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ilure Marquis is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02)
후작가 망나니가 천재임-102화(102/200)
14장 간택 : 환해진 망나니
엘프의 숲에서 돌아오자마자 색다른 퀘스트를 받았다.
[퀘스트 발동!] [퀘스트 제목: 부마 간택식] [내용 – 찰리 힐튼이 부마에 간택되지 않도록 막아내세요. 또한 엘든 왕실이 칼론 제국에 편입되는 일을 사전에 방지해야 합니다.] [보상 – 미정]까다로운 미션이었기에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무기를 파악하는 게 첫번째 발걸음이었다.
– 천마검. 드루이드.
– 충성심 넘치는 동료들.
– 순례자, 리앙, 북부군.
듣기만 해도 나에게 힘이 되어주는 단어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퀘스트에서는 그다지 효용이 없다.
대신에 다른 키워드들이 떠올랐다.
– 노예 거래 계약서
– 엘프족과의 밀서
알버스 성을 둘러싼 영지전에서부터 시작된 힐튼 가문과의 악연은 부마 간택식에서까지 쭉 이어지는 중.
현재 나에게는 힐튼 가문이 등 뒤에서 수많은 법을 어기고 더러운 뒷수작을 벌였다는 증거가 꽤 많다.
탐욕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인연을 맺어둔 유론 시장의 도움을 받으면 힐튼 백작 부인의 노예 거래 기록을 받아낼 수 있고.
엘프의 안식처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습득한 힐튼 백작과 리처드 대장로의 편지(백작 가문의 인장이 선명하게 찍혀있다.)도 있기에 지금이라도 힐튼 가문을 물어뜯을 수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증거를 토대로 찰리 힐튼이 후보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려는 게 일차 계획이었다.
해당 계획에 대한 내 느낌을 한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딱 이랬다.
‘쓸만하긴 하나, 다소 약하다.’
정치란 원래 그런 것이다.
아무리 증거가 확실해도 힘 싸움에서 밀리면 올바른 증거도 허위날조가 된다.
반면에 주도권을 잡으면 유언비어도 진실로 둔갑한다.
로이드 후작에게 듣기로 왕실의 힘싸움 구도는 반제국파와 친제국파가 4대 6 정도로 불리했는데 최근 아놀드 공작이 돌아서면서 3대 7까지 벌어졌다고.
이런 상황에서 수도 폰타노에 도착하자마자 국왕에게 증거를 내밀어도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구 할 이상이었다.
심지어 엘든은 대표적인 봉건제 왕국이라 귀족 등쌀에 떠밀려 왕실이 힘을 잃은 지 오래라지 않았던가.
‘시기를 잘 재야해.’
인생은 타이밍이다.
이러한 명언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내가 가진 무기를 끝까지 꽁꽁 숨기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터트려야만 빛을 볼 수 있으리라.
“이런 쪽으로는 영 맹탕인데.”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어디 캠페인이라도 들어가서 선거 운동 좀 해볼걸.
일단은 수도에 가서 분위기를 살피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해야 다음 계획을 짤 수 있을 듯했다.
* * *
폰타노행 마차에 짐을 모두 실었다.
일행은 엘프전 때와 달리 조촐했다.
이제는 껌딱지가 되어버린 시온과 캠벨, 그리고 아기용 코코가 호리병에 숨은 채 따라온다.
“몸조심하거라.”
내성문까지 마중 나온 로이드 후작이 따뜻하게 안아주며 말했다.
“여태까지 워낙 잘해왔기에 기대는 한다만 솔직히 어려운 일이다. 터진 둑을 손바닥으로 막을 순 없는 노릇이니까. 팔백 년이면 오래 버텼다. 이 또한 세월의 흐름에 따른 변화겠지.”
아버지조차 이번 부마간택식 결과를 바꾸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걸 인정했다.
“만약 왕실이 제국에 고개를 숙이면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그때 가서 봐야겠지.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염두에 두고 싶진 않구나.”
“알겠습니다.”
뒤돌아서 마차에 몸을 실으려 했다.
그때였다.
나를 따라온 로이드 후작이 내 손에 정체불명의 작은 물건을 쥐여주었다.
뭔가 싶어서 손바닥을 펴서 확인해봤더니 황금열쇠 하나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열쇠 자체도 순금인 데다가 끝단에 매여있는 은색 수실 때문인지 범상찮은 보물이라는 걸 직감했다.
