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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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의 홈구장이자 세게에서 가장 큰 축구 전용 경기장으로 유명한 캄 노우.
일찌감치 영입을 끝내며 한동안 파리만 날리던 프레스룸이 오늘따라 기자들로 붐비고 있었다.
“스포르트의 레오나르두입니다. 홍민준 선수, 위대한 구단 바르셀로나에 입성한 것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클럽 그 이상Més que un club을 표방하는 바르셀로나의 홈구장, 캄 노우의 첫 느낌은 어떠셨나요?”
누가 친 바르샤 언론 아니랄까봐 시작부터 소위 ‘국뽕’을 요구한다.
“세계 최대의 축구 전용 경기장이란 명성답게 압도적인 위용을 느꼈습니다. 축구 선수라면 꼭 뛰어보고 싶은 경기장이라 그런지 감회가 남다르네요.“
적당히 립서비스해주니 친 바르샤 언론 기자들이 만족스럽다는 듯 박수를 보낸다.
반면 친 레알 언론 기자들은 무표정하게 지켜보기만 하는 것이, 어디가 친 바르샤고 어디가 친 레알인지 딱 알겠네.
“마르카의 조셉입니다. 홍민준 선수는 마드리드의 제안을 거절하고 바르셀로나를 택했습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대표적인 친 레알 언론사 기자답게 레알을 깐 이유부터 묻는다.
기다리고 있던 질문에는 준비된 답변을 해주는게 인지상정.
“위대한 역사를 가진 두 구단의 관심을 받다니 선수로서 영광입니다. 두 팀 모두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드림 클럽입니다. 그러나 제가 바르셀로나를 택한 건, 레알 마드리드에 호르헤가 있기 때문이죠.”
“그 말씀은 호르헤 선수와의 불화를 뜻하는 건가요?”
“전혀요. 개인적으로 호르헤 선수를 좋아합니다.”
왜인지 여기서 기자들이 잠시 웅성거렸다.
“그러나 올림픽에서 맞대결을 펼치며 호르헤 선수와 대결하는 즐거움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빨간색과 파랑색이 어우러진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하얀 유니폼을 입은 호르헤 선수와 맞붙기를 기대합니다.”
오하린, 윤다예와 함께 계획한 어그로.
바로 스페인 최고 유망주라는 호르헤와의 라이벌리 형성을 위한 밑밥에 기자들이 일제히 노트북을 두드린다.
의외로 엮일 거리도 많은데다 이번 시즌 레알과 바르샤라는 숙명의 라이벌 팀에 각각 이적했으니 라이벌리가 형성되어도 어색하지 않을터.
전 세계가 주목하는 최고 유망주 호르헤와의 라이벌리는 아직 네임벨류가 부족한 내 브랜드를 치솟해 만들어줄 최고의 한 수다… 라고 윤다예가 그랬다.
그 왜, 스마트폰 초창기에 애플과 라이벌리 형성하며 대항마 이미지를 얻은 삼성이 이런 경우라나.
지금도 스마트폰 1인자 이미지가 있는 애플은 초창기엔 선구자 이미지까지 더해져 엄청난 네임벨류를 자랑했는데, 삼성이 라이벌리를 형성하며 1인자를 노리는 2인자 이미지를 구축하며 엄청나게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고 한다.
우리는 이를 벤치마킹하기로 했다.
우선 호르헤와 라이벌리를 형성하여 최고의 유망주 자리를 노릴 수 있는 선수라는 이미지를 만든다.
올림픽을 통해 급격히 인지도를 높였지만 그 반작용인지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기존 선수들보다 평가가 박하다. 세계 최고의 유망주라는 호르헤는 물론이고 그 자리를 노리는 다수의 2인자 유망주만도 못 하다는 평가.
이를 단시간에 뒤집기 위해선 호르헤의 라이벌 포지션을 구축, 그에 도전하는 2인자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생각한 방법이었다.
그렇게 2인자 이미지를 달성하고나면?
