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ilure Marquis is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07)
후작가 망나니가 천재임-107화(107/200)
14장 간택 : 뜻밖의 망나니
<시온 라이크>는 아르니아 대륙이라는 오픈 월드에서 진행되는 액션 판타지 RPG 게임이다.
게임이 시작되는 시점은 마왕 바알이 준동하면서 전 대륙에 아포칼립스가 찾아왔을 때다.
이때부터 로이드 영지의 특별한 하녀 시온은 필드에 존재하는 잡몹들을 처리하고 해당 필드 보스를 차례로 격파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참고로 내 영혼이 들어간 헤논 로이드는 시온이 격파했어야 할 첫 번째 필드 보스로 황혼교가 사령술로 일으킨 저주받은 드루이드였다.
여기까지가 내가 알고 있는 게임 스토리.
당시에 나는 극초반만 플레이하고 빌어먹을 난이도에 질색하며 게임기를 집어던졌었다.
따라서 앞으로 시온이 어떤 보스들을 만나는지는 오리무중이었다.
가끔씩 제작진이 공표한 트레일러 동영상에 나오거나 이스터 에그라며 살짝 귀띔해준 공지사항에 언급된 소수의 보스만 슬쩍 훑고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다.
그런 와중에 시온라이크의 중반부에 등장하는 멸국의 왕녀 레베카는 유독 기억에 남았다.
왜 다른 보스는 모르면서 레베카는 기억하냐고?
아주 간단한 이치다.
일러스트가 예뻤으니까.
홈페이지에 게시된 일러스트 한 장이 예쁘다고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 보스 보셈.
-존예네. 누구임?
-레베카라고 엘든 왕국 왕녀.
-스킬은?
-뱀파이언데 아직 미공개래.
-오늘부터 나랑 1일 ㅎㅎ
-우욱!
이 대화로그가 정확히 기억에 남았다.
나도 속으로 일러스트를 보며 예쁘다고 감탄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내 눈앞에는 그때의 일러스트와 정확히 같은 모습의 여인이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다.
찰랑거리는 흑발과 빨아들일 것 같은 적안, 가녀림과 청초함을 유발하는 자태와 매력을 더해주는 외유내강적 면모까지.
‘뱀파이어 레베카.’
뱀파이어가 무슨 능력을 가졌는지는 모르지만 드루이드인 나처럼 특수 클래스니까 각성만 한다면 강한 힘을 뒤따를 게 분명했다.
‘작전을 다시 짜야겠어.’
그녀가 어떤 삶을 살길 원하는지도 살폈고 내면에 어떤 힘이 잠재되었는지도 파악했다.
이 정도면 충분한 수확을 거뒀으니 오늘은 물러가기로 했다.
“찍찍!!”
방문을 긁어대니 레베카 왕녀가 문을 열어주었다.
“나가고 싶나 보구나.”
“찍!”
“똘망한 생쥐야. 다음에 또 보자.”
“찍찍!”
[시야공유 해제] [테이밍 해제]왕궁을 빠져나간 쥐를 풀숲에 놓아주었다. 일단은 안드레의 집으로 복귀해서 새로운 작전을 짜기로 결심했다.
* * *
레베카 왕녀의 정체를 알아낸 이후 뱀파이어에 대해서 조사할 필요성을 느꼈다.
하지만 여기는 지구도 아니고 게임사 홈페이지에 들어갈 수도 없는데 뱀파이어에 대한 정보를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막막하던 차에 수도로 출발하기 전 로이드 후작이 언급했던 왕실도서관이 생각났다.
‘운이 좋았다.’
마침 나에게는 후작이 준 열쇠도 있으니 도서관을 방문하기로 했다.
시온과 캠벨을 대동하고 왕궁 바로 옆에 위치한 왕실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 또한 왕궁에 포함된 건물로서 경계병이 삼엄하게 지키고 있었다.
“정지! 이곳은 허가받은 자만 들어올 수 있습니다. 신원을 밝혀주십시오.”
“헤논 로이드 자작.”
내 이름을 들은 경계병의 동공이 격하게 떨렸다.
이렇게 유명인일지는 몰랐는데.
어쨌든 내가 귀족 신분인 걸 알아서인지 병사는 안쪽으로 들어가 사서를 데리고 나왔다.
사서는 중노년의 사내로 세바스찬처럼 중후한 맛이 풍기는 신사였다.
“소문은 많이 들었습니다. 로이드 자작님. 저는 도서관을 책임지는 늙은이 월터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저 또한 반가우나, 이곳은 허락된 증표가 없다면 입장하실 수 없으니 이만 돌아가 주시지요.”
월터의 앞에서 로이드 후작에게 받은 황금 열쇠를 꺼내 보였다.
