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ilure Marquis is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32)
후작가 망나니가 천재임-132화(132/200)
17장 가짜 : 엉덩이 망나니
성녀가 신성국으로 가기 싫다니.
예상 외 상황이다.
“어째서지?”
“왜냐하면···신성국에서 몰래 도망쳤거든요.”
이후 메리안의 설명은 이러했다.
어렸을 적부터 막대한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성력을 뿜어낼 수 없었다.
자신이 특별하다는 걸 들키는 순간, 병사들이 와서 잡아가기 때문에.
“많은 언니들이 성당으로 끌려갔어요.”
신성력을 조금이라도 쓸 수 있는 젊은 여인은 어김없이 잡혀갔다고.
풀려난 사람은 오로지 극소수.
미미한 신성력을 발할 때만 풀려났단다.
평균 이상의 신성력을 다루는 소녀는 돌아오지 못했다.
“강제로 체포된 여인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는 건가?”
“그렇죠. 일단 잡혀가면 없는 사람이 되어버려요. 저희 사이에서도 쉬쉬하죠.”
메리안의 신성력은 파도처럼 흘러넘치는 수준. 그녀는 평생을 숨어다녔다고 고백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제가 발생했다.
메리안의 가장 친한 친구가 크게 다쳤길래 신성력을 사용해서 치료해줬다.
문제는 치료 과정에서 그녀가 뿜어내는 신성력이 엄청나게 성스러웠달까.
이를 목격한 이웃들이 일제히 수군댔고, 신고 포상금에 눈이 먼 누군가가 메리안을 성당에 고발해버린 것이다.
“저런.”
“다행히 지인의 도움으로 병사가 들이닥치기 전에 도망쳤어요.”
머무를 곳이 없어진 메리안은 머리를 깎고 남장을 했다.
그리고는 신성국을 나가는 상행마차 틈바구니에 몸을 숨겼다.
천신만고 끝에 갈라나흐에 도착했다.
여전히 마음을 놓지 못했다.
외국에도 신성국의 끄나풀은 있었고, 신성력을 발하는 순간 사제나 성기사가 찾아올 수 있었기에.
따라서 그녀가 선택할 만한 직업은 정체를 숨기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모험가뿐이었다.
등록한 후 1점짜리 잡일로 푼돈을 벌며 생계를 유지했다는 이야기를 듣자 기가 막혔다.
듣다보니 불쌍한 인생이었다.
도대체 이 소녀가 무슨 죄가 있길래.
“신성국에 문제가 많군.”
오히려 제국이나 왕국보다 더하다.
이곳에도 평민이나 서민을 장난감이나 노예 취급하는 쓰레기 귀족은 많았다.
당장 힐튼 가문만 해도 그랬고.
반면에 벨라누스 신성국은 느낌이 달랐다. 영지 단위가 아니라 나라 단위로 미쳐 돌아가는 듯했다.
그런데 반기도 못 든다.
모든 건 ‘신’의 뜻이니까.
그 한마디로 무논리가 기적의 논리가 되어버린다.
“메리안, 너는 성녀를 본 적 있나?”
“레플리님 말씀이신가요?”
“그래.”
“먼발치에서 한 번 봤어요.”
“어떤 느낌이었지?”
성녀 레플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메리안의 얼굴에 두려움이 서렸다.
“그게···”
“말해라. 듣고 있다.”
“불경해서 말씀드리기가 곤란해요.”
“아직도 나를 모르는군. 당장 네가 벨라누스를 욕해도 난 상관없다.”
“그러지 마세요! 벨라누스님은 정말 아름답고 따뜻한 분이세요!”
아, 맞다.
이녀석 성녀였지.
무례를 범할 뻔했다.
“아무튼 나는 레플리가 궁금하다. 그 여자를 본 네 느낌은 어땠어?”
“그게···그게···”
“네 느낌을 솔직하게 말해.”
한참을 뜸들이던 메리안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가짜···같았어요.”
“정말이야?”
“저도 몰라요. 그냥 그렇게 느껴졌어요. 전혀 성스럽지 않았어요. 오히려 음습했달까요.”
메리안은 시스템이 인증한 성녀다.
자연에서 드루이드의 감각이 정확하듯, 이 분야에서는 그녀의 감각이 가장 확실하다.
“마수의 숲지기와 비슷했나?”
