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ilure Marquis is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82)
후작가 망나니가 천재임-182화(182/200)
21장 영웅 : 사냥한 망나니
[기억 회상이 종료되었습니다] [승급을 축하드립니다.]현실로 돌아왔다.
아직도 얼떨떨하다.
대체 내가 뭘 본 걸까.
-애송아, 이번엔 성공했느냐? 영혼이 많이 불안정해졌다. 더 하면 큰일 난다.
“끝났습니다. 통과했습니다.”
-그래? 그것참 다행이구나.
글쎄···정말로 다행일까.
멀린의 기억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다.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황혼교의 진짜 목적이었다.
아르니아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악마추종자 집단으로 바알을 신봉한다는 황혼교는 사실 마왕과는 크게 관련 없는 집단이었다.
우선 칠대사도부터가 문제였다.
질투는 라이벌 카리나에 대한 열등감을 해소하기 위하여, 탐욕은 더 많은 재물을 가지기 위하여, 색욕은 더 많은 추앙을 받기 위하여, 오만은 더 많은 언데드를 조종하기 위하여, 식욕은 더 많은 인간을 먹기 위하여, 나태는 생존하기 위하여.
대간부란 것들이 각자 원하는 것에만 골몰하고 평신도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맹목적으로 바알을 찬양한다.
이런 개판에서 조직이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 중 가장 최악은 역시 황혼교주다.
교주 역시 칠대사도처럼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조직을 악용했다.
마왕에 대한 충성?
애초에 마왕을 섬기지도 않았는데 충성심은 개뿔이.
그는 마왕의 봉인진을 해주할 재료가 황금가지이며, 드루이드가 이 위치를 알고 있다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를 퍼트리며 수색을 종용했다.
만약 황혼교의 조직원이 유능했거나 칠대사도가 교주에게 조금이라도 충성심을 보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황금가지를 찾기 전에 이미 모든 황금가지가 교주의 손에 들어갔을 터.
심지어 나까지 그에게 잡혀서 부활의 재료로 쓰였을 게 분명하다.
이런 대륙 규모의 사기극을 펼친 황혼교주의 진짜 정체가 최초의 드루이드 멀린이라는 사실도 내 머리를 아프게 했다.
그동안 멀린의 삶을 회상하면서 나름 그를 이해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삐뚤어진 영혼의 종착역은 대륙 멸망과 나의 죽음을 밑거름 삼은 부활이었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다.
내 손으로 직접 선배님을 처단하는 수밖에.
멀린이 황혼교주인 순간부터 정해졌다.
나는 멀린을 죽여야만 한다.
굳게 다짐하고 일어설 때, 마침 시온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시온, 무슨 일이지? 수련 중에는 함부로 드나들지 말라고 했을 텐데?”
“도련님.”
평소답지 않게 시온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인제 보니 안색도 창백하다.
“무슨 일이냐?”
“그게···”
잠시 호흡을 고르던 시온이 간신히 말을 이었다.
“브류나크 왕국이 멸망했습니다.”
* * *
브류나크 왕국.
인구수 오십만의 작은 소왕국이다.
대륙 서쪽에 있으며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으로 천혜의 요새를 자랑하는 나라다.
대륙 동쪽 엘든 왕국에 있던 나로서는 가볼 기회는 없었지만 건너건너 이름은 들어본 나라였다.
그랬던 브류나크가 하루아침에 멸망했단다.
멸망 원인은 거인족의 출현.
엄청난 크기의 거인족은 성을 부수고 인간을 학살했다.
익스퍼트 기사 몇 명 외에는 변변찮은 무장 세력이 없던 브류나크는 속절없이 재앙을 맞이해야만 했다.
거인은 폐허가 된 왕국에서 자신을 황혼교의 대간부, 분노라고 외치며 자리를 떴다.
사건이 사건인 만큼 소문은 금세 대륙 전역에 퍼졌다.
아무리 소왕국이라고는 하나 인구 수가 오십만이다.
세계인구 80억인 지구에서도 오십만이면 많은 편인데, 1억도 될까 말까 한 아르니아 대륙에서 오십만이 통째로 사라진 사건은 혼란과 동요를 몰고 오기에 충분했다.
내가 개최한 대륙 회의를 건방진 애송이의 미성숙한 돌발 행동으로 치부했던 몇몇 군주들.
이들은 브류나크가 멸망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헐레벌떡 칼론 제국으로 모여들었다.
결국 대륙회의는 원래 예정된 개최일에 열렸다.
멜브스 대평원에 거대한 천막과 원형 탁자가 마련되었고, 군주 수십 명과 세븐 스타가 나란히 참석했다.
회의장 분위기는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브류나크 참사가 자기네 나라에도 일어날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인 군주들은 생각나는 말을 모조리 테이블에 꺼내며 횡설수설했다.
