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ilure Marquis is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57)
후작가 망나니가 천재임-157화(157/200)
19장 유적 : 찾아낸 망나니
포세이돈 시티 뒷골목.
겉으로 볼 때 깔끔하고 정돈된 도시의 이면에는 좀체 드러나지 않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
이는 마치 동전의 뒷면과 같았다. 범죄와 향락이 만연하고 일차원적 욕구에 미쳐버린 자들이 대다수다.
해파리에서 채취한 마약을 탐하는 중독자들. 소상공인을 갈취해서 먹고 사는 건달들. 몸을 팔며 사기치는 여인들. 어인의 신체를 사고파는 인육업자들.
다른 어느 장소보다도 힘의 논리가 우선시된다.
도살자 형제의 첫째는 그 장점을 아주 잘 이용한 어인 중 하나였다.
어인 중에서도 압도적인 거구와 이마에 우뚝 솟은 뿔은 보기만 해도 위협적이었으며,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비상한 지능은 그가 이 골목을 주름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었다.
그런 외뿔은 최근 기분이 매우 저조했다.
어렸을 적부터 같이 온갖 범죄를 저질러오던 둘째 혹부리와 셋째 애꾸눈이 북부 구역에 산책을 나갔다가 참사를 당했기 때문이다.
“제기랄! 재수가 없으려니.”
이미 일차 복수는 완료했다.
주제도 모르고 계약 운운한 강철심장의 애송이는 팔다리를 찢어놓았고, 이후에도 그쪽 부족의 몇몇을 납치해서 잘 다진 고기로 만들어버렸다. 지금 식탁에 올라온 고기도 강철심장 부족 어인이었다.
그럼에도 외뿔은 갈증을 느꼈다.
정작 자신에게서 둘째와 셋째를 앗아가 버린 인간 놈이 대놓고 포세이돈 시티를 활보하고 있기에.
마음 같아서는 인력을 동원해서 당장이라도 담가버리고 싶으나, 무도대회 당시 인간족의 무력을 견식한 외뿔은 신중하게 행동했다.
인간족이라고 얕보지 않았다. 녀석은 포세이돈 시티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고수임이 분명했다.
‘좋은 수가 없을까.’
어인족 다리를 뜯어먹으며 고민에 잠겨있을 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
“두목, 접니다.”
“들어와.”
문이 열리고 들어온 어인은 수염이 길게 난 새우머리 어인이었다.
소매치기로 시작해서 지금은 대부업자 명함을 들고 사기치고 다니는 전형적인 뒷골목 건달. 최근에는 위조 진주 제작에 뛰어들었다나 뭐라나.
아무튼 힘만 센 멍청이가 넘쳐나는 이곳에서 그나마 머리가 돌아가길래 옆에 두고 요긴하게 쓰는 놈이었다.
“무슨 일이야?”
“정기 보고하러 들어왔습니다. 칸이란 인간족 놈의 동향을 파악하라 하셨지 않습니까?”
“아, 그랬지. 특이사항 있나?”
“특이사항이라면 특이사항이겠지요. 아무래도 저희가 대어를 낚은 것 같습니다.”
대어라는 말에 외뿔의 귀가 쫑긋 섰다.
“뭔가를 물긴 물었나 보군.”
“그렇습니다. 칸은 근시일 내에 고대유적지에 방문할 예정입니다.”
“유적지? 귀신 들렸다는 그 불길한 곳 말인가?”
포세이돈 시티 남쪽에는 어인족의 시조가 세웠다는 유적지가 하나 있었다.
꽃에 꿀벌이 꼬이듯 유적지에 도굴꾼들이 꼬이는 건 당연한 일. 수많은 도굴꾼이 유적지에 도전했으나 살아돌아온 귀환자는 없었다.
외뿔의 동료도 몇 명 거기서 실종되었다. 이후로 뒷골목 어인들은 그곳을 귀신들린 곳으로 치부하고 얼씬도 안 하는 실정이었다.
“맞습니다. 칸은 어명을 받고 유적지를 탐사한답니다.”
“어명? 인어왕이 직접 탐사를 명했다고?”
“그렇습니다. 심지어 일리나 총리가 인간족과 붙어서 탐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뭔가 냄새가 풍기지 않습니까?”