“아뇨. 정확하게 표현은 못하겠는데 더 심해요.”
“어떤 식으로?”
“풍기는 냄새요. 차라리 똥내가 향긋하게 느껴질 정도의 악취가 그분에게서 났어요.”
메리안이 눈물을 글썽거린다.
“제가 나쁜 거겠죠? 벨라누스님은 늘상 괜찮다고 하시는데 왠지 저는 제가 나쁜 사람 같아요.”
보통 사람은 벨라누스님과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지도 못할 텐데.
메리안은 자신이 얼마나 특별한지 자각이 필요해 보인다.
긴 시간 끝에 메리안을 설득했다.
그녀는 자신이 특별하다는 사실을 간신히 깨달았다.
성녀라는 말에는 여전히 부정했다.
“그럴 리가 없어요.”
“악마가 네가 성녀임을 말해줬다.”
“사악한 존재의 속삭임일 뿐이에요.”
“나도 네가 성녀라 생각한다.”
“절대 그럴 리 없어요.”
“네 몸에는 막대한 신성력이 흐른다. 성녀가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지.”
“벨라누스님과 친해서 그분께서 약간의 은혜를 베풀어주셨어요.”
“보통은 그렇게 친해질 수가 없다니까?”
아무튼 메리안이 벨라누스 신성국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정말인가요? 제가 동행하면 성당에 잡혀간 언니들을 도와줄 건가요?”
“물론이다. 내 힘이 얼마나 강한지는 마수의 숲에서 똑똑히 봤겠지. 그녀들을 성당에서 빼내주겠다.”
사실 메리안을 모른 척해도 괜찮다.
내 목적은 황금가지 수색과 확보.
성녀를 도와주는 건 논외다.
그래도 그녀를 도와주기로 했다.
드루이드의 직감이 그녀를 도와줘야 한다 외치고 있으니까.
게다가 난 갚아줘야 할 빚이 있었다.
저번 부마간택식에서 성녀가 나를 악마에 씌인 자로 몰아가지 않았던가.
만약 그때 성기사 요한을 상대하지 못했더라면 그대로 배드엔딩이었다.
내가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 엿을 좀 먹여줘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 * *
벨라누스 신성국.
입국심사장.
거대한 성문을 앞에 두고 수많은 인파가 질서정연하게 서 있다.
모두가 입국 희망자였다.
제국이나 왕국과 달리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은 없었다.
엄격하고 경직된 분위기가 신성국다웠다.
성문 앞에 선 사람은 사제였다.
비대한 몸집으로 뒤뚱거리는 그의 정수리가 훤했다.
탈모 말기. 가망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얼굴을 잔뜩 구긴 채 입국 심사자들을 맞이했다.
“벨라누스님께 찬양을!”
“벨라누스님께 찬양을!”
“형제님께서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저희 지방 특산품을 신성국에 팔러 왔습니다.”
허리를 90도로 굽힌 상인이 두 손을 싹싹 빌었다.
그런 상인을 바라보는 사제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버러지 같은 놈이군.’
머리털과 함께 자존심도 같이 빠지는 그가 유일하게 자존감을 찾는 순간이다.
“마차를 수색해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입죠!”
사제가 고개짓을 까딱했다.
백색 갑옷을 입은 병사 둘이 마차 안으로 들어가서 짐을 들췄다.
상인은 아무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당연히 검사를 통과할 거라 여긴 모양이다.
하지만 세상사는 그리 간단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이게 무엇인가!?”
병사가 들고 나온 건 바로 담뱃잎.
요새 칼론 제국에서 유행하는 담배를 재배할 수 있는 잎사귀였다.
뜬금없이 나온 담뱃잎에 상인의 얼굴이 삽시간에 창백해졌다.
“이게 대체 어찌된···”
“허허!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 저희 신성국이 담배를 엄격히 금지한다는 걸 모르셨습니까?”
“아닙니다! 저는 그저 감귤을 팔러온 보부상입니다. 갑자기 담뱃잎이 왜 나온단 말입니까?”
“그건 벨라누스님만이 아시는 일이겠지요. 형제께서는 신성국에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상인이 무릎을 털썩 꿇는다.
“제발 한 번만 봐주십시오. 감귤이 무려 열 광주리입니다. 일 년 내내 피땀 흘려 농사를 지었고요. 신성국에 팔지 못하면 제국까지 가야 하는데 가는 길에 전부 썩어버립니다.”
