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ilure Marquis is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50)
후작가 망나니가 천재임-150화(150/200)
18장 인어 : 최약체 망나니
이곳은 해저도시.
바다 밑에 존재하는 세상이다.
당연히 어인족만 있을 줄 알았건만.
어째서 같은 인간이 있을까.
“고생하셨습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군요. 저희 부족 영역으로 넘어오셔서 천만다행입니다.”
“당신은 누구시죠.”
“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날쌘바람 부족장 케빈이라 합니다.”
“부족장이셨군요.”
“네, 우선은 돌아가서 이야기 나누시지요.”
케빈은 우리를 부족으로 안내했다. 한 시간 정도 숲을 걷자 마을이 나타났다.
확실히 지상 마을과는 확연히 달랐다.
건축물이 각자 개성이 넘쳤다.
특히나 지붕에 공을 들였다.
뾰족한 첨탑 지붕, 둥근 돔 형태 지붕, 삼지창 지붕 등.
천편일률적인 지상에 비해 다양한 모양이라 눈길을 끌었다.
“신기하죠? 저도 처음에 왔을 때는 놀라서 자빠질 뻔했습니다.”
“원래 이곳 사람이 아닙니까?”
“물론입니다. 제 외모가 어인과는 거리가 멀지 않습니까? 저도 지상에서 태어났습니다.”
“어쩌다 이곳에 오셨습니까?”
“본래는 학자였습니다. 풍랑을 만나 배가 침몰했지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곳이었습니다.”
“저런, 고향이 많이 그립겠군요.”
“벌써 30년 전 일입니다. 지금은 어인족 여인을 만나 결혼도 하고 아들딸 낳아서 행복하게 살고 있지요. 허허허.”
부족장 케빈의 집에서 차를 대접받았다.
끓는 물에 해초를 우려낸 차였다.
혹시 소금을 타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괜한 기우였다.
“그나저나 저희를 쫓던 부족은 누구였습니까? 마치 철천지원수처럼 쫓던데요.”
상대편 부족 이야기를 꺼내자 케빈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그들은 강철심장 부족입니다.”
이어지는 케빈의 설명은 이러했다.
해저도시는 크게 다섯 구획으로 나누어져 있단다. 정중앙 포세이돈 시티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구역.
수도를 제외한 지방은 여러 부족이 흩어져 있는데, 강철심장 부족은 북부에서 가장 강성한 부족이라고.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매우 호전적이고 타부족에 대해 지배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말이었다.
“그들은 식인을 즐깁니다. 얼마나 많은 식인을 했느냐가 곧 훈장이지요.”
“꽤나 독특한 풍습이군요.”
“덕분에 주변은 죽어나갑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부족 내에 사육장을 만들었더군요.”
“거기에 사람들을 가둬놓고 잡아먹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강철심장 부족을 이야기하는 케빈의 얼굴에는 혐오감과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들에게 시달린 기간이 상당히 긴 듯했다.
“무거운 이야기는 이쯤 하겠습니다. 저희 날쌘바람 부족은 지상인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마음 편히 지내십시오.”
이후 며칠간 부족에서 생활했다.
날쌘바람 부족은 케빈의 호언장담대로 외지인에게 무척 친절했다.
지상인이라고 차별도 없었다.
순박한 시골 사람들 그 자체였다.
오르네오는 이곳에서 적어도 한 달간 머물자고 부탁했다.
그는 우리 중에서 제일 들떴다.
매일 마을을 쏘다니며 이것저것 알아보고 다양한 어인족과 대화를 나눴다.
다음으로 즐거워한 사람은 캠벨이었다.
캠벨은 다른 의미로 신이 났는데, 색다른 해산물 요리 때문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었다니, 인생의 절반을 손해 보고 살았군!”
시온은 케빈의 딸과 친해졌다.
그녀의 이름은 제인으로, 인간과 어인의 피가 반반 섞인 혼혈이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굉장한 미인이었다.
시원하게 뻗은 팔다리와 이목구비 뚜렷한 얼굴, 반짝이는 지느러미가 미의 방점을 찍었다.
두 여인은 매일 붙어 다니며 수다를 떨었다.
반면에 나는 마을을 지키는 전사들에게 흥미가 생겼다. 매일 훈련장으로 가서 그들의 훈련 과정을 지켜보았다.
