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ilure Marquis is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6)
후작가 망나니가 천재임-16화(16/200)
2장 음모: 로이드 망나니
흑마법사가 나타났다는 말에 로이드 후작이 드물게 크게 반응했다.
“그게 사실이더냐?”
이럴 땐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보여주는 게 빠르다.
“이걸 보시지요.”
내성까지 끌고 온 수레로 다가가서 포대기를 벗겼다.
거기에는 사령술사의 전투에서 노획한 구울의 시체가 쌓여있었다.
“뭔지 알아보시겠습니까?”
“으음···”
세븐 스타라 불리는 후작이 구울의 시체를 몰라볼 리 없다.
그의 이마에 주름살이 깊어졌다.
“어찌된 일이더냐?”
나는 케이브 장원에서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농노들의 언행에서 수상함을 느끼고 일부러 잡혀들어간 다음, 흑마법사를 조우하고 구울과 키메라를 사냥한 일까지.
로이드 후작은 침중한 표정으로 내 이야기를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끝까지 들었다.
“한때 황혼의 일원이었다 하더군요. 소문으로만 듣던 암중 세력이 실제로 존재할 줄은 몰랐습니다.”
로이드 후작은 묵묵히 상념에 잠겼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른다.
그는 최후의 전투 당시 마왕군과 직접 맞서 싸웠던 사람이고 그곳에서 한쪽 다리를 잃었다.
후작령까지 책임지고 있으니 고심할 거리가 많으리라.
한참 가만히 있던 후작은 뒤늦게 나를 너무 오래 세워뒀다는 걸 인지했다.
“으음, 이만 들어가거라. 그리고···”
“비밀로 하라는 말이죠? 흑마법사의 흑자도 꺼내지 않겠습니다.”
“알아들었으면 되었다.”
몸을 돌려 숙소로 가려고 했다.
오랜 야지 생활로 피로가 쌓였다.
가자마자 목욕부터 하려던 참에,
“헤논.”
뒤에서 후작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입니까?”
“그···수고했다.”
로이드 후작의 입에서 수고했다는 말이 나왔다.
너무 낯선 단어라 살짝 당황했지만 고개를 숙였다.
“후작가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었습니다.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닥쳐도 전 똑같이 행동할 겁니다.”
“음.”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숙소로 돌아가는데 뒤에서 로이드 후작의 시선이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등이 간질거렸다.
* * *
헤논이 물러난 후.
로이드 후작은 절뚝이는 걸음걸이로 구울의 사체를 일일히 훑어보았다.
징그러운 키메라까지 보자 절로 깊은 한숨이 나왔다.
“그놈들이 나타난 모양이군요.”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 노집사 세바스찬의 말이었다.
“황혼에서 도망친 놈이라는군. 떠돌다가 이곳까지 흘러들어온 모양이야.”
“그 바퀴벌레 같은 놈들은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군요.”
“본체는 여전히 건재하니까.”
뜸을 들이던 세바스찬이 화제를 돌렸다.
“잘못했다간 장원 한두 개로 끝날 일이 아니었습니다. 영지가 초토화될 수도 있었지요. 헤논 도련님이 잘 대처하셔서 천만다행입니다.”
후작 또한 속으로는 많이 놀란 상태였다.
자기 아들이지만 반쯤 포기했던 망나니 헤논이 죽다 살아나더니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말이 쉽지, 아르니아 대륙에서 흑마법사를 마주하고 두려움을 극복할만한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헤논은 그 몇 안 되는 사람 중에 본인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헤논 도련님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아무래도 검술 실력은 주인님을 똑 닮은 듯합니다.”
여기에 더불어 본신의 무력까지 강해지고 있단다.
로이드 후작은 답답했다.
예전에는 고민이 없었다.
후계자는 필립이 유력했고 헤논은 그저 아픈 손가락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누가 아픈 손가락인지 헷갈릴 지경.
‘만약 필립이었다면?’
후작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비교하는 건 무의미하다.
그럼에도 자꾸만 헤논이 눈에 밟혔다.
평화로운 시기라면 괜한 분란 없이 필립에게 후계자를 양도했을 것이다.
그것이 집안을 위해서도, 영지를 위해서도 좋을 일이다.
하지만 요새 돌아가는 대륙의 사정이 심상치 않다.
흔들리는 왕권.
제국의 야욕.
뒤에서 도사리는 황혼까지.
이런 시기에 재능과 관계없이 정통성만 따지는 게 맞을까.
“주인님, 후작 부인 건은 어떻게 처리하실 겁니까?”