“네가 수도에 간다니까 갑자기 떠올라서 비밀창고에서 꺼냈다.”
“이게 무엇입니까?”
“엘든 왕궁에 가면 도서관이 있을 것이다. 무려 팔백 년에 달하는 기록을 저장해둔 대륙에서도 손꼽히는 서고지.”
“설마 이 열쇠가 그곳의 입장권입니까?”
“그렇다. 왕국에서 이 열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몇 명 없다. 나도 알폰소 형님께 겨우 받아낸 거야.”
좋은 선물이었다.
팔백 년의 역사를 가진 서고를 살펴보는 건 쉽게 할만한 경험이 아니니까.
그 강대한 칼론 제국조차 역사 자체는 삼백 년도 채 안 됐다는 걸 되새겨보면 상당한 가치의 보물이었다.
“감사합니다. 잘 쓰겠습니다.”
“주는 게 아니라 빌려주는 거야. 갔다와서 반납해야 한다.”
“아무렴요. 진짜로 가보겠습니다.”
천연덕스러운 표정과 함께 손을 흔들자 옅은 미소를 띤 후작도 화답했다.
마차가 덜그럭 움직이기 시작했고.
천천히 수도를 향해 나아갔다.
* * *
푸른매 용병단장 라칸과 리앙 수호군 부사령관 에이든이 이번 여정에 불참했다.
애초에 많은 귀족을 만나야 하는데 리앙 출신인 에이든은 논외고 무력은 높지만 신분은 낮은 라칸에게도 부담스러운 자리다.
애초에 용병단과 수호군을 이끌고 수도로 간다는 행위 자체가 불순한 의도로 비춰줘 괜한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사샤 또한 엘프의 안식처에 콕 박혀있다.
리처드 대장로가 싸놓은 똥을 처리하느라 누구보다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겠지.
어쨌든 오랜만에 시온과 캠벨만 함께하는 여행이었다.
굳이 새로운 점을 뽑자면 아기용 코코가 추가되었달까.
사실 코코는 드래곤 에그 상태로 호리병 속에 오래 있었으니 내내 같이 여행했다고 보면 된다.
친한 사람끼리 있으니 좋은 점은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훈련해도 된다는 점이다.
시온과 캠벨은 아침 먹고 검을 맞대고 점심 먹고 검을 맞대고 저녁 먹고 검을 맞대었다.
“맨날 그렇게 먹고 왜 이리 약한지 모르겠군요.”
“그러기엔 하녀 다리가 후들거리는데?”
“이젠 눈까지 나빠진 겁니까?”
“나 시력 좋아.”
“이 공격도 막으면 인정해 드리지요.”
마나소드가 지나간 자리는 야수가 발톱을 휘두른 것마냥 온통 엉망이 되어있었다.
그만큼 시온과 캠벨도 상당한 고수가 되어있었다.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시온과 캠벨 모두 소드 유저였는데, 이 정도면 아르니아 대륙에서도 최상위에 드는 발전 속도다.
“하앗!”
“으아아!!”
하지만 저들은 만족하지 못한다.
옆에 내가 있기 때문에.
몰티령에서 수백수천의 엘프에게 단신으로 돌격하던 내 모습을 본 시온과 캠벨은 시시각각 강해지는 나를 따라잡기 위해 기를 쓰고 수련을 지속한다.
맨날 허허실실 웃는 캠벨도, 별다른 감정을 티 내지 않는 시온도, 잠자는 시간까지 쪼개가며 노력한다는 것을 알기에 나 또한 뒤에서 묵묵히 응원 중이다.
“뀨! 뀨뀨!!”
“저 망할 도마뱀 녀석이!”
“뀨우우우!!”
그나마 헤츨링 코코가 장난을 쳐줘서 수련만 해대는 삭막한 분위기가 가끔씩 환기된다.
코코는 시온과 캠벨이 대련할 때 켐벨에게만 훼방을 놓는 식인데 가만히 관찰하다 보면 제법 쏠쏠한 재미가 있다.
나도 내 수련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중상급 드루이드가 되면서 얻은 새로운 스킬을 확인했다.