어인족은 기본적으로 기골이 장대했다.
지상에서 항상 커 보였던 캠벨이 이곳에서는 평균 신장이었다.
게다가 근육에 탄력이 넘치고 균형감각 또한 우수했다.
똑같은 훈련을 해도 효과가 훨씬 탁월했다.
훈련을 직관하면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어인족도 정예 전사는 마나를 다뤘다.
다만 아르니아 대륙인처럼 초록마나를 쓰진 않았다.
대신에 푸른마나를 사용했다.
“좀 더! 더 휘둘러라!”
“할 수 있다! 포기하는 순간 끝이야.”
“너희가 흘리는 땀방울이 곧 부족의 안전이다.”
“쉴 틈이 없다. 밀집대형으로!!”
훈련지휘관은 목청이 터져라 외쳤다.
전사들도 비 오듯 구슬땀을 흘렸다.
누구 하나 게으른 자가 없었다.
마치 전시상황에 놓인 군인 같았다.
“응? 저 어인은 누구지?”
훈련장 구석.
전사 하나가 묵묵히 창을 휘둘렀다.
검날에 은은히 섞인 푸른마나로 보아하니 상당한 실력자였다.
저 어인만 열외해서 훈련하고 있으니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다른 전사들도 치열하게 훈련하는 와중에 구석에 있는 전사를 연신 힐끔댔다.
저러니까 괜히 더 궁금해진다.
혼자 있는 전사에게 슬쩍 다가가 물었다.
“말씀 좀 묻겠습니다.”
“······”
“저기요?”
“······”
“내 말이 안 들리나?”
세 번째 질문 만에 전사의 창이 멈췄다. 그는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짧게 한마디를 던졌다.
“꺼져라.”
날쌘바람 부족에 온 이후로 처음 받아보는 냉대였다.
더 대화를 시도했다간 불필요한 시비에 휘말릴까봐 물러났다.
“휴식 시간이다. 잠시 쉬도록!”
드디어 훈련이 멈췄다.
전사들은 땅바닥에 창을 내던지고 드러누웠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들의 흉부가 크게 상하운동을 했다.
모두가 한숨 고르는 와중에도 나에게 욕설을 날린 전사는 계속해서 창을 휘둘렀다.
지금 보니 손아귀가 찢어져서 붕대가 피로 물들었고, 피곤함을 이기지 못한 입술이 죄다 터져있었다.
저 어인에게 또 갔다가는 퇴짜 맞을 것 같아서 이번엔 쉬고 있는 훈련교관에게 접근했다.
“말씀 좀 묻겠습니다.”
“예, 물어보십쇼.”
다행히 교관은 친절했다.
“저쪽에 있는 전사는 누구입니까? 굉장히 열심히군요.”
“아! 테오도르 말이군요.”
“테오도르?”
“예, 부족장님 아들입니다.”
케빈의 아들이었구나.
케빈의 딸 제인과는 남매 사이겠군.
“왜 저리 열심히랍니까? 조금 쉴 만도 한데요.”
“원래 성실하기도 하거니와, 일주일 후 열리는 북부연맹 무도대회 참가자여서 그렇습니다.”
북부연맹 무도대회.
북부 부족 정예 전사끼리 모여서 강함을 겨루는 대회.
우승팀이 속한 부족은 엄청난 포상을 받는다.
심지어 최우수자는 수도로 차출되어 인어왕 직속부대로 근무하는 영광을 누린단다.
“재미있는 대회로군요.”
“상위권 부족에겐 그렇지요. 하위권 부족에게는 피도 눈물도 없는 대회입니다.”
“어째서입니까?”
“20년간 단 한번도 우승을 못한 부족은 왕가 측에서 쓸모가 없다고 판단, 강제로 해체시킵니다.”
“잔혹하군요.”
“그리고 저희 날쌘바람 부족은 현재 19년째 우승기록이 없습니다. 올해가 마지막이지요.”
올해 우승을 못하면 부족이 공중분해 되다니.
충격적인 소식이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테오도르님은 저희팀 에이스로 역대급 천재시거든요. 북부에서 이분보다 강한 전사는 없습니다.”
훈련교관은 테오도르를 맹신하는 기색이었다.
