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ilure Marquis is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65)
후작가 망나니가 천재임-165화(165/200)
20장 혈통 : 호환한 망나니
아르니아 대륙 남부.
사막 지대.
피부를 따갑게 하는 건조한 모래바람. 낮밤이 완전히 달라지는 살인적인 일교차. 무엇보다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불규칙한 오아시스.
여러모로 사람이 살기엔 최악의 환경이다.
허나 인간은 불굴의 지성체라 하였던가. 가혹한 악조건 속에서도 소수의 생존자는 끝끝내 살아남았다.
자연의 시련을 극복한 그들은 무리를 짓고 집단을 형성했으며, 마침내 국가를 건설했으니.
사막왕국 베르누스.
강한 놈들의 나라가 탄생하였다.
베르누스 왕국은 부족 연맹체였다. 사막 특성상 정착이 불가능했고, 부족별로 정해진 오아시스를 따라 일년 내내 이동했다.
국왕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게르라는 이동용 천막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 럼주를 벌컥벌컥 들이키고 있었다.
“크~ 덥군.”
무성한 가슴털과 텁수룩한 수염, 제대로 탄 갈색 피부에서 남초적인 미가 돋보인다. 그의 이름은 가젤. 무려 20년 전 최후의 전투에 참여했던 세븐 스타였다.
“전하, 옥체 보존하시옵소서.”
국왕을 보좌하던 시녀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든 말든. 가젤은 음주를 멈추지 않았다.
원래부터 그가 술을 좋아하진 않았다. 젊었을 적만 해도 이름을 날리는 전사에 최연소 소드마스터라는 명함도 달았었다.
주변국은 그의 무위를 경계했고 마왕군과의 전투가 끝난 후 칼론 제국은 베르누스 왕국에게 정략결혼까지 제시했다.
하루에도 황가와 연을 대고 싶어하는 세력만 수백이다.
이를 감안하면 제국 측에서 먼저 결혼을 원했다는 사실 자체가 사막 왕국의 위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어쨌든 그 결과, 가젤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여동생 샌디를 황제의 첫 번째 황후로 보냈다.
이후 그녀는 대륙 평화의 상징이 되었다. 원인 모를 병으로 죽기 전까진.
“크크크크, 샌디를 봐. 인생 언제 갈지 모르는 일이라니까?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지.”
불쌍한 샌디.
기후가 맞지 않았던 걸까. 그 지역의 풍토병이었던 걸까. 아니면 그냥 운이 나빴을까.
몇 달 전 수정구슬로 자신은 건강하다면서, 곧 태어날 아기가 기대된다면서, 설레는 표정으로 자랑하던 얼굴이 가젤의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있다.
결과적으로는 아무것도 안 되었지만 말이다. 산모도 죽고, 당연하게도 아이도 죽고.
그때부터 가젤은 주기적으로 술을 마셨다. 약간이라도 취해있어야 여동생을 잃은 상실감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그만큼 가젤은 샌디를 사랑했다.
“전하.”
“무슨 일이냐.”
“외지인 손님이 전하를 뵙길 청합니다.”
“대충 쫓아내. 약속 잡은 거 없으니까.”
“원래 그러려고 했는데···평범한 놈들이 아닙니다.”
부하의 보고가 가젤의 흥미를 끌었다.
“들여보내봐.”
잠시 후 들어온 외지인들은 후드와 가면으로 신원을 가린 집단이었는데, 하나같이 위험하고 불길한 기운을 풍겼다.
호위전사들의 손이 저절로 칼집으로 향하는 걸 가젤이 제지했다.
“위대하고 강인하신 사막의 패왕을 뵙습니다.”
“인사는 됐고. 칙칙한 가면 좀 벗지?”
“죄송합니다. 가면이 아니었다면 패왕 전하를 만나기 어려웠을 겁니다.”
“강제로 벗으라고 하면?”
“만에 하나라도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전하께서는 가장 소중한 분과 관련된 정보를 놓치시겠지요.”
“지금 나를 협박하는가?”
“감히 누구를 협박하겠습니까?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장내의 공기가 들끓었다. 가젤은 뜨거운 사막의 전사답게 양의 기운이 넘쳐흘렀다.
반면에 의문의 집단은 마스터급 고수의 살기를 정면으로 마주하고서도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마치 죽어도 상관없다는 태도. 그게 가젤을 찝찝하게 만들었다.
기운을 거둔 가젤이 턱을 괴고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좋아. 사내다운 기개는 있군. 정확히 10분 준다. 그 안에 내가 솔깃한 정보를 뱉어내야 할 거야.”
“10분도 필요 없습니다. 10초면 됩니다. 바로 전하의 여동생인 샌디 황후와 관련된 이야기니까요.”
