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ilure Marquis is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25)
후작가 망나니가 천재임-125화(125/200)
16장 위장 : 딱좋은 망나니
엘든 왕국을 내 손아귀에 넣은 후.
레베카 국왕의 도움을 받아 나라 전체에 탐사대를 파견했다.
목적은 황금가지 수색 및 발견이었다.
몇 달 간 치열한 수색을 지속했으나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심지어 사샤의 도움을 받아 동부대산림까지 이 잡듯이 뒤졌으나 황금가지는 없단다.
유론 시장이 다스리는 리앙과 카리나가 다스리는 북부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이쯤 해서 결론을 내렸다.
엘든 왕국에는 황금가지가 없다.
원래 있던 황금가지는 다 찾았고 추가로 황금가지를 찾으려면 외국으로 나가야만 한다.
천마도 이 의견에 동의했다.
-황금가지의 기운이 상당히 먼 거리에서 느껴진다.
수련을 하면서도 머릿속은 온통 외국으로 뜰 생각뿐이었다.
이 시점에 나태가 찾아와서 황혼교가 나를 포함한 가문 전체를 노리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만약 황혼의 공격에 대비하고자 후작령에 꽁꽁 묶여있어야 한다면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바로 위장이었다. 실제로 죽지 않았음에도 나의 죽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것.
“이러면 나태는 임무를 완수한 셈입니다. 황혼교가 후작령에 전력을 쏟지 않을 테니 세바스찬과 시온의 목숨도 살릴 수 있고요. 저 또한 실제로 죽지 않았으니 모두가 윈윈 아닙니까?”
나태가 턱에 손을 괴고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대로 모두의 요구조건을 충족하는 제안이다. 허나 너의 생존이 들통 나는 순간 더 큰 역풍으로 되돌아올 터. 이를 어찌 대처할 셈이냐?”
여기선 약을 조금 팔아야겠군.
“나태, 그 똑똑한 머리로 잘 계산해보십시오. 헤논이란 이름이 대륙에 퍼진지 고작 삼 년입니다. 벌써 저는 당신의 발끝까지 다다랐죠. 삼 년이 이 정도인데, 만약 십 년이 지난 후의 헤논은 어떻게 변해있을까요?”
약은 약인데 근거 있는 약이다.
지금 내 성장속도는 전무후무하다.
이 속도가 꺾이지 않는다면 소드마스터는 물론이고 그 너머를 바라보는 것도 가능하다.
과연 그때도 황혼교가 무서울까. 오히려 황혼교가 나를 두려워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이렇게 질문했고 나태는 바로 알아들었다.
“꽤나 그럴싸한 제안이군. 세바스찬만 동의한다면 난 상관없다. 교주께 널 죽였다고 전하지.”
“도련님, 그러실 필요까진 없습니다! 저희 부녀는 도련님을 위해서 악의 무리를 베어 넘길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세바스찬이 반대할 줄 알았다.
그래서 그를 위한 맞춤 대답도 준비해두었다.
“단순히 둘만 걸린 문제가 아닙니다. 황혼과 전면전이 벌어지면 죄 없는 영지민이 수없이 죽어나가겠지요. 저는 쓸데없는 희생을 막고자 결단을 내린 겁니다.”
영지민까지 걸었는데 세바스찬이 할 말이 있을 리 없다.
그가 한쪽 무릎을 꿇고 부복했다.
“제가 아둔하여 도련님의 큰 뜻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괜찮습니다. 집사장과 시온의 노고는 언제나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께 가서 오늘 일을 잘 전해주세요.”
나태의 방문은 격렬한 전투로 시작했으나 평범한 대화로 끝났다.
후작성으로 돌아가는 내 등 뒤에서 나태가 말을 걸었다.
“헤논 로이드. 궁금한 점이 있다.”
“무엇입니까?”
“우리 황혼교는 드루이드를 찾고 있다. 그리고 너는 드루이드지.”
“맞죠.”
