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9)
009
이런 씨발.
이건 진짜 억울해.
내가 뭘 잘못했는데.
잘못은 오히려 그 미친년이 했지, 난 결백하다고!!
설마싶지만 진짜 미투당하는 건 아니겠지…?
또라이녀가 말한 스타벅스를 향하다 이대로 준비없이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세상이 흉악해져서 여자의 눈물이 증거라지만 무고의 증거가 명백하면 대항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 무고의 증거는 어떻게 확보하지?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니 녹음이 가장 흔했다.
이거다!
재빨리 폰에 녹음 어플을 다운받는데 문뜩 떠오르는 깨달음.
“아 씨바! 그러고보니까 아까 통화한 거 녹음했으면 되는건데!!”
왜 나는 항상 지나고 후회할까.
언제나처럼 뒤늦은 깨달음에 괴로워하며 혹시나싶어 검색해보니,
‘통화기록 녹음… 아 씨, 왜 내 폰은 자동으로 녹음 안 되는건데.’
역시나 이미 늦은 뒤였다,
역시 폰은 매년 최신기종으로 갈아타야… 그러고보면 요즘 최신폰이 뭐가 있지? 이번엔 사과사랑 삼성 어디꺼가 예쁜… 까지 생각하고 있을 때.
부르르, 폰이 진동했다.
—ㅇㄷ
아오, 문자에서부터 느껴지는 싸가지봐라.
사람이 성의가 없어. ㅇㄷ가 뭐야 ㅇㄷ가. 싹퉁바가지 없는 년.
재빨리 폰을 주머니에 넣고 스벅 안으로 들어섰다.
과연 스벅. 평일 대낮임에도 항상 사람이 가득하지. 이 새퀴들은 대체 할일도 없나 왜 대낮부터 여기서 죽치고 있냐.
커플끼리 앉아 꽁냥거리는 걸 보며 괜한 분통을 터뜨리고 있자니 뭔가 분위기가 묘하다.
사람들이 어째 다른데에 정신이 팔린 듯 한…?
힐끔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가니 그곳에 여신이 있었다.
윤기 흐르는 검은색 긴 생머리와 그에 대비되는 새하얗고 작은 얼굴. 이목구비는 또 얼마나 뚜렷하고 조화로운지 멀리서 보는데도 예쁨이 자체발광 수준으로 뿜어져나온다.
‘와. 매력이 트루뎀으로 박히네.’
무늬없는 흰 티와 청바지 차림이지만 심플 이즈 베스트라고 그것만으로 화보가 따로없다.
자기 주장이 강한 가슴이 딱맞는 핏의 흰 티를 뚫고 나올 듯 솟아있는 것이 아주 보기가 좋다.
게다가 여유롭게 꼬고 있는 저 길쭉한 다리. 발목과 종아리는 얇은데 위로 올라가면 꽉끼는 허벅지지가… 오우야.
예로부터 존예는 흰 티에 청바지가 국룰이라 그랬거늘, 과연 선조들의 지혜가 틀리지 않았음을 여기서 느꼈다.
존나 예쁘네.
진짜 예쁜 것도 수준이 있다고, 저 정도 예쁘니까 사람들이 죄다 힐끔거리는구나.
아우라라고 해야하나. 존재감 자체가 차원이 다르다.
‘부럽다. 저런 여자랑 한 번 해보면 소원이 없겠네.’
입맛을 다시며 애써 여자에게서 시선을 떼고 주변을 둘러본다.
근데 참 이상하게도 이번엔 사람들의 시선이 날 향하고 있다.
뭐냐. 대체 왜 날 보는거지?
…하. 이제 모른 척 하는 것도 지겹다.
매력 95의 위력이 또.
존잘은 피곤하군.
애써 시크한 표정을 지으며 스벅을 둘러보는데 이상하게 그 또라이가 보이지 않는다. 그 미친년 설마 구라깐거? 아오 씹년, 마구 씹고 있는데 저~쪽에 있던 존예가 자꾸 손을 흔든다.
뭐지? 설마 내 매력 95에 빠졌나?
저런 여신까지 매료시키다니… 무섭다, 매력 95!
“읏흠. 안녕하세요.”