샌디의 이름이 나옴과 동시에 가젤의 눈빛에서 살벌한 안광이 쏘아져나왔다.
“잘 생각하고, 말 내뱉어.”
“생각할 것도 없습니다. 오로지 사실만 말할 뿐. 샌디 황후의 죽음은 병과 전혀 무관합니다. 오히려 그녀는 암살로 생을 마감했죠.”
챙! 챙! 챙!
사방에서 뽑힌 검이 방문객들의 목에 검을 겨누어졌다. 가젤 또한 얼굴색이 수시로 뒤바뀌었다. 당장에라도 터질 것 같은 분노를 간신히 억누르며 말했다.
“가면을 쓰고 사막에 방문에서 한다는 헛소리가 이미 고인이 된 내 여동생에 대한 모욕인가? 목숨이 여럿인가 보군.”
“진실을 위해서라면 이깟 목숨 몇 번이고 내드릴 수 있습니다. 허나 눈과 귀를 막고 진실을 거부하는 전하는 참으로 보기 안타깝군요.”
가젤의 샛노란 시선과 가면 속 사내의 시커먼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주위는 죽음과도 같은 침묵이 내리깔렸다.
그만큼 의문의 방문객이 한 발언은 위험했다. 자칫하면 대륙의 전쟁을 야기할 수도 있으니.
“증거를 보여라. 혹여나 보이지 못한다면 너희는 죽을 때까지 고문당하며 직접 증거를 토해내야 할 거다.”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짝!
가볍게 박수를 치자 천막 밖에 대기하고 있던 다른 가면 사내가 들어왔다.
그의 옆에는 전신이 포박된 늙은 사내가 있었는데, 손찌검을 당했는지 안면이 박살나있었다.
“참고로 말을 좀 안 듣길래 사전에 교육을 시켜놨습니다.”
“그딴 건 관심 없어. 그놈은 누구냐?”
가젤의 말에 가면사내가 턱을 까딱댔다. 그러자 두려움을 느낀 늙은 사내가 횡설수설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저, 저는 십수년 전에, 의뢰를 받고, 샌디 황녀를 죽인, 암살범입니다···흐흐흑, 인제 그만 죽여주십시오!”
늙은 사내의 토로에 게르 안이 웅성거렸다. 가젤이 손을 들어 상황을 진정시켰다.
“아직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경거망동하지 말도록.”
가젤이 다시 가면 사내에게 말을 걸었다.
“설마 이딴 녀석 하나를 증거라고 가져온 건가? 나도 당장 제국민 하나 납치해서 고문하면 이런 말을 내뱉게 할 수 있다.”
“맞습니다. 하지만 전하께는 진실 여부를 판별하실 능력이 있잖습니까? 그 유명한 『사막의 눈』을 부르시지요.”
사막의 눈.
모든 진실을 꿰뚫어본다는 의미로 베르누스 왕국의 최고 주술사를 지칭하는 단어였다.
가젤은 오늘 처음 본 외지인이 부족의 내부인을 언급하는게 괘씸했으나, 우선은 일초라도 더 빨리 진실을 파악하고 싶었다.
“할매를 불러와.”
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에 토템 장신구를 주렁주렁 걸친 노파가 지팡이를 짚고 나타났다.
“전하를 뵙습니다.”
“할매, 저놈이 진실을 말하는지 알아봐줘.”
그녀는 한쪽 눈에 안대를 낀 안대를 벗었다. 그러자 숨겨져있던 오색 영롱한 눈동자가 드러났다. 진실을 판별하는 사막의 눈이었다.
“할매를 바라보고 아까 했던 말을 똑같이 뱉어라.”
“저, 저는···”
“말 더듬지 마. 죽여버리기 전에.”
“저는 십수년 전에 의뢰를 받고 샌디 황녀 암살 임무를 받았고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진실입니다.”
샤먼의 판정이 내리자 모두가 충격에 휩싸였다.
“저자가 세뇌당했을 가능성은?”
“제 신안(神眼)은 세뇌와 착각 여부도 파악합니다. 제 눈에 비친 저 사내는 두려움에 잠식당했을 뿐, 정신은 멀쩡합니다.”
눈앞의 늙은 살수가 소중한 여동생을 죽였다는 말은 사실인 듯했다. 가젤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물었다.
“어떻게?”
“의뢰를 받고 황궁에 들어갔습니다. 미리 이야기가 되어있어서 수비병력은 최소였죠. 내궁에서 황후가 있길래 일격에 죽였습니다.”
“어째서 절반의 성공이였는지 말해라.”
“마침 아이를 출산한 직후였습니다. 의뢰받은 건 아이와 산모 전부였는데 아쉽게 아이를 놓쳤습니다.”