열쇠 끝단에 매여져 있는 반짝이는 은회색 꼬리털을 본 월터의 동공이 휘둥그레졌다.
“이거면 되겠습니까?”
“충분합니다. 잠시 감정해보겠습니다.”
열쇠를 받아든 월터가 외알 안경을 갖다 대며 자세히 관찰했다.
이내 만족한 미소를 지은 그가 나에게 열쇠를 넘겼다.
“진품이군요. 이 시점부터 자작께서는 도서관을 무제한으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증표마다 이용시간이 제한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어떤 동물의 꼬리털을 수실로 쓰냐에 따라서 등급이 나뉘는데, 저 은회색 수실은 왕국에서도 몇 명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갑자기 호기심이 들었다.
“어떤 동물의 수실입니까?”
“역으로 질문하고 싶군요. 엘든 왕국을 상징하는 동물은 무엇입니까?”
참고로 엘든 왕국의 국기에는 비상하는 유니콘이 그려져 있다.
“설마···”
“짐작하시는 대로 유니콘의 꼬리털입니다.”
유니콘은 상상 속의 동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하기사 뱀파이어랑 웨어울프도 나온 마당에 유니콘이 나올 수도 있으려나.
“많이 놀라신 얼굴이군요. 유니콘에 대한 기록도 서고에 있을 겁니다. 무한한 지식의 샘에서 뜻하는 바를 이루시길 바랍니다.”
끼이익! 쿵!
도서관 문이 닫혔다.
허락된 자만 들어올 수 있어서인지 면적은 엄청나게 넓었고 눈에 들어오는 책만 수만 권이 넘어갔는데 사람은 우리를 제외하고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엄청나군요.”
시온이 들뜬 얼굴로 이곳저곳을 누볐다.
아무래도 도서관을 접할 기회가 없다보니 퍽 신기했나 보다.
반면에 캠벨은 책과는 상성이 안 맞는지 벌써부터 질린 기색이었다.
“부단장, 여기서 뭘 찾으면 돼?”
“뱀파이어에 대해 찾으면 된다.”
“듣기만 해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군.”
백짓장도 맞들면 좋으니 이참에 지원군을 한 마리 더 부르기로 했다.
“코코.”
“뀨우!!”
호리병 속에 있던 코코가 나와서 공중을 빙빙 돌았다.
역시나 도서관이 생소한 코코는 낡은 서책에 코를 대고 킁킁댔다.
“드래곤이니까 글자 읽을 수 있지?”
“뀨!”
“뱀파이어 대해서 조사해줘.”
“뀨뀨!”
고개를 끄덕인 코코가 한쪽 구석으로 날아가서 책에 파묻혔다.
코코를 시작으로 다른 일행들도 조사에 전념했다.
한동안 도서관에는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렸다.
“으아아아!!”
가장 먼저 머리를 쥐어뜯은 건 역시나 캠벨이었다. 옆에 책을 한가득 쌓아놓고서는 볼멘소리를 터트렸다.
“뱀파이어의 뱀자도 안 보여!”
시온도 난감한 표정으로 묻는다.
“도련님, 뱀파이어가 실제로 있는 종족은 맞습니까?”
“그걸 책으로 찾아봐야지.”
“실제로 보신 적은 없으시군요.”
“뭐···그런 셈이지.”
레베카 왕녀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은 굳이 밝히지 않았다.
수 시간 경과.
옆에서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캠벨이 책을 베개 삼아 끌어안은 채 꿈나라 삼매경이었다.
드르르렁! 드르렁!
“시온, 캠벨 머리에서 책 좀 치워라.”
“네.”
수백 년 된 고서에 침이라도 흘렸다간 대참사다.
일단 캠벨은 그렇다 치고.
팔백 년 된 도서관에도 뱀파이어에 관한 정보가 없는 걸까.
‘이럴 줄 알았으면 게임 좀 더 열심히 해볼걸.’
속으로 후회하고 있을 때.
한쪽 구석에 있던 코코가 붕 날아오더니 책 한 권을 내 앞에 내려놨다.
“뀨뀨!”
“나더러 읽으라는 거야?”
“뀨!”
읽으라는데 읽어봐야지.
코코가 건네준 책은 무려 일만 페이지에 달해서 두께가 엄청났다.
라면 받침대로 쓰기에도 높은 정도.
어느 페이지부터 봐야 할까 고민했는데 마침 코코가 발톱으로 살짝 긁어놓은 곳이 있었다.
“코코야 너···”
“뀨우?”
“아니야. 잘했다.”
월터가 문제 삼지 않길 바라며 해당 페이지를 열람했다.
『전설로만 전해지는 존재들』
「아르니아 대륙에는 인간과 흡사한 외형을 지니면서도 분명한 차별점을 보이는 이종족이 있다.
