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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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선수에게 프리 시즌은 무척 중요한 시기다.
축구의 한 시즌은 1~2개월이 아닌 10개월에 달하는 긴 시간. 단거리 달리기처럼 짧은 순간의 폭발력보다 마라톤처럼 지속적으로 꾸준히 활약해야 하는 것이 바로 축구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위해서는 시즌 전, 가혹한 일정을 대비하여 몸을 만들 필요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프리 시즌의 역할. 더불어 이적과 방출을 통해 달라진 구성의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보고 전술에 숙달되어야 하니 프리 시즌의 훈련은 시즌보다 혹독하기 마련이다.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의 지휘봉을 잡은 호세 마테우스는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에 매진 중인 선수단을 훑어보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는 리그인 라 리가와 컵대회인 코파 델 레이의 우승을 거머쥐었다.
두 개의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국내 대회를 평정한 것.
평범한 구단이라면 엄청난 성과에 열광했겠지만 바르셀로나는 평범한 구단이 아니었다.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유럽대항전, 챔피언스 리그에서 16강에 그쳤으니까.
국내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챔스 16강이란 부진한 성적 때문에 전임 감독이 사임(사실상 경질과 다름없지만)하고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것이 바로 호세 마테우스.
당연히 그의 최대 관심사는 챔피언스 리그 우승. 혹은 그에 준하는 호성적이었다.
그리고 유럽 각 리그의 강자들이 모이는 별들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선수들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해줘야 하는 법인데…
“흐음.”
한 선수를 지켜보는 마테우스의 눈빛이 언짢음으로 물들었다.
“뭐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
탐탁찮음이 가득한 한숨에 수석 코치 페르난도 산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작년 챔스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국내를 평정한 바르셀로나다.
폭발력이 필요한 단거리 경주와 같은 챔피언스 리그는 홈, 원정 단 2경기로 진출팀이 가려지는만큼 가끔식 이변이 생기기도 한다. 그것이 하필 바르셀로나여서 문제였을 뿐, 여전히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은 호화로웠다.
“저 선수. 홍이랬나?”
“홍민준 말씀이군요.”
산스의 시선이 선수단 내 유일한 동양인에게 향했다.
백인과 남미 출신으로 가득한 선수들 사이에서 유일한 아시안이다보니 눈에 안 띌래야 안 띌수가 없다.
‘음… 그것도 아닌가. 저 외모라면 인종에 관계없이 확실히 눈에 들어오겠군.’
그의 기준으론 너무 예쁘장해서 굳이 호불호를 따짐면 불호에 가깝지만, 객관적인 기준에서 그가 엄청난 미남이란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차라리 수염이라도 기르면 훨씬 낫겠는데.’
물론 나이 50이 넘은 마초 성향 강한 그의 주관적인 평가와는 달리 언론에선 동양의 왕자라고 칭찬이 자자하지만.
“저 선수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
“물론!”
산스의 물음에 마테우스는 단언했다.
“내가 보드진에게 요청한 선수는 저런 애송이가 아냐. 우리는 바르셀로나라고. 모든 대회 우승을 노려야하는 위대한 클럽! 그런데 저런 애송이를 위해 25자리밖에 없는 로스터의 한 자리를 쓴데다 리그 선발출장까지 보장한다고? 대체 보드진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군! 정말 챔스 우승을 할 생각이 있긴 한 건가!”
생각보다 격렬한 반응에 산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진정하시죠, 감독님. 애송이라지만 나름 호르헤의 라이벌로 떠오르는 선수잖습니까? 게다가 올림픽에서 우리 스페인을 상대로 순수 필드골로 5골이나 넣었구요. 실력은 확실할겁니다. 선발출장 보장도… 이번 시즌은 5경기에 불과하니, 일정만 잘 조율해보면 괜찮을겁니다.”
“저 꼴을 보고도 실력이 확실하단 말이 나오나?”
산스의 시선이 훈련에 매진 중인 동양인에게 향했다.