교관뿐만이 아니었다.
우리의 대화를 듣던 전사들 또한 테오도르에게 신뢰의 눈빛을 보냈다.
과연 테오도르 본인도 전사들과 동일한 생각일까.
훈련장 산책을 마치고 정해진 숙소로 돌아왔다.
마침 일행 전부가 모여있었다.
“도련님.”
“무슨 일이지?”
“혹시 무도대회에 대해서 들었습니까?”
“듣고 온 참이다.”
“아무래도 날쌘바람 부족은 곧 멸족할 것 같습니다.”
시온은 족장의 딸 제인과 대화를 나눴다.
테오도르의 강함을 믿으며 낙관적인 전사들과 달리, 제인은 사태를 부정적으로 보았다.
“최근 강철심장 부족과 날쌘바람 부족 사이가 틀어졌는데, 그게 자신 때문이라더군요.”
아름다움이 화를 불러온 케이스인가.
헬레네가 트로이 전쟁을 불러온 경우와 비슷했다.
강철심장 부족장 아들이 그녀에게 치근덕댔는데 거절한 게 화근이라고.
“왜 받아들이지 않았지?”
“평판이 안 좋았답니다. 이 여자 저 여자 집적대고. 주변 사람 폭행하고. 대충 옛날 도련님 생각하시면 됩니다.”
과거의 나와 비슷하다라.
본의 아니게 시온의 광역딜에 맞았다.
심지어 여인을 희롱한 적은 없었는데 말이야.
어쨌든 무슨 말인지 이해는 갔다.
“헤어지기 전에 강철심장 부족장 아들이 이렇게 말해다더군요. ‘수도에서 파견될 관리관까지 우리 편이다. 또한 외부에서 초고수를 섭외할 예정이야. 너희 부족은 끝났다.’ 라고요."
그 말대로라면 정말 승산이 희박하다.
옆에서 파이프를 물고 담배를 피우던 오르네오가 끼어들었다.
“날쌘바람 부족에게는 안타까운 일이구나. 허나 냉정하게 판단하면 상관할 바가 아니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여행자. 인어왕의 보주와 황금가지가 최우선 과제임을 기억해야 한다.”
보통 때라면 오르네오의 말이 동조하겠지.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의견이 달랐다.
우승자에게 내려질 특전 때문이다.
훈련교관에게 듣기로 무도대회 MVP는 인어왕의 직속 부대가 된다고 했다.
그 말은 수도에서도 가장 최심부로 간다는 의미인데, 그곳에 인어왕의 보주와 황금가지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차분히 멀린의 기억을 되새겨 보았다.
그는 해저도시에 떨어지자마자 수도에 위치한 사원을 찾아서 크라켄을 굴복시켰다.
특별히 외곽으로 빠지거나 지방을 방문하진 않았다.
그렇다면 황금가지도 멀린이 다녀갔던 포세이돈 시티에 있을 가능성이 제일 높았다.
인어왕의 보주도 마찬가지다.
보물 이름 자체가 ‘인어왕의 보주’다.
당연하게도 가장 큰 도시부터 뒤지는 게 정석이다.
혹시 왕궁에 있다면 무도대회 우승자 신분으로 잠입하는 방법이 가장 자연스러웠다.
무엇보다 날쌘바람 부족 사람들은 항상 친절한 데다가 순박하고 착했다.
사람을 가둬놓고 식용으로 사용하는 강철심장 부족과는 비교하기가 미안한 수준이다.
남의 집안일에 나설 정도로 오지랖이 넓진 않지만, 그 집안일이 내 계획에 도움이 된다면 겸사겸사 도와주는 것도 괜찮을 듯 싶었다.
이런 부분에 관해 오르네오에게 말했더니, 현자도 납득하는 기색이었다.
“좋은 생각일세. 한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우리 같은 이방인이 날쌘부족을 대표해서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느냔데···”
말꼬리를 흐릴 때쯤.
바깥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방문자는 부족장 케빈이었다.
무슨 일로 찾아온 걸까.
평상시와 달리 표정이 어두웠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신경 써주신 덕분에요. 친절과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저 또한 처음 해저도시에 떨어졌을 때, 날쌘바람 부족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지요. 똑같이 해드렸을 뿐입니다.”