——————–
1. 우드 컨트롤
-바인드(★★★)
-우드골렘(★★★)
-우드 스피어(★)
-자이언트 우드(★)
2. 스톤 컨트롤
-스톤 랜스(★★★)
-스톤 실드(★★★)
-스톤 골렘(★★★)
-스톤 스피어(★)
-자이언트 스톤(★)
3. 윈드 컨트롤
-순보(★)
-헤이스트(★)
4. 라이프 컨트롤
– 시야공유(★)
– 테이밍(★)
——————–
현재 내가 가진 스킬셋 목록.
골렘 스킬은 저번 엘프와의 전쟁에서 소환 개체 수가 4기에서 10기로 늘었다는 걸 확인했다.
[바인드]3성으로 업그레이드 된 바인드가 펼쳐지자 나무뿌리가 툭 튀어나왔다.
이전과 다른 점은 나무뿌리에 날카로운 가시가 달려있어서 웬만한 능력자가 아니라면 스치면 사망이랄까.
하수를 상대로 더 큰 파괴력을 보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가시 효과는 스톤 랜스에도 똑같이 부여됐다.
스톤 실드의 경우, 면적이 넓어진 데다가 소환되는 돌도 견고하기로 유명한 인회석이 많이 섞였다.
새로운 스킬인 자이언트 계열 스킬과 스피어 계열 스킬도 확인해보았다.
먼저 자이언트 계열부터.
[자이언트 우드] [자이언트 스톤]왼손에는 나무줄기가 모여서 내 몸보다도 커다란 손을 만들어냈고, 오른손에도 자갈이 모여서 역시나 거대한 손바닥을 형성했다.
이걸 가볍게 휘두르기만 해도 십인대가 단숨에 날아가 버릴 듯했다.
“이런 식으로 발동되는 기술이었군.”
지금은 손에만 뭉치지만 나중에는 보다 강인하고 질긴 재료가 전신에 모여들지 않을까.
그러면 내 자신이 골렘이나 거인이 되어 움직이는 전략도 가능하겠다 싶었다.
다음은 스피어 계열.
[우드 스피어] [1/3] [스톤 스피어] [1/3]스피어 기술을 보고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기다란 창으로 이루어진 나무창과 돌창이 한 자루씩 소환돼서 허공에 둥둥 떠있었다.
의식과 연결되었는지 스피어들은 내가 원하는 대로 휙휙 움직였다.
“투척.”
쐐액!!
빠르게 날아간 창은 목표물에 정확하게 꽂혔다.
파괴력은 사령술사 라울이 날렸던 흑마력탄 수준이었는데, 스킬 레벨이 더 오르면 소환되는 창의 개수도 증가하고 창 자체도 단단해질 듯했다.
아무튼 효과적인 원거리 공격 수단이었다.
시스템창에 뜬 숫자로 미루어 짐작하면 나무창 세 자루, 돌창 세 자루가 최대치지만 나중에는 멀린처럼 스톤 스피어를 소나기 내리듯 퍼붓게 되리라.
‘비록 화신이라지만 멀린과의 교전이 큰 도움이 되었군.’
드루이드 스킬의 발전 방향이 저번에 멀린이 썼던 기술을 모방해서 강화된 경향을 보였다.
자이언트 스킬도 나와의 교전에서 멀린이 보여준 스킬이었고 스피어 스킬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보면 그는 스킬 업그레이드의 이정표가 되어준 셈이다.
마지막으로 테이밍 스킬.
이름으로 대충 어떤 스킬인지 예측이 된다.
마침 길거리를 지나가며 도토리를 까먹던 귀여운 다람쥐가 있길래 테이밍 스킬을 시전했다.
[테이밍]영혼과 영혼 사이에 가느다란 실이 연결된 느낌이다.
내가 무슨 명령을 내리든 다람쥐는 순순히 따랐다.
“도토리를 내려놓고 저쪽 은행나무까지 구보한다. 실시.”
다람쥐는 내 말대로 행동했다.
이후 여러 동물을 상대로 테이밍을 해보았다.
그 결과, 작은 동물을 상대로는 테이밍이 용이했으나 몸집이 크거나 고등한 지능을 가질수록 테이밍이 불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떴다.
[테이밍] [시야공유]또 하나 발견한 쏠쏠한 기능은 바로 테이밍+시야공유 콤보.
