다.
나만.
투닥거리던 오하린과 윤다예는 어느 순간부터는 전문가라는 아저씨 3~4명과 머리를 맞대고 목청을 높이고 있었고, 중간중간 내 의견을 물어보는 걸 제외하고는 하루종일 떠들는 걸 지켜보기만 하던 차.
“민준아.”
“응?”
“일단 우리 선에서 단순히 찔러보거나, 마케팅 목적이거나, 가봐야 쓸모없는 팀은 거를때까진 심심할텐데 예능이나 나가볼래? 왜, 너 예능 나가고 싶어했잖아.”
멍하니 앉아만 있던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윤다예가 예능 출연을 제안했다.
“진짜? 나가도 돼?”
“예능 출연도 고려하고 있었어. 네 인기가 고점인 지금 적당한 예능 1~2개 정도 출연하는 것은 대중에게 너를 각인시킬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야.”
“그럼 이적은? 팀 골라야 하잖아.”
“우리 선에서 1차로 거른뒤에 해야지. 아니면 뭐, 지금 바로 참가할래? 중동이나 남미에서 온 오펀데 살펴봐.”
“…그냥 예능나갈게.”
그렇게 선택한 것이 ‘아는 형님’이었다.
일단 작가 누나들이 너무 팬심 가득한 섭외 노력을 보여주기도 했고, 아무래도 혼자라면 조금 부담…스럽진 않지만, 여튼 다른 선수도 나온다고 하니까.
“이야~ 홍민준 오랜만이다? 꾸미고나니 아주 몰라보겠다야.”
“저 아직 메이크업 안 했는데요? 쌩얼이에요.”
“…….”
부상에서 회복한 오표식 선배와,
“야, 홍민준! 너 진짜 우리 누나랑 뭐 있는거아냐?”
윤혁 선배였다.
“아~ 선배는 만나자마자 또 뭔소리에요.”
“아니, 우리 누나 좀 이상하다니까. 생전 남자에 관심도 없던 애가 폰 배경을 네 사진으로 해놓질 않나, 내 이적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네 이적설은 빠삭하고. 이적설로 세계일주 중인데 링크 뜬 구단을 아주 줄줄 외우고 있다니까?”
“선배. 저 홍민준입니다.”
“근데?”
“제 얼굴이면 여자들이 폰 배경으로나마 매일 보고싶겠죠. 하~ 이놈의 잘생김. 인정? 어 인정.”
“…이새끼 오랜만에 존나 때리고 싶어지네.”
두 사람 다 나만큼은 아니어도 이번 올림픽을 통해 꽤 인기를 얻은 선수들.
올림픽 맴버에 뽑히기전부터 성인 국가대표로 활약해온 오표식 선배는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선수. 이번 올림픽에서 내 뒤를 이어 팀내 득점 2위라는 좋은 활약으로 톡톡히 눈도장을 찍었다.
윤혁 선배 역시 나만큼은 아니어도 훈훈하니 잘생긴 외모에 주요 장면마다 등장할 정도로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선수로 맹활약하며 일약 스타가 되었으니 내가 아니었으면 아마 윤혁 선배가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았을까.
‘음. 이렇게보니 하나같이 나한테 밀린 2인자들이군.’
기분이 좋아졌다.
“오랜만에보니 좋네. 오늘 이 엉아만 믿어라 아우들아. 딱~ 봐. 멘트 떨어져서 머리가 하애지지? 그럼 엉아한테 눈짓해. 엉아가 바로 치고들어가준다.”
이렇게 허세를 부리던 오표식 선배는,
“아, 아아안녕! 난, 으, 은메달땄어고, 아니, 은메달따고에서 온 오표식 입니, 아니, 이야!”
“…….”
시작부터 얼어붙어서 엄청 떨었다.
엉아만 믿긴 개뿔.
“으하하하! 쟈 왜이렇게 떠노! 표식이 너무 떠는거 아이가?”
“컷컷! 너네 다시 나갔다 들어와.”
빵터진 호동이의 호쾌한 웃음소리에 이어 수근이가 재빨리 상황을 정리했다.
과연 숙련된 조교다운 솜씨.
교실 세트장 문 밖으로 나온 우리는 순서를 바꿨다.
“작가 누나들이 제가 가운데 서라는데. 괜찮죠?”
“…응.”
침울해진 오표식 선배가 동의하고, 다시 재개된 촬영.
드르륵!
문을 열고 교실 세트장에 들어섰다.
“안녕. 난 ‘은메달따고’에서 전학온 홍민준이라고 해. 모두 반갑다.”
이게 뭐가 어렵다고 그리 떠는거지?
담담하게 멘트를 끝내자, 들어올때부터 호들갑 일발 장전하고 있던 아형 맴버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인다.
“와아아아!! 이게 누꼬!! 올림픽 은메달에 빛나는 축구 대표팀 맴버들 아이가!!”
“이야~ 제작진 이번에 힘 좀 썼는데?”
“와!! 나 홍민준 알아!!”
방송으로 볼 땐 몰랐는데 텐션 엄청 높구나.
