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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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뭐, 괜찮겠지.
“근데 아니더라. 민준이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땐데, 그때 훈련 끝나고 집에 가다가 놓고 간게 있어서 잠시 학교에 들렸거든? 근데 혼자 훈련하고 있는 애가 있는거야. 누군가 봤더니 민준이더라고.”
“와. 혼자 남아서 훈련하고 있었구나!”
“그치. 그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어. 그거 보고 충격받았지. 이렇게 재능있는 애도 필사적으로 노력하는데, 재능이 없는 나는 뭐하고 있는건가. 지금까지 너무 타성에 젖어있었구나, 뭐 이런. 그래서 바로 민준이한테 가서 같이 훈련해도 되냐고 물어보고 그뒤론 계속 같이 훈련했지.”
뻔하다면 뻔한 판에 박힌 이야기.
클리셰 범벅인 운동 선수 이야기지만, 클리셰는 클리셰인 이유가 있는 법이다.
무명의 대학 리거가 뜬금없이 올림픽 대표팀 최종 명단에 들더니 온갖 논란을 실력으로 불식시키고는 마침내 메달까지 따냈다는, 마치 인간승리 같은 스토리.
여기에 단순히 재능이 아닌, 고된 훈련과 뼈를 깎는 노력이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대중이 딱 좋아할 스토리…라고 윤다예가 그랬다.
“호진대에서 국가대표가 2명이나 배출된 이유가 있었네!”
“뭐, 이건 날 각성하게 만들어주긴 했지만 간접적으로 고마운거고. 직접적인 건 아무래도 훈련할 때 적극적으로 도와준거지. 민준이가 워낙 테크닉이 좋잖아? 난 그게 약점이었는데, 자기 노하우를 다 전수해주더라고. 선수마다 노하우가 있기 마련인데, 진짜 성심성의껏 알려줘서 많이 배웠지. 또 1:1 상황에서 어떻게 수비해야 까다로운지 알려주면서 계속 맞대결해줘서 테크니션 상대로 수비하는 법도 몸에 익히고. 이번 올림픽에서 얘 덕분에 실점 몇 번은 막았을걸?”
오오 역시 윤혁 선배.
머리 좋은 사람답게 이렇게 스무스하게 드레프트를 해버리나?
음, 음,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수근이가 탐탁찮은 표정으로 말했다.
“에이~ 너무 칭찬밖에 없으니까 재미가 없네. 그럼 안 좋은 점! 단점은 없어?”
“있지!”
지금까지 진중한 표정으로 썰을 풀어나가던 윤혁 선배가 순간 텐션이 올라가서는 신나게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진짜 엄청난 단점이 있어. 혹시 예상가는 사람? 이거 맞추면 내가 선물준다.”
윤혁 선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경훈이가 번쩍 손을 들었다.
“정답!”
“그래 경훈이!”
“아~ 이거 말해도 되나?”
“뭔데??”
괜히 난처한 척 하던 경훈이가 혼자 실실 웃는다.
“운동 선수면 합숙같은 것도 많이 할 거 아냐.”
“맞지. 합숙은 매년하지.”
“그럼 숙소도 같이쓰지?”
“그치?”
“민준이가 한 번 화장실 들어가면, 똥을 진짜 무더기로 싸는거야. 막, 그래서 화장실 변기 다 막히고.”
“아이씨! 그럼 그렇지, 네가 왜 똥 얘기 안 하나 했다.”
아형 맴버들의 타박에도 헤헷 웃는 경훈이에게 다가간 윤혁 선배가 가볍게 뿅망치로 때렸다.
“땡! 그런 더러운 건 아니고. 얘가 잘난척이 그렇~게 심해.”
“아~ 선배! 아니, 혁아!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모함이야. 내가 뭔 잘난척이 심해! 와~ 아주 은혜를 원수로 갚네.”
“이건 나도 진짜 인정! 민준이가 잘난척이 진짜 심해. 가끔 보면 아주 얄미워 죽는다니까.”
얼어있던 오표식 선배도 이때만큼은 제대로 해동되서는 나불나불 연신 기억에도 없는 에피소드를 꺼내댔다.
“민준이 완전 못됐네.”
“와~ 진짜? 정말 그런다고?”
무수한 음해와 모함을 당하고 나서야 청문회가 끝났다.
어휴, 진빠져.
“자! 마지막으로 민준이! 이름! 홍민준. 나이 2013년 6월 생. 지금 딱 20살이네.”
벌써 5시간이 지난 촬영현장.
중간에 휴식 시간이 있긴 했지만 이쯤되니 진이 빠질대로 빠졌지만, 촬영의 끝이 보여서인지 수근이가 힘차게 입학원서를 읽어내려갔다.
베테랑인 아형 맴버들도 긴 촬영에 지치긴 했는지 처음의 텐션과는 달리 대본대로 판에 박힌 질답이 이어지던 중 문득 경훈이가 손을 들었다.
“근데 나 이거 궁금해.”
“뭔데?”
“내가 찾아보니까 중학생 때 엄청 잘나가다가 고등학생 때 부진했다 그러더라고. 3년 동안 엄청 슬럼프가 심했다던데, 대학교 와서 갑자기 극복한 이유가 뭐야?”
아, 그거.
부진의 극복 이유는 진짜 별거없다.
상태창.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거다.
기승전’상태창’. 끝.
다만, 고등학생 시절 부진의 원인이라…
턱을 긁적이다 문득 구석에서 지켜보고 있던 윤다예와 시선이 마주쳤다.
음…
“이건 진짜 여기에서 처음 밝히는건데…”
“에이~ 거짓말이지? 다 알아!”