애써 여유를 가장하며 다가가 중후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자 여자가 어리둥절해 한다.
“방금 그쪽이 저보고 손 흔들지 않았어요?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뭐래 진짜. 멍청이야?”
“아…?”
“…진짜라고? 진짜 나 몰라?”
빡친다는 표정으로 머리칼을 쓸어넘기는 여자
“이런 씹… 변태년이었잖아.”
“변…”
썩소를 지은 여자가 앉으라고 손짓한다.
“누가 할 소린데. 그리고 뭐야. 말로는 변태니 뭐니 하면서, 내가 손 흔들어주니까 아주 좋아 죽더라? 멍청이처럼 입이 귀에 걸려서는.”
“…….”
“야. 커피나 받아와.”
툭, 테이블 위에 던져지는 호출기.
치욕감에 절로 주먹이 쥐어진다.
“싫어? 싫으면 뭐… 이 사진 어쩔까~?”
“아오 씨발! 가져온다, 가져와!”
잡아채듯 호출기를 들고 벌떡 일어서니 쿡, 작은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
돌아보니 도도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팔짱을 끼고 턱짓을 하는 미친년.
“안 가?”
“아, 예, 예. 갑니다, 가요.”
진짜 싸가지봐라.
카운터에 가보니 지꺼만 시켰다. 와 나.
내가 마실 음료도 주문해서 나올때까지 최대한 버팅기다 가져가니 또 늦었다고 투덜거린다.
“왜 이렇게 늦어. 주문한거 받아오는 것도 제대로 못 해? 따듯할 때 마시려고 주문한건데 다 식었잖아.”
“지랄말고 그냥 마시지? 아직 뜨겁거든?”
“내리자마자 마시고 싶었다고!”
“놀고있네. 내리자마자 마시나 지금 마시나 뭔 대단한 차이라고.”
“이래서 커알못이랑은 얘기가 안 통해.”
“아이구~ 그러세요? 그럼 커알못이랑 얘기하지 말고 그냥 보내주시죠?”
“…그건 싫어.”
아오 진짜 얄미워 죽겠네.
내가 가져다 준 커피를 호록 한 모금 마시더니 그대로 내려놓는다.
커피맛이니 뭐니 하더니 한 모금 마시고 끝이네.
이러니까 달달한 코코아를 시켰어야지.
녀석을 비웃으며 여유롭게 코코아를 들이킨다.
음~ 달콤해.
기품있게 호로록 코코아를 마시고 있으려니 맞은편에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채 앉아있던 녀석이 빤히 노려본다.
왜 째려보지?
“야.”
“어.”
“나도 줘 봐.”
“뭘?”
“그거. 지금 마시는거.”
“왜?”
“뭐 시켰는지보게.”
“싫은데.”
놀리듯 다시 호로록마시니 녀석이 핸드폰을 들고 흔든다.
“…그냥 코코아거든.”
“그러니까 줘보라고.”
“그러니까 왜?”
“나도 마셔보게.”
“하필? 새로 시키지?”
“…됐으니까 줘보라고.”
성깔 참 지랄맞네.
더러워서 안 먹어.
반쯤 남은 코코아를 넘겨주니 빤히 바라보다 홀짝 마신다.
“맛있네.”
“그래 너 다 마셔라.”
“응. 그럴거야.”
그렇게 한동안 호록호록 녀석이 코코아 마시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뭘 그리 아껴마시는건지 한참이 지나서야 코코아를 다 마신 녀석이 대뜸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폰 줘봐.”
“갑자기? 왜?”
“줘보라고.”
어차피 액정도 깨진 거 훔쳐가진 않겠지.
주머니에서 꺼내 테이블 위로 올렸다.
재빨리 폰을 가져간 녀석이 미간을 찌푸린다.
“패턴 뭐야?”
“알려주기 싫은데.”
“…….”
“…니은자.”
째려보는 게 좀 까칠하네.
“야.”
“아, 또 뭐.”
“이거 뭐냐.”
“뭔데 또.”
“무고 증거? 통화기록 녹음? 어쭈. 녹음어플?”
…아 맞다.
미친년. 왜 남의 폰을 멋대로 들여다보고 지랄이야.