촬영전에 미리 인사도 나눴고, 잠깐이나마 리허설까지 했음에도 마치 처음본다는 듯 반응하는게 참 대단하다 싶다. 이게 베테랑 예능인?
호동이와 수근이, 희철이까지 떠들썩하게 환영해준 뒤 윤혁 선배와 표식 선배의 인사가 이어졌다.
“근데 나 민준이 오늘 처음 보는데, 진짜 테레비에서 볼때랑 똑같다! 거이 배우 아이가, 배우. 이야~ 엄청 잘생겼네.”
모자를 삐딱하게 머리에 얹어놓은 호동이가 미리 준비된 대사를 치자,
“와! 나 지금 엄청난거 발견했어! 호동이 얼굴이 민준이 얼굴에 2배는 되는거같은데?”
뜬금없이 희철이가 끼어들며 애드립을 쳤다.
대본에는 없던 멘트에 당황한 우리와 달리 아형 맴버들은 자연스럽게 티키타카를 이어갔다.
“아이! 그짓말하지마라! 2배는 아이지, 2배는!”
“야! 야! 이걸 뭘 또 싸우고 그러냐. 가서 대보면 알거아냐, 대보면.”
“어! 이거 좋다! 그럼 호동이랑 민준이 얼굴 크기 대보자.”
호동이의 너스레에 장훈이와 경훈이가 받아주며 졸지에 얼굴을 마주하게 됐다.
…크, 크긴 크구나.
“으학, 으학학학학! 와, 나 지금 좀 진심으로 충격받았다아이가. 와… 진짜 가까이서 딱 보는데, 진짜 조각이네, 조각.”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까지 멘트를 치던 호동이의 뒤에서 희철이가 난리법석을 떤다.
“와! 와악!! 진짜 2배, 아니 3배는 되겠는데!?”
“아잇! 그짓말마라! 3배는 아이지!!”
“잠깐만, 잠깐만. 희철이가 민준이랑 나란히 서봐.”
호동이와 희철이의 텐션이 내려가려는 순간, 절묘하게 끼어드는 수근이.
“나랑? 아~ 이거, 민준이 나랑 나란히 서면 굴욕샷인데~”
재빠르게 바통을 이어받은 희철이가 콧대를 세우며 다가오며 어깨동무를 하더니,
“…잠깐만. 나 이번엔 진짜 안 될 것 같은데.”
하며 잽싸게 떨어졌다.
“아~ 뭐야. 빨리 서봐.”
“아. 진짜 이거 안 되는데.”
맴버들의 아우성에 주춤주춤 어깨동무를 하는 희철이.
음… 키가 거의 똑같네.
“야! 이거 투샷 희철이 굴욕샷인데!? 나란히 서니까 민준이가 확 산다야!”
“아~ 이건 진짜 인정. 방금 내가 가까이서 민준이 봤잖아? 와… 진짜 피부가 장난아냐. 잡티하나없어. 거짓말 하나도 안 치고, 내가 여자 연예인도 많이 봤지만 민준이보다 피부 좋은 사람 한 명도 못 봤어. 도자기야, 도자기.”
“에이~ 그건 여기서봐도 알겠다.”
“아니 형! 이건 진짜라니까? 진짜 가까이가서 보면 알아! 도자기야 완전!”
희철이와 장훈이의 너스레에 그저 허허웃었다.
이것이 매력 95? 매력에 몰빵한 과거의 나, 매우 칭찬해.
“그러고보니 민준이 SNS에서 난리잖아.”
“나? 왜?”
상황을 정리하는 듯 수근이가 사전에 준비한 대사를 꺼냈다.
리허설대로 의아한 표정을 지어주면 그만이니 간단하네.
“이번에 올림픽 4대 여신이 인스타로 다 민준이 잘생겼다고 했잖아.”
“아~ 그거 나도 봤어! 올림픽에 참가한 여자 선수들 상대로 미남 설문에서 민준이가 1등했잖아!!”
“와~ 그거 진짜가? 대단하네~”
“미국의 국민 여동생 엘레나가 자기 SNS에 민준이 사진만 엄청 올려서 난리났잖아. 민준이는 알고 있었어?”
어리둥절한 표정을 연기해야하는데 자꾸만 입꼬리가 씰룩거리네.
“아니 난 몰랐지. 난 SNS 안 하거든.”
“왜? 아무것도 안 해?”
경훈이의 준비된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난 SNS 재미가 없더라고. 귀찮기도 하고. 그래서 아예 안 해.”
“그래서 올림픽 여선수들이 인터뷰도 했더라. 민준이 SNS 계정 없어서 아쉽다고.”
내 띄워주기가 얼추 끝나고 오표식 선배 순서로 넘어갔다.
근데 좀… 화기애애하던 나와는 달리 잔뜩 얼어붙은 오표식 선배 분량은… 음, 내가 생각해도 통편집 각이네.
사실 사람이든 방송이든 항상 높은 텐션을 유지할 순 없다.
세트장이 무너질 것처럼 신나게 떠들다가도 가라앉는 순간이 있는데, 하필 내 차례 때 올라갔던 텐션이 표식 선배 순서에 절묘하게 맞춰 떨어졌을 수도 있지.
…근데 너무 재미없어.
사요나라 표식 선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