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ilure Marquis is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
후작가 망나니가 천재임-1화(1/200)
후작가 망나니가 천재임 完 (001-200)_(2023_T)
프롤로그
깊은 밤.
기운 초생달마저 구름에 가려지고.
칠흑 같은 어둠을 밝히는 건 오로지 미약하게 타오르는 횃불뿐.
푹! 푹! 푹!
스며드는 빛에 의존하여 후줄근한 복장의 두 사내가 삽질을 하고 있었다.
연신 흙을 퍼올리는 그들의 턱을 타고 땀방울이 뚝뚝 흘러내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반복 작업에 지루함을 느낀 일꾼 하나가 동료에게 말을 건넨다.
“대충 하고 가자고. 열심히 한다고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잖아?”
“맞지.”
사내의 눈앞에는 구덩이에 반쯤 묻힌 시체가 누워있었다.
얼굴 부분은 흙더미에 파묻혀 보이지 않았고, 아직 가리지 못한 몸통 부분은 역겹게도 뱃살이 겹겹이 층을 이루었다.
비록 죽은 사람이라 해도 과히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이를 동료도 느꼈는지 혐오스러운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내 여태껏 수많은 시체를 매장해왔지만, 이놈만큼 잘 죽었다 생각한 놈은 손에 꼽을 정도일세.”
사내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료의 말에 공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앞에 있는 시체는 이곳 로이드 후작령에서 유명한 망나니 중에 상망나니 헤논 트리스였으니까.
이놈이 저지른 악행을 나열하자면 일주일이 부족하다.
기분 나쁘다고 난동을 부리는 건 예삿일.
길 가던 행인을 난데없이 멱살잡이하여 폭행하고.
주점에 찾아와 손님을 모두 쫓아내고 술을 퍼마시다가 외상값을 갚으라는 점주의 한마디에 식탁과 의자를 모조리 부숴버린 적도 있다.
항상 술에 취해있는 녀석이었다.
어떤 놈이 물어봤는데 환청이 들려서 술에 취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더라.
그 말을 들은 주변에선 그를 ‘미치광이’ 헤논이라 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 내 주민들은 이 미치광이를 건들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의 아버지가 이곳 영지의 왕이나 마찬가지인 로이드 후작이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마을에서 힘 좀 쓴다는 장정들이 교육한답시고 헤논에게 치도곤을 놨다가 경비대가 출동했었다.
“제기랄, 사생아 놈이라도 제 자식은 제 자식이라는 거지. 나도 버린 자식이라도 좋으니까 귀족 나으리 자식으로 태어나면 원이 없겠네.”
그 이후로는 아무도 건들지 않았다.
언젠가 저 망나니가 천벌을 받기만을 바라면서 다들 꾹 참았다.
그러던 어느 날.
모두의 염원이 이루어진 걸까.
음식을 먹고 꺽꺽대던 돼지 놈이 쓰러졌단다.
독살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독살이면 뭐 어때.
오히려 독살한 놈을 칭찬해주고 싶은걸.
방금도 사내와 동료는 주점에서 축하 파티를 벌이며 얼큰하게 한 잔 걸치다 시체를 들고 이곳까지 온 참이다.
아무리 사생아라도 후작의 아들이면 준귀족이나 마찬가지인데 관조차도 없이 구덩이에 파묻는다.
성에서 같이 생활하는 가족들이 헤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만한 부분이다.
잡생각을 하는 사이에 구덩이가 모두 메워졌다.
땀을 닦은 동료가 삽을 어깨에 걸친다.
“후, 돌아가서 맥주나 한 잔 더 걸쳐야겠어.”
“우리 마실 게 남아있겠나?”
“로사에게 남겨달라고 부탁해놨지.”
“흐흐, 잘했군.”
마주보며 킬킬대던 두 일꾼은 횃불을 든 채 금세 멀어져갔다.
다시 몰려오는 어둠.
풀벌레 소리만이 어색한 침묵을 달래준다.
그렇게 다가오는 새벽을 맞이하나 싶었는데···
들썩!
일꾼들이 작업했던 흙 한쪽이 꿈틀댄다.
지나가던 누군가가 봤다면 눈을 비비고 잘못 봤다고 여길지도 모르는 미세한 움직임.
그러나 다음에 이어지는 건 분명한 흔들림이었다.
들썩! 들썩! 들썩!
삽의 뒷면으로 평평하고 반듯하게 다져놨던 흙바닥에 균열이 생기고 점차 퍼져나간다.
그러더니···
파아아악!!!!
놀랍게도 흙이 분수처럼 치솟으며 사람의 상체가 바닥에서 튀어나오는 게 아닌가!
모습을 드러낸 자는 바로 후작가의 망나니 헤논이었다.
“아오씨! 죽을 뻔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