“교주께서는 드루이드는 태어날 때부터 황금가지의 위치를 알 수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본교는 꾸준히 드루이드를 찾고 있었지. 특히나 황금가지를 모두 모으면 마왕님의 봉인을 풀 수 있다고 하셨는데 이게 사실인가?”
드루이드가 황금가지의 위치를 알 수 있다고?
그랬다면 여태껏 이 고생을 할 리 없다.
시작부터 일곱 개 후딱 찾아내고 수퍼 울트라 드루이드가 됐겠지.
무엇보다 황금가지는 마왕의 봉인을 푸는 열쇠가 아니라 천마의 봉인을 푸는 열쇠다.
마왕은 영면에 든 드래곤 카일이 봉인했으며 현재 나는 다음 세대 봉인지킴이인 코코를 키우는 상황.
이 모든 정보를 시시콜콜 전달할 순 없으니 사실만 추려서 간략하게 알려주었다.
“제가 드루이드고 현재 황금가지를 찾고 있는 것도 맞습니다만, 위치를 감지하는 능력은 없습니다. 또한 마왕의 봉인과 황금가지는 관련이 없습니다.”
나태는 의외로 쉽게 수긍했다.
“왠지 그럴 것 같았다. 교주가 거짓말을 했군. 왜 우릴 속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나도 이건 의외였다.
황혼교주가 몰라서 잘못된 명령을 내렸을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황혼교주쯤 되는 인물이 이런 정보를 잘못 알고 있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렇다면 교주는 어째서 황금가지와 드루이드에게 이토록 집착하는 걸까.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지금은 황혼교주의 속내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해서 고민할 때.
이 정도면 그동안 황혼교 내부에서 도와준 나태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다.
“헤논 로이드, 또 만날 일이 없길 바란다. 가족과의 약속이 아니었다면 넌 진작 내 손에 죽었어.”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다음에 또 만났을 때는 제 손으로 당신을 죽일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걱정하지 마라. 그럴 일은 절대 일어날 리 없을 테니.”
나태는 대륙 최고의 암살자답게 눈을 떴다 감았더니 사라져 있었다.
발자국 남은 풀잎만이 그녀가 이곳에 잠시 머물렀음을 어렴풋이 암시했다.
* * *
나태의 방문은 후작가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이후 내가 한 발언도 마찬가지.
공식적으로 죽은 사람이 되겠다는 발언에 로이드 후작이 격렬히 반대했다.
하지만 그 또한 거대 영지를 다스리는 군주였기에 결국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큰 결단을 내렸구나.”
“아닙니다. 저 하나 때문에 후작령이 타격을 입고 왕국까지 휘청인다면 이만한 손해가 어디 있겠습니까?”
“으음···”
일단 죽은 사람이 되었으니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위장신분이었고 로이드 후작 또한 나와 비슷한 생각을 떠올렸다.
“가짜 신분을 만들어야겠구나.”
“그렇습니다.”
“이번 기회에 왕족이 되어보는 건 어떠냐? 레베카 전하께서 도와준다면 가능할 듯도 싶은데.”
왕족이든 농노든 평민이든 색다른 역할을 맡는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미리 생각해둔 신분이 있었다.
시선을 끌지 않으면서도 여러 나라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으며 경제활동까지 가능한 신분.
“저는 모험가가 될 예정입니다.”
바로 모험가였다.
견문이 넒은 로이드 후작도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있는 말이다. 그러면 왕국을 벗어나서 제국 쪽으로 나가겠구나.”
“맞습니다.”
엘든 왕국은 소왕국이라 모험가는 거의 없고 있다해도 타국에서 넘어온 자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용병만 대다수인 이곳에서 모험가가 되려면 칼론 제국으로 넘어가야 했다.
“신분을 숨기고 활동하기는 제격이나 그만큼 제약도 많다. 특히 귀족과의 만남이 불편할 텐데 괜찮겠느냐?”
“듣기로는 높은 등급의 모험가는 준귀족 대우를 받는다 들었습니다만.”
