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ilure Marquis is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81)
후작가 망나니가 천재임-181화(181/200)
21장 영웅 : 혼미한 망나니
이후로도 몇 번씩 시험을 쳤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천마의 참격은 속도와 무관하다는 점이다.
살기로 적을 베어낸다고 해야 하나?
천마의 의념이 영역이 되어 그곳에 도달하고 영역이 나와 맞닿는 순간 참격이 그곳에 ‘생성’되는 거다.
이건 보고 피할 문제가 아니다.
그냥 그곳에 있으면 죽는 거다.
일반적인 검사는 검을 뽑아 휘두르는 모션을 취하기 때문에 눈으로 보고 반응하면 된다.
그러나 천마는 싸움 내내 거의 가만히 있으니 격투술과 체술의 기본 개념이 무용지물이었다.
그는···이미 육체라는 껍질을 반쯤 벗은 존재였다.
그렇다고 무력하게 당하지만은 않았다.
반복되는 시험을 치면서 나 또한 나름의 적절한 대응법을 찾아나갔다.
멀린의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드루이드의 잠재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시험 초기에는 스킬의 강력함만 믿고 요란하게 퍼붓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각각의 스킬을 이해하고 조합하여 효율을 추구했다.
간단한 예시를 들자면 세계수의 비상식적인 회복력을 이용한 전투법이다.
아무리 천마가 영역을 이용해 공격한다지만 결국 목표물은 나.
내가 허점을 보이면 천마도 반응할 수밖에 없다.
서걱! 서걱!!
팔다리가 끊어졌다.
가끔은 복부에 구멍이 뚫리기도 했다.
뇌가 마비될 듯한 통증이 몰아쳤지만 괜찮았다.
내 신체를 내주고 천마를 공격할 기회를 얻었으니까.
[바인드] [레인]빈틈을 이용해 드루이드 스킬을 꽂아넣었다.
천마가 내 스킬을 막아내는 동안 나는 세계수의 치유력으로 부상을 모조리 회복한다.
언데드를 방불케 할 정도로 무식한 전투법이었으나 초기에 아무것도 못하고 무력하게 패배했을 때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속박 수단으로 사용했던 나무뿌리를 날카로운 칼날로 변형하여 천마의 사각을 노렸고, 바람스킬을 극한으로 활용하여 고속으로 이동했다.
[자이언트]일전에 내 신체를 바탕으로 형성했던 거대한 손을 이제는 허공에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웬만한 마을 면적의 거대한 손바닥이 마치 여래신장처럼 천마의 머리 위에 내리꽂혔다.
쿠콰콰콰콰콰!!!
고막이 터질 듯한 굉음이 연이어 터지고 지형지물이 실시간으로 변화했다.
그럼에도 천마는 처음과 같았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내 공격을 모조리 베어내고 잘라냈다.
공격이 통하지 않을 뿐이지, 천마도 나를 잡지 못하는 건 똑같다. 짧은 사이에 내 실력이 많이 향상된 것이다.
“그 기술의 이름이 뭐지?”
잠시 소강 상태.
천마에게 질문했다.
시험을 치면서 천마의 기술은 보고 보고 또 봤다.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이미지를 우겨넣었다.
공간을 자신의 영역으로 만들어 자유자재로 베어내는 기술. 나는 그 기술의 이름을 듣고 싶었다.
“공간참(空間斬)”
“···그렇군.”
이 정도면 충분히 볼만큼 봤다.
수업은 들을 만큼 들었달까.
지금부터는 자습시간.
천마와의 전투를 여러 번 복기하며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특히나 천마의 스킬인 공간참.
초승달 베기의 상위호환격 기술 같은데, 현실로 돌아가서 연습하고 싶은 마음에 몸이 근질거렸다.
[시험을 클리어했습니다.] [황금가지를 획득합니다.] [승급완료!]드디어 여섯 번째 황금가지를 온전히 내 소유로 만들었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스킬 트리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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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전설급 드루이드가 되었습니다.] [기존 스킬을 버프합니다.] [새로운 스킬을 습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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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드 컨트롤
-강화된 바인드(MAX)
-우드 골렘(MAX)
-우드 레인(★★★) -> 우드 스톰(★★★★)
-자이언트 우드(★★★★)
2. 크리스탈 컨트롤
-크리스탈 랜스(MAX)
-크리스탈 실드(★★★★) -> 크리스탈 월(MAX)
-크리스탈 골렘(MAX)
-크리스탈 레인(★★★) -> 크리스탈 스톰(★★★★)
-자이언트 크리스탈(★★★★)
3. 윈드 컨트롤
-순보(★★★★)
-헤이스트(★★★★)
4. 라이프 컨트롤
– 시야공유(★★★★)
– 테이밍(★★★★)
– 기억회상(★★★★)
– 세계수 묘목 소환(MAX) -> 세계수 성목 소환(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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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드루이드라···보기만 해도 대흉근과 광배근이 웅장해지는 명함이다.