“진짜 별…”
중얼거리던 녀석이 픽 웃으며 계속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게 아닌가.
뭐지? 뭐야? 뭔데?
내 폰에 대체 뭔짓으로 하고 있는건데!!
다른 사람의 손에 폰을 맡기는게 이렇게 불안한거였나.
‘폰에… 봐선 안 될게 뭐가 있었나? 내가 뭘 해놨지?’
뒤늦은 불안감에 머리를 굴리고 있었더니,
“흐음.”
한참이 지나서야 미친년이 폰을 돌려줬다.
그러곤 테이블에 턱을 괴고는 미묘한 표정으로 날 들여다보는 것이 아닌가.
왜 이러지 또.
“너 아다야?”
“푸웁!!”
무친년무친년!
“무슨… 개소리세요?”
“아다냐고.”
“당연히 아니지. 내가 어딜봐서 아다같은데.”
“톡에서 그랬잖아. 아다 언제 깨냐고.”
“…….”
씨발 기억났다.
며칠 전, 친구한테 보낸 톡 내용이.
“미친년아! 남의 톡은 왜 보는데!”
“읏흠.”
미친년이 씨익 웃더니,
“귀여워.”
뜬금없는 소릴한다.
“진짜 뭔데 이렇게 귀여운거야.”
“귀, 귀여…”
“너, 내꺼 할래?”
“또 무슨 미친소리세요.”
“있지. 난 현실의 남자가 싫어. 지조없고, 불결하고, 여자에 환장하고. 맨날 주변에서 껄떡거리기나 하고. 왜 만화 속 왕자님 같은 남자는 없는걸까?”
대체 무슨 소린지.
멍하니 미친년을 쳐다봤다.
“근데 이상하게… 너는 자꾸 생각나. 왜 그러지? 왜 이렇게 귀엽지?”
“저기요. 어디 아프세요? 머리라던가…?”
“있잖아. 너 내꺼 할래?”
“아하. 그랬구만.”
하… 뭐야.
결국 이거였어?
하, 나 참.
뭔가 했더니… 내 매력 95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불쌍한 어린양이었잖아?
결국 이 모든 게 내 관심 좀 끌어보려는 수작이었구만.
이제야 이해된다.
그랬군.
내 유니폼 냄새 맡으면서 자위하던 것도, 미투니 뭐니 구실로 날 불러낸 것도.
내가 그렇게 좋았구나. 이런 이상한 방법으로 고백할만큼.
귀엽다, 귀여워.
“후우. 이놈의 인기. 그 고백—”
“응. 너 내꺼해라. 내가 잘 키워줄게.”
“—은 무슨, 꺼져 미친년아!!”
역시 미친년은 미친년이었어.
“싫어? 왜?”
미친년은 진심으로 의아한 표정이었다.
“아니 당연히 싫지! 키워주긴 뭘 키워, 무슨 사육하냐?”
“우리집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할게.”
“…….”
순간 혹했다.
무서운년….
“됐거든요. 내가 무슨 강아지도 아니고. 애초에, 미투니 뭐니 그딴 협박하는 여자랑 사귀는게 말이 안 되지.”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여자가 팔을 붙잡았다.
“앉아.”
“이거 놓지?”
“앉으라고.”
“그러니까, 싫다고요.”
“…왜?”
정말 이해하지 못하겠단 표정.
이 여자 진심인가?
“너 아다잖아.”
“…….”
죽일까.
“나도 아다야.”
아다면 인정이지.
처녀가 농담이 된 이 불우한 시대에 처녀, 그것도 존나 예쁜 처녀는 귀한 보물같은 존재. 살려줘야지.
“…아니, 잠깐만. 방금 뭐라고…?”
내가 무슨 소릴 들은거지?
“나도 아다라고.”
…제대로 들었네.
진짜 미친년인가?
“구라까지마 씹년아!”
깜빡 속을뻔 했네.
“구라? 진짠데?”
“니가 진짜 처녀라고?”
한 점 거짓없는 눈망울에 넘어갈 뻔 했다.
아니지. 이 년은 남자 탈의실에 몰래 숨어들어 유니폼 냄새 맡으며 자위나 하는 변태년이야. 이런 년이 처녀일리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