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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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축구계는 가을에 시작하여 이듬해 봄에 시즌이 끝나는 추춘제로 진행된다.
그리고 그 중간인 12월에서 1월 사이,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휴식기를 갖는데 보통 겨울 휴식기Mid-season Player Break라 부르는 것으로 짧게는 일주일부터 길게는 한 달간 공식적인 축구 일정이 없는 기간을 뜻한다.
예전에는 이 휴식기간에 오히려 빡빡한 일정을 돌리던 리그가 있었다.
바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남들 다 쉴때 열심히 경기를 돌리면 상업적 이득이 몇 배라는, 그야말로 자본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박싱데이’는 그 혹독한 일정으로 유명했는데 무려 일주일에 3경기라는 정신나간 일정을 자랑했다.
당시에도 선수를 혹사하는 일정에 많은 논란이 있었다.
유명 감독인 아르센 벵거는 “19일 동안 6경기를 치루는 것은 살인적인 일정”이라고 비난했고, 펩 과르디올라는 “선수를 죽이는 일”, 조세 무리뉴는 “부족한 휴식일이 EPL의 유럽대항전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라고 비난했다.
저명한 축구계 인사들의 비난과 선수들의 호소, 그리고 유럽대항전에서 떨어지는 경쟁력 등의 이유로 결국 잉글랜드 축구협회(FA)는 2019-20시즌을 앞두고 ‘윈터 브레이크’의 시행을 승인했다.
그러나 이후로도 FA컵의 재경기나 코로나로 인한 시즌 단축 등의 이유로 제대로 시행되지 않던 EPL의 겨울 휴식기는 점차 시간이 지나며 자리잡게 되었고, 32/33시즌이 진행되는 지금에 와서는 1주일 가량으로 짧게나마 실행되며 유럽 주요 리그 모두에서 자리잡게 되었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이러한 겨울 휴식기가 가장 긴 리그로 유명하다.
일주일의 휴식기를 보내는 잉글랜드 EPL이나 그보다 긴 약 2주의 휴식기를 갖는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의 세리에A에 비해 무려 2배나 긴 한 달의 휴식기를 보내는 리그니까.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1부 리그 참가팀의 숫자 차이.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의 경우 1부 리그에 20개의 구단이 참가하는 반면 독일 분데스리가의 참가팀은 고작 18개.
즉, 다른 국가들이 38라운드까지 치룰 때 독일은 고작 34라운드에서 시즌이 끝나니 넉넉한 겨울 휴식기를 보장할 수 있었다.
이는 2부 리그인 분데스리가2도 마찬가지.
독일의 차상위 리그인 2. 푸스발-분데스리가2. Fußball-Bundesliga 역시 18개 팀으로 운영되는데, 2부 리그라지만 그 역량은 어지간한 유럽 1부 리그보다 뛰어나다.
분데리스가2에 참가하는 팀들의 한해 평균 수익은 450억 가량으로 이는 네달란드 1부 리그인 에레디비시 팀 평균 수익 320억보다 월등이 높은 수치이며, 무엇보다 분데스리가2의 관중 동원력은 평균적으로 2만에 가까운 무려 19,000명. 어지간한 유럽 1부 리그보다 많은 평균 관중 동원력을 자랑한다.
그러다보니 분데스리가2에는 기초가 탄탄한 구단이 상당히 많았다.
바로 프랑크푸르트처럼.
무려 1899년에 창단된 이 오랜 역사의 구단은 챔피언스 리그 초창기에 결승까지 진출하여 레알 마드리드와 명승부를 치루기도 했으며 분데스리가의 원년 맴버로 33시즌 동안 1부 리그를 지키던 명문.
그러나 리그 최고 성적은 고작 3위에 불과하며 우승 기록이라곤 DFB 포칼이 전부.
그나마 79/80 시즌 유로파 우승을 쟁취하며 오랜 역사에도 잊을 수 없는 기록을 남겼는데, 이때 활약했던 한국 선수가 바로 차붐이었다.
그 시즌, 차범근은 리그 첫 경기부터 키커지 평점 2점을 받으며 공격수 전체 2위에 오르더니, 그 다음 경기부터 총 34라운드까지 진행되는 분데스리가의 절반인 17경기까지 압도적으로 공격수 평점 1위를 지켰다.
당시 차범근 밑에 있던 평점 2, 3위 선수가 바로 루메니게와 케빈 키건.