“으음… 분명 영상분석에선 몸놀림이 더 좋았던 것 같은데.”
잘한다.
충분히 잘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게 바르셀로나의 기준이 부합하냐고 묻는다면… 애매했다.
“묘하군요. 뭔가 타이밍이 살짝씩 엇나가는 듯 한게… 균형이 무너졌나?”
“이래서 아시안은 영입하면 안 된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내가 요청했던 브라질리언이었다면 저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테지.”
감독의 발언에 산스는 순간적으로 주변을 살폈다.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들릴수도 있는 말이라 새어나가면 큰일이다. 그리고 실제로 감독 호세 마테우스는 현역 시절 종종 인종차별적 발언을 일삼았던 인물.
산스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는 선수들이라면 으레 저러지 않습니까. 아마 체중이 불거나 컨디션 난조겠죠. 기본적인 몸놀림은 뛰어나니 미세한 조정만 끝나면 기대하는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겁니다. 게다가… 위에서 흘러나온 소문인데, 벌써부터 아시아 시장이 심상치 않다는군요. 스폰 문의가…”
감독은 쯧, 혀를 찼다.
“한동안은 자금 문제로 골머리 썩히진 않겠군.”
* * *
훈련을 하며 느꼈다.
몸이 정상이 아니다.
볼 트래핑, 드리블, 패스, 슛팅… 모두 신체 전부분을 활용하는 전신 운동.
단순히 발목힘이 좋다고, 허벅지 근육이 튼실하다고, 몸이 유연하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이것들이 조화되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실력이 나오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난 실시간으로 좆됐음을 느끼는 중이었다.
‘감각이… 미묘하게 변했어.’
아니, 감각뿐만이 아니다.
몸의 움직임마저 이상하다.
상체 페인팅이 반의 반 박자씩 늦고, 패스나 슛팅도 미세하게 이상한 방향으로 휜다.
어찌보면 아주 사소한 변화지만, 그 사소한 변화만으로 플레이가 지장이 생기는게 축구 선수란 생물이다.
그래서일까.
평소 보이던 부드러운 트래핑은 어디가고 투박한 것 같으면서 또 부드러운 것도 같은 미묘한 트래핑에 나 스스로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
‘이건 진짜 좆된거 같은데. 왜 이러지?’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다.
키가 크고 있으니까.
신장이 자라면 자연스레 팔다리도, 몸통이나 다리 길이도 바뀌기 마련.
게다가 무게중심 역시 위로 올라간다.
더군다나 성장통인지 점점 심해지는 통증까지….
미묘한 감각도, 통증도 아직까진 버틸 수 있는 수준이지만 여기서 더 심해지면…?
“민준 선수. 감독님이 부르시네요.”
근처에서 대기하던 통역사가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을 걸어왔다.
기분이 안 좋은게 표정에 드러난 모양.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웃는 낯으로 다가가니 이번에 감독으로 부임한 깡마른 중년 남자가 내 몸을 훑어보며 무어라 말한다.
통역사가 곧장 번역해줬다.
“컨디션이 안 좋냐고 물으시는데요?”
어쩐다.
컨디션이 안 좋은 건 사실이지만, 성장통 때문이니 언제 좋아진단 보장이 없는데. 최악의 경우 오히려 더 나빠질테고.
“…딱히 나쁘진 않습니다.”
“흐음.”
통역사의 말을 들은 감독이 기분 나쁜 시선으로 훑어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뭐야, 씨발.
* * *
『(photo) 첫 훈련에 나서는 홍민준』
『(photo) 올림픽 득점왕을 환영하는 팬들』
『올림픽을 평정한 홍민준의 다음 무대는 라 리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올림픽 축구 대표팀의 선전에는 이 선수가 중심에 있었다. 바로 홍민준(20. 바르셀로나)의 이야기다. 혜성처럼 등장하여 약체라 평가받던 한국 대표팀을 결승 무대로 이끈 라이징스타 홍민준은 무수한 이적설 끝에 라 리가의 양대산맥, 바르셀로나로 전격 이적하였다.