“아냐. 진짜로. 어디가서 부끄러워서 말도 못했어.”
“오오~ 진짜?”
“사실 내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소꿉친구가 있었거든. 우리집이나 친구네나 잘 사는 편이 아니라 부모님들은 맞벌이로 바쁘고해서 학교 다니기 전부터 우리 둘이 맨날 같이 놀고 그랬단 말야.”
대본과는 무관한 이야기에 아형 맴버들이 흥미롭게 지켜봤다.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땐 더 철이 없었거든. 애같고, 단순하고. 근데 그 친구는 되게 어른스러웠어. 생각하는거나, 행동하는거나. 게다가 엄청 똑똑하고, 뭐든 해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믿음직한 친구였거든. 지금 생각해보면 동경했던 것 같아. 모든 면에서 나보다 뛰어났으니까.”
생각외로 진지한 어조에 모두가 집중하는 기색.
사실 눈앞의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든 신경쓰이지 않았다. 지금 내 모든 신경은 윤다예에게 향해있었으니까.
녀석도 이것이 우리 이야기라는 걸 아는지 동그랗게 눈이 커져있었다.
“걔가 내 첫사랑이었어. 그리고 나름 확신이 있었거든? 걔도 날 좋아한다는 그런 느낌있잖아. 그래서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고백했는데… 차였어. 진짜 시원하게 거절하면서 걔가 그러더라. 자긴 능력있는 남자가 좋다고. 당시에 내가 잘할 수 있던게 축구밖에 없더라고. 그래서 죽어라 훈련해서 축구로 유명한 명문고에 합격하고 다시 고백하려고 했는데… 멀리 기숙사가 있는 특목고로 전학을 가버린거야.”
남들 앞에서 숨겨오던 내밀한 이야기를 하려니 여간 민망한게 아니다.
발갛게 달아오르는 귀를 매만지며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그래도 소꿉친구고, 녀석도 나한테 마음이 있는데 부끄러워서 조건을 내세운거라 여겼거든? 근데 말도없이, 아 물론 내가 좀 피하긴 했지만, 어쨌든 그냥 가버린거야. 그때 좀, 많이 충격받았지. 그래서 고등학교 가서는 축구에 의욕도 잃고, 재미도 없고… 그래서 부진했어.”
“민준이가 생각보다 순정파였네.”
“그러게. 난 민준이 얼굴만보고 나쁜 남자 스타일이라 생각했는데.”
어떻게 알았지.
과거의 내가 순정남이었을진 몰라도 지금의 난 나쁜 남자가 확실하다.
…아니지.
내가 숨기거나 속이는 것도 아니고, 다 알려줬는데도 다들 좋다고 허락한거잖아? 그럼 나쁜 남자가 아니지 않나?
“그래서? 그래서 그 첫사랑이랑은 어떻게 됐어?”
경훈이의 질문에 나도 모르게 힐끔 윤다예를 쳐다봤다.
애써 담담한 척 하지만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뚫어져라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잘 안 됐어.”
“아~ 아쉽다. 그 이후로 연락도 안 돼?”
“응. 나도 그렇고 걔도 그렇고… 서로 연락처는 아는데 뭔가 선뜻 먼저 연락하기 어렵더라고.”
“그렇다면 영상 편지 어때?”
“에이~ 무슨 영상편지야.”
당사자가 직접 보고 있는데 영상편지는 무슨.
“왜에! 영상편지가 어때서! 혹시 모르잖아, 첫사랑이 우리 프로그램보다가 민준이 딱 보고! 어? 민준이잖아! 하면서 보다가 영상편지가 딱! 나오는거야.”
“너무 오바다 그건.”
“아냐 의외로 가능성있어. 이걸 계기로 다시 연락할 수 있을지 누가 알아.”
연신 손사레를 치며 거절했지만 받아줄 기색이 아니었다.
그 기세에 떠밀려 팔자에도 없는 영상편지를 찍게됐다.
“흠. 크흠. 흠흠.”
민망함에 연신 헛기침을 하길 잠시.
“음… 안녕 친구야. 오랜만이야. 그동안 연락하지 않아서 미안해. 그때 널 피하던 건 네가 싫어서 그런게아냐. 단순히 내가 쓸데없는 오기를 부리고 있던 것 같아. 지금 생각해보니 바보같다.”
당사자가 지켜보는데 영상편지를 찍으려니 민망해 죽을 것 같다.
동그랗게 뜬 눈으로 쳐다보는 윤다예의 시선을 애써 모른척하며 그간 하고싶었던 말을 꺼냈다.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어. 철없던 날 받아줘서 고마워. 그리고 철없게 굴어서 미안해.”
* * *
촬영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같이 촬영했던 아형 맴버들은 물론 선배들과도 다음에 한 번 모이기로 약속하고 차에 오르니 윤다예가 빤히 시선을 보내왔다.
“…왜?”
민망함에 괜히 퉁명스럽게 물었더니,
“그 말… 진짜야?”
난생 처음 보는 표정으로 입술을 오물거린다.
“무슨 말?”
“…첫사랑이라는거.”
발갛게 홍조가 오른 얼굴로 부끄러운 듯 내 시선을 피하며 작은 목소리로 물어오는 윤다예의 모습에,
“…응.”
홀린 듯 진심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묘한 정적.
그렇게 누가 먼저 선뜻 말을 꺼내기 어려운 미묘한 분위기가 이어지던 중,
“아이쿠. 늦어서 죄송합니다. 화장실이 급해… 으, 응?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오하린이 붙여준 기사 아저씨가 뒤늦게 나타났다.
“…아뇨. 아무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