생각해보니 그 일도 있었지.
헤논은 사령술사를 처치하기도 힘들었을 텐데 그 와중에 계모가 꾸민 살인 청부에서도 살아돌아왔다.
아내 로잘린은 자신이 꾸민 짓이 아니라고 극구 부정했으나 정황 증거가 너무나 명확했다.
“헤논이 직접 용병단장의 목을 베었다. 이 일을 묻겠다고 돌려 말한 셈이지.”
“전 그걸 보고 도련님을 다시 봤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입에 게거품을 물고 후작 부인을 매도했어야 정상이었다.
비록 계모라지만 어쨌든 어머니인데 자기를 죽이려고 대놓고 청부살인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헤논은 역으로 용병단장의 목을 베고 로잘린을 변호했다.
만약 헤논이 끝까지 물고 늘어졌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궁지에 몰린 로잘린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정면 승부를 벌였겠고, 결과는 지지세력이 전무한 헤논의 비극으로 끝났을 가능성이 크다.
“도련님은 단순히 무력만 성장하신 게 아닙니다.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 필요할 때는 참을 줄도 아는 심계도 같이 지니셨습니다. 인제 보니 망나니였던 행동도 고도의 연기가 아니었을지.”
“아니야, 헤논은 망나니가 맞아. 그건 연기일 수가 없다.”
“그렇겠죠?”
“다만···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정신을 차리고 철이 들었겠지.”
결국 후작도 인정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세바스찬이 조심스럽게 권했다.
“주인님, 헤논 도련님에게 힘을 한 번 실어주셔도 좋을 듯합니다.”
“자네답지 않군. 항상 중립을 지키라고 했던 것 같은데.”
“원래라면 그렇지요. 다만 이번에 후작 부인께서는 선을 넘으셨습니다. 들키지 않았다면 모를까, 들킨 시점에서 이미 반칙패인 셈입니다.”
“헤논이 경합에서 승리했으니 마땅히 이에 대한 보상을 주어야 한다?”
“하찮은 늙은이의 생각은 그렇습니다.”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비가 오기 전에 처리할 일이 많았다.
지팡이를 짚은 채 천천히 집무실로 들어가는 후작이 지나가는 말처럼 가볍게 중얼거렸다.
“좋다. 한 번 고려해보지.”
* * *
임무를 끝내고 돌아온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약속대로 나는 사령술사 사건을 불문에 붙였다. 이와 관련된 사람들도 단단히 입을 막았다.
케이브 장원 사건은 이성을 잃은 누더기 용병단의 만행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럼에도 후작성의 분위기는 흉흉했다.
복귀한 날 내성에서 용병단장 게빈의 자백을 너무 많은 사람이 들어버렸다.
다들 앞에서는 쉬쉬했지만 뒤에서는 후작부인 로잘린이 망나니 헤논을 죽이려고 사주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늘도 나는 어김없이 연무장을 뛰고 검을 휘둘렀다.
땀이 후드득 쏟아졌다.
손바닥에는 굳은살이 딱딱하게 배겼다.
허공을 할퀴는 천마검의 춤사위가 이제는 제법 그럴듯해졌다.
“후우, 상쾌하군.”
검술 수련을 끝내고는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처음에는 자세가 불편했는데 익숙해지니 이만한 자세가 없다.) 명상에 잠겼다.
머릿속으로는 누더기 용병단장 게빈과의 생사투를 동영상 돌려보듯이 다시 되감아 보았다.
‘놈은 강했다. 만약 드루이드의 능력이 없었다면 이길 수 있었을까?’
몇 번을 시뮬레이션 해봐도 결과는 회의적이다.
아르니아 대륙에는 강자들이 넘쳐나고 메인스트림은 빠르게 다가온다.
이런 와중에 엑스퍼트는커녕 상급 유저도 못 이긴다면 곤란했다.
‘더 빠르고 확실하게 강해져야 한다.’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이번 전투에서 나름 깨달은 바가 있었다.
실마리를 잡았다고 해야 하나?
게빈을 속이고 역습했을 당시, 녀석의 유연성이 워낙 괴랄해서 하마터면 공격에 실패할 뻔했다.
그때 타이밍 좋게 패시브 스킬 대자연의 힘이 발동되면서 나무줄기가 발목을 묶어서 간신히 처치했다.
지금 와서 곰곰이 회상해보면 나무줄기를 내가 조종하지 않았나 싶다.
