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ilure Marquis is a genius RAW novel - Chapter (26)
후작가 망나니가 천재임-26화(26/200)
4장 발견 : 쟁취한 망나니
정신 나간 아울베어를 처치하고 난 후 나와 시온은 합류장소에서 나머지 레인저들을 만났다.
순찰이 끝나고 나면 간단한 점호를 하는데 보통은 사상자에 대한 집계와 특이사항이 있으면 보고하는 시간을 가진다.
나와 시온은 가장 먼저 도착했고 다른 레인저들도 속속히 도착했다.
오늘도 살아남은 캠벨은 우리 쪽을 보더니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여! 부단장! 순찰은 잘 끝냈나. 반가운 얼굴을 다시 보니 좋군. 그쪽 하녀도 말이야.”
“시온이라고 몇 번을 말했습니다만. 그쪽 머리는 돌로 만들었습니까?”
“크핫하하! 여전히 까칠한 아가씨야.”
캠벨의 살가운 태도가 이해 갔다.
최근 레인저단에 사망자와 탈영자가 급증해서 옛날 멤버들도 쉽사리 생존을 장담하기 힘들어졌다.
그 기점을 살펴보자면 아무래도 아울베어가 서식지를 옮기고 나서부터였다.
어제 블랙허니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동료가 오늘은 고인이 되어있고 자기 자신도 그런 운명이 될지도 모른다는 숨 막히는 공포감이 부대 내에 만연했다.
“그래도 다행이군. 보아하니 오늘은 사상자가 없겠어.”
한 조를 빼놓고 모두 무사귀환 한 상태.
캠벨도 밝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유일하게 미복귀한 조는 단장 빅터가 직접 인솔한 조였다.
빅터는 레인저 중 가장 최고수에 익스퍼트니 그쪽은 걱정 안 해도 될 터.
그러나 예상은 무참하게 빗나갔다.
2인 1조로 갔던 빅터가 돌아올 때는 혼자였다.
불길한 예감을 느낀 내가 빅터에게 말했다.
“단장, 다른 조원은 어디 있지?”
빅터는 그저 고개를 가로저어 보였다.
충분한 대답이다.
옆에 있던 캠벨이 분통을 터트렸다.
“망할 아울베어 새끼들! 그놈들 때문에 블랙캐슬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어. 언젠가 작심하고 본거지를 털든지 해야지!”
“본거지가 어딘 줄 알고 털어.”
“그렇다고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 이러다간 다 죽는다고!”
캠벨의 분노는 여기 있는 모든 레인저의 감정을 대표했다.
이 와중에 나는 다른 게 신경 쓰였다.
빅터가 혼자 돌아왔다는 사실 말이다.
‘정말로 조원을 지키지 못한 걸까?’
가슴 속 의문과 함께 블랙캐슬로 복귀했다.
북문으로 들어가는 레인저의 어깨는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었다.
* * *
내게 드루이드의 치유력과 회복력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퍼져도 진작에 퍼졌겠지.
그 정도로 내 일과는 살인적이었다.
시온은 무리하는 나를 거듭 걱정했지만 여태껏 한 번도 지치거나 피로한 모습을 보여준 적 없었기에 일단은 넘어갔다.
모두가 블랙허니에서 맥주 한 잔으로 추모 겸 내일 순찰을 나갈 원동력을 얻고 있을 때.
나는 공터에서 천마검을 쥔 채 골똘히 상념에 잠겨있었다.
-뭘 그리 고심하느냐? 혹시 이곳 대장과의 내기를 신경 쓰고 있느냐?
백 일.
석 달하고도 열흘이란 시간은 그야말로 순식간이다.
성큼 다가온 디데이는 바로 내일이었다.
“물론 그것도 신경 쓰입니다만, 최근 제 개인적인 성취가 조금 정체된 느낌이어서요.”
왜인지 모르게 최근에 검을 휘둘러도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힌 기분이었다.
분명 카리나와의 대련이 엄청나게 도움되었는데도 납덩이처럼 무거운 체증이 가시질 않았다.
이게 뭘까 싶어서 블랙허니에도 발길을 끊고 밤마다 잠을 못 이뤘다.
솔직히 천마에게 이런 고민을 하면 그가 역정을 낼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그는 클클대며 웃었다.
-크크크큭···애송이가 드디어 햇병아리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었나 보구나. 축하한다. 익스퍼트의 벽을 마주한 소감이 어떠하냐?
“제가 느끼는 답답함이 익스퍼트를 눈앞에 둬서 그렇습니까?”