전설급이 되자 스킬 향상도 눈부셨다.
웬만한 기본 스킬이 모두 최고점인 max를 찍었다. 이제 위력 면에서는 더할 나위 없다는 의미다.
당연히 기쁜 소식이지만, 이번 시험을 치르면서 단순 파워가 증가한다고 끝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MAX스킬도 내가 어떻게 응용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천차만별이니,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라 볼 수 있다.
이 밖에 MAX를 찍지 않은 스킬도 대부분 4성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아마도 저 스킬들은 7개의 가지를 모두 모아야만 MAX가 될 것 같다.
그리고 몇몇 스킬이 새로운 상위호환 스킬로 변모했다.
우선 레인 스킬.
스피어 스킬의 발전형이었던 레인 스킬은 하늘에서 고드름을 비처럼 떨어트리는 기술이었다.
이 스킬이 승급하면서 스톰 스킬이 되었다.
이름으로 추측하자면 좀 더 강하고 굵은 고드름이 폭풍처럼 휩쓰는 스킬이 아닐까.
상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질 만큼 어마무시하다.
두 번째는 실드 스킬이다.
지금까지 실드 스킬은 바인드와 더불어 나를 대표하는 밥줄 스킬이었다.
상대의 공격로를 차단하고 시야를 가려주기도 하였으며 직접접으로 공격을 맞아주기도 했다.
그랬던 실드 스킬이 이제는 일차원적 방패를 뛰어넘어 지형지물을 뒤바꿀 정도의 파괴력을 가졌으니, 실드에서 월(Wall)로 진화한 모양이다.
마지막 스킬은 드루이드 스킬의 정수이자 정체성인 대망의 세계수 소환술.
원래는 묘목 소환이었던 게 성목 소환으로 변했다.
성목이라 해서 황금가지 시험에서 봤던 이그드라실의 웅장한 본체는 아닐 것이다.
묘목보다 더 크고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 수준이겠지.
그 정도만 해도 엄청나다.
태생부터 개사기급 스킬인 만큼 드루이드로서의 내 잠재력은 수십 배 상승한 셈이다.
‘꽤 짭짤한 소득이었다.’
만족한 상태로 현실로 돌아가려 했는데, 마침 눈앞에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저장된 기억이 있습니다.] [기억을 회상하시겠습니까?] [Y/N]시험이 끝났는데도 남은 기억이 있는 건가. 마지막 황금가지에 대한 힌트일지도 모르니 예스를 눌렀다.
[YES를 선택하셨습니다.] [기억 회상을 시작합니다.] [회상은 총 두 편입니다.] [기억1]스팟!!
명멸하는 불빛과 함께 펼쳐진 멀린의 기억.
그의 심장에는 천마검이 박혀있었다.
천마가 멀린의 방해를 극복하고 기어이 승리한 것이다.
“잡술수가 많은 도사 놈이라 제법 까다로웠으나, 그럭저럭 재밌었다. 영광으로 알거라. 본좌가 하늘이 된 후 이 정도로 칭찬한 적은 네가 처음이니까.”
심장이 꿰뚫린 멀린은 입가에 피를 흘리며 쿨럭댔다.
누가 봐도 암울한 상황.
그 와중에 멀린의 미소는 여전했다.
불길함을 느낀 천마가 미간을 모았다.
“이대로 끝이다.”
“아니, 지금부터 시작이야.”
멀린이 천마의 팔을 덥썩 잡았다.
“멀리서 요상한 검격을 날려대니 접근을 할 수가 있어야지. 잡힌 건 내가 아니라 바로 너다. 크크크큭.”
“진작에 승부는 끝났고 승패는 나뉘었다. 깔끔하고 정정당당했던 결투를 더 이상 추잡하게 만들지 말거라.”
“글쎄, 그건 두고 봐야지. 너는 드루이드를 너무 얕봤어. 나도 이러고 싶진 않지만, 네놈이 예상보다 강하니 어쩔 수 없지. 이만 대가를 치르거라.”
쿠콰콰콰콰!!!!
땅이 울리면서 솟아오른 나무뿌리가 천마와 멀린을 감쌌다.
아까와 같은 속박 스킬이라 여긴 천마가 콧방귀를 뀌었다.
“또 단조로운 공격이군. 학습능력이 없나? 이따위 장난질은 금세···음?”
천마의 공간참이 통하지 않는다.
지금 그들을 감싼 건 보통 나무가 아니었기에.
무려 세계수 이그드라실이 직접 움직였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천마를 향해 멀린이 킬킬대며 비웃었다.
“싸움이란 결국 끝까지 살아남는 놈이 승자다. 누가 마지막에 서 있을지 보자꾸나.”
스팟!!
천마와 멀린을 감싼 세계수가 눈부신 빛을 내뿜었다.
어찌나 강렬하고 환한 빛인지 지면 위에 작은 태양이 뜬 것 같았다.
하나의 광원이었던 빛은 이내 7조각으로 갈라지더니 대륙 곳곳을 향해 퍼져 나갔다.