새우 어인의 말대로였다.
외뿔이 또한 유적지에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럼에도 그는 주저했다.
유적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아직도 망설이십니까? 그렇다면 이건 어떻습니까?”
부하가 박수를 치자 문이 열리며 밧줄에 꽁꽁 묶인 여인 하나가 들어왔다.
제법 화려한 복장을 한 여인은 눈에 안대를 쓰고 있었는데, 낯선 공간에 납치되었다는 공포감에 입술이 새파랗게 질린 채 벌벌 떨었다.
“이 여자는 누구지?”
“왕궁에서 일하는 궁녀입니다. 제법 아는 게 많아서 데려왔습니다.”
외뿔은 궁녀에게 여러가지를 질문했다.
그녀가 내뱉은 정보는 제법 맛있었다.
“저는 유적지에 엄청난 보물이 숨겨져 있고 총리님과 인간족 우승자가 찾으러 간다는 사실밖에 모릅니다! 아는 건 이게 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아아악!!”
외뿔이 휘두른 칼에 궁녀의 목이 단칼에 날아갔다. 칼날에 묻은 피를 털어낸 그가 저도 모르게 혀를 날름거렸다. 욕심이 날 때 자연스럽게 취하는 습관이었다.
‘정황상 유적지에 엄청난 보물이 묻힌 건 사실 같군. 총리와 인간 놈의 뒤를 밟아볼까?’
어차피 처리하려 했던 인간족이다. 겸사겸사 귀한 유물까지 얻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게다가 운만 좋으면 해저도시 최고 미인이라는 일리나도 확보할 수 있었다.
물론 그녀의 고귀한 신분이 거슬리긴 하지만, 외딴 유적지에서 일어나는 일에 누가 관심이나 가질까.
몹쓸 짓을 저지르고 죽여도 모두들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하겠지. 음흉한 상상을 하는 외뿔의 입가에 삐뚜름한 미소가 걸렸다.
“새우야.”
“예.”
“애들 전부 모아라. 간부까지 전부.”
“출동하십니까?”
“그래. 유적지의 보물은 우리 것이다.”
뒷골목을 주름잡는 외뿔이 부리는 부하의 수는 무려 일백이 넘어갔고, 간부 중에는 유명을 달리한 혹부리나 애꾸눈과 엇비슷한 고수도 상당히 많았다.
‘자신이 없다. 실패할 자신이 없어.’
* * *
유적지로 출발하기로 한 날이 밝았다.
왕궁에서 나름 성대한 환영식이 치러졌는데, 인어왕은 그곳에서도 만찬을 차려놓고 끊임없이 먹어댔다.
“뭣하면 왕궁의 정예병이라도 좀 지원해주랴?”
“괜찮습니다. 저와 비슷하거나 뛰어넘을 정도의 고수가 아니면 목숨만 버리는 꼴. 소수 정예로 가는 게 낫습니다.”
“네가 알아서 하겠지. 다만 그것만 기억해.”
진공청소기가 먼지를 먹듯 음식을 입에 집어넣던 인어왕이 처음으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기름이 번들거리는 입가를 훔치던 그가 새카만 눈으로 일리나와 나를 주시했다. 흰자위 없이 흑색 동공만 존재하는 눈알이 기괴한 느낌을 풍겼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숨 막히는 기세가 장내를 내리눌렀다.
“날 실망시키지 마.”
짧은 한마디였으나 많은 의미가 담겼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아마 일리나의 수명은 끝일 것이다. 이용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인어왕이 음식으로 취급하겠지. 이를 직감한 일리나가 이를 꽉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명심하겠습니다.”
다소 살벌한 출정식 후 유적으로 향했다. 유적지는 수도에서 생각보다 가까운 위치였다. 약 하루가량 남쪽으로 이동하면 나왔다.
포세이돈 시티에서 일정거리 이상 멀어지고 나서 일행들이 합류했다. 오르네오 영감님과 시온, 그리고 캠벨이 일리나와 인사를 나눴다.
“칸님의 동료분들이군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시온이라고 합니다.”
“오르네오라는 노부일세. 잘 부탁하네. 흘흘흘.”
“휘유! 엄청난 미인이구먼! 캠벨이라 불러주십쇼. 총리님.”