수많은 명문 구단의 구애를 뿌리치고 바르셀로나에 둥지를 튼 홍민준. 프리 시즌 훈련에 참가하여 새로운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그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바르셀로나의 감독 호세 마테우스는 “홍민준은 환상적인 재능의 소유자”라며 치켜세운 뒤, “그러나 다른 리그, 그것도 문화가 완전히 다른 무대에서의 적응은 시간이 걸린다”며 확답을 피했다.
팀 동료이자 부주장 우고 산체스(28)는 “뛰어난 드리블러”라고 칭찬하며 데뷔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는 13일, 바르셀로나는 3부 리그팀 짐나스틱 데 타라고나를 맞이하여 시즌 첫 경기를 치룬다. 과연 홍민준 선수가 선발로 뛸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한국은 물론이고 스페인 언론 역시 올림픽 득점왕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숙명의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를 포함해 EPL, 세리에, 분데스리가의 쟁쟁한 팀과의 경쟁 끝에 영입한 유망주.
그것도 바르셀로나가 노렸지만 끝내 레알 마드리드행을 선택한 스페인 최고 유망주 호르헤 가르시아의 라이벌로 불리는 선수가 아닌가.
바르셀로나 서포터들은 이 신입생이 호르헤보다 뛰어나길 기대했고, 레알의 서포터들은 감히 블랑코스의 제의를 뿌리치고 바르셀로나로 향한데다 호르헤와 맞먹으려드는 건방진 동양인이 혼쭐나길 바라고 있었다.
즉, 스페인 사람들 역시 홍민준을 향해 초유의 관심을 보내오고 있다는 뜻.
그러나 9월 13일 치뤄진 바르셀로나의 시즌 첫 경기, 프리 시즌의 친선경기에서 홍민준이 뛰는 모습을 볼 순 없었다.
꾸준히 훈련에 참가하는데다 자체 청백전에서 1군 주전팀에 포함되는 경우가 포착되며 데뷔전의 기대를 높였으나, 홍민준은 굳은 얼굴로 벤치에 앉아 바르셀로나가 무참히 3부 리그를 압살하는 모습을 구경할 뿐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마테우스 감독은 “홍민준은 적응을 위해 열심히 노력중이지만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라고 인터뷰하였고, 비록 첫 친선 경기를 벤치에서 보냈지만 홍민준을 향한 사람들의 기대감은 식지 않았다.
9월 16일, 두번째 친선 경기날.
상대는 역시 3부 리그 엘체 CF.
불과 3일전 경기가 있었으니 로테이션을 돌릴터. 게다가 상대는 약체 3부 리그 아닌가.
언론에서도 이 경기가 홍민준의 데뷔 경기가 될 것임을 거의 확신하는 분위기 속에서 선발 명단이 발표되었다.
이번에도 홍민준의 시작은 벤치.
사람들은 의아해했지만 경기는 시종일관 바르셀로나의 우세속에서 진행되었고, 그렇게 후반 시작과 동시에 홍민준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관심이 집중된 유망주의 데뷔전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후반 31분, 드디어 홍민준이 배정받은 번호 23번이 전광판에 떠올랐다.
“훈련대로 해라.”
교체를 준비하는 홍민준의 곁에서 전술 코치는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하던대로 하라는 통역사의 말에 홍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처음으로 캄 노우의 잔디를 밟는 감격스러운 순간, 정작 당사자는 감격은커녕 난감함만 느끼고 있을뿐이었다.
‘망했다. 훈련에서 부진하니 데뷔는 미뤄질 줄 알았는데.’
차라리 데뷔가 미뤄지길 원했다.
불과 보름 사이 벌써 3cm나 큰 키. 급격히 키가 커지며 몸의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 지금, 대학 리그라면 모를까 라 리가에서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칠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자신이 있든 없든 이미 경기장을 밟은 마당에 멍때리고 있을 순 없는 노릇.
홍민준은 이를 악물고 공을 향해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