처음 다람쥐에게 스킬 콤보를 사용했더니 다람쥐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였고 심지어 뭘 보고 듣고 있는지도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시야공유와 테이밍을 종료했다.
다람쥐는 언제 그랬냐는 듯 고개를 갸웃하더니 다시 도토리를 들고 수풀 너머로 도망간다.
테이밍에 대해 결론 내리자면, 전투에 쓰긴 애매하지만 유틸적으로 유용하고 다방면에 좋은 스킬이었다.
드루이드 스킬 점검을 마무리하고.
이번에는 천마검을 뽑고 휘둘렀다.
검술 수련은 그동안 게을리하지 않고 하루도 빠짐없이 수행했다.
당장 하루만 안 해도 입에 가시가 돋진 않고 단지 머릿속이 시끄러워졌다.
-애송아! 오늘은 왜 검 안 쓰냐?
-심심해 죽겠다.
-수련 안 할거면 하녀에게 검 좀 맡겨라.
이 변태 늙은이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느니 차라리 내 손에 나는 땀내로 괴롭혀주는 게 훨씬 재밌다.
물론 그러면서 내 검술 실력도 향상하고 말이다.
천마가 알려준 초식대로 마나소드를 휘두르다가 이내 멈추고 주저앉았다.
-왜 하다가 말아?
“아버지가 주신 비급서를 좀 보려고요.”
로이드 후작이 준 비급서.
영역에 관해서 적혀있다 들었다.
소드마스터들은 기본적으로 영역을 발동할 수 있다니 호기심이 생겼다.
책을 펴서 내용을 읽었더니 거기에는 놀랄만한 이론이 적혀있었다.
[영역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검이란 무기가 생겨난 배경과 기원부터 따져보아야 한다. 어째서 인간은 검을 쓰게 되었는가.먹고 살려고. 사냥하려고. 요리를 만들려고. 시간이 흐를수록 일차원적인 목적에서 벗어나고 순수 전투를 위한 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검이란 무기는 신체의 연장선이다. 사람의 급소만 잘 안다면 주먹으로도 검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럼에도 검을 쓰는 이유는 적은 힘으로도 확실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기에. 사거리가 길어져서.
하지만 검의 장점이 확실한 만큼 검의 단점 또한 확실했다. 사거리를 늘리고자 신체의 연장선이 된 검은 자신보다 사거리가 긴 무기를 만나면 확연하게 불리한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인간들은 이를 극복하고자 끊임없이 단련했고 피나는 노력을 통해 마나소드라는 걸작을 발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이 모든 과정은 검이 신체의 일부분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검의 대가들은 한가지 참신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검이 신체의 연장선이고 마나소드로 사거리를 확장할 수 있다면 무한대까지 늘려보면 어찌 될까.
가설은 곧 실험으로 이어지고 수많은 시행착오가 증명과 결과로 탈바꿈한다. 점과 선으로만 이루어지던 마나소드는 어느새 면으로까지 확장해 하나의 ‘영역’이 구축된다.
이러한 영역을 만들기 위해서 나 또한 선조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겸손한 여행자가 되었다. 숨 막히는 천장단애를 수백 년간 등반하는 기분이랄까.
검을 신체라고 생각하고 이를 영역에까지 확장하려면 전신이 공간과 연결되어야 하니 신체 내면의 톱니바퀴를 세상의 톱니바퀴와 연결하고 맞물려 돌아가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세상에 존재하는 톱니바퀴를 인식하고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그 원리를 파악해야 하며 내면의 톱니바퀴 또한 계속해서 돌봐줘야 한다.
둘을 연결시키는 과정 또한 쉽지 않은데, 그럴려면···(중략)]
이 뒤로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가 하도 많아서 읽어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질 못했다.
다만 나와 같이 비급서를 정독한 천마는 대충 이해했나 보다.
-이거 실언했군. 일전에 네놈의 아비는 본교의 장로 정도면 적당하다 했다. 헌데 머릿속에 든 개념이 제법 옹골차니 호법이나 부교주 자리까진 줘도 되겠구나.
“저는 봐도 모르겠군요. 단서를 조금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예끼 이놈아! 내가 맨날 설명했는데 그때는 어디 가고 인제 와서 단서 타령이더냐? 저 서책에 나온 내용 예전에 한 번씩 훨씬 더 자세히 말해줬었다.