건조하게 인사하는 시온과 친절한 영감님, 그리고 호들갑스러운 캠벨까지. 모두가 모이자 비로소 완전체가 되었다.
걸어가면서 일리나가 유적에 관해서 아는 바를 설명했다.
“유적지에 대한 정보는 적습니다. 공략자 전원이 사망했기 때문이죠. 그나마 다행인 건 초대 시조께서 유적지를 만드시면서 약간의 기록을 남겨놓으셨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유적지는 미로 형태라 하였다.
단순히 벽으로 막힌 미로가 아니라 여러 방이 이어져 있는 형식이고 각 방마다 기상천외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고.
문제는 출구로 향하는 올바른 길이 단 하나라는 점이다. 잘못하면 길을 헤매다 죽을 수도 있고 방에 설치된 함정에 막혀 죽을 수도 있다.
살 가능성은 바늘구멍이고 죽을 가능성은 블랙홀이니 역대 공략단이 번번이 실패한 이유가 있었다.
설명을 들은 캠벨이 볼멘소리로 툴툴댔다.
“아니, 무슨 보물을 그리 꼭꼭 숨겨놨대요?”
“초대 시조께서 생을 마무리하시며 남긴 힘의 정수입니다.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에너지원이라 잘못된 자의 손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재앙이지요.”
일리나가 말을 이었다.
“그동안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시조님의 유산을 인간족에게 넘기는 게 맞는 일인지에 대해서요.”
“결론이 어떻게 나왔습니까?”
“뭐가 됐든 크라켄의 손에만 안 들어가면 될 것 같습니다. 놈이 보주를 먹고 더 강해지면 걷잡을 수 없을 겁니다.”
“그렇겠지요.”
“혹여라도 크라켄을 처치하는데 실패하더라도 여러분 중 한 명은 반드시 보주를 가지고 지상으로 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고개를 숙인 일리나에게 비장한 기운이 흘렀다.
오랜 기간 동족을 식사거리로 삼는 철천지원수를 위해 일하면서 얼마나 마음속 응어리가 쌓였는지 절절히 느껴졌다.
시온 또한 그녀의 아픔에 공감했는지 다가가서 일리나를 꼭 안아주었다.
“괜찮습니다. 도련님을 믿으세요. 이분께서는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생각한 판을 수없이 뒤집고 여기까지 오신 분입니다. 다 잘 될 겁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군요. 믿겠습니다.”
유적지에 도착했다.
귀신 들린 곳이라는 이름답게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고 희뿌옇게 낀 안개가 시야를 방해했다.
심지어 들어가는 입구는 공동묘지였는데, 일리나의 말로는 고대 인어 왕족이 묻힌 종묘가 유적지 형태로 변화된 거란다.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인어왕의 위엄에 제압됩니다.] [스테이터스가 20% 감소합니다.] [자정작용 발동] [모든 상태이상에 면역입니다.]고대 주술의 힘일까. 저주에 걸렸다는 시스템창이 떴다. 몸이 순간 무거워졌으나 패시브 스킬이 발동하며 금세 원상태로 복구되었다.
반면에 드루이드 스킬이 없는 동료들은 유적지의 기운에 눌려버렸다.
“기분 나쁜 곳이야. 물먹은 솜처럼 몸이 무거워지는군.”
“유적지에 흐르는 기운이 숨을 막히게 합니다.”
“시조님의 주술 때문입니다. 오로지 직계 자손만이 이 주술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요. 그런데···”
일리나의 눈길이 나에게 꽂혔다.
“어째 칸님은 멀쩡하신 것 같군요.”
“운이 좋았습니다.”
“운이라···실력으로 알아듣겠습니다.”
신기해하는 일리나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게 있었다.
‘누군가 뒤를 밟고 있다.’
지들 딴에는 안 걸릴 거로 생각했는지 거리를 두고 천천히 다가왔으나, 예리한 감각을 가진 나에게는 어림없는 짓이었다.
오르네오 영감님도 세븐 스타답게 바로 기척을 파악하고는 뒤쪽을 바라보았다.
“응?”
“현자님도 아셨군요.”
“무슨 일입니까?”
“꼬리가 붙었습니다.”