게빈이 도망갈 때 잠깐이지만 나무줄기가 솟아올라 게빈의 발목을 속박하는 상상을 했었다.
그러자 실제로 나무줄기가 땅에서 솟아올라서 게빈을 구속했다.
필립과의 대련에서 운 좋게 돌부리가 솟았을 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여태까지 패시브 스킬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발동했다. 내가 어떻게 관여할 건덕지도 없었지. 하지만 주변환경을 바꾸는 중요한 스킬을 내가 원할 때 원하는 방식으로 쓸 수 있다면?’
그것만 해도 말도 안 되는 사기적인 능력이 되어버린다.
당장 게빈과의 전투에서도 증명되지 않았던가.
일단 내 가정이 맞는지 확인해보자.
눈을 뜨고 땅바닥을 가만히 노려보았다.
그러면서 머리로는 땅바닥에서 나무줄기가 올라오는 상상을 했다.
내가 바닥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자 천마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이번엔 또 무슨 기행이냐?
“실험을 해보고 있습니다.”
-실험?
“바닥을 보면 새싹이 나지 않을까 싶어서요.”
-멍청한 놈. 이제는 점점 미쳐가는구나.
천마와 오래 지내면서 알게 된 사실을 하나 말하자면, 이 노인네는 어마어마한 뒤끝 대마왕이다.
내가 살면서 꽤 많은 사람을 만나봤는데 그중에서도 순위권에 들 정도다.
전에 내가 장난친 걸 아직도 꽁해가지고 틱틱대고 있다.
“천마님, 저희 내기 하나 할까요?”
-무슨 내기 말이냐?
“만약에 제가 땅을 쳐다보고만 있는데 새싹이 솟으면 화를 풀고 전에 말씀하셨던 좋은 정보를 알려주십시오.”
-크크큭, 무조건 이길 내기구나. 네가 지면 뭘 걸겠느냐?
검에 봉인된 천마에게 줄만한 게 뭐가 있을까.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다.
“원하시는 게 따로 있습니까?”
-맨날 널 따라다니는 하녀 있잖느냐?
“시온 말입니까?”
-이름은 모른다. 아무튼 그 보라색 머리 여자에게 일주일간 검을 맡겨라. 수련도 그 검으로 하라고 해. 흐흐흐···”
이런 노망난 변태 늙은이를 같으니라고.
여자에 미쳐도 단단히 미쳐있다.
새삼스레 천마가 검에 갇혀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좋습니다.”
-10분 주마. 어디 한 번 해보거라.
“너무 짧은데요.”
-15분. 더는 못 준다. 기다리기 지루하거든.
하는 수 없지.
팔짱을 낀 채 죽일 듯이 땅을 노려보았다.
5분이 지났는데 감감무소식이다.
“끄응! 왜 안 되는 거지?”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끙끙대며 몸을 배배 꼬았다.
약간의 조짐조차 없다.
역시 그때는 우연이었던 건가?
내 착각이었을까.
‘아니야. 난 분명 그때 내 의지대로 주변 환경을 조종했어.’
그때와 지금이 다른 게 무엇일까 되짚어보았다.
차이점은 명확했다.
게빈과의 전투 때는 목숨이 오가는 긴박한 순간에 모든 신경을 거기에 곤두세운 상태였다.
그야말로 초집중 상태.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천마와의 내기.
후작성에서의 내 위치.
시온과의 관계.
다가올 메인스트림 걱정.
잡생각이 너무 많았다.
‘잊자. 모두 잊어야 해.’
팔짱을 풀고 다시 가부좌를 틀었다.
눈을 감아서 시각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차단했다.
조용히 내면을 관조했다.
예전 상수리나무의 목소리를 들었던 것처럼 자연과의 융화를 시도했다.
호접지몽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모른다는 말이다.
자연과 교감했을 때를 떠올리며 끊임없이 잠겨들어갔다.
나의 내면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심해와 같았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밖이 보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니.
착각이 아니었다.
분명 아래로 향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나는 수면 밖으로 숨을 내쉬기 위해 버둥거리는 한 마리 돌고래가 되어 있었다.
인제 보니 기묘한 환상 속 바다는 땅바닥이 없었다. 위쪽도 수면이었고, 아래쪽도 수면이었다.
바깥은 많이 추운 걸까.
바닷물과 공기가 맞닿은 경계를 두꺼운 얼음막이 뒤덮었다.
마치 닫힌 천장처럼 나를 가두고 질식시켰다.
그때였다.
내 목소리가 내게 속삭였다.
‘힘들게 나가지 말고 따뜻한 이곳에 머물자.’