-내가 판단하기에는 그렇다. 그러니 정확하겠지.
언제 소드 유저 최상위가 되었을까.
천마의 일대일 지도 수련.
카리나와의 대련.
생사를 넘나드는 순찰.
여러 요소가 합쳐져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급속하게 성장한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최근 카리나와의 대련도 많이 익숙해졌다.
예전에는 속수무책 처맞기를 반복했다면 요새는 어디로 공격이 올지 대충은 느낌이 왔다.
문제는 파악할 때쯤엔 이미 피하기 늦었달까.
코앞까지 다가온 그녀의 주먹에 데미지가 누적되다 보면 공격은커녕 방어에만 급급해졌다.
“확실히 성장하긴 했으나 내기에서 이길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합니다. 결국 비밀을 밝혀야겠지요. 소드마스터와 대련을 한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라 여기고 만족하겠습니다.”
내 말을 모두 들은 천마가 답했다.
-애송이, 까먹었을지 모르지만 그녀와의 내기를 진행하라고 말한 건 나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 괜히 본좌가 그런 말을 했겠느냐? 다 방책이 있으니 말한 거다.
근 구십일 동안 천마는 부족한 점을 말해줬을 뿐 그 이상의 개입은 자제했다.
무언가 따로 안배가 있었던 걸까.
-애송이, 하도 얻어맞더니 머리가 나빠진 게냐? 넌 지금 중요한 사실 하나를 놓치고 있다. 본좌가 여고수의 공격 방향을 미리 말해줬다면 네가 백일 간 이렇게 떡이 될 일도 없었을 게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나는 못 봤지만 천마는 다르다.
아무리 카리나가 빠르더라도 절대고수 천마의 시야의 벗어날 정도의 공격은 아니었을 테니까.
헌데 어째서 천마는 이런 쉬운 방법을 알고도 제시하지 않았을까.
-그간 방법을 알려주지 않은 이유는 네가 고수의 검에 반응할만한 최소한의 몸놀림을 익히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너는 벽을 만남으로써 거기까지 성장하는 데는 성공했지.
“그렇습니까?”
-이유는 또 있다. 어쨌건 그 여자는 고수다. 단 한 번이라도 네놈이 제대로 막았다면 마지막 승산마저 사라졌을 터.
한마디로 천마는 카리나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서 나까지 속였다는 말이다.
-당일에는 본좌가 그 여자의 공격방향을 모두 말해주겠다. 너는 그쪽으로 칼을 대기만 해. 그러면 최소한 방어적인 부분에서 밀릴 일은 없을 게다.
“참으로 묘안이긴 합니다만. 이렇게 되면 공격은 어찌합니까?”
-애송이 놈아! 그것까지 일일이 떠먹여 줘야겠느냐? 그 정도는 네가 알아서 계획하거라. 잘난 드루이드인가 뭐시기인가 능력도 있잖느냐! 여자는 너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완벽한 방심 상태다. 이것도 못 이기면 그냥 황금가지고 뭐고 그냥 포기하련다.
천마의 말이 맞았다.
나는 내가 가진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을 극한으로 사용한다면 딱 한 번, 한순간 정도는 그녀에게서 틈을 만들 수 있을지도.
아니.
반드시 만들 수 있다.
그래야만 한다.
머릿속으로 전장을 그렸다.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지 계속해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다.
내 장점이 무엇인지, 가지고 있는 무기를 거듭 되새기며 전장과 매치시켰다.
마침내 결론을 냈다.
“한 번의 기회를 만들겠습니다.”
-좋아. 어디 한 번 말해보거라.
“비밀입니다.”
-뭐?
“비밀입니다. 천마님도 숨겼지 않습니까? 저도 숨겨보렵니다.”
칼 대신 삽을 들고 난데없이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기행에 천마가 궁금했는지 머릿속을 시끄럽게 울렸으나 무시했다.
과연 내 노림수가 통할 것인가.
그건 하늘만이 알 일이었다.
* * *
초생달이 기울어진 새벽.
저 멀리 반짝이는 세 개의 달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곧이어 동토의 여명이 비춰질 터.
여느 때와는 달리 검을 휘두르지 않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눈 때문에 엉덩이가 시릴만 한데도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처럼 차분하게 내면을 관조하며 평정심을 유지했다.
“시간이 빠르구나.”
카리나는 등 뒤에서 나타났다.
기척조차 잡지 못했다.