“진실입니다.”
주술사의 입에서 진실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가젤의 가슴은 처참히 무너졌다. 머리가 어지럽고 시야가 빙글빙글 돌았다.
“아이가···내 동생이 조카를 낳았었다고?”
“출산 직후라 황후가 도망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암살이 수월했습니다.”
“진실입니다.”
“으아아아아!!!”
가젤의 허리춤에서 뽑혀나온 샴쉬르가 붉은 오러를 발산했다. 천막 안에 있는 집기를 마구잡이로 부서졌다. 한동안 광폭한 분노를 발산하던 그는 몇 분이 지나서야 간신히 진정했다.
“후···그래. 제일 중요한 걸 안 물어봤군. 네놈에게 의뢰한 사람이 누구냐?”
“모릅니다.”
“이미 네놈의 죽음은 확정이다. 그나마 편안하게 죽고 싶다면 순순히 말해라.”
“정말 모릅니다.”
“진실입니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아기를 곧 나올거라며 행복해하던 여동생의 얼굴이 선하다.
아무리 그래도 타지인데 어려움이 없었겠는가. 겉으로 표현은 안 해도 속으로는 분명히 힘들었겠지. 그 부분을 늘 전전긍긍하며 걱정했었다.
그나마 아이를 낳으면 정붙일 곳이 생기니 다행이라 생각했었는데···
‘모든 게 망가졌다.’
사랑했던 여동생은 무참하게 살해당했고, 누가 원흉인지는 오리무중이다.
그래도 단서가 하나 있다. 암살자는 임무 당시 황궁의 수비병력이 최소라고 증언했다.
한마디로 황궁의 병사를 임의로 움직일 수 있는 제국의 실권자가 범인인 셈. 제국에 그 정도 권력을 가진 사람을 가려보면 몇 명 안 나온다.
나머지는 직접 만나서 확인해보면 될 일.
“형제들, 들어라.”
“말씀하십시오.”
“전 부족에게 소집 명령을 내려.”
“설마···”
“그 설마다. 우리는 지금부터 오스딘으로 향한다. 범인을 알아낼 때까지 사막의 분노는 계속될 것이다.”
전쟁의 불씨가 타올랐다. 며칠 후면 강인한 사막의 전사들이 구름처럼 몰려올 터. 아르니아 대륙 전역에 암운이 서리는 순간이었다.
* * *
해저도시에서 귀환했다.
돌아온 뒤로는 오르네오님의 배려로 현자의 탑에서 머물게 되었다.
현자의 탑이란 이름답게 신기한 기물이 많았다. 연구물과 논문, 발명품을 구경하는데 며칠이 훌쩍 갔다. 오르네오님 본인도 똑똑하신 분이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잡지식을 많이 알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대부분을 현자의 탑에 있었으나 남는 시간에 순례자 톰에게서 받은 텔레포트 장치를 이용해 꽤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로이드 영지부터 들러 아버지께 생존신고를 했고, 폰타노 왕궁에 들러 오랜만에 레베카 여왕의 얼굴도 봤다. 시간이 남으면 리앙과 알버스 성, 북부 산맥, 동부 대산림까지 가서 그리운 얼굴을 볼까 했지만 바빠서 다음을 기약했다.
지인을 만난 이후로는 재차 훈련에 골몰했다. 새롭게 발디딘 마스터 경지를 안정시켜야 했고, 최상급 드루이드로서 여러 스킬을 손에 익을 만큼 연습했다.
내부에서 치열하게 단련하는 동안 바깥은 시끌벅적했다.
헤논 로이드가 생존해 있으며 소드마스터로 올랐고, 대륙의 여덟번째 별이 되었단 사실을 현자의 탑에서 공표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반신반의하던 군중은 오르네오가 이름을 내걸자 진짜라고 믿는 사람이 많아졌다.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수많은 군중이 매일 같이 현자의 탑으로 몰려들었다.
여기서 다행인 건 현자의 탑이 원래도 사람이 많이 몰려드는 장소라는 점이다. 쓸데없이 들이닥치는 어중이떠중이를 막는 시스템이 아주 잘 갖춰져 있었다. 덕분에 현자의 탑을 방패 삼아 뒤에서 착실히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황혼의 동향도 꾸준히 살폈다. 내 생존사실을 알게된 그들이 무슨 돌발 행동을 벌일지 몰랐다. 혹시라도 로이드 영지를 습격할까봐 만반의 대비를 해놨다.
하지만 그들은 불편하리만치 조용했다. 차라리 대놓고 반응을 보여줬으면 좋으려만. 아쉽게도 일이 쉽게 풀리진 않았다.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훈련을 마치고 영감님과 잠깐의 티타임을 가졌다.
