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85)
085
오표식 선배에게서 솔솔 풍겨나오는 노잼 냄새에 작가진의 안색이 실시간으로 어두워진다.
작가 누나들이 절망으로 좌절하기 직전, 기가막히게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한 수근이가 끼어들었다.
“나 근데 궁금한 거 있어. 너네 올림픽 기간 같이 지내지 않았어?”
“그치.”
“근데 왜 이렇게 내외해?”
“내외?”
수근이의 물음에 어리둥절한 표식 선배.
“내외가 뭐지? 내가 왜놈이다?”
“풉!”
예상치못한 드립에 모두가 터졌다.
“뭐야. 왜, 왜 웃어?”
드립이 아니었다는 것에 더 터졌다.
“으햐학, 으학, 으학학학!”
“어헣, 표식이 진짜 대박이다.”
“아니, 잠깐만. 너 진짜 몰라? 아니지? 모르는 척 하는거지?”
배를 부여잡고 빵터진 호동이랑 진심으로 실소하는 희철이, 그리고 차마 믿을 수 없는지 의심하는 장훈이까지.
하… 같은 축구선수로서 정말 쪽팔리네.
“아, 아아~ 뭐야, 내외가 그런 뜻이야?”
뒤늦게 뜻을 전해들은 표식 선배가 알고 있었다며 우겼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러기엔 표정이 너무 리얼했거든.
“근데 나 애들이랑 친한데! 그치 애들아?”
“아닌 것 같은데~ 민준이는 표식이 뭐라고 불러.”
“나? 표식 선배라고 부르지.”
“에이 뭐야~ 그럼 안 친한거 맞네.”
“아직도 선배라 불러? 와~ 표식이 그렇게 안 봤는데 선후배 기강잡고 그런 스타일이구나!?”
수근이의 말을 받은 경훈이가 깐족거리자 당황한 표식 선배가 허공에 손을 휘적거리며 변명한다.
“아, 아아냐! 진짜루 와, 완전 친해! 맞지 민준아?”
“아닙니다 선배님.”
“…어? 야, 야 왜 그래! 너 평소엔 엄청 까불거리잖아!”
“죄송합니다. 평소처럼 엎드릴까요?”
“으하하하! 민준이 예능감 싸라있네! 근데 민준아! 우리 학교에선 다 동갑이다. 선후배 그런거 없다.”
호동이의 외침에 오표식 선배가 잽싸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냥 이름으로 불러라!”
“어… 윤혁이는 몰라도 표식 선배랑은 나이 차가 너무 많이나서…”
“와? 몇 살 차인데?”
“10살 차이지.”
“10살? 아무것도 아이네!! 여, 애들 나한테 하는거봐라!”
호동이의 너스레에 희철이와 경훈이가 장난스레 입을 열었다.
“그래! 우리는 호동이랑 13살 차인데도 형이라고 안 불러.”
“그치 호동아?”
그렇게 노잼 스멜을 풀풀 풍기며 통편집각이던 표식 선배는 본의아니게 하나 터뜨려주며 숨넘어가기 직전의 작가진에게 산소호흡기를 달아줄 수 있었다.
“이름! 윤혁! 나이는 22살.”
그 다음은 윤혁 선배 차례.
잔뜩 굳어있던 표식 선배와는 달리 자연스레 교탁 앞에 선 모습에 한껏 기대하는 작가 누나들.
“잘생겼어.”
속닥거리는 작가 누나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잘생겨서 그런거였나. 하긴, 적당히 잘생기고 단정한 윤혁 선배의 외모는 여자들이 좋아할만하지.
사전에 작성한 입학원서를 읽어내려가던 수근이가 의아한 듯 물었다.
“어? 윤혁이는 특이사항에 누나가 있네? 누나가 유명한 사람이야?”
“그치? 아마 나보다 유명할걸?”
“오! 궁금하다. 누군데?”
이미 알고있음에도 처음 듣는 척 촐싹이며 묻는 경훈이.
“윤희연이라고. 테니스 선수야.”
“오오! 알지, 알지!! 완전 잘 알지!! 테니스 요정!!”
희철이가 벌떡 일어나 오버스러운 반응을 보인다.
근데 희연 누나가 그렇게 유명했나?
물론 처음 만났을 적에도 학교에서 주목하는 유망주였고, 테니스계의 떠오르는 샛별이란 평가를 받는다고 들었지만 올림픽으로 일약 스타가 된 윤혁 선배보다 유명할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윤희연 선수라면 한국 테니스의 여제잖아! 맞지!”