내기를 앞두고 기를 죽이려는 목적이 다분했다.
“오셨습니까?”
“차분하네. 오늘이 당일인데 준비는 많이 했니?”
“평상시처럼 하는 법이지요.”
“그래? 그러면 네게 가망은 없을 텐데.”
“길고 짧은 건 대봐야 하는 법입니다.”
“훗, 기백은 마음에 들어.”
미미한 미소를 띤 카리나가 요요한 눈동자로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준비되면 말하렴.”
“질질 끌 것 있겠습니까? 시작하시죠.”
자세를 잡고 검을 겨누었다.
그녀는 잠깐 동안 나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간다? 제한 시간은 네가 기절하거나 포기할 때까지로 해줄게.”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신묘한 움직임은 정말 감탄이 나왔다.
동시에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
-왼쪽 허벅지!
막으려면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막지 않았다.
천마의 말대로 왼쪽 허벅지에 격렬한 충격이 가해졌다.
“커헉!”
절로 신음이 나온다.
다리가 풀려서 주저앉았다.
천마의 분노한 목소리가 들린다.
-네놈! 분명 말해주지 않았느냐! 왜 막지 않은 것이야!
이어서 뒤쪽, 오른쪽, 정면.
카리나는 광속으로 나를 쥐어팼다.
평상시와 다를 바 없었다.
그야말로 병신처럼 얻어맞았다.
평소보다도 더욱 무기력하게 당하자 때리는 카리나의 눈빛에 실망이 깃들었다.
“더해봐야 의미가 없을 듯한데. 이쯤에서 마무리할래?”
“괜찮습니다. 끝까지 해주십시오.”
“흠, 너한테 충고 하나만 할까?”
“예.”
“파이팅 넘치는 건 좋아. 하지만 아무런 방책 없이 파이팅만 외치는 건 오만이자 만용이란다.”
“명심하겠습니다.”
“알아들었으면 됐어. 그러면 다음 공격에 끝낼게.”
재차 그녀의 신형이 흐릿해진다.
이번 공격에 끝내겠다는 의도.
한마디로···최대로 방심한 순간.
바로 지금이었다.
-뒤다. 네 뒷목을 노리고 있어.
천마의 말이 들리자마자 몸을 홱 돌려서 내 뒷목이 위치한 곳에 검을 갖다 댔다.
공격을 인지한 게 아니다.
어차피 내가 볼 수 없는 공격이다.
그저 천마의 인도에 따라 허공에 칼질한다는 마음으로 검을 휘두른다.
이어서 들리는 충돌음.
채애애앵!
뭔가가 칼에 부딪혔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카리나의 손이다.
“뭐야?”
그녀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당연히 놀라겠지.
공격이 날아오기도 전에 미리 예측해서 막아냈으니.
상대가 보기엔 마치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이라도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아앗!”
당황한 찰나를 놓치면 안 된다.
무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검을 휘두르며 그녀를 향해 돌진했다.
아무리 소드마스터라도 완전히 방심한 상태에서 지근거리에서 기습당하면 틈을 내줄 거라 여기면서.
“요 깜찍한 녀석! 수를 숨기고 있었구나? 진작 이랬어야지!”
흥분한 카리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래, 아직까지는 여유롭겠지.
애초에 소드마스터에게 이따위 잡수가 통할 거라곤 생각지도 않았다.
그녀가 내 돌격으로부터 거리를 벌리려 든다.
어림도 없지.
[스킬 우드 컨드롤을 시전합니다.] [상대를 속박합니다.]두 번째 수가 발동되었다.
그간 순찰하면서 끊임없이 단련했던 드루이드의 스킬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땅에서 솟은 나무줄기가 그녀를 꽁꽁 묶어버렸다.
그럼에도 카리나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역시 그때 나무줄기는 네가 한 짓이었어!”
대답하는 시간조차 아깝다.
나는 0.1초 단위를 쪼개며 그녀를 향해 칼을 들이밀었다.
단 1cm. 아니지. 1mm라도 닿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그녀는 잠깐 멈칫했을 뿐 무지막지한 괴력으로 나무줄기의 속박을 너무나 손쉽게 풀어버렸다.
“제법 재밌네. 이걸 어쩌나? 이런 건 나한테 안 통한단다.”
그리고는 뒤로 물러난다.
거리를 벌리려는 수작.
나는 쫓고 그녀는 도망가고.
내가 이빨을 드러냈을 때부터 그녀는 쭉 직선코스로 물러났다.