안주와 편안함을 원하는 잠재의식이 나 자신을 옥죄고 구속하고 한계를 정하려 들었다.
바깥으로 나가면 죽는다고 쉴 새 없이 협박하고 구슬렸다.
나도 모르게 설득되어간다.
그렇게 의식이 흐릿해지려던 찰나,
‘도련님.’
왜일까?
시온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령술사와의 전투 직후 마차에서 보았던 그녀의 모습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도련님이 조금은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익은 토마토 같은 얼굴을 해서는 눈을 질끈 감고 외치는 모습.
귀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 기억이 점점 흐릿해져 갔다.
살얼음에 갇힌 사해의 썩어가는 물이 기억을 오염시키고 더럽히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돼.’
그제야 이곳에 들어온 이유가 명확하게 떠올랐다.
난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들어왔다.
잠시 길을 잃을 뻔했지만 다시 방향을 잡았다.
숨을 크게 내쉬고 지느러미를 박찼다.
머릿속으로 상상했다.
태양빛을 받으며 힘차게 튀어 오른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온 힘을 다해 빙막(氷幕)에 부딪쳤다.
쿵! 쿠쿵!
전두엽이 찌릿한 느낌과 함께 미미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무시했다.
다시 뒤로 물러섰다가 다시 머리를 들이받았다.
쿠우웅!!
성문을 뚫기 위한 충차가 되었다는 기분으로 사정없이 들이받았다.
고통이 심해지고 숨이 막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얼음에 실금이 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있는 줄도 몰랐던 실금은 점점 뚜렷해지더니 이내 커다란 균열이 되었다.
마지막 한 발.
나는 뒤로 물러났다.
끝도 없이 물러났다.
어느새 나는 처음 내면에 빠져들었던 수면으로 돌아왔다.
여기서부터 달릴 준비를 했다.
그리고 저 깊은 곳을 향해 전력으로 헤엄쳤다.
‘헉, 허억, 헉!’
숨이 턱까지 차오를 정도로 지느러미를 움직였다.
나를 막고 있었던 천장이 빠르게 가까워져 왔다.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달렸다.
마침내 나 자신의 한계와 마주하는 순간,
콰콰콰콰콰쾅!!!!
천지를 진동시키는 굉음.
눈앞에서 벼락이 번쩍였다.
탁 트인 하늘.
새벽을 알리는 붉은 여명.
아래로는 광활한 바다가 펼쳐진다.
머릿속으로 설명하기 힘든 정보가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온다.
그와 동시에 띠링! 하고 눈앞에 글자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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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초심 드루이드가 되었습니다.] [기존 스킬을 버프합니다.] [새로운 스킬을 습득합니다.]———————-
[스킬 업그레이드!] [원소 ‘나무’를 깨우칩니다.] [패시브 스킬 대자연의 힘이 액티브 스킬로 전환됩니다.] [획득한 액티브 스킬 목록.]1. 우드 컨트롤
2. 잠김
3. 잠김
4. 잠김
5. 잠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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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스킬 : 우드 컨트롤]나무를 조종합니다.
교감력에 비례해서 더 강해집니다.
여러 용도로 사용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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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 스킬 : 승급(upgrade)]높은 등급의 드루이드가 되십시오.
승급할 경우, 모든 스킬과 능력치가 한 단계 진화합니다.
새로운 스킬을 획득하게 됩니다.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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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
눈을 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지?
체감으로는 거의 한 달은 흐른 것 같은데.
주변을 둘러보니 여전히 연무장이었다.
허리춤에는 승리를 자신한 천마가 킬킬대고 있다.
-크크큭, 애송이. 이제 1분도 채 안 남았다. 순순히 패배를 받아들이고 본좌를 하녀 손에 맡기거라.
그렇구나.
그 길었던 시간이 현실에서는 고작 10분 안짝이었던 모양이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맺힌다.
“그럼 해보겠습니다.”
-으음?
허공에 손을 뻗어 바닥을 움켜쥐는 모션을 취했다.
-아무런 일도 안 일어나는···
[우드 컨트롤이 발동합니다.]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내 주먹이 향한 곳에서 땅이 들썩였다.
그러더니 흙바닥을 뚫고 자그마한 새싹이 올라오는 게 아닌가!
천마가 경악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럴 수가!! 정말로 새싹을 자라게 하다니!
좀 더 힘을 써보았다.
머리가 핑 돌았지만 애써 참았다.
그러자 새싹이 굵은 나무줄기가 되어 뒤엉켜 올라갔다.