“요즘 그렇게도 불리더라.”
“맞아. 내가 윤희연 선수 팬이라 잘 알아! 요즘 기세 엄청 좋잖아. 올해 들어 완전 날아다닌다니까?”
언제부터 팬이었는지 의심스러운 희철이의 발언에 나도 모르게 묻고 말았다.
“희철이 설마 3대째 팬이야?”
“어!? 어떻게 알았어? 우리집 3대째 윤희연 선수 팬이야.”
드립치고 아차싶었는데 커뮤에 빠삭한 희철이답게 스무스하게 받아줬다.
하마터면 ‘영철이’될 뻔.
“애들아. 여기 호동이는 모르는 표정인데?”
그러나 이 드립을 모르는 다른 맴버들이 어리둥절하며 분위기가 다운되는 순간, 수근이가 절묘하게 끼어들었다.
“어? 진짜? 호동이 진짜 윤희연 선수 몰라?”
재빨리 이어받은 경훈이의 물음에 호동이가 과장스럽게 투덜거린다.
“아이 무슨 소리야~ 나도 알지~ 테니스 요정아이가!! 그 왜, 막, 경기 우승하고 그랬잖아.”
“어 맞어. 코리아 오픈에서 우승하고 직전 호주 오픈에서도 성적 좋았어.”
“진짜 요즘 윤희연 선수 기세가 장난 아니더만. 기량이 만개했구나?”
“그런거같아. 우리 누나가 이상하게 반 년전부터 확 포텐이 터졌더라고. 왜 그런지 물어보니까 좋은거 먹었다는데, 뭐 먹었냐고 물어봐도 웃기만하고.”
어라? 반년전?
그때 뭐가 있었더라… 아마, 나랑 처음 만났던 시기가 그쯤인거 같은데.
‘설마 좋은거라는게 내 정액은 아니겠지?’
에이 아니겠지. 히토미를 너무 많아봤나.
정액 먹었다고 경기력이 올라간다니… 이게 뭔 어이없는 망상.
그나저나 희연 누나 이름 들으니까 갑자기 보고싶네. 한동안 한국에서 쉰다고 했는데… 집으로 불러도 되려나.
“근데 우리 누나가 얘 팬이야.”
촬영이 시작한지도 어느덧 2시간 째.
평소보다 높은 텐션을 유지하다보니 금방 피곤해졌다.
처음의 흥분은 사라지고 몰려오는 피로에 좀 멍때리고 있었더니 갑자기 시선이 몰린다.
뭐, 왜?
“우리 누나가 진짜 남자에 관심없는 스타일이거든? 아니, 농담이 아니고 진짜로. 그런 거 있지. 왜, 자기 커리어나 일에 열중하느라 잡다한건 신경쓰지 않는 사람. 우리 누나가 딱 그런 스타일이라 남자에 진짜 관심없었거든? 근데 요즘엔 아주 민준이 때문에 난리야. 맨날 민준이가 어쩌고저쩌고, 무슨 소식없냐고 물어보고… 아주 귀찮아 죽겠어.”
“와~ 지금 테니스 요정이 민준이 팬이라거가?”
“그것도 찐팬이야. 폰 배경도 민준이 사진에 동생 이적은 관심도 없으면서 민준이 이적설은 다 찾아보고. 아주 지극정성이라니까.”
윤혁 선배의 발언을 곰곰히 듣고있던 장훈이가 불쑥 입을 열고는,
“역시 잘생겨서 그래, 잘생겨서. 내가 누누히 말하잖아. 남자는 다른거 다 필요없어. 잘생겨야 돼.”
외모지상주의를 주장했다.
그 말에 희철이가 폭소했다.
“장훈아. 그럼 영철이는 어떡해?”
“어? 영철이는… 아이씨, 나도 몰라!”
“왜 나만 갖고 그래~!”
그렇게 윤혁 선배의 차례가 끝날 무렵.
“그럼 마지막 문제. 내가 민준이한테 정말 고마운 게 있는데, 그게 뭘까?”
음… 나한테 고마운거라.
그게 뭘까.
영 감이 안잡혀 곰곰히 생각하고 있었더니 장훈이가 눈치챘나보다.
“야. 이거 당사자인 민준이도 모르는 눈친데?”