대화가 끊긴 후 케빈은 한참 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입맛만 다시며 망설이기를 여러 차례.
결국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문밖으로 나섰다.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잠시만요.”
나가려는 부족장을 붙잡았다.
“용건이 있으십니까?”
“용건은 제가 아니라 부족장님이 있으실 텐데요.”
넌지시 넘겨짚었다.
속내를 파악 당한 케빈이 한숨을 내쉬며 다시 들어왔다.
“완전히 들켜버렸군요. 맞습니다.”
“무도대회 때문입니까?”
“!!!”
귀신이라도 본 표정이다.
“뭘 그리 놀라십니까? 마을 몇 바퀴 돌면 다 알아낼 정보인데요.”
“휴···맞네요. 사실 그렇습니다. 저희는 무도대회에 출전해야 하는데 테오도르를 제외하고는 마땅한 선수가 없습니다.”
테오도르가 강하다고는 해도 일당백은 아니다.
대회 자체가 여러 선수가 번갈아서 출전해야 하는 만큼 체력 안배도 중요하다.
현재 날쌘바람 부족은 사실상 테오도르 원맨팀이고, 혹시라도 테오도르가 다치거나 사망할 경우 대체자가 없다는 말이었다.
“여러분이 강철심장 부족에게 쫓기는 장면을 봤습니다. 수백 명에게 추격당하는 와중에도 침착하시더군요. 지상에서 무슨 일을 하셨는지는 몰라도 절대 범상치 않은 분이라 확신했습니다.”
부족장 케빈이 넙죽 엎드렸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이번에 우승하지 못하면 저희 부족은 산산조각 납니다. 몇몇 부족원은 강철심장 부족원에 팔릴지도 모르지요. 부디 테오도르를 도와 무도대회에 참가해 주십시오.”
무도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어떻게 부족장을 구슬릴까 고민했는데.
정말이지 굴러 들어온 떡이다.
심지어 저쪽에서 먼저 부탁했으니 생색까지 낼 수 있다.
기분 좋게 승낙하려 할 때.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더니 땀에 젖은 전사 하나가 나타났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전사는 케빈의 아들 테오도르였다.
“아버지! 이게 무슨 짓입니까? 왜 이방인에게 고개를 숙이세요!?”
“너도 인사해라. 우리를 도와줄 귀인들이시다.”
“저희 날쌘바람 부족은 약하지 않습니다! 저런 이방인 따위에게 도움받지 않아도 충분히 우승한다고요!”
“어떻게 그리 자신하느냐? 강철심장 부족이 무슨 얄팍한 수를 쓸지 모른다. 포세이돈 시티에서 강한 고수를 초빙했다는 소문도 있어.”
“괜찮습니다. 전부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외지인의 힘을 빌린다면 이는 종족의 수치입니다. 애초에 어인의 피가 흐르지 않는 자들이 강할 리 없잖습니까?”
씩씩대는 테오도르.
충격받은 표정의 케인.
테오도르도 실수를 인지했는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너에게도 반절은 인간의 피가 흐른다. 그러면 너는 여태껏 아비를 부끄럽게 여겼더냐?”
“맹세코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인간이 어인보다 약한 건 사실이지 않습니까?”
더는 못 들어주겠다.
일단 끼어들었다.
“자자, 부자싸움은 거기까지 하시지요. 여기는 저희 숙소입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테오도르가 케빈을 일으켜 세웠다. 우리 쪽을 향해 고개를 살짝 까딱거렸다.
“실례가 많았다. 오늘 대화는 못 들은 셈 쳐라. 적어도 무도대회가 시작하기 전에는 마을을 떠나줬으면 좋겠군. 너희를 위해서 해주는 조언이다.”
케빈을 끌고 나가려는 테오도르.
그의 등 뒤에 대고 말했다.
“잠깐.”
테오도르가 걸음을 멈췄다.
“무슨 볼일이 남았나?”
“볼일까진 아니고. 한가지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겠다 싶어서.”
“뭘 짚고 넘어간다는 거지?”
“아까부터 혼자서 적을 물리친다느니, 부족의 유일한 희망이라느니, 영웅병에 걸린 것 같아서 하나 말해줄게.”
심호흡을 하고 말을 이었다.
“부족장님 제외하고, 여기서 네가 최약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