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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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가 달라진 것 가장 먼저 깨달은 건 동료들이었다.
“어? 민준. 오늘은 컨디션 좋아보이네?”
우고 산체스였다.
바르셀로나 성골 유스로 28살의 센터백. 그리고 팀의 부주장을 맡고 있는 그는 넉살좋은 아저씨같은 사람이었고, 실제로 겉도는 날 가장 잘 챙겨주고 호의적인 인터뷰를 해주는 고마운 사람이다.
“그러게요. 오랜만에 제대로 몸이 움직이네.”
“이제 키 다 큰거 아냐?”
내 갑작스러운 부진이 급격한 성장 때문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키가 훌쩍 크는게 뻔히 눈에 보이는데 모를리가 있나.
전문가들은 내 부진의 원인이 갑작스러운 성장으로 인한 밸런스 붕괴임을 정확하게 진단했지만 대중은 자극적인 이야기에 더 열광하는 법이다.
구단은 어떻게든 아시아 마켓팅을 위해 날 경기에 내보내라고 닥달하고, 감독은 보드진의 간섭이 심해질수록 날 미워하고, 난 경기에 나가면 부진하고.
지난 몇 달은 그야말로 반복되는 악순환이었다.
“이제 팔다리가 안 아픈걸보니 다 큰 것 같은데요? 이제부터 제대로 활약할테니 잘 봐두라구요 부주장.”
통역사릐 말을 들은 산체스가 껄껄웃으며 등을 두드린다.
아오, 분명 28살이라 들었는데 덥수룩한 수염으로 뒤덮인 얼굴만 봐서는 38살 같네.
“오! 다행이구만! 우리 아시아 프린스가 제 실력을 보여줄때가 왔군!”
“그놈의 별명 좀 바꾸면 안 되요? 부주장이 그걸 미니까 다들 그렇게 부르잖아요.”
“아시아 프린스가 어때서?”
“무슨 중동 왕자같잖아요.”
통역사를 거쳐야해서 불편하긴 한데, 그렇게 웃고 떠들고 있으니 기자들이 파팍 사진을 찍는다.
하… 또 못하는게 웃고 있다고 대차게 까이겠네.
“쯧.”
그런 우리 곁을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차며 지나가는 선수도 있었다.
대체로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내게 친절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니까.
이유는 뭐… 못하니까 그런 것도 있고, 언론의 주목을 빼앗겼다는 녀석도 있고… 아니, 생각해보니 웃기네. 이게 부러워할 일인가? 욕받이 신세가?
그렇게 부러우면 언론의 어그로를 확실하게 끌 수 있는 비법을 전수해줄수도 있는데. 경기중 그라운드에서 바지 벗고 똥싸면 아주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할거다. 안 좋은쪽으로.
어쨌든, 싫어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를테면 올림픽에서 맞붙었던 백업 맴버 페르난두인지 날강두인지 하는 놈이 내 영입에 밀려 다른팀으로 임대를 떠난 것 때문에 싫어하는 녀석도 있을 정도니까.
훈련에서 이전과 확 달라진 플레이를 선보이며 모두를 놀라게 했지만 출전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전반기의 끝이 다가오는 지금, 바로셀로나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리그 테이블 1위를 마크하고 있었고 지난 시즌 유일한 오점이던 챔피언스 리그 조별예선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었으니까.
팀의 분위기가 좋은 상태에서 섣불리 주전 맴버를 바꿀 필요가 없는 법이다.
게다가 전형적인 포지션 축구 성애자 감독의 전술에 내가 어울리지 않는 것도 있고.
그래도 언제까지 주전으로만 경기를 치룰 순 없겠지.
백업 맴버로 전락했으니 로테이션 순위도 낮아져 쉽게 출장 기회가 오진 않겠지만 묵묵히 훈련에서 활약하며 내부 시선을 바꾸는데 주력했다.
어쨌든 계약서는 리그 선발 출전 5경기를 명시했으니, 날려먹은 2번의 기회를 제외해도 3번의 기회가 남았으니까.
그 3번의 선발 출장에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조금씩 입지를 넓히면 된다.
그러나 전반기가 끝나고 겨울 휴식기가 찾아올동안 내게 경기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 * *
“뭐?”
내가 잘못들었나?
그러나 오하린은 미안함, 걱정, 안쓰러움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으로 다시 한 번 말해줄뿐이었다.
“구단에서… 겨울 휴식 기간동안 귀국해서 기초훈련 받고오래.”
한국 선수들의 병역의무는 의외로 꽤 널리 알려져있다.
그간 유럽 축구계에서 활약한 한국 선수들의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한류 열풍의 영향이 컸다.
“윈터 브레이크가 기껏해야 2준데 3주짜리 기초훈련 받고오라고?”
유럽 리그엔 겨울 휴식기간이 존재한다.
가장 긴 분데스리가는 거의 1달이나 되고, 가장 짧은 프리미어 리그가 1주일 정도.
프리메라리그와 세리에는 그 중간인 2주 가량이다.
12월부터 1월 초까지,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휴식기.
이 기간에 군사훈련 받고 오라고…?
일정만 따지면 큰 무리는 아니다.
휴식기는 약 2주 정도되니, 구단에서 조금만 배려해주면 3주 훈련받고 복귀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표면적으로 그렇다는거고, 3주 간 공을 접할 수 없는 환경에서 군사훈련을 받고 복귀하면 제대로 경기를 뛸 수 있는 컨디션을 만드기 위해 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이건… 사실상 전력외 판정이나 다름없다.