[라이프 컨트롤] [시야공유]근처에 있는 나무에 깃들어 시야를 확보하자 미행자들의 얼굴이 선명하게 확대되었다.
건장한 체구의 어인들. 일백 명이 넘는 숫자고 살벌한 무기를 들고 있다. 모르는 얼굴이 대다수지만 한 명은 제법 낯이 익었다.
“도살자 형제?”
이마에 달린 뿔은 기억난다. 저들이 어째서 뒤를 밟고 있을까. 결코 좋은 의도는 아닌 게 확실했다.
“도살자 형제라면 유명한 뒷골목 건달입니다만.”
“그놈이 저희를 뒤쫓고 있습니다. 정보가 새나갔군요. 우리를 죽인 다음에 유물을 차지하려는 속셈 같습니다.”
“칸, 어떻게 하겠나? 정리하고 갈까?”
잠깐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해치우는 건 쉬우나 굳이 힘을 뺄 필요 없다. 어차피 유적지 안쪽에서 저절로 걸러질 벌레들이니.
“이대로 유적지 돌파에 집중하죠.”
수많은 묘비가 늘어져 있는 공동묘지에서 시조의 묘비는 가장 중앙에 있었다. 가장 크고 넓은 비석이라 한눈에 보였다.
비석 아래로는 비좁은 통로가 나 있었는데, 그쪽이 유적지로 통하는 입구였다.
입구에 발을 들이자 석실로 이루어진 밀실이 우리를 반겼다.
시커먼 암흑이 가져다주는 원초적인 공포가 가슴을 쫄깃하게 했다. 미리 챙겨온 발광석으로 주위를 밝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첫번째 방은 텅 비어있었다. 맞은편에 다른 방으로 통하는 다섯 개의 입구만 덜렁 놓여있을 뿐이었다.
“난감하군요. 어디가 진짜 길인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대놓고 시련을 주고 극복하라면 하겠는데 참으로 애매합니다.”
시작부터 어려움을 맞이한 일리나는 침울한 기색이었다.
반면에 나는 괜찮았다. 이곳은 나를 위한 던전이 아닌가 싶었다. 곧바로 아공간에서 미리 준비해둔 작은 생명체를 꺼냈다. 바로 박쥐개구리였다.
“박쥐개구리군요.”
“맞습니다.”
테이밍 기술이 한층 발달하면서 생쥐와 고양이 등 여러 소형급 육상동물을 척후병 삼아 정보를 모아왔다.
하지만 던전 같은 위험한 곳이나 공중 혹은 수중을 탐색할 시, 앞서 언급한 동물을 쓰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 따라서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그때 발견한 생물이 육해공을 망라하는 박쥐개구리였다.
박쥐개구리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야광안으로 시야를 밝힐 수 있었고, 입에서 뱉는 초음파로 지형지물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개구리처럼 유연한 신체를 갖고 있기에 비좁은 틈도 통과하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귀염둥이였다.
[라이프 컨트롤] [테이밍] [시야공유]그래서 박쥐개구리 일백 마리를 권속으로 삼아서 아공간에 넣어두었는데, 마침 쓸 곳이 생겼다.
“가라.”
검은 날개를 펼친 박쥐개구리가 스무 마리씩 다섯 갈래의 통로로 사라졌다.
시야공유 스킬이 작동하며 의식 속에서 백여 개의 CCTV가 켜졌다. 모든 화면을 면밀히 검토하며 최적의 루트를 찾았다.
미로는 광활했다. 몬스터로 가득찬 방도 있었고 색다른 함정이 있는 방도 있었다. 이걸 무식하게 돌파하려 했으면 한 달이 걸려도 못 빠져나갈 뻔했다.
우선은 출구를 찾는 것이 일차 목표였다. 박쥐개구리에게 어떤 방에 무슨 시련이 있는지만 대강 파악하고 통과에 집중하라 명령했다.
너무 어려운 스테이지는 석벽 사이에 나 있는 틈으로 몸을 비집어서 이동시켰다. 몸체가 자그마한 박쥐개구리여서 가능한 기술이었다.
결국 출구로 향하는 최단루트를 발견했다. 그때까지 걸린 소요시간은 고작 10분이었다.
“출구를 찾았습니다. 이동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