“건방진 악마추종자 놈들이 선을 넘었소! 지금 당장 군사를 일으켜야 합니다!!”
“신중해야 해요. 우리는 그들의 본거지가 어디인지, 그들의 세력이 어디까지 침투했는지도 모릅니다.”
“언제까지 그리 답답하게 굴 거요? 어물쩍거리다가 당신네 나라가 브류나크 꼴이 날 수도 있소이다!”
“뭐? 지금 그게 무슨 망발이오! 말 다했소?”
“크흑···브류나크에 내 아들을 유학 보냈는데···톰슨이 이렇게 허무하게 떠나다니···”
이건 교통정리가 조금 필요해 보이는데.
“모두 조용히 해주십시오.”
목소리에 마나를 담아서였을까.
시끌벅적했던 회의장이 단숨에 조용해졌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걸 확인한 후 천천히 운을 뗐다.
“다들 너무 흥분하셨습니다. 숨 좀 돌리고 차분히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구석에서 배불뚝이 중년 아저씨가 벌떡 일어났다.
“자네가 뭔데 그걸 정하고 있나?”
“저는 헤논, 이 회의의 주최자입니다.”
“그러니까 새파랗게 어린 자네를 누가 주최자로 인정했느냐는 말일세.”
어느 나라 왕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주 제대로 꼰대다.
문제는 저런 꼰대가 한두 명이 아니랄까.
나와 접점이 없었던 군주들은 죄다 불신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동안 나름 인지도를 넓혀놨다 생각했는데, 나만의 착각이었나.
이분들을 어떻게 납득시킬까 고민하던 차에, 옆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그를 주최자로 인정했네.”
옆을 바라보니 칼론 황제다.
알렉스 황태자 사건 이후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는지 황제의 볼은 홀쭉해졌다.
그러나 눈빛은 어느 때보다도 맑고 형형했다. 거짓에서 벗어나 진실은 선택한 자의 당당함이었다.
“혹시 불만 있나?”
“아, 아닙니다! 폐하!”
대륙에서 제일 센 놈이 인정하겠다는데 감히 어떻게 토를 달아.
당연히 군주는 고개를 숙였다.
게다가 내 자격을 지지한 자는 칼론 황제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화염의 카리나. 이름은 다들 들어봤겠지. 마왕의 봉인지를 지키는 북방의 벽이기도 하다. 여기서 밝히지. 헤논은 공식적인 내 후견인이다.”
“현자 오르네오일세. 그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깊은 혜안과 어진 마음씨를 지니고 있네. 심지어 강한 무력까지 갖췄으니, 그는 용사로 태어난 자일세.”
“순례자 톰입니다. 이 회의에 참석한 인원 정도면 순례자가 어떤 집단인지는 아시겠지요. 헤논은 저희 쪽 핵심 인원이며 제 직속 후배이기도 합니다.”
“성기사 요한이다. 그는 신성국의 은인이자 내 친우다. 벨라누스님께 맹세하건데 용사로서 헤논의 자격은 차고 넘친다.”
“한스 기사단장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로이드 백작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한다. 그래도 한마디 첨언하자면, 무인으로서의 내 감이 백작이 나와 필적하는 강자라 이야기하고 있다.”
“가젤이라고 불리는 한량이다. 사막을 지배하고 있지. 간단하게 말한다. 헤논을 의심하는 놈이 있으면 나와라. 사막의 분노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줄 테니.”
마지막 세븐 스타가 나섰다.
“고든 로이드 후작입니다. 제 아들이 아직 어려서 못 미더운 분들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예전부터 헤논을 지켜본 아비로서 말하자면, 제 아들은 충분히 용사의 자격을 갖췄습니다.“
아버지인 로이드 후작의 응원까지.
세븐 스타들이 이렇게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데 여기에 대놓고 딴지 걸 간 큰 군주는 없으니까.
하지만 이건 임시방편이다.
세븐스타와 황제의 후광에 눌려 잠시 물러난 것이지, 진정으로 나를 인정한 건 아니다.
나는 회의장을 슥 둘러보다가 아까 불만을 제기했던 배불뚝이 꼰대 아저씨를 콕 집어 말을 걸었다.
“군주님, 혹시 존함을 알 수 있겠습니까?”
“에일베크 공국의 공왕 에일베크 11세다.”
“공왕 전하, 제가 용사의 자격으로 오늘 회의를 주도하는데 찬성하십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에일베크 군주가 콧방귀를 뀌며 빈정거렸다.
“내가 반대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저 대단하신 분들이 눈 시퍼렇게 뜨고 경고하는걸. 인정해야지 암, 그렇고말고!”
“저런!”
“괜찮습니다.”
흥분해서 일어나려는 가젤을 제지했다.
“저를 인정하지 않으시는 이유는 제가 어려서입니까?”