“감독을 만나야겠어. 전반기 부진했던 건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대화를 해보면…”
외투를 챙기다 오하린의 표정에 말문이 막혔다.
“…미안해.”
“미안하다니. 뭐가?”
“내가 좀 더 잘 알아봐야 했어. 여기 오는게 아니었어.”
“하린아.”
“구단은… 널 마케팅용으로 영입한거야. 예상외로 네 효용이 크지 않으니 정리하겠다는거고.”
아니다.
솔직히 오하린과 윤다예는 내 선택에 의문을 표했다. 굳이 바르셀로나일 필요가 있냐고.
“넌 잘못없어. 내가 선택한건데.”
내가 자신있게 바르셀로나행을 주장한거다.
그리고 멍청하게 포인트를 쓰는 바람에 이 꼴이 된거고.
“그치만…”
“하린아. 바르셀로나가 날 기다려주지 않으면, 떠나면 그만이야. 구단측에서도 그러기 위해서 날 귀국시키는거잖아.”
계약상 이번 시즌 내 선발출장 옵션은 5경기.
총 38경기를 치루는 리그에서 5경기는 적어 보일수도 있지만,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더군다나 다음 시즌엔 7경기, 마지막 시즌엔 10경기 선발출장 옵션이 있으니 구단에서도 부담이 될터.
“내 마케팅 가치가 생각보다 별로랬지? 아마 그래서 병역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내보낼 생각일거야. 그러니까 겨울 휴식기에 군사 훈련을 보내지. 그래서… 이적이야 임대야?”
“아마… 임대가 될 것 같아. 아직 널 향한 기대를 완전히 접은 건 아닌 모양이니까.”
“임대라.”
위기감이 엄습하자 머리가 팽팽돌아간다.
젠장, 미리 지력을 더 올려놓을걸.
“차라리 잘됐어. 요 보름 간 신장 변화가 없는 걸 보니 키도 다 컸고, 밸런스 조정도 끝났으니 제대로 활약할 수 있겠지. 하린아. 나 훈련받고 나올동안 임대갈 구단 알아봐줘. 부탁할게.”
“…응. 기다릴게.”
『시즌중 입국한 홍민준! 대체 무슨 일이?』
『돌연 귀국한 이유는?』
『주전 경쟁 적신호! 홍민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경악! 귀국한 이유는 군사훈련 때문?』
『시즌 진행중에 3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홍민준! 그 내막은 무엇일까?』
『(photo) 입소를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중인 홍민준』
『(photo) 훈련소 앞을 메운 팬들』
『(photo) 미모의 여성팬! 알고보니 미국의 국민 여동생 엘레나?』
—ㅅㅂ 홍민준 갈때까지갔구낰ㅋㅋㅋ
ㄴ와 시즌중에 입소하는건 또 처음이네;
ㄴ진짜 완전 주전경쟁 밀린듯
ㄴ주전이뭐냐 벤치행도 밀린거지
ㄴ캬~ 그동안 벤치데운다고 고생했넼ㅋㅋㅋ
—이거 진짜냐…? 올림픽에서 그렇게 활약하던 선수가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ㄴ프로랑 아마추어는 원래 차이가 존나 큼ㅇㅇ
ㄴ올림픽에서 프로도 씹어먹던 애랑 기대했는데…
ㄴ바르샤간다고 깝쭉일때부터 알아봄ㅋㅋㅋㅋ 지가 무슨 라리가야
ㄴ홍민준은 게이리그가 딱이야!
—소신발언)인생은 홍민준처럼살아야함 와꾸되지, 유럽리그 직관하면서 억대연봉받지, 군대도 3주 훈련하고 끝이네?ㅅㅂㅋㅋㅋㅋ 이게 나라냨ㅋㅋㅋㅋ
ㄴㄹㅇ 솔직히 부럽다…
ㄴ머리빨 사라졌는데도 잘생긴거봐라 진짴ㅋㅋㅋㅋㅋㅋ
—씨발 뭐냐? 왜 엘레나가 저기있냐?
ㄴ그게누군데?
ㄴ미국 국민 여동생 ㅂㅅ아
ㄴ우리나라도 아니고 미국은 미친병신새끼가 아니라 존나 예쁘넼ㅋㅋ ㅇㅈ
ㄴ와… 엘레나 미국에서 인기 존나 많은데 홍민준 입소한다고 한국까지 따라온거? 진짜 와꾸력 실화냐;;
* * *
괜찮다고 하는데도 굳이 한국까지 따라와준 엘레나와 졸지에 대면한 오하린은 의외로 별 반응이 없었다.
물론 한국에 여자친구가 있다는 걸 알고있던 엘레나도 애매하게 웃어줄 뿐이었고.
음… 뭐, 일단 안 싸우니까 다행인가.
윤다예때와는 다른 반응에 의아했지만 당장 입소가 코앞이라 깊이 생각할 순 없었다.
3주의 기초훈련이 끝나고 훈련소를 나섰을 때.
날 기다린 건 오하린이 준비한 날 영입하길 원하는 구단의 제안서와,
“어? 윤다예?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
“…미안해. 미안해 민준아.”
“뭐야 갑자기. 근데 너 얼굴이 왜 그래?”
“미안해. 흑, 진짜 미안해. 흐윽.”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깡마르고 퀭한 얼굴의 윤다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