예를 들어 엘프와 드워프. 이 둘은 실제로 존재했다는 기록이 남아있고 엘프 같은 경우는 현재도 우리와 같은 땅을 밟고 있기에 나름 친숙한 존재다.
하지만 세상에는 꼭 이런 이종족만 있진 않다. 지금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돌연변이들이 생겼다가 꽃조차 피우지 못한 채 아스라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여기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하겠다.
왕국력 265년. 오스몬드 남작령 내 장원 하나가 통째로 소멸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마을 사람들은 뭔가에 미친 듯 병사들을 향해 돌격했다.
그들은 인간의 피에 굶주렸고 죽어가는 와중에도 병사의 팔을 물어뜯거나 다리를 물어뜯었다. 마치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 같았다.
여기서 압권은 가장 먼저 돌연변이가 된 여인이었다. 이 여자는 맹목적으로 피를 탐하던 다른 사람과는 달리 이지가 남아있었고 지능적인 데다가 교활했다.
심지어 신체 능력까지 우수해서 당시 소드 익스퍼트였던 로반 경이 아니었다면 토벌대조차 몰살당할 뻔했다.
죽기 전 그녀가 했던 말은 ‘어째서 내 아이들을 죽였냐’ 였다. 그녀는 자기 스스로를 뱀파이어라 칭했고 인간과는 자신을 별개시했다.」
코코가 전해준 건 정말로 뱀파이어에 대한 기록이었다.
이 기록을 접하자 대충 조사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감이 왔다.
“시온.”
“네.”
“자연재해든 인재든 재앙과 사건사고를 기록한 서책 위주로 조사해라.”
“알겠습니다.”
조사 방향을 제대로 잡자 여기저기서 단서가 올라왔다.
뱀파이어라는 구체적인 언급은 없어도 누가 봐도 뱀파이어가 벌인 사건이 꽤 많았다.
심지어는 커다란 남작령 전체를 뱀파이어의 소굴로 만든 능력자도 있었는데, 관련 기록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모든 정보를 취합하고 적절히 섞은 다음에 결론을 내리자 요약본이 얼추 나왔다.
1. 뱀파이어는 세대가 흐를 때마다 인간 틈에서 돌연변이성으로 탄생한다. 탄생 과정에서 어느 등급 뱀파이어든 잠시 동안 이성을 잃고 피만을 탐하는 존재가 되는데, 이를 ‘광란’ 상태라 정의한다.
2. 최초의 뱀파이어는 알파라고 부르는데 피를 빨아서 권속을 늘릴 수 있다. 이때 권속은 베타라고 칭하며 모체인 알파에게 절대복종한다.
3. 알파는 햇빛에 노출되어도 상관없지만 그다지 선호하진 않는다. 알파가 만든 베타는 더욱 햇빛을 싫어하고 베타가 감염시킨 감마서부터는 햇빛을 보면 살갗이 타들어 간다.
4. 뱀파이어는 인간보다 월등한 신체 능력과 비상한 지능을 가진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항상 피에 대한 갈증도 존재한다. 이는 등급이 낮은 뱀파이어일수록 심해져서 베타나 델타부터는 사실상 피만 탐하는 혈귀가 되어버린다.
5. 뱀파이어가 늘릴 수 있는 권속의 숫자는 한계가 있으며 이는 모체 뱀파이어의 역량에 달렸다. 만약 억지로 권속을 늘릴 경우 종속된 뱀파이어의 등급이 하락한다.
“대강 이런 식인가···”
정리는 끝났다.
이 정도면 원하는 정보는 모두 얻은 셈이다.
레베카 왕녀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도 대충 감이 왔다.
“시온, 캠벨을 깨워라. 돌아간다.”
“예!”
“뀨우!”
코코가 다가오자 잘했다는 의미로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기분이 좋은 듯 갸르릉대던 코코가 이내 호리병 속으로 들어갔다.
“으음? 밥 먹을 시간이야?”
“밥 먹을 자격도 없지만 밥은 잘 찾는군요. 도련님이 돌아가자십니다.”
“잘 됐군. 여기 기운이 나랑 안 맞아.”
앞으로 캠벨이 잘못했을 때마다 도서관에 데려오는 것도 검토해봐야겠다.
* * *
다시 돌아와서.
레베카 왕녀의 생일파티장.
갑자기 문을 열고 들이닥친 나는 당당하게 선언했다.
“부마 후보로 등록하겠습니다.”
충격적인 내 발언은 일파만파 연회장 전체로 퍼졌다.
친제국파와 반제국파 누구 할 것 없이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단 표정이었다.
그때였다.
친제국파 부마 후보들을 헤치고 찰리 힐튼 남작이 내 앞에 섰다.