언더독을 응원하는 팬들을 모을 수 있는거지. 이상하게 사람들은 언더독에 열광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1인자에 도전하는 2인자라는 컨셉에 동양인이란 불리함(적어도 유럽인들의 시선에선)까지 합쳐져 언더독 효과를 톡톡히 누린뒤, 호르헤를 잡아먹는거다.
그때쯤이면 호르헤를 압도할 실력을 갖출 수 있을테니까.
호르헤의 이름값이 크긴 큰지 기자들의 노트북 타자 소리가 경쾌했다.
“알려지기로 홍민준 선수의 계약기간은 고작 3년에 불과합니다. 홍민준 선수가 바르셀로나를 발판으로 이용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혀 아닙니다. 바르셀로나를 발판으로 삼는다면 스텝업할 구단이 필요한데, 그런 구단이 어디에 있죠?”
잠시 말을 멈추며 통역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아시는 분? 없나요? 네, 없네요! 보셨다시피 바르셀로나는 발판이 아니라 최종 종착지입니다. 그러니 드림클럽이죠.”
친 레알 기자가 손들기 전, 통역사가 채 번역해주기도 전에 다다다 쏘아붙였다.
친 바르샤 기자들이 일제히 환호하며 손뼉을 치는 동안 친 레알 기자들은 무표하게 날 노려봤다. 오우 씨, 분위기 살벌한거 봐라.
그럼 바르셀로나 입단 기자회견에서 레알이 더 빅 클럽이라고 해야겠냐.
“그러면 계약기간을 3년으로 짧게 잡은 이유가 있을까요? 홍민준 선수측에선 계약기간을 줄이기 위해 막대한 연봉도 포기했다고 하던데.”
“자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요?”
“실력에 대한 자신감. 실력을 증명한 뒤, 재게약으로 그 이상의 연봉을 받겠습니다.”
질러버렸다.
이젠 부진하면 몇 배로 욕먹겠지만… 뭐, 괜찮겠지?
* * *
이적 시장이 닫히기 직전, 불과 3일을 남겨두고 바르셀로나에 합류했다.
선수단은 이미 휴가를 마치고 프리 시즌 훈련에 돌입한 상태.
나 역시 최대한 빨리 훈련에 합류해야 했지만 아직 서류절차가 남아있었고, 무엇보다 타이트 한 올림픽 일정을 고려해 구단에서 며칠 간의 휴가를 주었다.
그냥 퍼질러 쉬라는게 아니라 이 시간을 이용해 살 집을 구하고, 동네에 적응하라는 뜻이겠지.
그러나 오늘은 푹 쉬기로 했다.
기자 회견이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수십 명의 기자들 앞에서 말하는 건 생각보다 심력을 소모하는 일이었으니까.
구단이 잡아준 호텔로 돌아와 곧장 오하린 방으로 향했다.
바르셀로나가 꽤 신경썼는지 고급 호텔의 좋은 방을 구해줬지만 아무리 그래도 특급 객실을 이용하는 오하린 방만은 못하지.
“다녀왔어.”
“표정이 왜 그래? 어디 아파?”
뻐근한 몸을 주무르며 들어서니 눈치빠른 윤다예가 곧장 물어온다.
“아프긴 무슨.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몸이 좀 뻐근해서.”
“내일 물리치료 일정 잡아둘게.”
“아냐 괜찮아. 마사지로 안 풀려.”
왜냐하면 이건 성장통이거든.
물론 걱정스레 바라보는 두 여자한테 말하진 않았다. 말해봐야 믿어주지도 않겠지만.
키크면 자연스럽게 알게되겠지.
혼자 흐뭇하게 웃으며 상태창을 불러왔다.
【신장 175cm ▶ ??cm|63kg ▶ ??kg】
【보유 포인트 ▶ 0P】
『적용중…』
『적용중에는 포인트 사용이 제한됩니다.』
그야말로 112나 되는 모든 포인트를 털어 신체를 업그레이드 했다.