저것이 바로 이세계에 도착하고 나서 내내 찾아다녔던 황금가지임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6개의 파편을 뱉어낸 세계수는 이전보다 확연히 희미해진 빛으로 서서히 가라앉았다.
땅속 깊이 침몰한 이그드라실은 이내 자취를 감추었다. 오로지 천마검만이 땅에 박혀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이었다.
‘천마검의 봉인에는 이런 뒷사정이 숨어있었군.’
예전에 영감님을 통해 듣긴 했으나 직접 눈으로 보니 색달랐다.
아직 기억이 하나 더 남아있다.
내친 김에 그것도 연속해서 재생했다.
[기억 회상을 시작합니다.] [기억2]스팟!!
이곳은···반쯤 무너진 성채다.
이끼가 가득낀 바닥, 거미줄처럼 금이 간 벽, 뚫린 천장으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까지.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지만 이곳이 어딘지 한눈에 알아보았다.
멀린과 천마가 생사결을 벌였던 마을이었다.
지금은 마을이라기보다는 버려진 폐허가 더 올바른 표현이겠지만 말이다.
“여기는···”
“은인! 일어났는가?”
거인이 멀린에게 말을 걸었다.
저번에 봤을 때만 해도 앳되었던 거인은 흰머리가 듬성듬성 났고 수염도 짙어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느냐?”
“980년이 흘렀다.”
“!!”
980년.
수명이 긴 편인 드루이드에게도 상당히 긴 시간이다.
정신을 차리는데 이렇게 오랜 세월이 걸린 이유는 천마를 봉인하는데 소비한 에너지가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지독한 놈이군. 하지만 괜찮다. 자그마치 일천 년에 달하는 시간이었다. 놈의 자아는 마모되고 이지는 사라졌겠지. 최후의 승리자는 나다.”
“축하한다. 은인이여.”
“축하를 받기에는 입은 손해가 너무 컸다. 영혼이 무려 일곱 조각이 났어. 덕분에 세계수의 영역에서 벗어나면 소멸하는 신세가 되었다.”
멀린이 음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 아담, 네가 나 대신에 본래의 목적을 완수해라. 대륙을 돌며 모든 지성체를 말살하고 멸망시켜. 그리고 황금가지를 회수해. 그래야 내가 힘을 되찾을 수 있다.”
멀린의 명령에도 아담이라 불린 거인은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어찌 대답이 없느냐?”
“그것이···은인이 잠든 사이에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무슨 말이지?”
“인간족이 크게 늘어났다. 이제 나 혼자 힘으로 해치울 규모가 아니다.”
“뭐라?”
“이들은 최근 마왕 바알까지 봉인했다. 마왕도 못 한 일을 내가 할 수는 없다.”
“!!!”
한동안 이어진 정적.
잠시 후 멀린의 입이 열렸다.
“탐욕스러운 인간족이 마왕을 봉인했다고?”
일천 년 전 사지를 죄다 끊어놓고 숨구멍만 붙여놨는데 꾸역꾸역 살아남아 다시 번성하다니.
정말이지 바퀴벌레 같은 생존력이다.
동시에 머릿속에는 그들이 저질렀던 억겁의 만행이 파노라마처럼 흘렀다.
멀린은 극심한 분노를 느꼈다.
그의 심정이 빙의한 나에게도 생생히 느껴졌다.
한참을 증오감을 불사르던 멀린이 머리를 차갑게 식히고 나직이 뇌까렸다.
“혹시 마왕을 추종하던 잔당이 아직 남아있나?”
“그렇다.”
“패잔병 놈들을 우리 쪽으로 회유한다. 이 밖에도 강한 인간을 뽑아서 휘하에 둔다. 그들을 이용해서 황금가지를 수색할 것이야. 아담,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가능하다. 은인은 조직을 만들고 싶은 건가?”
“원래는 혼자 활동하는 걸 선호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알겠다. 조직 이름을 정해달라.”
아담의 말에 잠시 고심하던 멀린이 천천히 이름 하나를 내뱉었다.
“조직 이름은 <황혼>. 우리는 영원한 밤이 오기 전 마지막 석양이 될 것이다.”
충격에 정신이 혼미햇다.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황혼교주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그의 진짜 정체는 황혼교의 대간부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알고 있었고 도무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랬던 교주의 정체가 내가 계속 추적해왔던 최초의 드루이드 멀린이었다니.
“아담, 한 가지 더 명령을 내리겠다.”
“말하라, 은인이여.”
“일천 년이면 나 같은 드루이드가 또 나타나기 충분한 시간이다. 황금가지를 찾는 김에 드루이드도 발견하면 찾아서 데려와라.”
“데려와서 어쩔 셈인가?”
아담의 물음에 멀린이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불길한 예감이 드는 미소였다.
“동족 드루이드는 나에게 있어서 최고의 보양식이자 영양분, 나는 그들을 삼키고 부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