압도적으로 평점 1위를 지키는 차범근 아래에 위치했던 2위 루메니게는 그해 발롱도르를 수상하는 발롱도르 위너였으며, 3위 케빈 키건은 바로 전년도 발롱도르를 수상한 발롱도르 위너였다
그것은 리그를 단 5경기 남겨둔 30라운드까지 이어졌는데, 점수차는 좁혀졌지만 30라운드까지 평점 1위를 지키던 차범근은 부상으로 아쉽게 남은 5경기 중 3경기에 결장하며 최종적으로 공격수 평점 3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평가가 박하기로 유명한 독일 키커지는 그해 외국인 WK(월드 클래스)로 단 2명을 올렸는데, 1위가 ‘시즌의 선수’를 수상한 차범근이며 2위가 전년도 발롱도르 위너이자 슈퍼 스타인 케빈 키건이었다.
이 시즌에 프랑크푸르트는 구단의 오랜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유럽 대항전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유로파 결승전에서 MOM을 받으며 구단을 우승으로 이끈 차범근의 활약으로.
그리고 바로 이 시즌이 프로 리그도 없던 열악한 동양의 축구계에서 분데스리가로 건너온 26살의 낯선 동양인, 차범근이 다름슈타트에서 1경기를 뛴 후 재입대하였다가 복귀한, 사실상의 데뷔 시즌이었다.
수십년이 지나 2013년 구단에서 발표한 역대 베스트 11에 차범근이 선정된 것만 봐도 이 당시 차붐의 활약이 얼마나 어마어마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
이후 차범근은 막 1부 리그로 승격한 레버쿠젠으로 이적, 역시 레버쿠젠에게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 유럽 대항전 우승컵을 안겨주었다.
영광의 시대가 끝나고 90년대 들어 재정적 어려움에 부딪친 프랑크푸르트는 강등과 승격을 반복하게 되었고, 이번 32/33 시즌 역시 2부 리그에서 한창 헤매고 있는 중이었다.
“발더. 정말 이 선수 한 명으로 괜찮겠나?”
“물론. 충분하네. 충분하고 말고.”
프랑크푸르트의 단장 헤르만은 못내 걱정을 지울 수 없었다.
2부 리그로 떨어진지 어느덧 2년.
이번 시즌마저 승격하지 못한다면 아직까지 남은 ‘명문’이란 가치마저 퇴색될터.
하지만 시즌의 절반이 지난 지금, 프랑크푸르트의 상황은 썩 좋지 못했다.
6위에 올라있는 리그 테이블을 걱정스레 훑어보는 헤르만과는 달리 노감독 프란츠 발더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허허, 기대되는구만. 그래, 언제 도착한댔지?”
“직원이 공항에서 픽업했다고 하니 곧 오겠지.”
고대하던 선수와의 계약이 그리 좋은지 함박웃음을 머금고 있는 노신사를 보며 헤르만은 괜히 퉁명스러워졌다.
“그리 좋나?”
“좋지 그럼!
“대체 뭘 보고. 바르셀로나에서 보여준 그 선수의 모습은 실망스러울 뿐이네.”
“그거야 갑작스레 키가 커서 그런것이지.”
“그게 문제 아닌가 이 친구야.”
헤르만의 염려에 노감독은 사람 좋게 허허웃었다.
“이보게 헤르만. 내가 축구계 생활이 몇 년인지 아나?”
“글쌔. 현역까지 포함하면 40년 쯤 되나?”
“지도자로만 20년이지.”
감독 커리어는 지금이 처음이지만 프란츠 발더는 유능한 코치로 수많은 리그에서 활약해왔다.
“스페인에서도 10년을 보냈지. 거기서 만난 인연 중에는 바르셀로나 코치도 있다네.”
“후우. 자네가 말한 그거말인가? 홍민준이 이미 예전의 폼을 되찾았다는 그거?”
“물론! 훈련에서의 그의 모습은 이미 완벽해!”
“바르셀로나 감독이 그 선수를 쓰지 않는 것엔 이유가 있다곤 생각 안 하나?”
“모르겠군.”
허허롭게 웃는 노감독의 표정에 헤르만은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그래. 이왕 영입한 거 활약을 기대해야겠군.”
창문 너머로 보이는 동양인을 보며 헤르만은 나직하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 * *
계약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오하린이 주선해준 변호사들이 꼼꼼히 내용을 확인한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모습을 촬영한 후, 프랑크푸르트의 유니폼을 들고 구장에서 다시 한 번 사진을 찍었다.
이른바 ‘옷피셜’이라 부르는 ‘오피셜’사진.
공홈에 오피셜 사진이 올라오기 무섭게 기자가 쏟아졌다.