“맞다. 실력만큼 인정받는 게 그 바닥이지. 고등급을 받는 게 가능하겠느냐?”
로이드 후작의 물음에 갸우뚱했다.
“혹시 칼론 제국은 드루이드 능력을 갖춘 익스퍼트급 검사가 길거리에 널렸나요? 그렇다면 높은 등급을 받는 게 힘들지도 모르겠군요.”
그제야 후작은 자기 아들이 얼마나 개사기 캐릭인지 인지한 모양이다.
이마에 손을 짚은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괜한 걱정을 했구나. 너라면 높은 등급을 받는 게 문제가 아니라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 게 중요하겠지. 늘 잘해왔으니 이번에도 잘하리라 믿는다.”
이후에 로이드 후작과의 대화는 당부의 말로 마무리되었다.
자주 연락하고 편지하고 안부를 전하고 등등.
저번 왕도행 때부터 연락이 뜸했기에 마땅히 들어야 할 잔소리였다.
몇 번을 다짐하고 나서야 겨우 풀려났다.
후작은 모험가로 위장할 나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겠다고 했으나 내 쪽에서 거절했다.
어차피 나도 돈은 많았고 유사시 지원병력은 수호군과 용병단을 합하면 자그마치 일만에 육박했다.
심지어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골드를 먹으며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었다.
대신에 로이드 후작뿐만 아니라 사샤와 라칸, 에이든, 레베카에게 가짜 죽음과 모험가 위장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
정말로 내가 죽은 줄 알면 곤란하니까 말이다.
편지 보내는 일은 시온이 제격이어서 그녀의 방으로 찾아갔다.
그런데 그녀가 또 없다.
침대 위에 편지 하나만 덩그러니.
이 여자가 갑자기 역마살이 꼈나.
봉투를 뜯고 내용을 확인해보았다.
[도련님, 자꾸 편지로만 인사를 드리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도련님이 이 편지를 받을 때쯤에는 저는 이미 칼론 제국으로 가고 있겠지요.제가 칼론제국으로 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보다 강해지기 위해서입니다.
최근에 참 고민이 많았습니다. 도련님은 나날이 강해지는데 나는 왜 제자리걸음일까. 이 사실이 저를 괴롭게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나태와 결투를 하고 깨달았습니다. 아직 한참 멀었구나. 강력한 힘을 위해서는 원수 같은 그녀에게서라도 배워야겠구나 싶었습니다.
나태는 제 친모이기도 하지만 아버지의 수제자이기도 합니다. 이미 스승을 넘고 대륙 최고의 암살자가 되었지요. 실력만큼은 확실하기에 그녀의 모든 기술을 빼앗고 흡수하겠습니다.
도련님 옆에 서기 부끄럽지 않은 하녀가 될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강해져서 돌아오겠습니다. -시온-]
“멋대로 가출하다니. 어이가 없군.”
나 때문에 나갔다니 할 말이 없다.
시온 정도 되는 인물이 나태를 따라나설 정도면 많은 고민을 했다는 뜻.
지금 달려가서 그녀를 붙잡아도 소용없을 것이다.
일단은 캠벨과 둘이 움직이기로 했다.
“뀨우우!!”
“그래. 너도 있지. 미안하다.”
호리병에서 나온 코코가 나와서 내 볼에 얼굴을 비빈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도 키워줘야 하는데.
용병과 달리 모험가는 몬스터를 상대할 일이 많으니 이참에 코코를 성장시키기로 했다.
“응?”
편지의 뒤집었더니 뒷면에 봉투가 하나 더 붙어있다.
뜯어서 내용을 추가로 확인했다.
[p.s 이건 나태가 알려준 정보인데 혹시 몰라서 알려드릴게요. 그녀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네가 찾는 건 신성국에 있다.’ 라고요.]뒤통수를 호되게 얻어맞은 듯하다.
이런 중요한 정보를 뒷면에 붙여놓다니.
하마터면 못 볼 뻔했잖아!