“하하핫! 이것참 당황스럽군요.”
삐쭉 올라간 입꼬리에서 네가 준비한 수가 겨우 이런 돌발행동 뿐이냐는 조롱 가득한 비웃음이 느껴졌다.
“무엇이 당황스럽다는 거지?”
“여태껏 로이드 자작께서는 부마 자리에 어떠한 흥미도 안 보이셨지요. 헌데 갑자기 이렇게 지원하신다니요.”
“누가 그걸 정했지? 나는 단 한 번도 내 입으로 부마를 원치 않는다는 발언은 한 적 없다. 그리고 내가 내 의지로 지원하겠다는데 남작께서 왜 당황하시는지?”
내 대답을 들은 찰리 힐튼은 심기가 불편했는지 관자놀이에 혈관이 툭 튀어나왔다.
다음에 나선 건 아놀드 공작이었다.
아놀드 공작은 엘든 왕국 유일의 공작으로 세력은 크지 않아도 공작이란 권위로 많은 지지 세력을 등에 업고 있었다.
사실 이번 친제국파와 반제국파 균형이 무너진 이유도 중립을 지키던 아놀드 공작이 힐튼 백작가로 넘어갔기 때문이었다.
“크흠흠.”
흰 수염을 쓰다듬던 아놀드 공작이 나를 불렀다.
“자네가 화제의 그 사생아였구먼. 나는 아놀드라는 사람일세. 이 나라를 지탱하는 귀족 중 하나랄까. 만나서 반갑네.”
화법부터가 쓰레기 같다.
첫만남인데 사생아 운운하지를 않나.
은근히 작위로 찍어누르려 하지를 않나.
만난지 10초도 안 됐는데 대충 그릇이 보이는 인물이었다.
“아, 예. 헤논입니다.”
고개만 살짝 까딱이자 그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아놀드가 꼰대 티를 팍팍 내며 내 행동을 지적했다.
“자네는 오늘 연회에 늦게 참석했을 뿐만 아니라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후보로 지원해서 여러 사람의 빈축을 샀네. 이에 대해 마땅히 사과해야 할 터.”
“다소 난해한 말씀이시군요. 제가 어떤 연유로 자격이 없다고 말씀하시는지?”
“장차 후작령을 다스려야 할 후계자가 부마 자리까지 겸하겠다고? 염치도 없지.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아까부터 저 사람 말투가 좀 거슬리는데.
온갖 점잖은 척은 다 하면서 혀 밖으로 내뱉는 단어 중 몇 개는 가시가 되어서 툭툭 공격한다.
상대를 깎아내리는 습관이 몸에 밴 사람 같았다.
다소 직설적인 화법을 좋아하는 것 같으니 이쪽에서도 날 것 그대로의 워딩을 내뱉기로 했다.
“공작께서는 염치가 넘치서셔 팔백 년 왕국을 뒤흔들고 제국에 빌붙으려 하시는군요. 이것참 크게 개안했습니다.”
“뭣이!!”
칭찬하는 듯 놀려주자 그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여태껏 그 누구도 아놀드 공작에게 이런 공격적인 언사를 한 적 없었겠지.
심지어 국왕마저도.
그래서인지 공작의 인내심 역치는 무척이나 낮았고 욹그락붉그락한 얼굴로 삿대질을 해댔다.
“이 버릇없는 놈이 누가 천한 핏줄 아니랄까봐···”
“그리고!”
아놀드 공작의 말을 끊었다.
“제가 부마 후보에 적합한지는 공작께서 결정하실 일이 아니지요. 바로 국왕 전하와 레베카 왕녀님께서 정하실 일입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내 말은 정석이다.
연회장 내 귀족들도 여기엔 이견이 없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다.
모두의 시선이 알폰소 국왕과 레베카 왕녀에게 쏠렸다.
레베카 왕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버지의 뜻에 따르겠어요.”
이제 남은 건 알폰소 국왕의 결정.
나는 국왕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상이 갔다.
일전에 독대했을 때 그는 나에게 레베카의 삶을 지켜달라 청탁을 넣었다.
그리고 열흘 후 연회장에서 내가 뜻밖의 행동을 했다.
국왕으로서는 내가 대비책을 준비했으니 이런 행동을 벌였으리라 믿을 터.
그래도 혹시 몰라서 국왕에게 강렬한 눈빛을 쏘아 보냈다.
국왕 또한 나를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약 3초간의 짧은 눈 맞춤.
노쇠한 국왕이 깊게 한숨을 쉬더니 지팡이를 짚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오래간만에 목소리를 끌어올려 힘껏 외쳤다.
“헤논 로이드 자작의 부마 지원을 허락한다!!”
국왕의 재가가 떨어졌다.
비로소 본 게임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