눈물을 글썽이는 상인을 내려보는 사제의 입가에는 비열한 미소가 걸려있다.
“이것 참 곤란하군요.”
“제발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뭐···사람은 누구나 실수하는 법이니까요. 벨라누스님은 언제나 용서와 관용을 강조하시죠.”
슬쩍 살 길을 열어준다.
그러면서 한쪽 손에 엄지와 검지를 맞대 동그라미를 그렸다.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는 명확하다.
그제야 상인은 깨달았다.
애초에 자신의 마차에 담뱃잎 따윈 없었다는 것을.
그저 자신이 내야할 돈을 내지 않아서 이런 사달이 벌어졌을 뿐.
‘신을 모시는 사제라는 것들이 하는 짓이 치졸하기 짝이 없구나.’
몸을 부르르 떨며 가슴 속에 주머니 하나를 꺼낸 상인이 사제에게 건넸다.
번개같이 주머니를 낚아챈 사제.
이후로도 요지부동이다.
“사제님 어째서···성의 표시는 했잖습니까?”
“글쎄요. 벨라누스님께서는 아직 배가 고프시답니다.”
“이런 날강도 같은!!”
“어허, 이렇게 저와 실랑이할 시간이 있으십니까? 그동안 귤이 상하겠습니다.”
결국 상인은 거금을 뜯기고서야 입국이 허가됐다.
상인은 감귤을 모두 팔더라도 본전이나 겨우 찾겠지.
그래도 더 큰 손해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사제의 횡포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상인들은 거금을 뜯기고 일반인들도 뇌물을 바쳐야 허가가 나왔다.
빈약한 머리털을 만지작거리던 사제는 빵빵해진 호주머니를 보고 히죽 웃었다.
‘바로 이 맛이지.’
모두가 자신에게 굽실거린다.
속에서 쾌감이 느껴졌다.
더욱 괴롭히고 싶었다.
내가 얼마나 영향력 있는 사람인지 벌레들의 머릿속에 똑똑히 각인시키고 싶었다.
“으응?”
이번 입국 희망자는 여성이었다.
신성국에 여성 입국 희망자는 흔치 않다.
젊은 사람은 더욱이.
사제의 눈동자에 음욕이 일렁였다.
“자매여, 무슨 일로 왔는가.”
“홀로니움 대성당에 가고 싶습니다.”
가끔 이런 독실한 신도가 있다.
외국에 사는 벨라누스 교인이 성지 순례를 위해 찾아오는 경우.
사제가 아주 좋아하는 케이스였다.
“자매여, 성지는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습니다. 오로지 벨라누스님께서 허락하신 분에 한해서만 가능하죠.”
“제가 다니던 성당에서는 누구나 홀로니움에서 벨라누스님을 마주할 수 있다고 하셨는 걸요?”
“잘못 아셨군요. 정말로 신을 열망하는 자에게만 허락된 축복입니다. 자매님은 돌아가십시오.”
“무려 일 년을 걸어서 여기까지 왔어요. 벨라누스님을 영접조차 못하고 돌아가다니, 그건 너무 슬프잖아요.”
걸려들었다.
사제의 입꼬리가 재차 비틀렸다.
“원래는 안 되지만, 자매님의 상황이 워낙 딱하니 소정의 대가만 받는다면 특별히 봐 드리겠습니다.”
사제의 더러운 손가락이 꼼지락거리며 여인의 몸쪽으로 다가갔다.
그제야 사제가 뭘 원하는지 깨달은 여인이 경악했다.
“어떻게 신을 모시는 사제가 이럴 수 있죠!?”
“싫으면 돌아가세요.”
여인이 수치심에 몸을 부르르 떤다.
성지조차 순례하지 못한다면 왕복 이 년을 날린 셈이다.
결국 그녀가 얌전히 몸을 세웠다.
“흐흐흐, 진작 그럴 것이지.”
사제의 추악한 손길이 여인에게 가까워졌다.
손가락 끝이 둔부에 닿기 직전.
어디선가 날아온 손이 사제의 손목을 덥석 낚아챘다.
“응?”
사제의 얼굴에 음영이 드리웠다.
고개를 든 그가 대경하여 펄쩍 뛰었다.