『바르셀로나 출신 아시안, 임대영입으로 Die Adler(독수리군단)에 합류!』
『조용한 겨울 이적시장을 보낸 구단에 불만스러운 팬들을 달래줄 뉴 페이스의 정체는?』
『프랑크푸르트는 승격을 노리는가?』
「2년 전 강등된 프랑크푸르트는 지난 시즌 아쉽게 승격전에서 패하며 이번 시즌 역시 2부 리그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지난 시즌 지휘봉을 잡았지만 성과가 없는 프란츠 발더(64)감독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번 시즌 역시 아슬아슬한 6위를 유지하며 승격에 대한 걱정이 커지는 요즘. 조용한 겨울 이적시장을 보내던 구단이 무거운 몸을 움직였다.
새로운 영입생은 20살의 젊은 선수 홍민준(20. 바르셀로나).
반 년전 끝난 호주 올림픽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무명의 아시안은, 올림픽에서의 두 번의 스페인전을 통해 그 실력을 입증하며 화려하게 바르셀로나로 향했다.
그러나 이적 후 급격히 키가 크며 밸런스가 무너진 홍민준은 부진했고, 불과 반 시즌만에 사실상 방출 통보를 받고 임대 이적을 통해 Die Adler (독수리군단)에 합류했다.
프란츠 발더 감독은 “홍민준 같은 퀼리티의 선수를 영입한 건 믿을 수 없는 성취. 그는 제2의 차붐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현지 언론은 의구심 반, 걱정 반의 논조를 펼쳤지만 의외로 팬들은 꽤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오랜만의 아시안이네!! 환영해 동쪽에서 온 친구!!
ㄴ22시즌 부주장을 맡았던 하세베 마코토 이후 기대되는 동양인이야!
ㄴ그 선수라면 기억나! 같은 나라에서 왔으니 이 선수도 훌륭한 활약을 펼쳐주겠지?
ㄴ이런 친구… 이 뉴비는 코리안이라고. 부디 뉴비앞에선 하세베와 같은 국적이라 말하지 않길 바래.
ㄴ??? 왜??
—이 친구 웃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 순수한 소년같잖아?
ㄴ난 소녀같은데?
ㄴ이봐 그건 차별적 언사야
ㄴ진정해 친구. 난 단지 예쁘다고 칭찬한거라고
ㄴ음… 반박할 수 없구만
—왜 다들 이상한 소리만 하고 있지? 이 선수 실력에 대해 아는 사람 없어? 플레이 스타일은 어떤데?
ㄴ찾아보니 올림픽으로 확 뜬 선수야. 플레이 스타일은 차붐이랑 비슷한 거 같은데?
ㄴ차붐이라니!! 너무 기대된다!!
ㄴ제발 우릴 승격으로 이끌어줘, 뉴 차붐!!
ㄴ근데 나 차붐이 경기하는 걸 본 적이 없어… 어떤 스타일이란거야?
ㄴ오~ 맙소사! 여기 진정한 뉴비가 있었군!! 차붐의 경기를 본 적 없다니… 넌 진정한 독수리군단이 아니야!! 어서 보고오도록해!!
—그래서 잘하는거맞아? 기대해도 돼?
ㄴ음… 올림픽에서의 모습과 스페인에서의 모습이 너무 달라서 모르겠네
다른 구단이 분주히 움직일동안 영입도 심지어 방출도 없이 심심하기만 하던 프랑크푸르트 팬들은 이적시장 개시 후 처음으로 움직인 구단의 영입에 신나했다.
그 선수가 비록 20살의 어린, 즉전감이라기엔 애매한 선수라지만 일단 바르셀로나 1군 출신이라지 않나.
적어도 승격 경쟁에 도움은 되겠지, 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
겨울 휴식기가 끝나고, 동면에 빠졌던 분데스리가가 잠에서 깨어나는 짧은 기간 유일한 영입생에 대한 이야기로 심심함을 달래던 팬들이 낯선 동양인 선수의 진면목을 목격하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33년 1월 20일.
포칼컵 16강에 진출한 프랑크푸르트는 홈에서 같은 2부 리그의 보훔을 맞아 열린 경기.
데뷔전을 치루는 낯선 아시안을 향해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던 Die Adler(독수리군단)가 진심으로 열광하기까지는 불과 5분도 걸리지 않았다.
“골! 골입니다!! 한국에서 온 젊은 선수의 믿을 수 없는 원더골이 나왔습니다!!”
“이 선수에게 데뷔골은 5분이면 충분했습니다. 데뷔전에서 멋진 데뷔골을 기록하는 홍민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