그러다가 하얗게 눈이 쌓인 어느 지점을 밟아버렸다.
쩌저저적!!!!
거미줄 같은 실금이 발을 디딘 곳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며 지면이 갑자기 푹 내려앉았다.
진짜 노림수는 바로 이것이었다.
어제 내내 삽으로 땅을 파서 함정을 만들었다.
카리나는 자신의 몸에 공격을 성공시키라고만 했지, 거기에는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았다.
그래서 지형 자체를 바꿔버렸다.
갑작스러운 기습도, 속박 스킬의 깜짝 공개도 전부 그녀의 도주 방향을 함정으로 유도하기 위한 설계였다.
“어라?”
드디어 그녀의 입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나왔다.
땅이 무너졌으니 제아무리 날고 기는 고수라도 잠깐 동안은 중심을 잡을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에게 그 짧은 시간은 충분하고도 남았다.
“으랴아아아!!!”
기합과 함께 그녀를 향해 쇄도했다.
이건 어떻게 피할래?
검끝이 조금씩 그녀와 가까워진다.
3cm, 2cm, 1cm, 0.5cm···
이렇게 이기나 싶었는데,
파앙!
반전이었다.
그녀가 무려 공기를 박차고 뒤로 공중제비하는 것이 아닌가!
땅도 아니고 공기였다.
지지 않겠단 마음이 물씬 풍졌다.
“너무 치사한 거 아닙니까?”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
내내 여유 부리던 태도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아무튼 카리나의 초인적인 기행으로 인해 입장이 뒤바뀌어 버렸다.
함정으로 뛰어든 건 나도 매한가지라 둘 다 공중에 떠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뒤로 공중제비를 하는 바람에 나와는 거리가 벌어진 상태.
짧은 순간 머릿속에서 수많은 선택지가 스쳐 지나간다.
검을 던져볼까?
아니야.
카리나라면 공중에서 몸을 뒤틀어서라도 피할 거다.
빗나가면 거기서 게임 오버다.
땅에 착지한 다음 기회를 노릴까?
역시 불가능.
중심을 잃은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동시에 착지하면 그녀의 움직임이 더 빨라.
결국 승리하는 상황은 단 한 가지.
‘나도 똑같이 재도약을 해야 한다!’
카리나처럼 공기를 찰 순 없다.
나만의 방법으로 이단 점프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마침 나에게는 좋은 수단이 있었다.
[스킬 우드 컨트롤을 발동합니다.] [주변 환경이 당신의 편이 됩니다.]드루이드력을 극대화하자 최근 속박 용도로만 썼던 나무줄기가 구덩이로부터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건 나에게 있어 훌륭한 디딤대였다.
“말도 안 돼!”
카리나의 경악한 음성이 들리기도 잠시,
공중에서 디딤대를 만든 내가 나무줄기의 끝을 밟고 다시 뛰어올랐다.
그녀의 얼굴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흐랴아아아!!”
스걱!
검이 허공을 그었다.
걸리는 게 없었다.
이게 내 마지막 수였다.
이후로는 중력의 힘에 이끌려 그대로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우당탕탕!
입에 눈이 한가득 들어왔다.
공격하는데 정신이 팔려서 낙법 따위 취할 겨를이 없었던 탓이다.
눈을 퉤 뱉어낸 다음 비틀대며 일어섰다.
“대단하시군요. 제가 졌습니다.”
최후의 한 수까지 쥐어짜내며 정말 최선을 다했다.
이단 도약에 성공했을 때만 해도 다 이긴 줄 알았다.
그런데 거기서 허리를 새우처럼 꺾어서 피할 줄이야.
도대체 어떻게 된 신체구조인지 실험해보고 싶을 지경이다.
어쨌든 패배는 패배였다.
꺠끗히 승복하고 고개를 숙였다.
“제 패배를 인정합니다. 숨기고 있는 비밀이 궁금하다고 하셨습니까? 마음껏 물어보십시오. 성심성의껏 답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대련에서 거의 다 보여준 것 같지만요.”
한참 동안 답이 없었다.
뭔가 싶어서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시선은 날 향해있지 않았다.
복잡한 눈길로 자신의 어깨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싶어서 그녀가 응시하는 곳에 집중했다.
“!!!”
그리고 발견하고야 말았다.
카리나가 늘 입고 다니던 정갈한 제복의 견장 부분이 반으로 잘려서 나풀대고 있는 것을.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헤논···네 승리다. 검끝이 나에게 닿았구나. 나야말로 패배를 인정한다.”