눈앞에는 턱수염이 나 있고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키 큰 사내가 씩 웃고 있었다.
바로 칸으로 변장한 헤논이었다.
헤논에게서는 무형의 기세가 뿜어져 나왔는데,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고 오금이 저렸다.
“기왕 만질 거면 내 걸 만져.”
사제의 손이 강제로 남자 엉덩이로 향했다.
“싫어! 싫다고!”
“괜찮아. 내 것도 생각보다 부드러워.”
근육으로 물샐틈없이 꽉 찬 엉덩이.
더럽게 딱딱했다.
사제는 당장에라도 집으로 돌아가서 손을 씻고 싶었다.
물론 갑자기 난입한 미친 망나니를 손봐주는 게 먼저다.
“네놈은 누구냐! 누구길래 감히 벨라누스님의 영역에서 이런 무례를 범하는가?”
“평범한 모험가다만.”
“모험가?”
사제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방금 저지른 헛짓거리는 귀족이어도 수습이 불가할 정도.
떠돌이 모험가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도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다.
그 전에 혹시 모르니 등급만 확인해본다.
“신성국은 골드 등급패 이상 모험가만 입국할 수 있다. 너는 골드 등급 모험가인가?”
“아닌데?”
플레부터는 조금 골치 아파진다.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으니.
그래도 괜찮다.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성기사들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플레등급 모험가인가?”
“아니야.”
고개를 가로젓는 의문의 모험가.
이쯤 되자 사제는 살짝 불안해졌다.
다이아 등급부터는 엄청난 실력자고 교단 본부에서도 우대하라는 지침이 따로 내려왔다.
“설마 다이아···십니까?”
제발 아니여라. 제발 아니여라.
“아니다.”
사제의 얼굴이 활짝 폈다.
골드, 플레티넘, 다이아도 아니란다.
그러면 브론즈나 실버란 이야기.
한마디로 겉만 번지르르한 허풍쟁이란 의미다.
당장 사지를 부러트려 놈이 엎드려 비는 꼴을 보지 않고는 분이 안 풀릴 것 같았다.
“저놈 잡아서 내 앞에 무릎 꿇려.”
뒤에 서 있던 성기사 둘과 병사 열 명이 놈에게 달려들었다.
사제는 콧수염을 만지작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놈은 눈물콧물 쏟으며 자비를 구걸하게 되리라.
그렇게 믿었다.
기사와 병사 열댓이 일분도 못 버티고 죄다 쓰러지기 전에는.
“뭣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잠깐 눈을 떴다가 감았더니 상황이 끝나있었다.
어느새 코앞에 당도한 헤논.
겁 먹은 사제가 뒷걸음질치며 바락바락 악을 지른다.
“넌 선을 넘었다. 벨라누스님께서 결코 너를 용서치 않을···커헉!!”
멱살 잡힌 사제가 허공에 둥실 떠올랐다.
그때야 사제는 난동 부린 모험가의 눈을 처음으로 제대로 바라보았다.
눈동자 속에는 요요한 광기가 가득했다.
저놈은 결코 멈출 생각이 없었다.
“감히···브실 등급 모험가 주제에···넌 이제 죽었다. 성기사들이 널 용서치 않을 것이다.”
“아까부터 이상한데, 왜 나를 브실이라고 하는 거지?”
“넌 골드도 아니고 플레도 아니고 다이아도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 브실 밖에 더 있겠느냐?”
“사고가 참 단순하군.”
사내가 품속에서 등급패 하나를 꺼냈다.
화려한 휘장이 음각된 등급패의 색은 보라색.
사제가 머리털 나고 머리털 빠질 동안 처음 보는 색깔의 인장이었다.
하지만 소문으로 들어서 알고 있었다.
저것이 무엇을 뜻하는 등급패인지는.
단지 믿을 수가 없었다.
“설마···오리하르콘···”
“궁금하네. 신성국은 과연 입국심사장이나 지키는 일반사제 한 명을 우대할까. 대륙에 몇 없는 오리하르콘 모험가를 우대할까. 한 번 시험해보자고.”
“자, 잘못했습니다!”
“이미 늦었어.”
압도적인 폭력의 향연.
눈앞이 번쩍하고 아찔한 통증이 덮쳐온다.
그제야 사제는 사람을 제대로 잘못 건드렸음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