나태가 말한 ‘네가 찾는 것’은 황금가지를 뜻하는 게 틀림없었다.
신성국에 황금가지가 있다.
이러면 모험가가 되자마자 가야할 곳이 정해졌다.
‘서둘러 움직여야겠어.’
이번 황금가지만 모으면 벌써 4번째로 절반 이상을 모으게 된다.
여행짐을 싸는 내 손이 빨라졌다.
* * *
칼론 제국 동부
거점도시 갈라나흐
몬스터 서식지가 북부산맥에 몰려있는 엘든 왕국과 달리, 칼론 제국은 땅덩이가 넓어서 대륙 이곳저곳에서 몬스터가 출몰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제국에서도 방비책을 마련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모험가 길드였다.
길드에 소속된 모험가들은 몬스터 사냥, 던전 탐색, 유적지 조사, 때로는 단순노동 등에 투입되며 생계를 유지한다.
그중에서도 몬스터 사냥과 이에 따른 부산물 사업은 모험가의 주요 업무이자 인생역전을 위한 발판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상위 몬스터의 부산물은 잘만 팔면 수십에서 수백 골드를 호가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
10골드가 지방 4인 가구 1년 생활비라고 가정했을 때, 몬스터 사냥으로 얻을 수 있는 보상은 말 그대로 노다지였다.
물론 부작용도 있었다.
황금에 눈이 먼 몇몇은 검을 제대로 휘두를 줄도 모르면서 무모하게 모험가로 지원했다. 보통 이런 사람들은 몬스터의 한 끼 식사거리로 생을 마무리했다.
갈라나흐는 제국 동부의 거점도시로 엘든 왕국과는 상당히 가까운 거리였고 모험가 길드가 활성화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두 남자가 걸어가고 있었다.
한 남자는 산만한 덩치였다. 2m에 육박하는 키에 근육으로 가득 찬 신체, 험상궂은 얼굴은 보기만 해도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반면에 다른 한 남자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턱선이 굵은 얼굴. 큰 코가 인상적이었다. 미남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호남은 분명했다.
“캠벨, 얼굴 좀 펴라. 사람들이 무서워하잖아.”
두 사내의 정체는 나와 캠벨이었다.
로이드 후작을 비롯한 지인들에게 안부를 전한 후, 갈라나흐로 날듯이 달려왔다.
갈라나흐로 온 이유는 모험가로 등록하고 활동하기에 가장 용이하기 때문.
새로운 신분으로 활동하려면 외모도 바꿔야 하기에 현재 나는 얼굴을 바꾼 상태다.
여기엔 톰의 도움이 컸다.
내 편지를 받은 톰은 또 다른 고대의 유물을 보내주었는데, 저번 리앙에서 조합장 하만을 죽이고 사용했던 바로 그 유물이었다.
[고대의 유물] [위장 크림] [변하고 싶은 사람의 신체 일부분을 넣고 얼굴에 바르면 그 사람의 얼굴로 변신한다.]따라서 나는 영지 내에서 농노 한 명의 머리카락을 뽑아서 그의 얼굴로 위장한 상태였다.
특유의 녹안까지 바꿨으니 나를 보고 헤논이라 단정 지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험가가 되려면 모험가 길드를 방문해야 한다.
다행히 갈라나흐는 모험가들이 넘쳐나는 도시라서 길드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가장 큰 건물로 들어갔다.
내부는 왁자지껄했다.
가장 정중앙에는 커다란 게시판이 붙어있었는데, 못에 박힌 의뢰지로 가득 덮여있었다.
의뢰지의 색깔이 각각 다른 걸 보니 의뢰 등급에 따라 색깔이 다른 모양.
게시판 양옆으로는 버스터미널 매표소처럼 창구 너머에 있는 길드 직원들이 모험가를 응대하고 있었다.
나와 캠벨도 볼 일이 있어서 줄을 서고 기다리다가 창구 앞에 섰다.