해저도시도 다녀오고 탑에도 오래 머물러서인지 영감님 제법 친해졌다. 그 덕분일까. 평소와는 다른 화제가 나왔다.
“오랜만에 황제 폐하를 뵙고 싶구먼.”
“그러고보니 폐하 이야기를 한 번도 해본 적 없군요. 폐하는 어떤 분입니까?”
황제를 언급하자 오르네오의 눈동자에는 아련한 그리움이 서렸다.
“십수년 전만해도 나도 폐하를 자주 만났었지. 그 자리에 있으면 시야가 좁아질 만도 한데 눈과 귀를 항상 열고 사는 분이셨네.”
“좋은 분이셨나 보군요.”
“나라의 전성기를 이끌기에는 다소 아쉬운 재량이나 폭군과 암군이 아닌 게 어디겠나. 후대에는 충분히 성군으로 평가받으시겠지.”
“이야기만 들어보면 최근에는 별다른 만남이 없으신 듯 합니다. 현자님 개인 연구가 바쁘셔서입니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오르네오의 얼굴에 살짝 그늘이 졌다.
“이 얘기까지 자네에게 해줄지는 몰랐는데.”
“어려운 이야기라면 안 하셔도 됩니다.”
“아닐세. 앞으로 대륙을 구할 자네에게 무슨 이야기를 못하겠는가. 그저 늙은이의 치부라서 말하기 애매했네.”
이후 이어지는 현자의 고백.
“자네는 제국에 가계도를 아는가?”
“엘든 왕국은 압니다만, 타국의 가계도까지는 모르겠군요.”
“그게 당연하지. 현재 칼론 제국의 가계도는 이러하네.”
국왕 밑에 황태자와 황태자비.
현재의 황태자는 2황자로 원래 황태자였던 1황자가 의문의 급사를 당한 후 황태자로 승격했다.
1황자의 어머니인 1황후와 2황자의 어머니인 2황후 또한 수 년 전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다고.
“황가의 일원들은 의문의 죽음을 정말 많이 맞이하는군요.”
“그게 일상 아니겠는가. 여기서 짚고 넘어갈 중요한 점이 있네.”
“무엇입니까?”
“2황후가 원래는 3황후였고, 기존의 1황후는 원래 2황후였다는 점이지.”
“그 말은···옛날에 또다른 1황후가 있었다는 겁니까?”
“맞아.”
역사 속에 사라진 1황후.
그녀는 사막 왕국에서 온 샌디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이란다.
사막 왕국 베르누스와 칼론 제국 간의 평화를 담보로 이루어진 정략결혼. 신부의 외모가 워낙 뛰어나서 소문이 자자했었다.
“샌디 황후와 황제 폐하 간의 금슬도 대단히 좋았지. 황후께서 결혼하신지 석달도 안 돼서 태아를 잉태하셨으니까.”
“경사로군요.”
“나에게도 경사였네. 세력을 이루지 못하고 겉돌던 나에게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주신 분이셨거든.”
오르네오의 눈동자가 먼 하늘을 주시했다. 그 속에는 후회와 그리움, 회한 등 많은 감정이 거미줄처럼 엉켜있었다.
“하필 내가 연구 재료를 찾으러 여행을 떠나지만 않았어도.”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일어난 사건은 너무나 컸다. 갑작스러운 샌디 황후의 죽음.
“그때부터 폐하께서는 두문불출했네. 최소한의 사람만 만나셨지. 어찌나 상심이 크셨으면···허허···”
자연스럽게 2황후와 3황후가 1황후와 2황후로 승급했고, 샌디 황후는 제국민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졌다는 비운의 스토리.
“샌디 황후의 죽음에 다른 요소가 얽혀있으리란 예감이 드는군요. 젊은 나이에 급사하는 건 드문 일이니까요.”
“황제 폐하께서 자신의 주치의를 보낼 정도로 애지중지하셨어. 어떤 간덩이 부은 놈이 독살이나 암살을 시도했겠는가?”
“질투를 느낀 2황후나 3황후의 짓일 수도 있겠지요.”
“2황후와 3황후도 이미 저세상 사람일세. 세월이 너무 많이 흘렀어. 증거와 증인 모두 사라질만한 기간이지.”
혼자 자책하는 오르네오 영감님이 주름살이 오늘따라 깊어 보인다. 그의 마음속 짐을 덜어 드릴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한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라이프 컨트롤] [기억 회상]나에게는 인간의 짧은 시계태엽을 자연의 광대한 시계태엽으로 호환 가능한 스킬이 있다. 이를 이용하면 무언가 발견하지 않을까. 호기심이 고개를 내밀었다.
“현자님, 진실을 알고 싶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