“그랬습니까?”
천마가 답답해하는 감정이 여기까지 느껴진다.
-어우 속 터져. 쓰는 단어만 다르지, 하는 소리가 똑같지 않으냐! 대우주와 소우주 개념 말해주고 어떤 혈도가 우주에서 어떤 부분을 맡았는지 과거에 설명해줬다. 네놈의 삼단전을 모두 연결해 삼화취정을 완성시킨 후 대우주와 합일하여 오기조원을 달성하면 영역 따윈 숨만 쉬어도 만들 것을. 대갈통 모자란 천치 같은 녀석!!
이거 그건가?
리오넬 메시가 나한테 드리블로 대충 다섯 명 제끼고 슛 쏘면 득점왕인데 왜 못하냐고 타박하는 느낌인데.
-아무튼 본좌보다 네놈의 아비가 훨씬 가볍고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는 것 같으니 앞으로 검술 수련에 저 비급을 참조하거라.
“알겠습니다.”
짧은 사이에 소드 익스퍼트 상급에 다다랐더니 조금 거만해졌나.
앞길이 구만리였다는 걸 깜빡했다.
검술의 세계는 광활하니 넓었고 그 속에서 나는 한낱 미물일 뿐이다.
초심을 되찾자는 마음가짐으로 천마검의 검자루를 강하게 쥐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까먹고 이야기를 안 한 게 있구나
“무엇입니까?”
-네놈의 내부 기운에 대해서 고심해보았다.
삼원마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건가.
녹색마나+푸른마나+용혈.
이렇게 삼원마나를 이루고 있다가 최근 녹색마나가 강화되면서 녹색마나+용혈/푸른마나 연합인 이원마나로 개편되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네놈은 현재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다.
“정말입니까?”
-기운끼리 부딪쳐서 주화입마, 즉 기가 역류해서 백치가 되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거다.
예상치 못한 답변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하지만 저는 마나를 운용하는데 어떠한 어려움도 없고 딱히 부정적인 조짐도 안 보였습니다.”
-그거야 네 경지가 얕아서 그렇지. 장차 경지가 오를수록 기운의 상이함은 갈등의 불씨가 되어 내면에서 부딪칠 터.
“어렵군요. 혹시 해결방법을 알고 계십니까?”
잠시 뜸들이던 천마가 입을 열었다.
-첫째는 세 기운이 균형이 맞아야 하고 둘째는 균형을 맞춘 상태에서 하나로 합칠만한 계기가 있어야겠지. 이는 단순히 수련을 거듭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라 여러 기연과 천운이 뒤따라야 하느니라.
이래서 인재는 하늘이 내려준다는 말이구나.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오늘만큼 가슴에 와 닿은 적이 없다.
-대신에 성공한다면 너는 남들과 비교 불가할 수준의 큰 발전을 이룩할 것이다. 무인마다 강해지는 길은 각자 다르다지만 그 끝은 같다 하지 않더냐. 힘든 길을 선택한 만큼 극복만 한다면 본좌의 발바닥 정도는 핥을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굳이 발바닥을 핥고 싶진 않습니다만.”
이원마나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인지했고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할지도 어렴풋이 감을 잡았다.
모든 과정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대륙의 종말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중.
내게 닥친 문제를 전부 해결해야지만 목표를 이룰 것 같단 예감이 들었다.
“어지럽네.”
복잡한 생각을 했더니 머릿속이 안개 낀 것처럼 뿌옇다.
어디 스트레스 풀만 한 샌드백 없나.
괜히 애꿎은 자갈만 발끝으로 툭툭 차는데 어느새 다가온 시온이 부복했다.
“도련님.”
“왜.”
“전방에 웬 마차가 도적 떼에 습격당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듣자마자 내 표정이 환해졌다.
“아이고 고마워라. 부르지 않아도 찾아오는 서비스. 뭐 그런 건가.”
“···네?”
“뭐해? 어서 안내 안 하고.”
마침 잘 됐다.
삼화취정이니 오기조원이니 마나통합이니 소우주니 대우주니 톱니바퀴니 그건 나도 잘 모르겠고.
일단 멋모르고 설치는 귀염둥이 도적놈들부터 시원하게 찜질 좀 해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