예쁘장한 미녀 직원이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갈라나흐 모험가 길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어떤 일로 오셨나요?”
“모험가 등록을 하려고 왔다.”
“아하, 그러시군요? 신청서를 드릴 테니 신상정보를 최대한 자세하게 적어주세요. 특히 경력사항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적어주세요.”
신청서를 받고 각각 작성했다.
헤논 로이드라고 적을 수는 없으니 이름란에는 헤논 대신 새로운 가명 칸을 적어넣었다.
캠벨은 나보다는 덜 유명해서 정직하게 캠벨이라 적었다.
경력사항에는 푸른매 용병단을 적었다.
과거에 용병으로 굴러먹다가 모험가가 되기 위해 제국으로 넘어왔다는 설정이다.
어차피 확인할 사람도 없고 혹여 확인하더라도 단장인 라칸이 잘 말해주겠지.
“푸른매 용병단이셨군요?”
경력사항을 확인한 직원의 눈이 동그래졌다.
“무슨 문제있나?”
“문제라뇨. 오히려 좋아서 그렇죠. 푸른매 용병단은 요근래 이 근방에서 제일 유명한 용병단이잖아요.”
내 용병단이 언제 그렇게 됐지.
“그런가?”
“당연하죠! 푸른매 용병단이 봉급하고 대우가 좋다고 난리에요. 저희 길드 모험가 몇 분도 푸른매에 지원하겠다고 길드 탈퇴하셨는데, 칸님은 특이하게 반대로 오셨네요.”
“사정이 있어서.”
짤막하게 끊자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험가가 되려는 사람들은 각자마다 사정이 다 다르다.
이들의 뒷사정을 캐지 않는 것도 길드 직원들의 갖춰야 할 기본적인 소양이었다.
“신청 절차 완료되셨고요. 칸님과 캠벨님은 지금부터 브론즈 등급 모험가십니다. 등급을 올리시려면 의뢰 점수를 채우셔야 해요. 의뢰는 게시판에 있는 의뢰지를 가지고 저에게 오시면 됩니다.”
직원은 우리에게 종잇조각을 줬는데 거기에는 0/100이라고 적혀있었다.
의뢰점수가 영점이라는 이야기.
100점을 채우면 실버 등급으로 승급하나 보다.
“캠벨, 게시판으로 가보자.”
종이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게시판을 훑어보았다.
-브론즈 등급 의뢰-
[고블린 다섯 마리] 1점 [소형 마석 두 개] 1점 [코볼트 세 마리] 2점 [오크 두 마리] 5점심지어 이런 의뢰까지 있었다.
[건설 현장 도움] 1점 [고양이 찾아주기] 1점 [중앙광장 청소] 1점“브론즈 등급 모험가는 잡일꾼과 다를 바가 없군.”
“부단장.”
“칸이라고 불러라.”
“응···칸, 등급 올릴 필요 있어? 신성국으로 가야 한다며. 여기서 시간 끌지 말고 바로 신성국으로 넘어가자.”
캠벨의 말이 맞다.
높은 등급의 모험가가 되는 것도 좋지만 신성국에 있다는 황금가지 수색이 더 중요하다.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려는데···
“응? 자네들 신성국에 가려고?”
갑자기 웬 중년 사내가 우리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렇습니다만.”
“그러면 브론즈 등급으로는 어림도 없어.”
“어째서입니까?”
“신성국은 모험가에게 까다롭게 굴거든. 적어도 골드 등급 이상은 되어야 모험가 신분으로 신성국에서 활동할 수 있네.”
처음 안 사실이다.
골드는 찍어야 신성국에서 모험가 행세를 할 수 있다니.
이러면 계획 변경이다.
원래는 즉시 가려고 했는데 등급을 좀 올려야겠다.
게시판을 스윽 훑다가 마침 눈에 띄는 의뢰가 있었다.
-다이아 등급 의뢰-
[마수의 숲에서 아울베어 코어 열 개 수집하기] 점수 1000점.“···저게 딱 좋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