“그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가 있지. 내가 지금이야 다 늙어빠졌어도 왕년에는 최후의 전투에 참여했던 사람일세. 용사 카일님도 가까이서 봤었지.”
“그랬군요.”
“그랬군요? 허허···너는 모른다. 용사 카일님의 위풍당당함과 보기만 해도 경외심이 우러나오는 압도감이. 마치 드래곤을 보는 것만 같았지.”
용사 카일은 드래곤 같은 게 아니라 진짜 드래곤이었다.
참고로 나는 카일의 본체도 실제로 봤었다.
그런 내 입장에서 저 사람을 납득시키고 정통성을 입증하려면···역시 그 수밖에 없겠지.
“나와라. 코코.”
아공간에서 대기하던 성룡 코코가 거대한 몸뚱이를 드러냈다.
병사들이 열심히 설치한 대형 천막이 단숨에 날아가고 그 충격에 몇몇 군주들이 의자에서 굴러떨어졌다.
안쪽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코코가 날개를 활짝 펴며 우렁차게 울부짖었다.
캬오오오오!!!!!
코코는 특히 에일베크 군주를 향해 입을 쫙 벌리고 포효했다.
이후로는 하품을 늘어지게 하더니 다시 아공간으로 들어갔다.
잠깐의 등장이었으나 효과는 확실했다.
영혼이 탈곡된 듯한 군주 하나가 입술을 덜덜 떨며 말했다.
“방금 그건···”
“아, 소개가 늦었군요. 제 아이 코코입니다. 무성이라 아들인지 딸인지는 모르겠네요.”
“그게 문제가 아니라···방금 그거···”
“그거가 아닙니다. 드래곤입니다. 정확히 표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선을 돌려 에일베크 공왕을 보았다.
드래곤의 포효를 정면으로 맞은 그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공왕 전하, 괜찮으십니까?”
딱 보기에도 안 괜찮아 보인다.
안타깝게도 그의 사타구니에서 노란 물이 뚝뚝 떨어졌다.
최후의 전투까지 참여했던 전사치고는 다소 허술한 방광이었다.
“드래곤···드래곤이라니···”
“아까 전 공왕 전하께서 용사 카일님이 드래곤 같다고 말씀하셔서 진짜 드래곤을 보여드렸습니다. 어떻습니까? 코코와 카일님이 좀 비슷한 것 같습니까?”
“드래곤···아···드래곤···”
틀렸다.
이미 그는 반쯤 정신을 놓아버렸다.
몇몇 병사들이 들어와 그를 부축하여 내보냈다.
다시 조용해진 회의실.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내 주도로 시작된 회의.
방금 전처럼 불만을 품거나 반대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
“브류나크 왕국에 나타난 분노는 순혈 거인족입니다. 그는 황혼교주에게 뼛속까지 충성하는 유일한 간부죠. 현재 황혼교주는 대륙 중남부 버려진 폐허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브류나크 사태는 우리에게 보내는 선전포고이자 초대장입니다.”
회의 시작부터 내가 아는 정보를 빠르게 공유했다.
군주뿐만 아니라 세븐 스타 중 몇 명도 황혼에 대해서 잘 모르길래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현재 황혼에 남은 간부는 딱 한 명뿐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죽었죠. 저희는 가서 교주와 분노만 잡으면 됩니다.”
잠자코 내 말을 듣던 순례자 톰이 손을 들었다.
“다 좋은데 한 가지 의문이 있다.”
“말씀하십시오.”
“이렇게 자세한 정보를 어디서 얻은 거지? 내부자가 아니라면 얻기가 쉽지 않은 정보인데.”
방금 뱉은 정보의 반 정도는 나태에게 얻었고, 나머지 반은 황금가지 속 멀린의 기억으로 얻었다.
어느 루트든지 간에 내부자 정보가 확실하기에, 솔직히 말하지 못하고 대충 둘러댔다.
“믿을만한 소식통으로부터 확보한 귀중한 정보입니다.”
“확실히 믿을만한가? 적의 함정이 아니고? 헤논 너의 결정 하나에 많은 생명이 달려 있다.”
“확실한 정보입니다. 믿어주십시오.”
정확히는 확실할 수밖에 없는 정보다.
내가 강하게 말하자 긴가민가하던 세븐 스타와 군주들도 결국 수긍했다.
“알겠다. 너를 용사로 인정한 이상, 신뢰하고 따르겠다.”
“그럼 주저할 게 뭐가 있겠는가? 적은 고작 두 명. 당장 전군을 휘몰아쳐서 쓸어버리세.”
오르네오의 제안에 반박했다.
“죄송하지만, 대군은 안 될 말씀입니다.”
“뭐라? 그러면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가.”
답은 이미 정해졌다.
소수 정예였다.
“저와 여기 계신 세븐 스타. 여덟이서 황혼교주를 사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