금세 허리춤에 올 만한 작은 묘목 크기가 되었다.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신기한가요?”
천마는 입을 헤벌리고 아무런 말도 못했다.
내가 정말로 해낼 줄은 몰랐겠지.
크게 충격 먹은 그는 혼잣말을 주절댔다.
-이건 말도 안 돼···진짜 말도 안 된다고···애송이가 그놈을 닮아가고 있다니···
제정신이 아닌 것 같길래 혼자만의 시간을 주기로 했다.
내기에서 가뿐하게 이긴 후 다시 검을 휘두르려 할 때, 시온이 찾아왔다.
오늘따라 훈련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참 많다.
그녀는 오자마자 연무장 한가운데 서 있는 묘목을 보고 고개를 한쪽으로 갸웃했다.
“저 나무는 무엇이죠?”
“인사해라. 오늘 태어난 그루토라고 한다.”
나무에 귀여운 애칭 그루토를 지어줬다.
어디서 들은듯한 익숙한 이름이라 느껴진다면 그건 분명 착각일 것이다.
시온은 ‘저 망나니 요새 잠잠하더니 또 시작이네.’ 이런 얼굴로 나를 보다가 장단을 맞춰줬다.
“나무가 참 귀엽습니다만, 이곳과 어울리는 아이는 아니군요.”
“내 생각도 그래. 그러니까 네가 숲으로 옮겨줘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전달사항이 있습니다.”
왜인지 시온이 찾아온 이유를 알 것 같다.
“후작님이 부르십니다.”
“또 아침 식사야?”
“그렇습니다. 앞으로는 매일 참석하시랍니다.”
“귀찮네.”
그래도 아버지가 호출했으니 가야지.
아직도 넋이 나간 듯한 천마검을 들고 일어섰다.
* * *
식사장까지는 금방이었다.
실내로 들어오니 이미 가족들은 모두 착석해있었다.
상석에서 빵을 먹던 후작이 넌지시 말했다.
“늦었구나.”
“수련이 길어졌습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바쁜 사람들이다. 시간 관리하는 것도 능력이야.”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늦는 일 없도록 해라.”
“예.”
예로부터 미운 자식은 떡을 주고 고운 자식은 매로 가르친다 하였다.
확실히 아예 무관심했을 때의 후작과는 많이 달랐다.
옆을 슬쩍 보니 로잘린과 필립은 죽상이 되어서 스테이크를 썰고 있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후작 부인, 그리고 형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나 또한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기에 앉아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삭막한 식사장에는 한동안 우물거리는 소리만 가득했다.
얼추 식사가 끝날 때쯤, 로이드 후작이 먼저 나이프를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헤논이 임무에서 돌아오고 나서 처음 다 같이 모인 자리구나.”
모두의 시선이 후작에게 모였다.
“그렇습니다.”
“헤논, 이번에 네 활약으로 여러 영지를 구했다. 그 공이 실로 크구나.”
“과찬이십니다.”
“아니다. 누더기 용병단을 계속 내버려뒀으면 모든 후작령을 뒤집어놨을 터. 영주로서 정식으로 감사를 표한다.”
공치사가 이어질 때마다 필립과 로잘린의 얼굴이 구겨졌다.
특히나 로잘린은 딴지를 걸고 싶은데 자신이 고용한 누더기 용병단이니 뭐라 말도 못했다.
모순에 빠진 모습이 하도 재밌어서 후작의 말을 안주 삼아 두 모자의 표정을 음미했다.
“그런 김에 네가 원하는 바를 한 가지 들어줄까 하는데, 평상시에 가지고 싶은 게 있었느냐?”
“가지고 싶은 거라니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민망합니다.”
바로 덥석 무는 것도 보기 흉하니 예의상 한 번 거절해줬다.
후작도 내가 이렇게 나올 줄 알았는지 말을 이었다.
“그러면 내가 임의로 정해서 주마.”
“예.”
로잘린과 필립이 신경을 곤두세운다.
나도 궁금했다.
아버지는 과연 어떤 선물을 줄까?
무기는 천마검을 줬으니 따로 주진 않겠고.
혹시 작은 장원 수준의 영지를 줄까?
후작령의 수습 관리인으로 임명할지도?
여러 가정을 세고 있었을 때, 후작이 말했다.
“네게 로이드란 성을 하사한다. 오늘부로 네 이름은 헤논 트리스가 아니라 헤논 로이드다.”
헤논 로이드.
예상보다 엄청난 보상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