적당히 180초반으로 맞추고 포인트를 남기려고 했더니 균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경고가 뜨고는 포인트를 써서 밸런스 조정을 해주겠다며 112포인트를 싹 가져갔다.
젠장. 아까운 내 포인트.
“응? 너 뭐해?”
점점 더 욱씬거리는 팔다리를 주무르고 있는데 윤다예가 캐리어를 챙기고 있다.
“난 돌아가야지.”
“어딜?”
“집에.”
“집 아직 안 구했는데. 이제부터 구해야지.”
“그건 너네 집이지.”
벙찐 물음에 윤다예가 힐끗 오하린을 쳐다본다.
“여긴 너랑 저 여자가 살아야지. 난 한국으로 돌아갈게.”
“너무 갑작스럽잖아. 그리고 무슨 말이 그래?”
짐을 정리하던 윤다예의 손이 잠시 멈췄다.
“…이제 난 필요없잖아.”
“뭐?”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따라왔지만 난 네가 혼자 사는줄 알고 집안일 도와주려고 했을뿐이야. 그러다 당장 이적해야 하는데 에이전시 대표라는 저 여자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아 임시로 고용됐을 뿐이고. …뭐, 나 없었어도 전문가들이 잘 해줬을테지만.”
그러곤 곧장 다시 입을 연다.
“아. 애초에 집안일도 내 도움이 필요없었지. 저 여자가 다 해주고 있었으니까.”
그러면서 오하린을 올려다본다.
벽에 등을 기대고서서 팔짱을 낀 채 짐 정리하는 윤다예를 내려다보고 있던 오하린이 흥, 코웃음을 쳤다.
“야. 무슨 말이 그래. 필요없긴 뭐가 필요없어.”
“사실이잖아.”
무덤덤한 목소리였지만 오랫동안 함께해온 나는 알 수 있었다.
녀석이 전혀 괜찮지 않다는 것을.
“야. 윤다예. 나 봐봐. 내가 뭐 서운하게 했어?”
“그런 거 아니야.”
“그럼 뭔데? 말을 해야 알지!”
초조함에 소리를 치자 그제야 이쪽을 쳐다봐준다.
“그냥, 현실을 깨달은 것 뿐이야. 이제 너에겐… 내 도움이 필요하지 않잖아. 그러니까 돌아간다는거야.”
“너 무슨 말을 그렇게…”
“나도 20살이야. 학교도 곧 개강할테고, 공부도 해야 돼. 여기서 의미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순 없어.”
“의미없다고? 너 지금 나랑 있는게 의미없다는 거야?”
설마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 몰랐기에 충격이 컸다.
나랑 있는 시간이 의미가 없다니. 시간 낭비라니.
예능 촬영을 마친 후, 그때 나눴던 이야기나 묘했던 분위기, 은연중 주고받던 감정의 교류는 나 혼자 착각이었어?
아니면… 이번에도 넌 또 그렇게 여지만 주고는 돌아서는거냐?
“내가 여기 있는다고 바뀌는 건 없으니까. …이미, 끝난 게임이잖아.”
“…그래. 네 생각이 그렇다면 좋아. 잡지 않을게.”
“…….”
분명 원하는대로 해주었음에도 그 말에, 윤다예는 마치 상처받은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대체 뭐냐고. 네가 원하는대로 해주겠다잖아. 이제와 붙잡아주길 원했던거냐?
…이젠 됐다.
지쳤어.
날 바라봐주는 여자가 있는데, 이렇게 제멋대로의 여자까지 신경쓰기엔 너무 지쳤다.
“흥. 다 끝났지?”
가만히 지켜보던 오하린이 팔짱을 풀며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프런트에 말해놨어. 밑에 차 대기시켜놨으니 그거 타면 공항까지 데려다줄거야.”
“…고마워.”
“별 말씀을. 그래도 잠시나마 내 아랫사람이었으니까 이 정도는 해줘야지.”
“…….”
가만히 오하린을 쳐다보던 윤다예가 문으로 향한다.
그날은 이상하게 가슴이 묵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