“어? 정말? 민준이 이거 정답 몰라?”
“음…”
“에이~ 모르네. 됐어 통과!”
“아냐. 모르는 건 아니고.”
“그럼 뭔데?”
이건… 진짜 모르겠는데.
일단 안다고 지르긴 했는데 감도 안 잡힌다.
“알긴 아는데… 아, 이거 윤혁이가 고마워할만한게 너무 많아서 정확히 뭔지 모르겠네.”
그래서 적당히 너스레를 떨었더니 다들 좋아한다.
“으햑햑햑! 민준이가 아주 능구렁이네.”
“혁아! 민준이가 너무 많아서 모르겠다는데?”
“…갑자기 나도 까먹은거 같은데?”
대충 두어번 말도 안 되는 정답이 튀어나온 뒤 윤혁 선배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민준이는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범상치 않았거든? 우리 감독님이 신입생들 입부하면 항상 한 팀에 몰어넣고 일부러 골을 먹히게 만든단말야. 특이한 신고식이라고 할까? 예를들면 수비진이 어이없는 실수를하거나, 골키퍼가 공을 더듬다가 놓치거나 해서 골을 먹히는거야.”
윤혁 선배의 말에 문득 입부 첫날이 떠올랐다.
“어? 잠깐만… 아~ 뭐야! 설마 그거 짜고친거였어!? 어쩐지 진짜 병…아리 같더라. 하하.”
“으하하핫! 민준이 화났다!”
“와, 나 방금 이상한 거 들은 것 같은데? 병 뭐? 병~ 뭐라고?”
이런 하이에나들. 기다렸다는 듯 물어뜯는구만.
그나저나 설마 그 아마추어같던 수비가 짜고친거였다니. 어쩐지 너무 말이 안 됐어.
“잠깐잠깐. 혁이 얘기하고 있잖아. 더 들어보자. 그래서?”
“그게 감독님 특유의 선수 감별법이라니는데, 어처구니없이 골먹히고 났을 때 선수 반응을 본단말야? 갓 입부한 신입생이 황당하게 골먹혔는데도 활약한다? 그럼 강심장이라는거지. 큰 경기에서 이런 선수가 활약한다는게 감독님 지론이야. 근데 이게 딱 민준이였던거지.”
“오오~ 민준이가 엄청 활약했구나?”
“그치. 그것도 완전 날아다녀서 3~4학년 선배들 상대로 무쌍을 찍더라고. 아마, 그때 하프라인에서부터 단독 드리블 돌파로 골을 넣었었나, 그랬던 것 같아. 그거보면서 딱 느꼈지. 아! 얘는 다르구나.”
음… 그런 의미가 있었나?
생각해보면 얼추 맞는말 같다. 난 어릴적부터 큰 경기를 앞두고도 긴장하지 않았고, 덕분에 긴장으로 몸이 굳은 선수들 사이에서 평소보다 활약하곤 했으니까.
“이야~ 역시! 민준이는 천재과였구나?”
아, 여기서부턴 대본이다.
앞서 윤혁 선배의 이야기는 애드립이었지만, 나에 대해 말하며 민준이는 천재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도록 유도한 뒤, 사실은 노력파였다는게 사전 계획된 이야기였다.
“천재지. 완전 천재.”
…어라? 근데 이건 대본이 아닌데?
천재가 아니라 노력파라고 해야하는데.
“근데 내가 아까 말했지? 고마운게 있다고. 난 처음에 민준이가 단순히 천재라고 생각했거든? 그렇잖아. 1학년이 3~4학년을 가지고 노는데, 진짜 재능차이가 이런건가 싶었다니까.”
“알지. 알지. 나도 현역 시절 미국에 NBA 구경하러 갔는데, 그때 딱 느꼈어. 진짜 재능의 격차란 게 있구나. 이게 알면 알수록 보인다니까?”
운동인 출신답게 장훈이가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아, 천재 이미지도 나쁘진 않은데… 애초 계획은 노력파 이미지였다.
안 그래도 능력이든 외모든 뛰어난데 천재 이미지까지 더해지면 대중과 괴리감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윤다예의 판단.
그래서 사전에 작가 누나들과 조율할 때 천재로 소개하는건 빼달라고까지 했는데.
…이거 괜찮으려나?
스탭 사이에서 지켜보는 윤다예를 힐끔 쳐다봤지만 무덤덤한 표정.
음… 뭐,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